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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 특집|4·15 여의도 대지진, 그후

‘政爭없는 정치’ 여건은 성숙, 지도력은 미지수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政爭없는 정치’ 여건은 성숙, 지도력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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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수십년간 변함 없이 지켜온 ‘1번’을 한나라당은 내주게 됐다. 정치권에서 완전한 의미의 ‘주류 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대통령 직무 정지상태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획득한 것이어서 정치권은 더욱 극적 전환을 맞게 됐다. 과반 여당의 탄생에 야당은 긴장하고 있다.
‘政爭없는 정치’ 여건은 성숙, 지도력은 미지수

서울 여의도 국회 전경(위).
아래 왼쪽부터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의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

4월15일 밤 국회 의사진행을 맡은 사무처 간부는 TV를 통해 당선 예상자들의 프로필을 지켜봤다. “‘오리엔테이션’ 준비 확실하게 해야겠군.” 그의 일성이었다. 사무처는 초선 의원들을 대상으로 의정활동의 전문적-기술적 부분을 사전 교육하는 것이 관례인데 17대 국회에서는 그 대상자가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국회의원의 63%가 물갈이 됐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천막당사 마당. 열린우리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TV 출구조사 결과가 막 나오고 있었다. 옆에 서 있던 유승민 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에게 “소감이 어때요?”라고 물었다. 유 전 소장은 “얼떨떨하네요. 소수야당은 처음 경험이라서…”라고 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 “한나라당 의원들은 ‘투쟁’ 같은 거 잘 못하잖아요. 유시민 의원 같은 ‘선수’도 없고. 앞으로 국회에서 소수야당 생활을 어떻게 할지….”

한나라당의 1차적 반응은 개헌저지선 확보에 따른 ‘안도감’이었지만 ‘두려움’이 없을 수 없다. ‘원내 1당의 힘’을 상실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의원 수는 16명 감소했다. 국고보조금도 줄고, 당 몫으로 배정된 국회 전문위원들도 보따리를 싸야 하고, 사무처는 ‘다운사이징’이 될 판이다. “소수파로의 전락은 한나라당엔 일종의 충격!” 전여옥 대변인이 솔직히 털어놓는 말이다. 4월15일 밤 ‘컨테이너 박스’ 사무실에서 만난 전 대변인은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투표 후 몇몇 의원들이 내게 전화를 해왔어요. 비주류가 된다는 사실에 쇼크를 받은 듯했습니다. 최근에 입당해서 늘 1등만 해온 한나라당의 역사를 잘 모르지만 그들의 감정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만난 윤여준 선대위 부본부장은 출구조사에서 100석 안팎의 결과가 나오자 “그 정도면 잘 한 거지”라면서도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실망감에서 만족감으로

그러나 다음날 오전 최종 집계에서 한나라당은 출구조사와 비교했을 때 10~20석의 의석을 더 얻어 121석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지지율에선 열린우리당과 2%포인트대의 접전을 벌인 것으로 나왔다. 썩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한나라당 천막당사는 고무되는 분위기였다. 17대 국회를 최소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엇비슷한 양강 구도로 만드는 데는 성공한 셈이기 때문이다. 현 국회법대로라면 원내총무회담에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만 참여하게 되어 양당이 실질적으로 입법부를 주도하게 된다.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을 얻었지만 선거를 지휘한 정동영 의장은 마음이 무겁다. ‘노인 폄훼발언’은 그에게 아물기 힘든 상처를 입혔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총선을 통해 가장 급부상한 정치인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꼽는다. 한나라당 여성 당직자들 사이에서 떠도는 박 대표의 별명은 ‘소녀가장’이다. “당선된 국회의원 전원이 박 대표에게 신세를 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 대변인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 대표에 대해 “모두가 두려워 할 때 용기를 잃지 않고 희망을 주었다”면서 “감동적 인간”이라고 극찬했다.

윤여준 선대위 부본부장 역시 한나라당 121석 획득의 숨은 공로자로 통한다. “이런 선거는 처음이에요. 오직 박근혜라는 단일상품, 박근혜라는 단일 메시지, 박근혜라는 단일 전략으로 선거를 치렀습니다. 그런데 50석으로 예상되던 의석이 수 주일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났으니 대성공이었습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의 가스가 ‘차떼기’로 압력을 받았고, ‘탄핵가결’로 불이 당겨져 폭발했는데 박 대표가 잿더미에서 이만큼 일궈낸 것이죠. 국민들은 박근혜 대표니까 ‘참회한다’ ‘앞으로 잘 하겠다’는 말을 믿어준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더 지켜보겠다’는 뜻에서 원내1당은 안 만들어준 것이겠죠.”(윤여준)

박 대표와 윤 부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 선거전략은 적중한 부분이 많았다. 참회의 108배는 유권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국회의원의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개혁 공약, 경제성장과 교육 경쟁력 강화로 특화시킨 비전 제시, 부재자투표 직전의 ‘사병 월급 20만원 인상’ 신문광고, 시베리아철도연결-자유시 건설 등 대북 자세 전환, 강원도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등은 총선에서 유효타를 날렸다는 자체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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