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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 ‘공격형헬기 도입사업’대통령 졸속보고

부실한 조사로 강행된 해외도입 결정… 비용도 시기도 ‘엉터리’

  • 김종대│ D&D Focus 편집장 jdkim2010@naver.com│

방위사업청, ‘공격형헬기 도입사업’대통령 졸속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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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수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대대의 전력공백을 메우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공격형헬기 사업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수조원이 소요되는 이 대형 무기 도입사업의 결정과정에서 심각한 난맥상이 속속 확인되고 있기 때문. 그 핵심은 조급하게 결정된 미군 중고 아파치 헬기 도입이 기초적인 시장조사도 생략한 채 진행되어 잘못된 청와대 보고로 이어졌다는 의혹이다.
방위사업청, ‘공격형헬기 도입사업’대통령 졸속보고

아파치 헬기는 한반도 유사시 북한군의 대규모 기갑전력을 최전선에서 상대하는 주한미군의 핵심 전력이다.

7월 31일,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이 있는 사천공항에서는 최초의 국산 헬기인 한국형기동헬기(KUH), 일명 ‘수리온’ 시제기 1호 출고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강한 긍정과 도전정신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이뤄낸 영광의 결실”이라며 관계관들을 치하했지만, 기동헬기를 기반 삼아 한국형 공격헬기(KAH)로 도약하자는 비전은 제시하지 않았다.

수리온 출고식이 열리기 직전부터 ‘미국으로부터 도입하려는 중고 아파치는 25년 이상 경과한 구형 기종이며, 이로 인해 단종될 부품 30년치를 미리 구매해야 하고 그 도입비용 역시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국방 당국은 애초 계획했던 미국제 중고 아파치 도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같은 시기 국내 언론들은 미국이 한국에서 운용 중인 아파치 헬기 1개 대대를 철수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민감했던 아파치 대대의 철수 보도에 대해, 국방부는 이를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파치 헬기 대대의 완전철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파치 2개 대대를 철수할 때도 국방부와 미군은 내내 이를 부인하다가 막판에 기습적으로 발표한 적이 있기 때문. 그러던 중 ‘우리 군이 미군의 아파치 철수로 초래되는 전력공백을 메우기 위해 2013년쯤 공격헬기 부대를 창설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상황을 정리해보자. 주한미군의 마지막 아파치 1개 대대가 한국에서 철수한다면 그 공백을 메울 헬기를 새로 사오거나 우리 힘으로 헬기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비약적으로 커진다. 최근 수개월 동안 아파치 도입사업이나 한국형 헬기 개발사업에 관해 적잖은 기사가 쏟아진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 이들 보도의 이면을 보면 중고 아파치를 도입해 군의 작전소요를 충족시키는 게 우선이냐, 국산 공격헬기를 개발해 고용을 창출한다는 경제논리가 우선이냐를 두고 물밑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주한미군의 아파치 1개 대대를 철수한다는 이 특급정보를 한국 언론에 흘린 당사자가 미국 최고의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간부였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의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미국으로 초청해 공장을 견학시키면서 “펜타곤으로부터 직접 확인했다”며 아파치 대대 철수계획을 흘렸다. 주한미군 아파치 대대가 철수할 경우 한국이 구매를 검토해야 하는 아파치는 보잉사 제품이지만 여기 들어가는 첨단시스템은 록히드마틴 제품이다. 기자들은 이를 고단수의 아파치 판매 마케팅 기법으로 해석했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엠바고를 걸었다. 이 엠바고가 수리온 출고식이 있기 직전 해제되어 관련 기사가 나온 것이다.

매혹적인 초기 제안

이렇듯 갖가지 ‘플레이’가 난무하는 아파치 도입의 책임부서는 방위사업청이다. 지난 3월 변무근 방사청장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헬기 획득과 관련해 중대형 공격헬기 274대를 직접 개발하는 현재의 방향을 수정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안은 아파치급(AH-X) 36대를 해외에서 직구매하고 소형 공격헬기 214대를 국내에서 개발하는 2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내용이었다.

이 가운데 중대형 공격헬기는 미 육군이 지난해 한국에 제안한 중고 아파치 도입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럴 경우 9조원이 드는 한국형 공격헬기 자체개발 사업보다 4조원이 절감된 5조원만으로 2개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적이라는 논리다. 이에 이 대통령은 “비용이 적게 든다면 경제성 없는 국내개발을 고집하는 것보다 해외구매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개발 기간과 비용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변 청장의 보고내용을 보면 향후 한국군의 헬기 운용은 하이(High)급 중대형 공격헬기와 로(Low)급 소형 공격헬기를 혼합 운용하는 이른바 하이로 믹스(High-Low Mix) 개념에 바탕을 둔다. 여기서 하이급으로 도입되는 미국제 중고 아파치 도입비용이 1조원이 조금 넘는 것으로 돼 있다. 아파치의 대당 가격을 260억원 정도로 보고 36대를 도입하자면 그 정도 돈이 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보고가 올라간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변 청장의 대통령 보고 내용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실수가 아니라 헬기도입사업 자체를 호도하는 심각한 착오였다. 대통령에게 보고한 도입예상비용이나 도입예상시기 등 핵심 요소가 모두 나중에 미국 측으로부터 확인된 사실과는 달랐던 것. 이는 방사청이 미국 측의 제안내용을 잘못 이해했거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미 육군이 중고 아파치를 한국에 판매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최초로 전달해 온 것은 지난해 4월이었다. 주한 미 합동군사업무지원단장 명의로 발송된 구매제의 서한에서 ‘AH-64D 아파치 공격헬기 블록1, 2를 대당 137억원(블록1 기준)에 FMS(대외군사판매) 방식으로 한국에 판매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8월까지 구매 여부를 통보해달라고 요청한 것.

이 파격적 제안에 합참은 즉시 의견수렴을 거쳤고 지난해 5월 ‘대형 공격헬기 구매 36대, 소형 공격헬기 200대 연구개발 방식’의 공격헬기 전력증강계획을 국방부에 보고했다. 국방부는 김종천 당시 차관 주재로 이를 검토하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석 달 뒤인 8월29일, 아파치 구매를 위한 AH-X 사업이 합동참모회의에서 의결되고 9월5일에는 국방장관 결재를 통과함으로써 대형 공격헬기(AH-X)사업 소요는 36대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연말에 국회는 한국형 공격헬기 개발사업 예산을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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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D&D Focus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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