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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親生추정 관련 ‘진짜 아빠’ 소송 급증

아내가 외도로 낳은 아이 결혼 속인 동거녀가 낳은 아이의 親父는?

  • 박은경 |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민법 親生추정 관련 ‘진짜 아빠’ 소송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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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생자 소송 4년 새 2배 급증

민법 親生추정 관련 ‘진짜 아빠’ 소송 급증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개최한 ‘친생추정조항의 문제점 및 개정방향’심포지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친생추정 조항과 관련한 상담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2007년 31건, 2008년 70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9년 340건, 2010년 493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22건이었다. 대법원 사법연감을 봐도 ‘친생자관계존부확인 또는 친생부인’에 대한 소송 건수는 2003년 2292건에서 2007년 2734건으로 증가했고, 2011년에는 5050건을 기록해 4년 만에 2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은 친생자관계를 판결로써 소멸시키거나 새로운 친생자관계를 발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으로, 친생부인 소송과는 다르지만 친생추정 조항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 사망 뒤 상속 문제로 갈등을 빚는 형제들이 아버지의 법률상 친자를 대상으로 ‘친생자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임신 기간 부부가 동거하지 않은 경우 친생추정의 예외가 적용될 수 있어 아이에 대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사례도 있다.

친생추정 조항 관련 상담이나 소송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뭘까. 이명숙 변호사는 “사회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적으로 개방되면서 남녀 모두 외도가 많아졌다. 또 이혼이 과거보다 쉬워지고 이혼 남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줄어들어 혼인 외 자녀를 출생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만 낳아 기르려는 사람이 생기면서 ‘결혼=임신·출산’이라는 등식이 깨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과거에는 생부가 ‘혼인 외 자’를 ‘모(母) 미상’으로 자신의 호적에 올릴 수 있었지만, 가족관계등록부를 보다 철저하게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족관계법이 개정되면서 혼인 외 자녀를 낳은 사람이 법망을 피해갈 길이 막힌 것도 관련 상담과 소송이 늘어난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대법원은 친생추정 조항에 관한 흥미로운 판결을 내놨다. 남편과 이혼하기 전 외도로 아이를 낳은 H씨가, 이 아이를 이혼 뒤 태어난 것으로 허위 출생신고를 한 뒤, 다시 가족관계등록부상 아이의 생년월일을 실제 출생날짜로 정정해줄 것을 청구한 소송에서다. 원심은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을 허가할 경우 친생추정 조항으로 인해 이 아이가 전남편의 자녀가 되므로 재판을 통해 친생추정을 번복한 후에야 정정을 허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가족관계등록부의 출생연월일 정정은 민법의 친생추정 조항과는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원심결정을 파기했다. 이에 대해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현소혜 교수는 “H씨는 혼인 중 태어난 자녀를 이혼 후 출생한 것처럼 꾸며 친생추정을 벗어났는데, 이것을 정의롭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의 결정이 향후 비슷한 사례에서 악용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친생추정 조항 관련 소송이 증가하고 편법 사례까지 발생하자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지난 10월 중순 ‘친생추정 조항의 문제점 및 개정방향’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에 대해 조경애 부장은 “조심스럽고 민감한 주제라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토론에 참석한 서울가정법원 박종택 부장판사도 “이 문제와 관련된 나의 발언은 사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 입장”임을 강조하면서 “현재 우리 법원은 장기간의 별거나 부부 일방의 해외 장기체류 등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친생추정을 배제하고 있다.



법률상 아빠 VS 진짜 아빠

이는 법으로 명시된 게 아니라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라 법적으로 불안정적이다. 법 개정을 통해 예외 조항을 법 테두리 안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판사는 또 “친생추정 조항의 원래 목적은 자(子)의 복리와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데 있다. 근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별거 등으로 가정의 화목이 깨진 상태에서 모(母)와 자녀가 생부와 함께 살고 있는 경우라면 출생신고와 함께 생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아이를 등재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모의 잠깐 실수로 자녀가 태어났고 남편과 계속 살면서 가정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라면 아이는 지금처럼 남편의 법률상 친자로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다만 이때는 생부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 등으로 가정을 깨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향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현소혜 서강대 교수는 “현행법에서처럼 ‘법률상 친부’를 강제하거나 생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아이를 등재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아이의 피해를 막기 위해 출생신고 시 ‘부(父) 미정’으로 한 뒤 유전자 검사 등 확실한 방법을 통해 남편의 자녀가 아닌 걸로 판명되면 어머니의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외 자’로 올리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부 미정 출생신고’에 대해 이명숙 변호사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아버지를 정하지 않은 채 혼외 자로 출생신고를 하거나 소송을 통해 생부 쪽 혼외 자로 올리면 그 내용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고스란히 기록된다. 그럼 나중에 아이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법원 판단을 통해 아이를 바로 생부의 아들로 출생신고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주최 토론회 참석자들이 공감대를 이룬 것은 “현재 친생추정 조항에 문제가 있다”는 점과 “법 개정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었다. 현 교수는 “다른 남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출산한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신고 문제 등 갖가지 복잡한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동안은 ‘법률상 아빠’와 ‘진짜 아빠’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과 혼란이 지속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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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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