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호

“해군-해병대 10만으로 늘려야 한다”

  • 이정훈 기자│hoon@donga.com

    입력2012-11-21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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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급변사태 때 청천강-원산만 동시 상륙해야
    • 육군화한 해병대, 상륙전 큰소리 쳐도 능력 의문
    • 해군 7만, 해병대 2만8000명으로 증강 주장 대두
    • 제해권 장악 위해 잠수함 30척, 구축함 20척 필요
    “해군-해병대 10만으로 늘려야 한다”

    2010년 인천상륙작전 60주년 기념행사(큰 사진). 유사시 해군과 해병대는 청천강과 원산만 동시 상륙을 성공시켜야 한다(작은 사진).

    한미연합군 사령관이 취임 후 가장 주의 깊게 점검하는 한국군 부대는 어디일까? 육군 특전사? 아니다. 해병대 1사단이다. 이유는? ‘최초의 공격군 부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6·25전쟁사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개전 직후 낙동강으로 몰렸던 한국군과 유엔군은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하면서 전세를 역전시켰다. 한미 해병대가 숨통을 터주자, 비로소 낙동강전선에 몰려 있던 육군이 전선을 돌파하며 전진했다.

    전쟁을 기획하는 사람들만큼 치밀하게 지정학(地政學)을 따지는 이들도 없을 것이다. 한반도는 남북으로 길쭉한 반도이기에, 한번 밀리면 지상군만으로는 전세를 역전시키기 어렵다. 상륙군으로, 밀고 내려와 ‘잔뜩 길어진’ 적의 중허리를 끊는 ‘훅(hook)’을 날려야 한다. 훅은 양쪽에서 동시에 날려야 효과가 커진다. 한반도에서 가장 잘록한 곳은 원산만에서 청천강 하구를 잇는 선이다. 그곳의 직선 길이는 국방개혁 2020으로 이루겠다고 했던 미래형 군단의 진격거리(작전종심)인 150km밖에 되지 않는다.

    북한의 선공(先攻)으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육군은 현 위치에서 막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서울을 지킬 수 있다. 이때 한미 해병대가 청천강과 원산만에 동시 상륙해 양쪽을 잇는 공세이전 작전을 성공시키면, 전선의 육군은 돌파구를 형성해 대대적인 반격작전을 하게 된다. 청천강으로 상륙한 해병대는 평양도 점령할 것이므로 인민군은 머리가 잘린 뱀처럼 몸부림치다 쓰러지는 것이다. 이 작전은 ‘조중(朝中)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에 따른 중국군의 참전을 막는 중요한 방법도 된다.

    그러나 6·25 때는 전세가 다급해 청천강이 아닌 인천에 상륙했다. 병력도 적어 ‘동시’가 아닌 ‘시차별’ 상륙작전을 폈다. 인천상륙 후 해병대 병력을 빼내 원산상륙을 시도했는데, 쾌속으로 진격한 한국 육군이 먼저 원산에 도착해 ‘충격과 공포’를 주는 상륙전 효과를 동해안에서는 거두지 못했다. 지정학적 조건은 그대로이고 역사는 반복되니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과 북한 급변사태를 준비하는 ‘우발계획 5029’에는 6·25 때 이루지 못한 꿈이 반영된다. 해병대는 여전히 최초 공격군이 돼야 하는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 때는 신속히 평양을 장악해 북한 지도부를 체포하고, 인민군 무장을 해제해야 한다. 미군은 북한 핵시설과 북한 핵 과학자 장악을 제일의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역시 청천강 상륙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새로 오는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 해병대 1사단의 상륙전 능력부터 점검한다.



    이러한 해병대를 이동시키고 밀어주는 것이 해군이다. 해군과 해병대는 한 세트로 움직이므로 국방개혁은 유사시 두 군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먼저 해병대부터 살펴보자.

    미 해병대 사단은 미 육군 사단보다 병력이 많다. 육군의 분대는 10명으로 구성되지만 해병대의 분대는 13명이다. 이유는 상륙전 때문이다. 과거의 상륙전은 좁은 해안에서만 시도됐기에 많은 희생을 낳았다. 분대 작전이 가능하려면 10명이 필요한데, 상륙전에서 3명이 희생될 수 있다고 보고 최초 분대원을 13명으로 구성한 것이다. 상륙에 성공한 해병대는 무조건 내륙으로 밀고 들어가 전과를 확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뒤에는 물, 앞에는 적’으로 막힌 절박한 상황에 빠져 궤멸할 수 있다.

    ‘고인 물’ 해병대

    그래서 해병대는 육군보다 더 많은 보급품과 더 좋은 기동장비를 갖춘다. 미 해병대는 전투기까지 갖고 있다. 적진에 상륙해도 공항이 없으니, 평지만 있으면 뜨고 내릴 수 있는 수직이착륙기 ‘해리어’가 필수다. 헬기도 다량 보유한다. 헬기는 상륙함을 타고 온 해병대원들을, 적 포탄이 떨어지기 힘든 먼 바다에서 태워 해안선 너머 안전한 곳에 강하시키는 ‘초수평선 상륙작전’을 수행한다. 그리고 해리어기와 함께 공지(空地)기동전을 펼친다. 기동전 능력은 미 해병대가 갖춰야 필수 분야다.

    이 때문에 미군은 해병대 사단+해병대 비행단+해병대 군수지원단을 묶어 가장 빠르게 상륙하고 가장 빠르게 돌격하는 원정군을 만들어놓았다. 미 해병대는 유사시 가장 먼저 출동하는 신속배치군, 다목적 대응군, 국가기동군이 된 것이다. 해병대를 소재로 ‘소수정예’를 뜻하는 ‘어 퓨 굿 맨(A few good man)’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한국 해병대도 ‘어 퓨 굿 맨’을 지향하는가.

    소수정예는 우수한 기동장비를 갖고 있어야 한다. 수도권에 포진한 육군 부대들은 K계열 국산 신무기로 무장해 있다. 그러나 해병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한 M계열 무기 일색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한국의 연간 국방비는 300억 달러 정도인데, 이 중 해병대 몫은 10억 달러 정도다. 여기에서 인건비와 운영비 등에 9억 달러가 소모되니 전력증강비로는 1억 달러만 할당된다.

    1억 달러는 F-15K 전투기 한 대나 이지스 구축함의 10%, K-2 흑표전차 12.5대를 살 수 있는 ‘껌값’이다. 이러니 한국 해병대는 “악으로 깡으로!”를 외치거나, 처연하게 “싸워서 이기고, 지면은 죽어라”는 가사의 군가를 부르는 것이다.

    1987년 해병대 사령부가 해군에서 독립했지만, 해병대는 해군을 통해 예산을 배정받아왔다. 해군은 자기 예산도 부족해서 헉헉대느라 해병대 예산 확보에 전력을 기울일 수 없었다. 이것이 해병대를 ‘찬밥’으로 만든 가장 큰 원인이다. 다행히도 올해 이 구도가 깨졌다. 해병대는 해군을 거치지 않고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바로 예산 배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된 것.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1조 원(약 10억 달러)을 넘긴 예산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간 배정된 예산이 적었다고 해서 무조건 해병대를 두둔할 수는 없다. 해병대에는 그들도 모르는 고질이 있기 때문이다. 전방의 육군 사단에선 연대를 돌려가며 고르게 최전방을 경험시킨다. 그러나 해병대는 고정 불변이다. 물도 고여 있으면 썩는데, 부대가 고정돼 있으면 복무 태만과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심리학자들은 그 유명한 해병대의 기합도 한번 배정되면 계속 같은 곳에서 근무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원인이 라고 분석한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부대를 일부 빼내, 상대의 뒤통수를 치는 기습을 해야 한다. 전투 중인 부대를 빼내는 것을 ‘접적이탈(接敵離脫)’이라고 한다. 일부 부대를 접적이탈시키면 나머지 부대가 맡아야 하는 전선이 늘어나기에, 전선 지휘관들은 접적이탈 명령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러한 접적이탈을 강행해 대승을 거둔 것이 인천상륙작전이다. 당시 접적이탈 대상 부대는 한국 육군의 17연대였다.

    해병대 2사단은 육군 사단처럼 김포-강화 지역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병대는 “육군 같았으면 2.5개 사단이 맡았어야 할 지역을 해병대는 한 개 사단으로 지킨다”며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이 자랑의 이면에 심각한 병폐가 숨어 있다. 맡은 지역이 너무 넓다보니 해병대 2사단은 예비부대 없이 모든 연대를 경계작전에 투입하고 있다. 백령도의 6여단과 연평도의 연평부대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고인 물 증후군이 발생하고, 육군보다도 더 지역에 고착돼버렸다.

    해병대 항공단 창설해야

    어렵겠지만 해병대 2사단은 2개 연대로 경계를 하고 1개 연대는 접적이탈 작전에 대비해 예비로 뽑아 상륙군 훈련을 시켜야 한다. 그리고 육군처럼 세 연대를 돌려가며 경계와 상륙을 모두 경험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해병대 1사단은 상륙군이라는 이유로 훈련 삼아 GOP 경계에 투입될 때를 제외하곤 아예 전선 경험을 하지 않고 있다. 중추 상륙군이라면 전선 경험이 많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문제는 해병대 1사단 예하 대대들을 2사단과 6여단, 연평부대 예하의 대대들과 교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지금 해병대에 꼭 필요한 것은 헬기 항공단 창설이다. 한국은 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개발한 데 이어 한국형 공격헬기를 개발하려고 한다. 이 헬기를 양산하면 해병대에도 제공해야 한다. 항공단 운영을 위해서는 2000명 정도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해병대는 오락가락한 국방개혁 덕분에 1000명을 증원받게 됐으니 이들을 활용해야 한다. 나머지 병력은 불필요한 조직에서 차출한다. 연평도 포격전 후 합참이 해병대 사령부를 중심으로 만들어준 서북도서방어사는 해병대조차 필요 없다고 하는 군더더기다.

    전쟁을 아는 사람들은 백령도와 연평도에 여단과 마이너스 연대라는 큰 병력을 배치한 것도 낭비 중의 낭비라고 지적한다. 섬 방어는 화력과 공군력, 해군력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으니 도서 방어 병력은 최소화하고 해병대 항공단 창설 요원으로 돌려야 한다. 이로써 공지기동 해병대를 만든다면, C4I 체제 확충이 필요하다. 여기에 투입할 요원도 서방사 해체와 도서부대 축소로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것이 ‘기간(基幹)편성’체제의 도입이다.

    기간편성이란 평시에는 장교와 부사관만으로 부대를 운영하다 유사시 동원된 사병을 입소시켜 큰 부대를 만드는 것이다. 기간편성을 가장 잘하는 것이 일본 자위대다. 자위대의 평시 병력은 23만도 되지 않지만 유사시 80만으로 늘어난다. 예산 확보와 기간편성은 해병대를 진짜 상륙군으로 만드는 두 바퀴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해군은 자기 필요에 의한 비전을 내놓았다. 그러나 앞으로의 비전은 해병대와 연계해 그려야 한다. 미래의 해병대를 그릴 수 있다면, 해군 비전은 더 명확히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해병대를 상륙군화하는 방안을 거론했지만, 한국 능력으로는 상당시간이 지나도 사단 규모의 해병대를 상륙시키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연대 규모의 해병대(연대상륙단)를 상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연대상륙단을 상륙시키는 데도 해군은 상당한 전력 증강을 필요로 한다.

    독도함 3척으로 늘려야

    한국 해군이 자랑하는 헬기탑재 대형상륙함(LPH)인 독도함은 대대상륙단을 간신히 태울 수 있는 규모다. 따라서 연대상륙단을 가동하려면 하루빨리 독도급을 3척으로 늘려야 한다. 독도함은 12~16대의 헬기를 실을 수 있으니 3척이 있으면 연대상륙단이 탈 헬기항공단도 얼추 싣는다. 해병대 상륙단이 전투를 치르며 상륙하는 것을 ‘돌격상륙’이라고 한다. 이로써 교두보가 확보돼 후속부대가 들어오는 것은 ‘행정상륙’이라고 한다.

    한 개의 연대상륙단이 돌격상륙에 성공하면, 해군은 재빨리 두 개의 연대상륙단을 행정상륙시켜, 해병대가 사단 규모로 진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해병대가 소모할 군수품을 교두보에 신속히 양륙(揚陸)하는 작전을 펼친다. 한반도 전구(戰區)는 좁기 때문에 해군이 신속히 기동하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사단급 상륙이라는 ‘초대형 훅’을 날릴 수 있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제해권 확보인데, 이는 뒤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고 같은 시각 반대편 해안으로 대대상륙단을 투입하는 ‘스몰 훅’을 날린다. 상륙함(LST)은 중대에 못미치는 병력과 장비를 싣기 때문에 스몰 훅을 날리려면 해군은 8척의 상륙함을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 해군은 4척의 상륙함을 갖고 있으니 두 배로 늘려야 한다. 대대상륙단이 돌격상륙에 성공하면 바로 2개의 대대상륙단을 행정상륙시켜 연대 규모의 해병대가 내륙으로 돌진하게 한다.

    양면(兩面)작전 강요는 적을 패주시키는 지름길이다. 그때 미 해군이 1개 해병대 원정군을 투입한다면 상황은 급속도로 유리해진다.

    한쪽에서는 미 해병대 원정군과 한국 해병대 대대상륙단(상륙 후 연대상륙단으로 확대), 다른 쪽에서는 한국 해병대 연대상륙단(상륙 후 사단으로 확대)이 상륙해 평양을 점령하고 양쪽을 이어버리면 한반도 위기는 중국군이 개입할 틈을 주지 않고 조기에 진압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한국 해병대는 한미연합을 강조한다. 전작권 전환 후에도 공군은 미 공군과 연합으로 작전하기로 했는데, 해병대도 같은 구도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적은 절대로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한국 해병대가 해군 상륙함을 타고 몰려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상륙함은 덩치는 큰데 속도는 느리고 방어장비는 미약하니 최고의 표적이 된다. 북한 잠수함정이 어뢰를 쏴 이들을 격침시킨다면 한국군 작전은 순식간에 엉켜버린다. 어디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는 것이다.

    적은 선제공격으로 더 큰 도발을 할 수 있다. 그들이 정한‘D-데이’이전에 상어급과 연어급 잠수함정을 한국의 큰 항구로 침투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어뢰를 쏴 항구로 들어오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초대형 유조선을 격침시키면, 모든 해운사는 한국행을 거부하게 된다. 항구로 들어오는 항로는 가라앉은 배로 막혀버리니 항구도 봉쇄한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고 한국민은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 한국은 상륙전 감행을 생각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30척 잠수함론

    이러한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먼저 북한의 잠수함정 기지를 봉쇄해야 한다. 우리의 잠수함이 먼저 침투해, 기지에서 나오는 북한 잠수함정을 격침시켜야 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이 작전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의 잠수함 수가 너무 적은 것이다.

    한국은 장보고급 9척, 손원일급 3척을 갖고 있으나, 북한은 70여 척의 잠수함정을 갖고 있다. 12척의 잠수함으로 70여 척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생각한 D-데이 이전에 기지 밖으로 나온 북한 잠수함정을 일일이 추적해야 하니 한국은 더 많은 잠수함을 확보해야 한다.

    다행히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군이 같은 판단을 하고 있어, 전단 규모인 잠수함 전력을 사령부급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장보고급 9척에 손원일급 9척으로 잠수함사령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해군 전략가들은 ‘잠수함 30척론’을 주장한다. 과거 한국은 돌고래급과 코스모스급의 작은 잠수정을 갖고 있었다. 연어급 사례에서 보듯, 이들은 UDT와 해군 첩보요원의 침투, 그리고 매복 작전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전략가들은 이것까지 의식해 30척 잠수함론을 주장한다.

    구축함 20척으로 기동함대 편성

    확실한 잠수함정 세력 확보로 수중 우세가 보장된 다음에는 소해전(掃海戰)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한국군의 상륙이 예상되면 적은 상륙 예상 해안에 기뢰를 깔 것이기 때문이다.

    소해전 능력이 구비되면, 전투함으로 상륙함 세력을 보호하며 거대한 상륙전을 준비한다. 한국군이 소해작전을 완료하면 적은 해안포와 지대함미사일, 공군기로 상륙군을 막으려 한다. 미 해군은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거대한 함대를 사용한다. 항모에서 이함(離艦)한 해군 전폭기와 상륙모함에서 이함한 해병대의 수직이착륙기, 구축함과 잠수함에서 발사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로 적기와 적 공군기지, 적 미사일 기지, 포대를 초토화한 후 해병대를 상륙시키는 것이다. 바다에서 지상으로 압도해 들어가는 이 작전을, 미 해군은 ‘From the Sea(바다로부터)’ 전략으로 부르고 있다.

    한국 해군은 이러한 능력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한미 연합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자 한다. 이지스 구축함과 한국형 구축함 등으로 구성된 기동함대를 만들어 제해권을 갖는 것이다. 이 구축함에는 한국형 토마호크인 ‘현무-3’ 순항미사일이 탑재된다. 현무-3의 사거리는 500km가 넘으니 머나먼 바다에서 적 해안과 전력 거점을 초토화할 수 있다.

    연대전투단이 탑승한 상륙함정을 보호하며 돌격상륙을 성공시키려면 20척의 구축함으로 구성된 기동함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3분의 1인 기동전단만 있다. 한국형 From the Sea를 구사하려면 전투함과 잠수함 세력을 3배 정도 키워야 하는 것이다.

    국방개혁 2020과 307은 해군 병력을 줄이지 않았다. 이는 해군을 위한 배려 같지만 현실과는 맞지 않다. 대양해군을 외치기 전 한국 해군에서 가장 큰 전투함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하다 넘겨준 2500t급 구축함(DD)이었다. 그러나 지금 가장 큰 전투함은 7500t이 넘는 이지스구축함이다. 2차 한국형 구축함은 4500t이고, 상륙함인 독도함은 1만6000여 t에 달한다. 과거에는 잠수함이 없었으나 지금은 많아졌다.

    큰 함정은 당연히 많은 승조원을 필요로 한다. 없었던 잠수함을 도입했으니 잠수함 승조요원을 새로 편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병력이 늘어났어야 하는데 해군병력은 30여 년간 4만 명으로 요지부동이다. 병력을 늘려주지 않자 해군의 ‘해병대 파먹기’ 현상이 일어났다.

    해군의 해병대 잠식 심각

    해군은 P-3C 초계기와 구축함 등에 탑재하는 헬기 등 상당한 항공기를 운용하기 위해 6전단을 갖고 있다. 6전단은 해군이 해병대에서 ‘빼앗아’온 것이다. 1973년 해군에 합병될 때 해병대는 해군에는 없는 항공단을 갖고 있었다. 해군은 항공의 필요성을 절감했기에 해병대 항공단을 토대로 6전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1987년 해병대가 해군에서 독립할 때, 6전단을 잡아놓았다. 이 때문에 해군과 해병대는 지금도 항공단 문제를 놓고 날선 대립을 한다.

    상륙전을 하려면 많은 연습을 해야 한다. 상륙은 함정에서부터 시작되므로 해군은 해병대와 함께 상륙훈련단(NATU)을 만든 뒤 상륙군과 장비를 태우고 싣는 훈련을 반복했다. 그런데 해병대가 독립하고 해군은 인력부족으로 고통받게 되자, 해군은 이 부대를 없애버렸다. 과장해서 말하면 그 후 해군과 해병대는 말로만 상륙훈련을 하게 된 것이다.

    상륙한 해병대가 필요로 하는 군수품은 해군이 보급해줘야 한다. 배로 싣고 온 물품을 육지에 풀어놓기 위해 해군은 ‘해안단’을 운영해왔으나, 지금은 같은 이유로 없애버렸다. 그래서 뿌리가 같은 해군과 해병대는 사사건건 충돌한다.

    해군의 병력 부족은 너무 심각하다. 최근 최윤희 해군 총장은 3400명 증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국방부와 합참은 병력 감축을 대세로 보고 있기에 이를 들어줄 뜻이 없다. 그러나 해군 처지에서 3400명은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마찬가지여서 답답해한다. 해군은 장비를 다루는 기술군이기 때문에에 육군이나 해병대처럼 기간편성을 할 수도 없다.

    해군은 4만 명인 병력을 공군 수준(6만 5000여 명)으로 늘리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국방개혁 2020을 추진한 노무현 정부 때의 국방부 장관은 손원일 이후 첫 해군 출신인 윤광웅 씨였다. 윤 장관이 해군 병력 문제를 해결해줬어야 했다. 공군은 공군 출신인 이양호 씨가 국방부장관을 할 때 육군의 방공포병을 넘겨받아 세력을 키웠다”며 아쉬워한다.

    해군과 자주 다투는 해병대도 해군의 병력 증강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해병대 대령 출신의 김현기 박사는 “해군 병력의 증강 없는 해군력 확충은 해군에 대단한 무리를 가져온다. 정부는 통일을 내다보며 해군 병력을 7만으로 증강해야 한다. 향후 국방개혁은 해군 7만에 해병대 2만8000명인, 해군·해병대 10만 양병론을 지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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