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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비판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핵무장론’을 반박한다

효과는 기대난망, 부작용은 기정사실…진정 원한다면 지금은 침묵해야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핵무장론’을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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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는 “신경 쓰지 않으면 사그라질 것”이라고 했다.
  • 다른 누군가는 “굳이 맞상대해봐야 도움 될 게 없다”고도 했다.
  • 그러나 말하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고 말하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는 인식틀이 한국 사회 전체에 시나브로 굳어지면 언젠가 깊이 후회할 날이 올 수도 있다.
  • 2011년 동북아의 정치·경제·안보 구도 속에서 한국의 핵무장은 가능한 일인가. 이를 소리 높여 주장하는 것이 과연 애국인가.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핵무장론’을 반박한다

2009년 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대한 추가 무역제재에 관한 결의안을 두고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의 원자력 관련 전문연구기관에 몸담고 있는 한 인사는 동료들에게서 “서울에서 핵무장 얘기가 거론되던데 보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연구소 내의 유일한 한국 출신이다 보니 모든 물음이 그에게 집중된 듯했다. 이들이 읽어보라며 보내온 링크는 모두 하나의 칼럼으로 연결돼 있었다. 1월11일 ‘조선일보’ 인터넷 영문판에 올라온 ‘Time for S.Korea to develop Its Own Nuclear Arms(한국이 독자적 핵무기를 개발해야 할 시점)’이었다.

“2004년에 한국의 핵 물질 추출 문제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회부됐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주요 언론사인 ‘조선일보’가 공개적으로 주장할 정도라면 핵무장이 한국인들의 지배적인 여론으로 봐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원자력공학 전문가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꽤 많은 사람이 인용하고 있어서 솔직히 좀 놀랐다.”

문제의 칼럼은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이 1월11일자 신문에 기고한 ‘남이 핵 가져야 북이 협상한다’ 칼럼의 번역본이었다.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핵 폐기 시한을 정하도록 요구하고 그 안에 해답을 얻지 못할 경우 핵 프로그램에 나서겠다고 압박해야 한다는 골자다. 칼럼은 “한국의 지도자들은 우리가 핵을 가져야 북한이 비로소 굽히고 들어온다는 것을 우리 국민과 세계를 상대로 설득하고 핵 보유를 공론화하는 용기와 슬기를 보였으면 한다. 그것이 한반도 비핵화의 첩경이며 요체다”라는 문장으로 끝맺고 있다.

공개적인 핵무장 주장은 이내 같은 계열사 다른 매체로 이어졌다. ‘주간조선’은 직후 발행된 2140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김 고문의 주장을 다시 옮겼고, ‘월간조선’ 또한 2월호에서 이스라엘의 핵개발 비화를 옮기는 형식으로 한국의 ‘자위적 핵무장’을 주장한 조갑제 전 대표의 글을 실었다. 김 고문은 2월8일자에 다시 “한국의 핵무기, 논의할 가치도 없다는 말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며 핵무장론을 이어나갔다. 북한이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을 감행하는 동안 정치권 일각에서 이른바 ‘자위적 핵무장’ 주장이 조심스럽게 언급된 적은 있지만, 유력 언론을 통해 이렇듯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주장이 반복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과연 그의 말대로 한국의 정치권과 무수한 안보·핵 문제 전문가들은 ‘용기와 슬기’가 없거나 ‘북핵도 우리 핵’이라고 믿는 종북(從北)세력이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일까. 한국이 실제로 핵무장에 나선다면, 혹은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관련 전문가들과 전현직 당국자들의 설명을 통해 하나하나 따져보기로 하자. 한국의 핵무장이 가능한지, 무엇보다 이를 거론하는 게 과연 현명한 일인지 명확히 해두기 위함이다.

북한 혹은 이란의 길

“한국의 핵무장과 관련해 검토해야 할 질문은 크게 세 가지다. 핵무장이 필요한가, 이를 실행할 능력이 있는가, 가능하다면 과연 어떤 손해와 이익이 발생하는가.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해도 핵무장을 해봐야 의미가 없다면 필요가 없을 것이고, 필요가 있다 해도 그 후폭풍이 효과보다 크다면 감행할 수 없을 것이다.”

대량살상무기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군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설명을 원용하자면, 이른바 ‘P5’로 불리는 다섯 개의 기존 핵보유국 외의 나라가 핵무장을 준비할 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우선은 북한 혹은 이란의 길이고, 다음이 이스라엘의 길이며, 마지막으로 일본의 길이 있다.

한국이 핵 보유를 추진한다고 가정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장애물은 각종 국제체제의 규제다.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로 상징되는 확산방지 체제가 한국의 핵 활동을 ‘현미경 수준으로’ 감시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일련의 핵실험금지조약과 쟁거위원회(ZC), 원자력공급국그룹(NSG) 등도 핵무기 개발에 꼭 필요한 실험 감행이나 자재, 기술의 이전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직접적인 규제는 한국이 주요 핵 물질 공급국가와 체결한 양자협정이다. 핵연료 농축을 하지 않는 한국은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농축우라늄을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이들 국가와의 협정은 해당 국가로부터 수입한 핵 물질은 오로지 평화적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 나라로부터 들여온 핵 물질이 무기 개발에 활용됐을 때만 협정이 파기되는 셈이지만, 이론은 이론일 뿐 사용된 핵 물질의 출처와 관계 없이 핵무기 개발 의혹이 확인될 경우 무조건 공급을 중단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원자력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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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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