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호

태극기를 세계로! 지구촌 누빈 ‘꼬마 애국자’

리틀엔젤스 창단 50주년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입력2012-11-21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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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2년부터 세계 각지서 6000회 공연
    • 발레리나 강수진 문훈숙, 소프라노 신영옥 등 예술인 배출
    • 6·25 참전 22개국서 ‘보은 공연’ 외교도 톡톡
    태극기를 세계로! 지구촌 누빈 ‘꼬마 애국자’

    리틀엔젤스의 부채춤 공연.

    목소리가 곱다. 옷매무새가 단정하다. 가야금 타는 손이 가지런하다. 한복 입고 춤추는 모습이 귀엽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1년 세계 순회공연을 다녀온 리틀엔젤스예술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이렇게 말했다.

    “돈이 없고 가난한 것은 죄가 아니다. 진짜 가난한 것은 역사와 문화가 없는 것이다. 어린 천사들은 전 세계를 돌면서 대한민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꼬마 애국자다.”

    “한류의 까마득한 원조”

    리틀엔젤스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주최 한국문화재단)이 11월 7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태극기를 세계로, 기적의 50년’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리틀엔젤스는 이날 ‘화관무’ ‘북춤’ ‘가야금병창’ ‘부채춤’ 꼭두각시’ 등 다채로운 전통 공연을 선보였다. 리틀엔젤스 출신의 소프라노 신영옥 씨(미국 메트로폴리탄오페라단 프리마돈나)도 특별출연해 ‘광란의 아리아’를 불렀다. 사회는 KBS 박은영 아나운서가 맡았다. 박 아나운서는 1989년부터 7년간 리틀엔젤스 단원으로 활동했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리틀엔젤스는 그동안 민간 외교사절로서 구실했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예술인을 탄생시켜왔다. 세계적 소프라노 신영옥, 대한민국 최고의 전통문화 계승자 김덕수, 유니버설발레단 단장 문훈숙 등 걸출한 동문을 배출했으며 대학교수, 안무가, 미스코리아, 배우 등 다방면에서 문화예술계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축사했다.

    박보희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은 “리틀엔젤스는 한류의 까마득한 원조다. 50년 동안 수많은 공연으로 아름다운 문화의 나라, 대한민국을 알려왔다”고 자랑했다. 박은영 아나운서는 “20년 전 창단 30주년 축하무대에 올라 공연한 기억이 생생하다. 벌써 20년이 흘렀다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굉장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리틀엔젤스 출신으로 이날 관람석에서 후배들의 공연을 지켜본 배우 황정음 씨는 “땀 흘리며 연습하고 언니, 동생들과 해외 공연을 다니면서 재미있는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리틀엔젤스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며 마음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 강수진도 어린 시절 리틀엔젤스에서 무용 재능을 키웠다. 홍경희 전북도립무용단장, 남기문 국립국악원 사물놀이 대표, 신명숙 대진대 무용예술학부장, 곽은아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교수, 전은자 성균관대 무용학과 교수, 김운미 한양대 무용학과 교수, 전유오 서원대 무용과 교수, 심숙경 국립국악원 무용단 안무자, 이노연 부산시립무용단 수석안무자, 탤런트 박한별 등도 리틀엔젤스 출신이다.

    태극기를 세계로! 지구촌 누빈 ‘꼬마 애국자’
    은혜 잊지 않는 천사

    리틀엔젤스는 1962년 5월 ‘태극기를 세계로!’를 모토로 창단돼 50년간 60여 개국을 돌면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공연을 펼쳐왔다. 70여 차례에 걸쳐 세계를 순회하면서 6000회 넘는 공연을 했다.

    첫 해외공연은 1965년 9월 미국 게티스버그에서 열렸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을 위한 특별공연이었다.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하늘의 천사가 너희 작은 천사 때문에 무색하게 되었구나”라고 경탄했다. 뉴욕타임스는 “경이적인 무용단(a phenomenal company)”이라고 극찬했다.

    1971년 아시아 공연단체로는 처음으로 영국 여왕 어전(御殿)에서 공연했다. 당시 영국 언론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왕실의 전례를 깨고 친히 전 단원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이듬해 프랑스 국영방송은 1972년 ‘최우수 쇼’로 리틀엔젤스의 공연을 선정했다.

    리틀엔젤스는 1998년 5월 민간 예술단체로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평양에서 공연했다. 김용순 당시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통일을 지향하는 시초를 리틀엔젤스가 열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3년 뒤인 2001년 5월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을 서울에 보내 화답했다.

    리틀엔젤스의 어린이들은 6·25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이한 2010년 6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유엔군으로 참전한 22개국을 순방하면서 보은행사를 펼쳤다. ‘은혜를 잊지 않는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면서 외교사절단 역할을 한 것.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참전국 주재 한국 외교관들이 리틀엔젤스의 하룻밤 공연이 수년간의 외교 성과보다 더 큰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극찬하더라. 참전용사들은 전쟁 때 배고픔에 울던 아이들 생각으로 늘 마음이 아팠는데, 생기 넘치는 어린이들을 보니 악몽이 사라졌다면서 감격했다. 리틀엔젤스가 ‘도움 받던 나라에서 은혜 갚는 나라’로 거듭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심어줬다”고 말했다.

    리틀엔젤스는 “마음이 고와야 춤이 곱다. 마음이 고와야 노래가 곱다. 마음이 고와야 얼굴도 곱다”고 단원에게 강조한다. 참다운 미는 내적 아름다움에서 발현한다는 것. 보릿고개가 버겁던 시절 각지를 돌면서 공연한 ‘꼬마 애국자’의 후배들은 ‘은혜를 잊지 않는 나라의 천사’가 돼 6·25전쟁 참전용사들을 감동시켰다.

    태극기를 세계로! 지구촌 누빈 ‘꼬마 애국자’

    1 1971년 청와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2 1971년 영국 왕실 어전 공연 3 2011년 유엔본부 공연 4 1965년 드와이츠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위한 미국 공연 5 1998년 평양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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