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단독보도

“北, 현대아산 직원 석방 대가로 300만달러 요구했다”

[현정은-리종혁·원동연 면담록]으로 본 남북관계 막전막후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北, 현대아산 직원 석방 대가로 300만달러 요구했다”

1/10
  • ● “오바마는 점잖은데, 이명박 대통령은…”
  • ● “주변인들이 이 대통령을 잘 보좌하지 못한다”
  • ● “미국 사람들은 속이 깊다”
  • ● “비핵·개방3000 입안자 임태희씨는…”
  • ● “정지이 선생, 미술은 집어던졌나?”
말과 소문이 뱀처럼 뒤틀렸다. 알 만한 인사들이 ‘대북 밀사’로 북측 인사를 만났다고 지목받았다. 싱가포르에서 남북이 정상회담을 논의했다는 게 골자다. 대북 밀사 구실을 했다고 이름이 오르내린 이들은 하나같이 사실무근이라면서 접촉 사실을 부인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임태희 노동부 장관, 김숙 국가정보원 1차장,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대통령국민통합특보), 인명진 목사, 이상득 의원,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이기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김대식 민주평통 사무총장….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는 막혀 있었다. 길들이기 vs 길들이기 싸움이 거셌다. 남북관계가 변곡점을 찍은 때는 8월4~23일.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44)씨 석방 협의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및 북한 조문단 파견이 길을 열었다.

변곡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대화의 물꼬를 텄다. 8월4일 금강산에서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면담한 뒤, 8월16일 묘향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8월23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북한 조문단을 접견했다.

여기자 석방 협상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거치면서 북미 대화가 전환점을 맞았듯, 현대와 북한의 대화는 억류자 유씨를 매개로 이뤄졌다. 현대와 북한은 7월초 중국 선양(瀋陽)에서 석방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예택 현대아산 상무(관광경협본부장)가 7월1~3일 북측 인사를 만나 석방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아산은 “북측 인사들에게 수산물을 서해상으로 반입해 판매하는 사업을 타진했을 뿐”이라고 관련 사실을 부인한다.

남북관계의 변곡점은 8월4일 금강산에서 열린 ‘현정은-리종혁·원동연 면담’이었다. 이 면담을 기점으로 북한은 유화 공세에 나섰으며, 남북 당국 간 대화가 꼬리를 물었다. 그렇다면 이 면담에선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

‘신동아’는 ‘현정은-리종혁·원동연 면담록’을 단독입수했다. 이 면담록엔 남북관계 뒷얘기를 비롯해 현안을 들여다보는 북한의 시각이 담겼다.

면담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2시40분까지 외금강호텔 2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현대 측에선 현 회장·정지이 현대 U·I 전무·서예택 현대아산 상무가, 북측에선 리종혁 부위원장과 원동연 아태평화위 실장 ·한봉철 명승지개발지도국 참사가 참석했다.

현 회장은 면담에 앞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내는 서신을 리 부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리 부위원장은 “오래간만에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정몽헌 회장 선생 돌아가신 지 6주기 되는 날인데, 저희들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리종혁 그 사이에 마음고생 많으셨죠? 멀리서나마 관심 갖고 주시하고 있습니다.

현정은 금강산 사고 이후 힘들었어요. 북측을 이해시키려고 하면, 저희 보고 북측을 대변한다고 욕도 많이 먹고요.

리종혁 현대아산이 최근에 여러 가지 곤란한 조건에서도 대북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끌어가시는데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현대그룹이 선구자적이고 개척자적인 역할을 해왔고, 그 사이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데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현정은 금강산 관광이라도 먼저 빨리 시작했으면 해요.

리종혁 먼저 말씀하실 것이 있나요?

현정은 아니요.

리종혁 그럼, 저희들이 먼저 말하겠습니다.

리 부위원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활동하던 북한 대남라인 중 지금껏 건재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대남 민간교류 일선에서 활동한 고위급 인사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모습을 감춘 최승철 전 통일전선부 부부장, 권호웅 내각 참사 등과 달리 3월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선거에서 대의원으로 재선출됐다. 리 부위원장이 준비해 온 문건을 들여다보면서 현 회장에게 말했다.

리종혁 금강산 올 때마다 늘 느끼는 문제지만 통일대국 건설에 헌신하신 정주영 회장 선생과 정몽헌 회장 선생의 공로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남협력 사업의 축지를 개척하고 6·15 시대를 열게 하신 정주영 선생과 정몽헌 선생이 민족 앞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지금도 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주영 선생과 정몽헌 선생을 잊지 않으시고 잘 기억해보라고 하십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정주영 선생, 정몽헌 회장 선생의 뜻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현정은 회장 선생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데에 대해서 잊지 않고 관심을 돌리고 계십니다. 북남관계가 사실 어려운 상태에 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산에서 정몽헌 회장 선생의 추모행사가 진행될 수 있게끔 해주시고, 장군님의 한량없는 믿음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현정은 네. 감사합니다.

리종혁 그리고 우리는 현정은 회장 선생과 현대의 여러분이 정주영 선생, 정몽헌 선생의 뜻을 이어서 통일애국의 길로 꿋꿋이 나가고 있는 데 대해서 그리고 대북 협력사업의 의지를 계속 견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높이 평가합니다. 사실 저희는 회장 선생이 여러 차례 평양 방문 의사를 표명하셨기 때문에 저희가 어떻게 하면 실현시킬 수 있겠는가 하고 많이 연구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북남관계에 조성된 이런 정세로 해서 실현시키지 못하다가 마침 임동원 선생이 하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평양에 올 때, 현정은 회장 선생도 같이 오셨으면 했댔는데, 이것도 역시 남측 당국에 의해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이런 실정에서 저희들은 회장 선생이 별도로 평양에 한번 오실 수 없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만약 따로 평양에 오실 수 있으면 그 기회에 현재 산적되어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협의할 수 있을 것 같고…. 다만 문제는 남측 당국이 승인하겠는가 하는 문젠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정은 남측 당국에서는 저 보고 빨리 가보라고 했어요. 승인 문제는 없어요.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 손길승 전 SK 회장 등의 방북을 추진했다. 하지만 남측 당국에 의해 방북이 실현되지 못했다는 리 부위원장의 발언은 오해가 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병 상임이사는 “6월2일 임동원 전 원장 등이 방북하는 것으로 정부의 승인이 떨어졌으나 북한이 핵실험(5월25일)을 하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밝혔다.
1/10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北, 현대아산 직원 석방 대가로 300만달러 요구했다”

댓글 창 닫기

2018/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