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호

안보秘史

탄핵에 가린 박근혜 북핵폐기전략

수구로 몰린 남재준, 한미일 안보공조 이끌다

  •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

    입력2019-02-07 08: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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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핵과 강군몽 본질은 군사 문제

    • 文정부, 잘못된 위기진단 안보참사 자초

    • 운전자론 버리고 북핵폐기전략 집중해야

    • 비서실·안보실·외교국방라인 물갈이 불가피

    • 한미동맹 전문가 긴급 수혈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2월 12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비무장지대 내 시범철수 감시초소에 대한 남북 상호검증 진행 경과를 보고받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2월 12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비무장지대 내 시범철수 감시초소에 대한 남북 상호검증 진행 경과를 보고받고 있다. [뉴시스]

    정치의 기본은 국태민안(國泰民安)이다. 민생(民生)과 국방(國防)이 든든해야 한다. 정쟁은 국가의 화근이다. 위협에 둔감한 정치는 정쟁에 빠져 민생과 국방을 무너뜨린다. 정치는 외부 위협에 민감해야 한다. 공동체에 가해지는 위협을 감지해야 대비책이 나온다.



    대통령의 정세관과 국가안보

    지난해 11월 30일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 때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까지 현재의 제재 유지”를 선언했다. 비핵화 이전 대북제재 완화를 전제로 한 ‘한반도 운전자론’이 국제사회 및 미국에 의해 최종적으로 거부된 것이다. 또한 한국이 미국·일본·인도가 참여한 3자 정상회담에서 제외된 것은 외교·안보 참사로 기록될 것이다.

    국제정치 및 군사 동향에 대한 대통령의 정세관은 국가 안보의 핵심이다. 국가에 가해지는 외부 위협에 대한 대통령의 분석과 전망인 정세관은 위기관리의 골격인 동맹 정책, 군사 정책, 군사력 건설의 근간이다. 대통령의 정세관은 국민, 정치권 및 언론, 우방국 및 국제사회와 공감을 이뤄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은 북핵 위기와 함께 미중 간 패권경쟁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시기다. 특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한국의 노선에 위기가 다가왔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공약한 박 전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불가피했다. 미국은 한일관계 정상화와 함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문제에 대한 한국의 지지를 요구했다. 반면 중국은 이 문제에서 한국의 중립을 원했다.



    ‘안보秘史’가 총론 격인 1회 이후 5개월에 걸쳐 다룰 ‘2013~2017년 한반도 전쟁사(戰爭史)’는 △전작권 전쟁 △사드 전쟁 △무인기 전쟁 △8·4 포격전쟁 △남중국해 전쟁으로 구성돼 있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경제·핵무력 병진노선’과 ‘중국의 강군몽’이라는 위협에 대응하고자 ‘싸운’ 다섯 개의 전쟁이다. 그중 전작권 전환 유보와 사드 배치 결정은 김정은의 통일대전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데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북한·중국과의 전쟁보다 더 치열한 정쟁(政爭), 즉 내전(內戰)을 치렀다.


    혼돈의 국제질서 : 하이브리드 전쟁時代

    한중 간 사드와 남중국해 문제로 인한 충돌은 박근혜와 시진핑 간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복합전쟁)이었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지구촌·사이버 시대에서 수행되는 총력전을 의미한다. 총력전은 전쟁 목적을 달성하고자 국가가 가진 모든 힘을 기울여 수행하는 현대적인 전쟁 개념이다. 냉전 시대 이전 특히 제1차 및 제2차 세계대전에서 극에 달한 전쟁 양상이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이러한 총력전에 가속화되는 지구촌·사이버 시대의 특성이 가미된 것이다. 특정 국가를 합병하거나 정부를 전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전통적 군사작전보다는 핵 공갈과 사이버전, 국지전 등 비대칭 군사력과 가짜 뉴스 등 심리전을 앞세운다. 또한 상대 국가의 정치·경제·사회·군사적 약점을 이용해 전략적 이익을 취하기도 한다. 러시아는 이러한 전략을 통해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조지아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아에 친러 정권을 수립했다.

    2017년 독일 총선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고수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낙선시키려는 러시아의 가짜 뉴스로 인해 독일은 곤욕을 치렀다.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맞붙은 미국 대선에서도 러시아 개입이 핫이슈가 됐다.

    한국은 북한의 핵전쟁 전략과 중국의 강군몽이라는 전통적인 전면전과 하이브리드전 위협 속에 생존해야 한다. 이런 대한민국에 정쟁은 치명적이다. 안보 태세의 기본이 국민 통합인데 국론 분열로 인해 국가 안보가 흔들린다. 전작권 전환을 예로 들어보자. 전작권은 전시에 북한·중국·러시아와 싸우는 것과 관련돼 있다. 핵무장한 북한도 버거운데 전시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개입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전작권 전환 시기 논란으로 인해 안보가 흔들리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검토 발언에 대해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은)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매티스 전 장관의 발언은 허언이 아니다. 중국은 북부·중부·산둥반도의 26집단군과 북해함대를 주력으로 유사시 한반도에 진출한다. △1단계는 북부전구 위주 북·중 국경지대 통제 확보 △2단계는 북부·중부전구 위주 완충지역 확보(청천강-함흥선)△3단계는 북부·중부·산둥반도의 26집단군 위주 북한 내 친한(親韓)·친미(親美)정권 수립 방지(평양지역 확보)△마지막은 전군을 동원한 전면전 돌입이 중국의 기본 전략이다. 러시아는 중국 세력권이 북한·연해주 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극동사령부의 기본 임무를 일본 봉쇄에서 한반도 봉쇄로 전환했다. 또한 북한 급변사태 시 연해주에 최정예 공정사단을 투입해 중국보다 평양을 먼저 점령한 후 한국·미국과 협상한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북한이 전쟁마저 감행할 수 있다는 무모함을 가진 배후에는 이렇듯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시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이라는 뒷배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잘못된 노선을 답습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노선 위에서 조속한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는 동시에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9·19 군사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남북 간 지상·해상·공중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초소) 철수,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공동 유해 발굴, 한강하구 공동 이용 등의 군사 조치를 공론화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또 미국·서방과 중국·러시아가 유럽·중동·동북아에서 벌인 치열한 패권경쟁의 한 축에 북핵 문제가 깊이 연계돼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가속화된 한국의 북한에 대한 제재가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상황도 잘 모르는 듯하다.


    집권 3년차 文 정부 행로

    지난해 12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이 DMZ 내 시범철수 GP에 대한 상호검증을 실시한 것과 관련해 “65년 분단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인 북한의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에 대한 경각심이 결여된 상황 인식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북한은 핵무력 완성에 박차를 가했다. 노동신문은 2017년을 ‘로켓사변의 해’로 규정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호 시험 발사에 대해 “국가 핵무력 완성의 대업을 이룬 민족적 대경사”라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핵무력 완성’을 천명하는 동시에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합니다”라고 선언하면서 남북대화의 뜻을 내비쳤다.

    지난해 1월 9일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개최된 이후 김여정·김영남의 서울 및 평창 방문, 김영철의 평창올림픽 폐막식 방남, 정의용·서훈의 평양 방문,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이 연이어 열렸다. 이후 평양 정상회담이 열렸으며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 서명했다.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ICBM 동결에 기반한 핵보유국 지위 관철을 의미하는 것임이 2019년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김정은이 지난해 서울 답방을 하지 않은 것은 미국 및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나 대북 지원 또는 남북 경제협력이 보상으로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선대의 유훈이라는, 김정은의 한반도 비핵화가 추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한정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안보 참사 자초하는 코드사관

    진보 정부가 출범하면 항상 코드인사(code人事) 논란이 인다. 불통인사(不通人事)는 소통의 실패로 부적격 인사가 선발되는 경우를 말한다. 코드인사 역시 부적격 인사라는 점은 같으나 국정을 뿌리째 흔들기에 더 혹독하게 비판받는다. 코드인사 논란은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안보 분야에서 코드인사에 따른 정책 실패가 문제를 일으킨다. 문 대통령의 코드사관(code史觀)이 코드인사(code人事)를 낳고, 코드인사는 코드정책(code政策)으로 귀결돼 안보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안보 참사를 야기한 일차적인 책임은 문 대통령 스스로에게 있다. 특히 최근의 국제정세와 유리된 문 대통령의 정세관은 그동안의 연설이나 언론 인터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반도 운명은 우리가 결정하며 미·중 협상의 구경꾼이 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러한 정세관을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핵심 참모가 공유한다.

    문 대통령은 ‘자주’를 중요시하면서도 2017년 10월 10일 3부 요인과의 오찬에서 “최근 안보 상황이 어려운 것은 외부에서 안보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안보위기에 대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해 7월 G-20 정상회의 참석 직후에도 비슷한 내용의 발언이 있었다. 이런 언급이 나오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공조로 국제사회에 대북제재의 공조망을 촘촘하게 구축한 것을 인식하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 15일 7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며 “남북관계의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이 내놓은 최악의 언급을 꼽는다면 남북 정상회담(2018년 9월 18일)의 모두 발언을 빼놓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조건에서 인민의 삶을 향상시킨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하며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공동선언 직후에는 “그동안 전쟁의 위협과 이념의 대결이 만들어온 특권과 부패, 반인권으로부터 벗어나 우리 사회를 온전히 국민의 나라로 복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국민통합은 고사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전형적인 코드사관에서 비롯한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은 한자어 갈지자를 연상케 한다. 문 대통령 스스로가 말이 오락가락한다. 대통령선거 이전에는 미국이나 중국에 기대지 않고 한국 주도로 한반도를 비핵화한다는 평화 구상을 발표했다. 북핵은 동결을 거쳐 완전한 폐기로 나아가며 동북아의 운전자가 돼 평화협상을 주도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핵과 미사일을 억제할 핵심 전력을 최우선으로 확보해 전작권을 임기 내 환수하겠다고 했다. 사드는 안보와 경제의 관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국 지지를 유보했다. 한미일 군사공조에는 반대하는 언급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은 화성 14호·15호 발사와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은 대폭 수정됐다.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강조했으며 한미일 공조와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공조 찬성과 미국 지지로 선회했다. 전작권 문제는 임기 내 환수에서 조기 환수로, 사드는 국회 동의 없는 배치로 바뀌었다. 그러면서도 사드 추가 배치·미국이 주도하는 MD(미사일 방어)참여·한미일 군사동맹은 추진하지 않는다는 3불론을 공표해 논란을 자초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를 일관성 없는 패키지가 등장한 것이다.

    북한이 대남 대화 공세에 나선 이후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핵 폐기’는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로 바뀌었으며 한국 주도 신(新)작계는 취소됐다. 북핵에 대응할 ‘3축 체계’(킬체인·대량응징보복·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는 남북관계 개선과 연계되는 방식으로 축소했다. 또한 공론화 없이 9·19군사합의 이행을 강행하고 있다. 특히 비핵화 이전 제재 완화를 국제사회와 미국에 제의하다가 거부되는 촌극을 벌였다. 이 또한 외교 참사였다.


    박근혜 북핵폐기전략

    북핵폐기전략은 3차 핵실험(2013년 2월 12일)과 ‘경제·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회의, 2013년 3월 31일)에 대한 대책과 관련된 정책보고서에서 제시된 <표2>와 같은 북핵 대응전략을 가리킨다. 필자는 2013년 6월 전후로 박근혜 정부의 안보기관과 새누리당 북핵특위에 이 같은 북핵폐기전략을 비공개로 제출했다. 이 보고서를 통해 필자는 당시 북한 핵무장 수준을 고려할 때 ‘북핵폐기를 최우선한 국방안보전략’ 수립이 긴급함을 제안했다.

    이후 북핵폐기전략은 새누리당 북핵안보전략특별위원회(2013년 3~8월)의 대정부 권고사항으로 채택돼 정부에 정식으로 건의됐다. 특위는 북한이 공표한 3일단기속결전(2013년 3월 22일) 등을 중심으로 군사위협 전반에 대해 전면적이고 객관적이며 정교한 재평가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북한이 ICBM 발사, 핵실험, 국지·전면전 도발 등을 감행하거나 조짐을 보일 때 이에 상응하는 대응책을 구비할 것을 권유했다.

    덧붙여 단계별 대응책의 사례로서 전작권 전환 연기, 개성공단 폐쇄 및 남북 경제협력 중단, 교류·관광사업 중단,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반입, 한반도 비핵화 선언 폐기 및 한국의 조건부 핵무장 선언, 북한 핵시설 타격, 참수작전 및 북한 정권 교체 추진 등을 제시했다. 특히 전작권 전환 시기를 북핵 해결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시까지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3차 핵실험 대응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 공약을 파기하고 전면전 대비태세 강화(2013년 12월 12일)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2014년 10월 23일)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더불어 병복무기간 18개월 단축 공약도 파기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아세안 확대국방장관 회의(2015년 11월 5일)에서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보장과 관련해 미국을 드러내놓고 지지했다. 박근혜 정부는 한일 간 위안부 협상(2015년 12월 28일)을 타결함으로써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공조에도 힘을 보탰다.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1월 6일)에 대한 대응조치로서 개성공단의 폐쇄(2016년 2월 11일)가 이뤄졌으며 그해 7월 8일 한국과 미국은 사드 배치를 공식화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2016년 9월 9일) 이후 국방부는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2016년 11월 23일)을 체결해 한미일 공조를 강화했으며 19대 대선 직전 사드를 전격 배치(2017년 4월 26일)했다.


    북핵폐기전략 구상 주도한 남재준

    북핵 위기와 미중 충돌의 이중위기에서 한미동맹과 대중관계의 우선순위를 조정한 북핵폐기전략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주도했다. 박근혜 대선캠프의 안보좌장이던 남 전 원장은 애당초 국가안보실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작권 전환 및 병복무개월 단축 공약, 한미동맹과 대중관계에서의 전략적 우선순위 문제에서 정권 핵심과 견해차를 보였으며 세칭 문고리 3인방(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과의 갈등으로 핵심에서 밀려나는 형국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강력하게 추진한 반면 남 전 원장은 대중관계보다 한미동맹이 전략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남 전 원장은 정권 출범 직전 지나치게 수구적이라는 비판도 들어야 했다.

    상황이 돌변한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북한이 감행한 3차 핵실험(2013년 2월 12일)이었다. 3차 핵실험을 예상하지 못한 박 전 대통령은 남 전 원장을 국정원장에 기용했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국정원장 자격의 대미특사로 미국을 찾아 전작권 전환, 한미일 공조, 사드 배치, 남중국해 문제 등을 북핵 문제와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기(pivot to Asia) 정책에 맞춰 조율했다. 남 전 원장이 구축한 정책 기조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 속에서도 황교안 국무총리,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한민구 국방장관, 윤병세 외교장관에 의해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전쟁을 억제하는 노력에 나섰으며 남중국해에서의 항행 자유와 관련해 미국을 지지했고 한미일 공조를 선택했다. 이는 미국이 동맹 강화를 위해 한국에 요구한 핵심 사항이었다. 이러한 공조의 결과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나섰을 때 미국이 전략자산을 서해와 동해에 대규모로 전개하는 무력시위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무력시위는 북핵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며 사드를 핑계로 경제보복에 나선 중국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남중국해에서 패권을 추구하던 중국이 일격을 당한 것이다.

    2015년 11월 아시안 확대국방장관 회담에서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이 남중국해의 자유 항해 보장에 대해 미국을 지지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전승 70주년 기념식 때 톈안먼 망루에 오르면서(2015년 9월 3일) 정점을 찍은 한중 밀착이 깨졌다. ‘사드 배치 결정 및 남중국해 항해 질서에 대한 미국 지지’를 통해 한미동맹이 강화됐다. 물론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경제적 손실을 입기도 했다.


    文정부 위기이자, 대한민국 위기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안보·경제 난맥은 북핵과 미중 충돌의 위기를 군사가 아닌 남북관계 및 외교적 위기로 진단한 데서 비롯했다. 이러한 난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안보·경제 성과와 대비된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했다는 것은 비교적 객관적인 평가다. 박근혜 정부의 집권기간인 2013~2017년은 북한의 3·4·5차 핵실험과 미중 간 패권경쟁이 표면화하기 시작한 때다. 또한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북핵 폐기를 최우선에 놓은 대북전략과 한일관계 정상화를 기반으로 한 한미일 안보공조를 토대로 한 박근혜 정부의 안보전략은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을 차치하고 보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향후 안보·경제정책 전망이 수감돼 있는 두 전직 대통령의 성과에 뒤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정부의 위기이자 대한민국의 위기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기간 5개의 전쟁(전작권·사드·무인기·8·4포격·남중국해)을 북핵폐기전략으로 돌파했다. 박근혜 정부 시기는 미중이 협력적이었던 탈냉전시대와 달리 두 나라가 첨예하게 대립한 초유의 국제질서가 등장한 때였다. 박근혜 정부의 북핵폐기전략은 미중의 패권경쟁이 무역전쟁으로까지 비화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안보 분야 국정 쇄신에 좌표를 제공한다. 비서실·안보실·외교 및 국방 라인의 수장을 비롯한 인사 전반에 대한 물갈이가 필요하다. 쇄신 과정에서 인사의 기준은 동맹 관리 능력을 포함한 국정 경륜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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