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호

특종

“우병우 사단? 검사 20년 했는데 없다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심경 토로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최재필 뉴스웍스 기자 | jpchoi@newsworks.co.kr

    입력2016-08-23 13: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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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데리고 있던 사람들이 소문냈다
    • 검찰총장이 지 권력인가, 대통령이 ‘잠시 앉아 있어’ 이런 거지
    • 검사장 승진 안 돼 억울…검찰이 일만 시켜먹어
    • 도망치는 놈, 자살하는 놈…이러면 수사 안 돼
    • 언론에 너무 시달려…확, 이런 게 올라와
    • 경북고 안 나온 TK 출신이라 불이익
    • 난 세상에 도(道) 통한 사람…내 인생 이야기 안 해
    7월 18일은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선 잊지 못할 하루일 것이다. 이날 아침 ‘조선일보’ 보도를 기점으로, 그는 ‘비리 의혹의 바다’에 던져졌다. 수십여 매체가 대략 8개 카테고리에 걸쳐 ‘우병우 의혹’을 제기했다. △처가와 넥슨 간 특혜성 강남 부동산 매매 △본인의 진경준 검사장 인사 부실 검증 △본인의 변호사 수임 △본인의 공직자 재산 허위신고 △본인의 고도근시 병역 특혜 △아들 병역 특혜 △처가의 부동산 차명 보유 및 탈세 △처제의 조세도피처 국적 취득이 그것이다. 사퇴하라는 논평도 빗발쳤다. 또한 그는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첫 조사 대상이 됐고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우 수석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일부 언론 보도엔 법적으로 대응했다. 사퇴 요구도 일축했다. 이후 그는 다시 ‘침묵 모드’로 돌아섰다. 박 대통령은 7월 21일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말이 우 수석을 염두에 둔 말인지 여부는 ‘역사의 미스터리’로 남을 것 같다.



    기사 쓴 기자들과 점심

    우 수석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공직자이자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이지만,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는 강남 땅 매매와 관련해 몇 마디 한 것 말고는 언론 앞에서 입을 연 적이 거의 없다.

    ‘신동아’는 우 수석이 민정수석 취임 3개월 후인 지난해 4월  사석에서 1시간여에 걸쳐 허심탄회하게 발언한 내용을 취재했다. 이는 거의 유일하게 공개되는 우 수석의 육성인 데다 자신의 신상 문제와 정국 현안에 관한 시각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지난해 3월 한 언론매체에 우 수석 관련 기사가 실렸다. 우 수석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식사에 초대했다. 4월 6일 청와대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점심 자리엔 이 기자와 친분이 있는 두 명의 기자가 동석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기자 중 한 사람이 최재필 뉴스웍스 기자다(당시 최 기자는 다른 매체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우 수석은 이 자리에서 “언론에 너무 시달렸다”면서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아마 언론을 싫어하고 불신하기 때문에 언론 노출을 극구 피하고 언론의 파상적 의혹 제기에도 침묵하는지 모른다. 다음은 그날 우 수석과 기자들이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이번에 보도된 우 수석 관련 기사의 타이밍이 좋은 것 같아요.

    “아, 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저는 언론에 노출되면 싫죠. 제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게 싫어요. 언론에 너무 시달렸어요. 검찰에선 수사기획관이 공보 기능을 맡습니다. 수사에 관한 언론 브리핑은 기획관이 하니까요. 기자들이 밤낮으로 전화해서….”

    우 수석은 2010년 8월부터 1년 동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을 지냈다.

    ▼ 수사 기밀이 일부 언론에 나가기도 하죠.

    “그런 보도를 한 신문이 새벽에 배달되죠. 그러면 새벽 5시에도 전화가 와요. 다른 언론사의 그날 당직하는 기자가 밑도 끝도 없이 ‘이걸 방송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하고 물어요. 저는 어느 신문에 뭐가 나왔는지 보지도 못했는데요. ‘이 신문에 이런 거 나왔는데 맞아요?’ 이런 전화 받으면 확, 이런 게 올라옵니다.”

    ▼ 맞다, 안 맞다 확인해주나요.

    “안 해주죠. 무슨 내용인지 모르니깐. ‘확인해서 연락 주겠다’고만 말하죠. 여기자가 새벽에 잠자고 있는 남자한테 전화해서 ‘어디 몇 면에 난 기사 맞아요?’ 이렇게 물어보면 황당하죠. 그 당직기자는 검찰 출입기자도 아니고.”

    ▼ 아침 6시 뉴스에 내보내야 하니까, 당직기자니까, 확인해야겠죠.

    “그건 지 사정이고.”

    ▼ 수사기획관 시절 ‘프레스 프렌들리하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겠어요.

    “까칠하지만 신뢰는 얻었어요. 절대 거짓말은 안 하니까요. 이 신문사에 이렇게 이야기하고, 저 신문사에 저렇게 이야기하고 이런 것은 안 해요. 대신 간사(역할을 하는 기자)한테 문자를 보냅니다. 그럼 간사가 뿌리니까 편하잖아.”

    ▼ 간혹 어떤 기자가 단독 보도하는 경우엔 어떻게 합니까.

    “맞다, 아니다, 확인해줄 수 없다, 세 가지 답이죠. ‘확인해줄 수 없다’가 문제죠. 고민하다 하나 더 만들었지. ‘확인해주는 사항이 아니다.’ 아침 10시에 압수수색 나가려고 하는데 조간신문에서 압수수색 예정이라고 보도하면 (압수수색 대상자에게) ‘다 치워놓으라’는 얘기지. ‘서로 묻고 답하지 말자’는 의미죠. 그랬더니 어떤 데는 ‘확인 안 해준다’면서 오보를 쓰더라고요.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기자들이 지들끼리 그걸 만들더라고요, ‘까사모’라고. ‘까칠한 사람을 사랑하는 모임.’”  


    “지시 안 해요”

    ▼ 요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찰을 쥐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요. 중앙지검장에게 일원화돼 있고 입김이 잘 통할 수밖에 없다, 그게 현실이다, 이런 이야기인데요. 검찰이 우 수석 말을 잘 듣습니까.

    “(검찰에) 지시 안 해요.”

    ▼ 검찰 내부에 ‘우병우 키즈’가 많다고 하던데요?


    “다들 잘 아시잖아요.”

    ▼ 소위 ‘우병우 사단’이 있다고….


    “제가 데리고 있던 사람들이 소문낸 거지. 근데 (검찰에) 20년 넘게 근무했는데 없으면 그게…. 허, 참. 제가 후배들하고 밥도 안 먹고 그러진 않으니깐. 그렇게 하면 혼자서 붕 떠 있는 건데.”

    이어 우 수석은 자신만의 ‘검사 관리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저는 일을 독하게 시켜요. 정말 혹독하게. 일을 확실하게 배울 수 있게. 그리고 추천을 정확히 해요. 인사 때마다 ‘얘는 이런 장점이 있다, 이런 점은 이렇다’라고 정확히 평가했습니다. 아무리 친해도 장점이 없으면 주요 보직에 추천 안 했어요. 다 잘 써주는 추천서는 필요 없어요. 추천서는 정확해야 해요.

    이렇게 일을 독하게 시키고 가르쳐 보니…. 형님, 동생 하자 그런 게 아니고. 그래서 모임을 열게 되고…. 모임에 계속 가보면 그때가 좋았다, 그런 이야기도 하고. 부장검사가 되면 사람을 키울 책임도 있어요. 위에는 나가는데 그다음 단계, 그다음 단계 키워야죠. 내가 내 사람 챙기고 그런 스타일이었으면 내가 내 인사부터 챙기겠지. 저는 누구에게 한 번도 제 인생을 이야기해본 적이 없어요.”

    우 수석에 대해 몇몇 사람은 “TK(대구·경북) 출신, 서울대 법대 출신, 사법시험 패스, 재벌가와의 혼인이라는 우리 사회 0.1% 스펙을 갖췄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우 수석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강원도 출신이라 해라”

    ▼ 경북 영주고를 졸업했죠?

    “TK 출신이라고 하는데 이런 말도 웃겨요. 옛날에는 경북고만 TK였어요. 제가 노태우 정부 때 검사에 임용됐는데 그때가 경북고 전성기야. 검찰 내 경북고 동문회는 서울 시내 호텔 한복판에서 했고, 경기고 동문회는 눈에 안 띄게 했고. 숫자는 경기고가 많았지만.

    제가 모신 첫 부장검사가 천모 부장검사라고 후에 변협회장도 하셨는데 제게 묻더라고요, ‘너 고등학교 어디 나왔냐?’라고. ‘영주고’라니까 가만히 생각하시다가 ‘너 이제 강원도 출신이라고 해라’라고 하셨죠. 영주고 출신은 검찰에서 TK 출신이 잘나갈 땐 TK 출신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정권이 바뀌든지 해서) TK 출신이 밀려날 땐 TK 출신으로 인정받는다는 거죠. 강원도는 이도저도 아니니 더 낫다는 거죠. 그분이 정말 진심으로 조언하셨어요.”

    민정수석은 장관을 포함해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총괄한다. 그의 판단에 따라 수많은 공직자와 공공기관 경영진의 운명이 엇갈리는 셈이다. 우 수석은 최근 진경준 검사장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 인사 검증을 하면서 어떤 느낌을 갖습니까.


    “매일매일 제게 인사안이라고 들고 오는데, 그걸 보면서, 저같이 아예 탈락하는 사람은 인사카드도 없지만, 그냥 하는 거예요. 아무런 약점이 없고 잘못한 게 없으면 좋죠. 그러나 자리는 하나인데 후보가 여럿인 경우가 많아요. 보통 4명 중에 1명 뽑는 거죠. 떨어진 사람에 대해 ‘실패한 인간’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냥 여러 명 중에 안 뽑았을 뿐입니다.

    인사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어요. 탈락한 사람은 한 자리에 안 뽑히는 것뿐이죠. 저도 검사장 안 됐다고 검사 생활 23년이 실패한 인생이 아닌 것처럼. 열심히 한다고 대통령 됩니까. 제일 똑똑하다고 총장 됩니까. 그런 게 아니죠. 인생이 뭐 그런 거죠.”

    ▼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사람들을 겨냥해 사정 드라이브를 건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하나하나 따져보세요. 자원외교 수사는 검찰에 고발이 들어온 것이고요. 방산비리 수사는 원래 특수부에서 하던 것이고요. 이 정부는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수사는 과거의 것으로 하지, 미래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거든요.”



    “대통령에게 절차 지켜 보고”

    ‘신동아’는 우 수석을 만난 검사, 판사 등 그의 지인들도 취재했다. 이들은 우 수석이 자신의 신상에 관해 말한 내용을 전해줬다. 우 수석의 한 지인에 따르면 우 수석은 그에게 “내가 대통령에게 다이렉트로 보고한다고 하는데, 나도 그 안에서 다 절차를 지켜가면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윤수 국가정보원 2차장 등 ‘우병우 사단’으로 거론되는 검찰 인사들에 대해 우 수석은 “내가 그 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 수석은 검사 신분으로 처가와 넥슨 간의 부동산 매매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는 ‘돈을 보고 결혼했느냐’는 이야기에 대해 “아내가 그렇게 못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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