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호

실전 재테크

부동산 ‘몰빵’ 가장들에게 고함

미국 주식, 정크본드에 투자하라!

  • 입력2018-03-0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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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호화폐 열풍은 우리 사회의 ‘고위험·고수익 추구’ 심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이런 투자는 결국 지속적으로 돈을 잃는 전략일 뿐이다. 다시 ‘투자의 기본’에 충실할 때다. 미국 정크본드는 부동산에 치중된 한국인 투자 성향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올해 초 2000만 원을 훌쩍 넘었던 1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2월 3일, 이른바 ‘검은 금요일’에는 80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사람들 관심이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의 아주 짧은 시간에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3년 전, 암호화폐가 아주 싼값에 거래되던 시절은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아주 소수만이 암호화폐에 관심이 있었고, 거래량도 많지 않았다. 따라서 폭락하든 폭등하든 소수의 문제였다. 그러나 2017년 하반기부터는 달랐다. 검색건수의 폭발적인 증가가 시사하듯, 거래량도 폭발했고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물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치가 다시 바닥을 치고 올라가며 손실을 회복해줄지도 모른다. 다만 현재 상황만 본다면 암호화폐 폭락 사태는 생각보다 후유증이 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터넷 노출도가 높고 또래집단행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 2030세대의 피해가 컸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부동산과 암호화폐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왜 한국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이런 종류의 상품에 관심이 뜨거울까. 2000년대 중반 한국 사회를 들었다 놓은 ‘바다이야기’ 사건은 말할 것도 없고, 로또를 비롯한 복권을 사려는 사람이 지금도 줄짓는다. 

    이코노미스트로서 한국 사람들이 도박이나 복권 등 ‘한 방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성향이 강한 이유를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바로 ‘부동산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한국 가계의 자산 구성을 보면, 가장의 나이가 많은 적든 부동산 비중이 압도적이다. 예를 들어 30대 가구주의 평균 자산 2억 9000만 원 중에서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64.3%인 1억 8000만 원에 달한다. 60대 이상 가구주 역시 3억 9000만 원의 평균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81%에 달한다. 직업군으로 나눠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근로자들은 전체 자산의 71%를 실물 자산에 투자하고 있고, 자영업자들도 78%를 부동산에 투입하고 있다. 결국 한국 사람들은 부동산을 가장 선호하고 이외의 자산은 부차적인 대상에 불과하다.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은 것과 복권이나 암호화폐를 좋아하는 것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연관은 바로 ‘조급함’에 있다. 부동산은 싸지 않다. 2018년 1월 현재, 전국의 중위 주택 가격은 3억569만 원이다. 여기서 ‘중위’란 우리나라의 주택을 가격 순서로 1등부터 2300만 등까지 줄을 세웠을 때, 맨 가운데 위치한 집의 가격을 의미한다.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중위 가격은 더 비싸 3억 2659만 원에 달한다. 서울의 중위 아파트 가격은 7억 500만 원에 달한다. 

    결국 서울의 평균 아파트를 매입하고 싶으면 최소 7억 원의 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정도 돈은 부자아빠를 둔 운 좋은 사람이 아닌 한 단번에 마련하기 힘들다. 특히 최근처럼 정부가 LTV(주택담보대출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에 나서며 은행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리는 것을 막을 때에는 ‘서울 아파트’는 사막의 신기루처럼 멀어진 꿈에 불과하다.

    지속적으로 돈을 잃는 전략

    이런 현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행 예금에 눈을 돌린다. 목돈을 만들기 좋기 때문이다. 이 돈으로 아파트를 청약하거나 혹은 매입하는 종잣돈으로 불릴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데 예금 금리는 끝없이 떨어져, 이제 1억 원을 예금해봐야 세금 떼고 나면 1년 이자가 100만 원 남짓할 뿐이다. 예금의 대안으로 주식이 있지만, 2008년의 트라우마가 발목을 잡는다.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펀드가 반 토막 난 기억이 선명하다. 

    결국 상당수 투자자의 재테크는 극단을 치닫게 된다.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이나 전세보증금) 및 은행 예금에 투입하는 한편, 극히 일부의 돈을 테마주나 비트코인처럼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선택을 한다. 어떻게 보면 꽤 합리적이다.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운이 따르기만 하면 10배, 20배의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돈을 날릴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대신 인생을 건 베팅이 아닌 수준의 돈이라면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엔 한 가지 약점이 있다. 그것은 지속적으로 돈을 잃는 전략이라는 점이다. 이번 비트코인 사태에서도 경험했지만, 바닥에서 사서 고가에 팔고 나온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때에야 비로소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시작했다, 얼마 벌지도 못한 상태에서 가격 폭락을 경험한 사람이 대부분 아닌가. 설령 돈을 벌었다 해도 마찬가지다. 5년 전 혹은 10년 전에 투자를 시작해서 몇 백 혹은 몇 천 배의 이익을 거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선호 지역 주택 구입의 소망을 이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익에 그칠 뿐이다. 그리고 이 성과에 도취해 또 다른 고위험 상품에 투자했다, 원금을 잃어버리고 나면 친구들에게 호기롭게 쓴 카드빚만 손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재테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서울에 아파트 한 채라도 마련하고 싶다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저금리 시대 투자법

    물론 ‘금리가 1% 남짓에 불과한데, 어떻게 돈을 모으라는 이야기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좁은 시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은행 예금만 봐서 답이 없다면, 과거에 높은 수익을 기록한 대안, 주식과 해외 투자에 대해 한번 고민해보자는 이야기다. 일단 두 자산 투자의 위험은 잠깐 미뤄두고, 복리 효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여기서 복리 효과란 ‘이자가 이자를 낳는’ 투자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자산의 수익률이 매년 7.2%를 꾸준히 기록한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에 100만 원을 투자한다면 10년 뒤에는 얼마가 될까? 200만 4000원이 된다. 투자 후 1년이 지난 다음에는 107만 2000원이지만, 2년 차에는 ‘이자가 이자를 낳기’ 때문에 114만 9000원으로 불어난다. 3년 차에는 123만 2000원, 4년 차는 132만 원. 이런 식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셈이다. 투자한 원금이 4배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수익률 3.6%면 39년이 걸리지만 7.2%면 20년으로 줄어든다. 14.4%인 경우 10년 만에 자산 규모를 4배로 키울 수 있다. 

    물론 3.6% 수익이나 7.2% 수익, 더 나아가 14.4% 수익을 매년 올리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선진국의 문턱을 밟기 시작한 1987년 이후 한국 주요 자산의 수익률은 꽤 높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예를 들어 한국 주식의 28년간 연평균 복리 수익률은 5.8%, 그리고 서울 강남아파트에 투자했다면 6.3%에 이른다. 특히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대략 절반 정도의 은행 빚을 이용하며, 주식은 배당을 지급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수익률은 이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2008년 같은 주가 폭락사태가 발생하면 그간 모은 돈이 한순간에 반 토막 나는데, 너무 무책임한 일 아니냐”는 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주식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다른 자산, 즉 해외 자산을 추가함으로써 주가 폭락의 위험을 효율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그림1>은 이런 관계를 잘 보여준다. 한국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수익률이 매우 높은 자산이지만 환율이 급등하는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될 때에는 폭락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환율과 주가(아파트)의 변화 방향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

    상식적으로는 환율이 상승할 때 가격경쟁력이 개선되고, 개선된 가격경쟁력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할 것 같은데 현실은 정반대인 셈이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환율의 하락 원인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한국의 환율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 방향이다. 예를 들어 환율이 18.7% 급등한 2008년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무려 33조 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반면 환율이 9.4% 하락한 2010년 외국인은 19조 원의 주식 순매수를 기록했다. 즉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입하면 환율이 떨어지고, 반대로 주식을 매도할 때 환율이 상승한다. 

    그럼 외국인은 어떨 때 한국 주식을 매수할까? 외국인들도 한국 투자자들과 주식 투자할 때의 마음은 똑같다. 그들도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해서 성과를 내기 바라며, 글로벌 경기가 좋을 때 한국 기업 실적이 좋아진다는 것을 잘 안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2011년처럼 한국 기업 실적이 악화될 때 대규모 매도(10조 3000억 원)로 대응하며, 반대로 2017년처럼 기업 이익이 크게 늘어날 때 매수한다. 다시 말해, 외국인은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수출기업의 실적에 매우 민감하다. 수출기업 실적이 좋을 때 주식을 매수하기에 환율이 떨어지는 반면, 기업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될 때에는 주식을 매도하며 이 결과 환율이 상승한다. 

    물론 예외 없는 법칙은 없는 법. 2014년처럼 이익이 줄어드는 시기에 순매수를 기록하는 경우도 간혹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가 수출기업의 이익 전망에 점점 민감해지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최근의 환율 하락을 ‘기업 실적 악화’의 신호로 해석하기보다, 오히려 수출기업, 더 나아가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확산된 결과로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볼 때, 달러 자산은 한국인에게 최적의 분산 투자 대상으로 판단된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주식시장이 부진할 때마다 환율이 상승해 ‘환차익’을 제공하며, 반대로 경기가 좋을 때에는 환율이 떨어져 평가손이 발생하는 대신 주식이나 부동산 등 한국 자산의 가격 상승이 이 손실을 벌충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달러 자산에 투자할까?

    주 : 2002~2016년의 연간 자산별 수익률(전년 동기 대비)의 상관계수 값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ECOS), 블룸버그]

    주 : 2002~2016년의 연간 자산별 수익률(전년 동기 대비)의 상관계수 값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ECOS), 블룸버그]

    [출처 : ETFdb.com]

    [출처 : ETFdb.com]

    한국 가계의 전체 자산 중 70% 이상이 부동산에 투자되어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과 상관관계가 마이너스인 자산을 찾는 게 급선무다. 이 대목에서 조금 첨언하자면, 상관계수란 두 자산의 변화 방향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예를 들어 상관계수가 +1이라면, 두 자산의 변화 방향이 완전히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자산은 ‘보험’ 역할을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 대상으로 실격이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운, 다시 말해 자산가격의 변화 방향이 반대인 자산에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 아파트와 마이너스의 상관계수를 기록하는 자산은 어떤 게 있을까? <표1>에서 달러/원 환율과 미국 주식(S&P500) 그리고 정크본드(Junk Bond)가 마이너스의 상관계수를 기록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한국 사람에게 미국 주식이나 정크본드가 투자 대상으로 적합하다. 정크본드란, 말 그대로 투자 부적격 등급의 채권을 의미한다. S&P나 무디스 같은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들은 각 기업의 부도 확률을 예측해, 다양한 신용등급을 부여하는데, BBB- 미만의 등급을 받은 채권이 정크본드다.
     
    이제 과거 수익률 흐름을 살펴보자. 상관계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자산 중에서 수익률이 높은 자산을 투자 대상으로 고르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2002년 이후 세계 주요 자산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한국 주식이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고, 그다음은 미국 정크본드(7.1%)였다. 미국 주식은 3.6%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한국의 투자자들은 미국 정크본드, 그리고 한국의 주식과 아파트 등에 분산투자함으로써 고수익은 물론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도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할 수 있다. 

    끝으로 몇 가지 투자 대안을 소개할까 한다. 첫째 대안은 한국 부동산 80%와 미국 주식 20%의 짝으로, 전형적인 중위험/중수익 포트폴리오다. 이 포트폴리오에 투자했을 때, 과거 20년의 수익률은 4.6%에 이르는 반면, 투자의 위험(=수익률 표준편차)은 아파트에 100% 투자했을 때(9%)보다 훨씬 낮은 6.6%에 불과하다. 이미 주택을 보유한 4050투자자에게 노후 대비용으로 아주 좋은 투자의 대안이 될 것이다. 

    둘째 대안은 아파트를 장만하지 못한 2030세대에게 적합한 것으로, 미국 정크본드와 한국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다. 정크본드처럼 위험한 채권에 투자하라고 권하는 이유는 단 하나, 수익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만일 1987년 말 미국 투기등급 채권에 100달러를 투자했다면, 2016년에는 921달러로 불어났을 것이다. 이런 놀라운 수익률에 더해 한 가지 이점이 더 있으니, ‘달러 자산’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 정크본드에 70%, 한국 주식에 30%를 투자했다면, 2008년조차 5.9%의 성과를 기록했을 것이다.

    정크본드 투자의 한 가지 난점

    정크본드 투자에는 한 가지 난점이 있다. 한국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이하 ‘ETF’)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 정크본드 ETF를 매수하는 수밖에 없다. <표2>는 미국 정크본드(및 글로벌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ETF 리스트인데, 모두 이름에 ‘High Yield’라고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정크본드라는 이름 대신 ‘High Yield’를 붙이는 이유는 마케팅 목적에 있다. 고수익채권(High Yield Bond)이라는 명칭은 어감도 좋고, 투자자의 거부감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포장을 잘한다 해도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특히 2008년 같은 위기가 찾아오면 정크본드의 수익률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매해 지급되는 정크본드의 이자, 그리고 환율의 변화가 가져올 ‘방어 효과’를 믿고 견디는 수밖에. 다행히 로또 같은 복권에 비해, ‘정크본드+국내 주식’ 조합의 수익 기대값이 양수라는 것. 그것도 아주 큰 폭의 양수라는 것을 믿고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면 ‘복리의 효과’를 얼마든지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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