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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민주화 동지들의 직격탄

구세력·자민련·가신 3대 고리를 끊어라

‘동교동 분열’ 이후 민주당 권력지도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구세력·자민련·가신 3대 고리를 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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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중정권은 자민련에 연연하고 가신에 대한 편애에 빠져 광범위한 민주·개혁세력을 세우는 데 실패하고 있다.
  • 국가주도세력 형성이 아닌 동교동의 기득권에 천착하는 사적인 인재풀의 한계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승리’없는 DJ만의 ‘반짝승리’에 그칠 것이다.
신 촌 이화여대 후문앞 ‘석란‘. 한적한 분위기의 이 음식점에서는 매달 셋째주 목요일이면 거의 빠짐없이 한 모임이 열린다. 이문영(李文永) 경기대석좌교수, 한승헌(韓勝憲) 전감사원장, 고은(高銀) 시인, 정의구현사제단의 함세웅(咸世雄)·김승훈(金勝勳)신부, 이해동(李海東)목사, 강문규(姜汶奎)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이사장, 김종철(金鍾澈) 전연합뉴스사장, 김병걸(金炳傑) 지도자육성장학재단이사장, 한명숙(韓明淑) 전여성단체연합공동대표(현 민주당 국회의원), 소설가 유시춘(柳時春)씨 등 10여명이 참석한다. 대부분 70~80년대부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지지한 재야 민주화운동의 지도급 인사들이다. 이들은 그래서 누구보다도 DJ(김대통령의 영문 이니셜)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를 바라던 처지다.

97년 대선 ‘승리’ 이후 딱히 역할을 설정할 것도 없고 해서 “가끔 얼굴이나 보고 지내자”고 몇사람이 만나기 시작하다가 점차 사람도 늘고 만남도 정례화했다.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이해찬(李海瓚) 민주당정책위의장도 참석하며 고(故) 문익환목사의 동생 문동환(文東煥) 전의원(미국 거주)도 틈틈이 참석한다. 모임에서 나온 얘기 중에 김대통령이 꼭 알아야 되겠다 싶은 얘기는 나름대로 청와대 쪽에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최근 청와대 쪽에 대고 발언하는 것을 거의 포기한 상태다.

“큰일 하시느라고 바쁘신 대통령한테 괜히 시간만 뺏는 것 같아 미안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실은 “마땅히 들어줄 사람도 없고 얘기해봐야 귀에 잘 들어가지도 않기 때문”이라는 게 솔직한 사정이다. 그래서 모여서 자기들끼리만 걱정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특히 최근 노벨평화상에 빚나는 남북관계의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내정은 첩첩산중 어두운 그림자여서 자칫 노벨상의 업적마저 퇴색되고 종국에는 ‘실패한 정권’으로 기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사무관보다 더 많이 안다고?

나라와 민생을 도외시한 무한정쟁, IMF사태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경제난국, 의약분업파동 같은 사회적 갈등의 조정능력부재 등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시점에 언제까지 50년간 누적된 적폐니 거대야당의 발목잡기니 하고 상황만 탓할 것인가. 정권내부적인, 특히 김대통령 자신의 ‘동티’와 취약점은 무엇인지 솔직하게 돌아보고 내치의 틀을 다시 짜야 할 때 아닌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이 김대통령을 지지하던 지식인그룹 사이에서 최근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기자는 이들 사이에서 최근 강력히 제기되기 시작하는 ‘DJ정부 국정난맥상의 내부원인과 처방’을 취재해보았다.

먼저 원로급인 이문영(李文永·73) 경기대 석좌교수부터 만나 보았다. 80년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을 비롯, 김대통령과 정치적 고난기를 줄곧 함께하면서 정치적 이유로 3차례나 구속·해직 당하기도 했던 이교수는 아·태평화재단이사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인 ‘친(親) DJ ‘지식인’이다. 이교수는 현재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미국행정에 끼친 영향을 해부한 ‘인간 교회 국가’라는 저서를 내년봄에 출간하기 위해 연구실에서 막바지 원고정리 작업에 한창이다.

기자의 갑작스런 방문에 원고를 잠시 밀쳐둔 이교수는 “김대중이라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에서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앙시앙 레짐(구체제)이 망가진 뒤 즉각 경쟁적 정당에 의해 대치된 예를 우리는 서구문명에서 보았다. 우리는 실로 오랜만에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것을 경험했다. 아시아권에서는 드문 역사를 창출한 것이다….” DJ의 정권교체가 갖는 ‘역사적·문명사적’ 의의를 적극 설파하던 이교수는 “근데 이 문명사적 전환이 뭔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단 말예요”라는 대목에 이르러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빛을 발하지 못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먼저 민주주의가 제도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정권을) 뒤집으면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못해요. 국회의원 공천을 보면 지역구민들이 아니라 중앙당지도부가 좌우하고 있죠. DJ는 ‘정치를 당에 맡기고 싶다’ 그러지만 그 이전에 모순이 있어요. 민주당의 서영훈(徐英勳)대표나 권노갑(權魯甲) 한화갑(韓和甲) 김옥두(金玉斗) 이런 사람들의 자리와 실권을 과연 지역구민들이 만들어준 겁니까? 아니죠(DJ가 만들어준 거죠). 기본적으로 당내민주주의가 없다는 말이에요.”

이교수는 본론에 들어가면서부터 DJ주변에 본격적인 비판의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의약분업을 예로 들면 제도가 아무리 좋다 해도 행정책임자들이 도대체 준비를 안해요. 장관도 일단 어렵게 그 자리에 앉고 나서는 일을 안해요. DJ만큼도 안하죠. 왜 그러느냐면 권한의 위임 구조가 없기 때문이에요. 대통령이 특정분야의 사무관보다 그 분야에 대해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니 권한위임이 되겠어요?”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을 싸워온 대통령이 집권했는데도 그런 권한위임과 민주주의의 제도화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사실 우리가 오랫동안 이렇게 해왔어요. 다만 이제 그러지 않는 시대여야 한다니까 이 흠이 더 크게 보일 뿐이에요. 한승헌 감사원장에게 ‘청와대 감사를 얼마나 엄격히 했는지’ 한번 물어보세요. 미국은 의회소속 기관이 백악관을 감사하는데 우리는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원이 청와대를 감사해요. 아들이 아버지를 감사하는 격이죠.”

당총재의 횡포로부터 자유로워야

─그럼 어떡해야 민주주를 제도화할 수 있겠습니까?

“양 정당이 총재의 횡포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해요. 공천권을 지역주민이 가져야 하고 386이든 누구든 소신껏 법안을 내도 당지도부에 불려가 혼나는 일이 없어야 해요.

대통령이 구체사안에 대해 담당사무관·서기관보다 아는 체하고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아주 큰일날 일이에요. 그건 담당 사무관 서기관이 할 일이에요. 사실 의약분업 문제는 목숨을 걸고 열심히 하는 담당자가 없어서 이렇게 된 거예요. 예견을 해서 ‘이거 못합니다. 하려면 이런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고 전부 아전(衙前)만 있으니 안 되는 거예요. 행정부 공무원이 어떤 상부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돼요. 김대통령은 사무관과 초선의원, 그리고 교사들이야말로 자기보다 높으며 이 나라를 버텨나가는 중심세력임을 알아야 해요.”

─정부가 최근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하는 예가 많은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설사 일이 안 풀리더라도 국민들이 ‘정부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되니 어쩔 수 없다’고 믿게 해야 돼요. 기본적으로 정부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 그런 믿음이 나와요. 그런데 최근 상식에 벗어나는 예가 너무 많아요.”

─어떤 게 상식에 어긋나던가요?

“예컨대 이한동(李漢東)씨가 이 정부를 얼마나 공격했는데 어떻게 이 정부의 총리를 할 수 있느냐 말입니다. 또한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장관 문제인데요, 이 정부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남북관계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 그가 도덕성 시비에 휘말렸다면 이는 무척 예민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예요. 공직자는 의심을 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이건 신속히 처리해야 할 문제였어요. 옳을 뿐만 아니라 옳게 보이는 데도 성공해야 해요. 이 공직이란 것은 김대중씨의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자리예요. 그걸 가혹하게 해서 성공한 나라가 싱가포르잖아요.

또 정치는 정당에 맡긴다면서도 말과 행동이 안 맞아요. 맡긴다면서 왜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 (당의) 책임자 자리에 떡하니 앉아 있습니까?

어저께 민주당의 서영훈 대표가 TV인터뷰에 나와 거짓말을 합디다. 자기가 정말 실권을 행사하고 있습니까? ‘나야 솔직히 말해서 무슨 실권이 있느냐. 실권이 없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런 식으로, 뭐 좀 진지하게 말하려는 고민이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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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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