2012년 1월호

사극 히트메이커 문채원

“붓을 다시 잡았던 공백기에 내 안에 숨어 있던 연기 욕심을 끄집어냈죠”

  • 김지영 기자│kjy@donga.com

    입력2011-12-22 1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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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글동글하고 볼 살도 있고…사극에 맞는 외모”
    • 고2 때까지 미쳐서 그렸던 그림, 연기 시작하며 다 버려
    • “사투리 고치느라 1년간 말을 안 했어요”
    • 선하고 유쾌한 로맨티스트가 좋아
    • “서른 되기 전에 짧은 커트머리 꼭 해보고 싶어”
    사극 히트메이커 문채원
    새해를 꼭 한 달 앞둔 12월1일, 인테리어가 근사한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 배우 문채원(25)은 메뉴판도 보지 않고 비타민차와 와플을 주문했다. 그녀의 단골집인 듯했다.

    “여기 비타민차가 맛있어요. 사과와 오렌지, 귤 같은 생과일을 달여서 감기 예방에도 좋고 양도 많아요. 식사도 맛있는 게 많아요. 전 김치볶음밥이나 햄버거스테이크를 즐겨 먹어요.”

    그녀는 익숙한 솜씨로 와플을 포크로 뜯어 개인 접시에 옮겨 담았다. 그러고는 와플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듬뿍 얹어 맛나게 먹었다. 보고만 있어도 절로 군침이 돌 만큼. 음식을 맛있게 먹어야 복이 들어온다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다. 2011년 상복이 터진 그녀가 아니던가. 국민 700만명이 넘게 본 영화 ‘최종병기 활’로 대종상영화제에 이어 청룡영화제 신인상까지 휩쓴 기분이 어떨까.

    “두 번 다 아무것도 모르고 갔는데 대종상 때는 마냥 기쁘고 좋았어요. 청룡영화제 때는 감정이 복잡했고요. 상 받은 게 영광스럽고 기쁘면서도 내가 받아도 되나 싶었어요. 후보에 오른 작품들이 다 좋아서 기대조차 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감정을 잘 드러내진 않아요. 연기를 하면서 한 가지 배운 건 평상심을 잘 유지해야 이 일을 오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좋은 일이 생겼다고 너무 좋아하지도 말고, 안 좋은 일이 있다고 심하게 괴로워하지도 말고.(웃음).”

    “날 빛내준 사극, 여전히 두렵고 어려워요”



    그녀 말대로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어 보인다. 고요한 강처럼 차분하다. 목소리나 말투도 나긋나긋하다. 말하는 속도도 아주 느리다. 음악으로 치면 딱 ‘라르고(Largo)’다. 그녀를 두고 사극이 잘 맞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년 사이 그녀를 대중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최종병기 활’과 드라마 ‘공주의 남자’도 모두 사극이었다. 우연일까, 운명일까.

    “쪽을 찐 머리를 하고 연기할 줄은 몰랐는데 제가 봐도 사극에 맞는 외모 같아요. 여느 연예인에 비해 이목구비가 크지 않고, 입체적으로 생긴 편도 아니거든요. 볼 살도 있고, 얼굴선은 동글동글하고, 말도 느려서 사극에서 구사하는 대사 속도와 맞는 것 같고요. 그렇다고 출연을 결정하면서 그런 점을 의식하진 않았어요. 재미있었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선택했죠. 하지만 사극 자체는 두렵고 어려워요. 아직 정통사극을 하기엔 많이 부족하거든요.”

    연기 데뷔작은 ‘달려라 고등어’(2007)라는 청소년드라마였다. 그해 또 교복을 입고 ‘울학교 이티’라는 영화를 찍었지만 아쉽게도 두 작품 모두 인기를 얻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녀의 데뷔작을 2008년 사극 ‘바람의 화원’으로 아는 이가 많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남장한 신윤복을 좋아하는 기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9년에는 모든 연령층의 폭넓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그 여세를 몰아 같은 해 출연한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에서는 이전과 상반된 털털하고 호탕한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 어떤 캐릭터가 실제 모습과 가장 닮았나요.

    “절 ‘바람의 화원’이나 ‘찬란한 유산’에서의 이미지로 보는 분이 많은데 실제로는 여자답지 않아요. 아주 활달하지도 않지만 내숭 떠는 타입도 아니고요. 그래서인지 ‘아가씨를 부탁해’와 ‘최종병기 활’을 찍을 때가 재미있었어요. 이전과 다른 발랄한 캐릭터에 도전해보니 절로 기분이 유쾌해지더라고요. 특히 ‘최종병기 활’은 제가 한 사극 세 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에요. 영화가 크랭크인한 다음 날 바로 충북 제천에 내려가서 ‘공주의 남자’를 찍느라고 홍보에 나서진 못했어요. 그게 마음에 걸렸지만 ‘공주의 남자’를 열심히 하면 영화에도 많은 관심이 생기고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 두 사극의 어떤 점에 끌리던가요.

    “‘최종병기 활’은 평소 존경하던 선배들이 대거 출연하고,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수동적이지 않은 게 마음에 들었어요. 안 써봤던 몸을 쓴다는 게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왔죠. ‘공주의 남자’는 세조의 맏딸 세령공주와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박시후 분)의 멜로라인이 끌렸어요. ‘조선시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할 정도로 극적인 요소가 풍부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이미지로 일관하지 않고 철부지 소녀에서 원숙한 여인으로 발전해가는 점이 좋았죠. 그런 여자애는 본 적이 없거든요.”

    ▼ 대박을 예감했나요.

    “두 작품 모두 스토리가 탄탄해서 허술하다는 말은 안 듣겠구나, 했지만 이렇게까지 좋은 반응을 얻을 줄은 몰랐어요.”

    배우는 내 운명

    프로필을 보니 연기에 입문하기 전 그녀는 미술학도였다. 예술 분야의 명문 선화예고를 거쳐 추계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중퇴했다. 계속 그림을 그렸어도 좋으련만 왜 굳이 배우의 길로 들어섰을까.

    “어릴 때부터 미술을 해서 예고에 진학했는데 고3 때 갑자기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고2 때까지는 자아가 뚜렷하지 않았어요. 중학교 때는 말 그대로 아기 같았고 주체성도 전혀 없었어요. 지금도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는 안목이 부족한데 그때는 더 심했어요. 그러다 고3 되면서 하고 싶은 게 정해지니까 빨리 그것을 하고 싶었어요. 왜 그토록 연기를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어요.”

    ▼ 자신의 의지로 미술을 한 게 아닌가요.

    “제 의지였어요. 원래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그림을 배우기 전에는 무용을 했는데 대구에서 서울로 이사 오기 전에 큰 수술을 하면서 체력이 달려 그만뒀어요. 선천적으로 혀에 있는 혈액이 잘못됐었거든요. 수술한 뒤부터 미술학원에 갔는데 그땐 고집도 없었고 그림 그리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고2 때까진 미쳐서 그렸어요. 그러더니 고3 때 그리기 싫어지더라고요. ‘이걸 하고 있으면 안 되는데, 빨리 배우가 돼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무척 좋아했고 그쪽에 관심이 많아서 막연히 동경해왔던 게 아닌가 싶어요. 청담중학교에 다닐 때 학원비로 연기학원에 등록하려고 한 적도 있어요. 부모님께 들켜서 등록을 못했는데 그때도 배우가 되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가끔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어요. 방황한 건 아니었어요. 워낙 관심이 많다 보니 무의식중에 그런 행동이 나온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도 그림 그리고 나면 꼭 드라마나 영화를 봤어요. 엄마도 제가 연기할 만한 성격이 아닌데 영화나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이 길로 온 것 같대요.”

    ▼ 연습생 시절이 있었나요.

    “전 소속사(김종학프로덕션)에서 데뷔 전 1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하다가 처음 오디션을 본 드라마가 ‘달려라 고등어’였어요. 연기수업을 정식으로 받지 못하고 데뷔해서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죠.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해서 기본기가 약하다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이건 아니지, 이렇게 하니 좋구나, 하면서 실전 경험을 통해 배워요.”

    ▼ 아버지가 배우 되는 걸 심하게 반대했다면서요.

    “지금도 달갑지 않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잘하든, 못하든 별 말씀이 없으시거든요. 아빤 개인 사업을 하시는데 전형적인 경상도 분이라 되게 무뚝뚝하세요. 아빠와 전 부녀가 아니라 꼭 부자간 같아요. 영화 ‘완득이’를 보면서 두 주인공이 아빠와 저 같았어요.”

    ▼ 어머니는 반대하지 않으셨나요.

    “엄마도 처음에는 아빠가 펄쩍 뛰시니까 같이 어쩔 줄 몰라 하시더니 언제부턴가 열렬히 응원해주셨어요. 아빠는 제가 미술 할 때 제일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 미술에 대한 미련은 없나요.

    “그건 단정할 수 없어요. 미대에 들어가 TV 활동을 시작하면서 붓이랑 그림까지 모조리 버렸었어요. 엄마 아빠가 말리는데도 그냥 보기 싫더라고요. 대학도 1학기까지만 다니고 바로 전 소속사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한 마지막 작품이 2009년 KBS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예요. 이후에 1년을 쉬었는데 그때 붓을 다시 잡았어요.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니까 그리게 되더라고요.”

    ▼ 그림을 그리니 마음이 편해지던가요.

    “미술재료를 사다가 자화상도 그리고 이것저것 여섯 장을 그렸어요. 신들린 사람처럼 일곱 시간을 내리 앉아서 뭔가를 그리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지더라고요. 연기를 다시 시작한 뒤에는 안 그렸는데 그 그림들을 버리진 않았어요. 어떤 선배님이 기분 좋을 때 그린 그림과 힘들 때 그린 그림은 느낌이 다르니 잘 모아두었다가 전시회를 해도 재밌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연기와 병행하면 몰라도 미술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해요. 연기는 현재의 업이고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일 없어서 쉴 때도 아빠는 의연했다”

    그녀의 고향은 대구다. 초등학교 때까지 대구에서 보낸 그녀는 중학교 때 서울로 이사해 줄곧 강남에서만 살았다. 학창시절을 재미있게 보냈느냐고 묻자 그녀는 “중학교 때는 잠깐 왕따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대구에서 올라오자마자 청담중학교에 들어갔더니 적응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사투리가 쉽게 안 고쳐져서요. 말만 하면 사투리가 튀어나오니까 그걸 고치려고 1년간 말을 안 했어요. 그래서 더 못 어울렸죠. 중학생 시절을 그렇게 보내면서 예고를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예요. 우울하지 않은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비슷한 애들끼리 있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 입시 경쟁이 치열한 예고에 간 걸 보면 꽤 열심히 준비했나 봐요.

    “간절했으니까요. 붙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시험 날도 열심히 그렸고 ‘잘 그리고 나왔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고에 들어가서는 성격도 차츰 활달해지더라고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학교생활도 재미있게 했는데 고3 때부터 방황이라는 게 시작됐죠. 미술을 그만두고 대학도 안 가겠다고 하면서….”

    ▼ 대학을 안 갈 생각이었나요.

    “지금 생각하면 좀 어리석었지만 그때는 욕구, 욕망이 눈앞을 가려 그림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근데 저희 학교는 그걸 용납하지 않아요. 예고생은 무조건 미대를 가야 해요. 미대가 싫으면 미술교육이라도 전공해야 하는데 전 당시 영어학과나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우겼어요. 부모님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된다며 뜯어말렸죠. 부모님 뜻이 완강해 미대를 가긴 갔어요. 1학기만 다녀보고 결정하자는 생각으로요. 근데 이미 마음이 떠서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 TV로 볼 때와 직접 연기를 해보니 여러모로 다르지 않던가요.

    “작품에 들어가면 밤낮이 바뀌고 밀린 과제하듯 촬영이 진행되니 힘들죠. 그렇다고 연기생활에 회의가 든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다만 1년을 쉬고 2010년 말에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연기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을 느끼게 됐어요. 공백기 1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 공백기를 가진 게 전화위복이 됐나요.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죠. 쉬는 동안 드라마를 안 봤어요. 보면 열 받으니까요. 그만큼 연기에 대한 갈증을 심하게 느꼈고, 연기를 다시 하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다짐 같은 것을 했죠. 그전에는 연기하는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했어요. 연기 욕심이 없어 보인다는 말도 들었고요. 근데 저한테도 연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라 저 자신도 몰랐는데 쉬다 보니 내 속에 얼마나 많은 욕구와 욕망이 있는지가 보이더라고요. ‘배우로서 발전하기 위한 건전한 욕심이니까 이제는 좀 열정을 가지고 살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도 많이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보냈더니 일을 다시 했을 때 몸이 그것을 기억하더라고요. 힘들다가도 그 생각이 나면 기운이 거짓말처럼 솟구치고요.”

    ▼ 쉬는 동안 부모님도 속이 타셨겠네요.

    “생각보다 아빠가 의연하셔서 놀랐어요. 아빤 제가 잘되도, 집에서 쉴 때도 가타부타 말을 안 하세요. 엄마는 잘되면 무척 좋아하시고 안 되면 적당히 하라고 그러시고요.”

    ▼ 어머니가 스튜어디스 출신이라고 하던데 어머니를 닮았나요.

    “아빠를 닮았어요. 20대 때 사진을 보니 머리만 짧지, 저랑 똑같이 생겨서 좀 놀랐어요. 아빠가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세요. 조만간 아빠 모시고 건강검진 받으러 갈 거예요. 아빠가 하도 가기 싫어하셔서 제가 좀 떼를 썼어요. 무조건 가야 한다고요.”

    스무 살 넘어 경험한 첫사랑과 이별

    배우는 감성이 풍부하고 감정이입이 빠른 족속이다. 많은 연기자가 작품을 하는 도중이나 끝내고 난 후에도 극중 인물의 감정에 빠져 있는 건 그 때문이다. 2개월 전까지 ‘공주의 남자’에서 세령공주로 살았던 그녀는 어떨까.

    “작품을 하고 있을 땐 긴장의 끈을 못 놓죠. 그래서 친한 친구도 안 만나요. 감정이 흐트러지고 작품에 쏟아야 할 에너지가 분산되거든요. 친구들이 그걸 노여워하지 않고 작품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더라고요. 그렇다고 작품 속 감정을 일상으로 가져오진 않아요. 근데 ‘공주의 남자’ 끝나고는 좀 이상해요. 한 작품이 끝나면 시원하기만 했는데, 이번엔 김승유와 한 애틋한 사랑이 그리워요. 작품이 끝나면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 어떤 남자에게 끌리나요.

    “만나고 싶은 사람과 실제로 끌리는 사람이 달라요. 만나고 싶은 타입은 유쾌한 로맨티스트예요. 진지하고 성숙하면서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마음이 가는 건 이상형이 아니더라고요.”

    ▼ 외모는 안 보나요.

    “쌍꺼풀 진 거 싫어해요. 잘생긴 사람 싫어요. 아무 느낌이 없어요. 그렇다고 곰돌이 같은 형도 싫어요. 그냥 선하고 편안한 이미지가 좋아요.”

    ▼ 그동안 박신양, 이승기, 박시후, 박해일 등 여러 ‘훈남(훈훈한 남자)’을 상대역으로 만났는데 그중 이상형에 가장 가까웠던 인물은 누군가요.

    “극중 캐릭터로 보면 ‘최종병기 활’에서 박해일 선배가 연기한 남이 캐릭터가 가장 멋졌어요. 저의 친오빠 역할이었지만 이성으로 보면 동생을 구하려고 죽음도 불사하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는 모습이 남자답고 호탕해 보였어요.”

    ▼ 첫사랑을 언제 했나요.

    “스무 살 넘어서 했어요. 이쪽 친구가 아니고 일반인이었어요. 그 사람을 많이 좋아했어요. 태어나서 누구를 그렇게 좋아한 건 처음이었어요. 지금은 끝나서 기억으로 남아 있죠. 근데 사랑을 하는 건 나쁘지만은 않지만 이별할 때는 아프더라고요. 살면서 한번 그런 사랑을 한 것을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친구들은 저더러 첫사랑을 너무 늦게 했다고 놀려요.”

    ▼ 학교 친구들을 지금도 만나나요.

    “그럼요. 제일 친한 친구들이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에요. 한 명은 동양화, 다른 한 명은 서양화 전공인데 서양화 한 친구는 작가하려고 하고 다른 친구는 미술선생님이에요. 중학교 때 친구는 없어요. 동료 중에서는 ‘찬란한 유산’을 같이 한 한효주씨, ‘바람의 화원’으로 만난 문근영씨와 친해요. 그 둘은 동갑이고 제가 한 살 많은데 생일이 늦어서 동갑이나 마찬가지죠. 효주는 드라마 시작할 때부터 저하고 말을 놨고 친구하기로 했어요. 근영이는 꼭 언니라고 하고요.”

    ▼ 친구들과 만나면 뭐하나요.

    “그냥 밥 먹어요. 제가 커피를 안 마셔서 차 마시러는 안 가요. 커피 맛을 모르겠어요. 술, 담배, 커피, 다 안 해요. 중독돼 있는 게 없어요.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맛있는 거 먹으러 다녀요. 맛있는 집을 많이 알거든요.”

    ▼ 술도 즐기지 않나요.

    “원래 술을 못 마시고 싫어해서 술자리 가는 게 고역이에요. 가장 기분 좋은 주량이 막걸리 한 잔이에요. 딴 거는 못 마셔요. ‘최종병기 활’ 스태프와 배우들이 막걸리를 즐기기에 촬영 끝나고 종이컵에 한 잔 마셔보니 너무 맛있었어요. 대종상 신인상 받고 나서도 대표님과 막걸리를 한 잔 했는데 두 잔째에는 얼떨떨하더라고요.”

    영화학이나 연출 배우고 싶어

    인터뷰 도중 테이블에 놓인 차와 와플에 연신 손이 가는 그녀를 보니 이렇게 잘 먹는데 왜 살이 찌지 않는지 의아했다. 신장이 168㎝인데 몸무게가 48㎏이니 마네킹 몸매가 아닌가. 따로 다이어트를 하느냐고 묻자 그녀가 손사래를 친다.

    “무지 잘 먹는데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안 쪄요. 지금처럼 쉬고 있을 때는 하루에 일곱 끼도 먹어요. 밥도 배고프면 두 공기씩 먹고요. 하하하.”

    최근 어머니와 둘이서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후 그녀는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보고 있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6개월 내에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연말연초에는 행사가 많아 정신없이 보낼 것 같다”는 그에게 “KBS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공주의 남자’로 또 상을 받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물어봤다.

    “아직은 모르겠어요. 우리 팀에서 누가 상을 받더라도 진심으로 축하해줄 거예요.”

    ▼ 2011년에는 상복이 터졌는데 학교 다닐 때도 상을 많이 받았나요.

    “다 그림 상 아니면 독후감 상이에요. 글 쓰는 걸 무척 좋아하거든요. 그림은 공백기 1년 동안만 다시 그렸는데 글은 지금도 계속 쓰고 있어요. 장르를 정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쓰다보니 에세이 같은 형식이 되더라고요.”

    ▼ 대학은 휴학 중인가요.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했다가 아예 자퇴했어요.”

    ▼ 학업을 계속할 뜻이 없나요.

    “그렇진 않지만 일을 계속 바쁘게 하다 보면 대학 가기가 힘들겠죠. 너무 늦게 가고 싶지도 않고요. 만일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다시 대학에 가더라도 미술이나 연기를 전공할 생각은 없어요. 영화학이나 연출을 공부하고 싶어요.”

    ▼ 20대가 끝나기 전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 뭔가요.

    “거창한 꿈은 없어요. 내용도 좋고 흥이 나서 잘할 수 있는 영화를 만나는 것, 정말 짧은 커트머리 해보는 것 정도랄까요. 어릴 때부터 쇼트커트를 해보고 싶었는데 한 번도 못했어요. 지금은 머리를 이대로 둘 수밖에 없어요. 다음에 어떤 캐릭터를 맡을지 알 수 없으니까. 이참에 공개적으로 밝히는데 커트머리가 어울리는 캐릭터 좀 맡겨주세요. 제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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