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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분석

北 젊은 지도자 ‘1호 사진’에 담긴 3S 코드

① ‘광속’ 배포 ② 웃는 모습 ③ 위성 활용

  • 변영욱|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cut@donga.com

北 젊은 지도자 ‘1호 사진’에 담긴 3S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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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정일式 소극적 커뮤니케이션 벗어난 김정은
  • ● 집단정체성 강조 사진은 불변… 체제안정 도구화
  • ● 안정적 권력이양 위해 새 지도자 ‘이미지 메이킹’ 서둘러
北 젊은 지도자 ‘1호 사진’에 담긴 3S 코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부인 이설주와 함께 평양 창전거리에서 팝콘을 나눠 먹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9월 1일 공개됐다. 환하게 웃으며 측근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김정은의 모습은 과거 김정일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옆에 서 있는 이설주는 김일성·김정일 배지도 달지 않은 채 금빛 목걸이와 화려한 머리띠를 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다른 모습을 잇달아 보여주고 있고, 북한 주민들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달라진 이미지를 목격하고 있다. 10월29일 조선중앙통신은 허리주변이 불룩하고 얼굴이 심하게 부은 모습으로 공연에 참석한 이설주의 사진을 공개했다. 전형적인 임신징후였다.

현대 사회에서 기업은 오너가 바뀌거나 전략목표가 바뀌면 CI(Corporate Identity)를 교체한다. 시각적으로 변화를 알리기 위해서다. 북한 김정은 사진의 변화는 기업이 CI 교체작업을 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2008년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이 대두된 후 약 3년이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은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다. 그리고 이제 북한은 김정은 시대로 들어섰다. 아버지 김정일이 살아 있던 2010년 9월 김정은은 당대표자회의 참석을 계기로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 후 2년간 젊은 지도자의 모습으로 신문과 방송에 얼굴을 비치고 있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매스미디어에 등장하는 것을 꺼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카메라 앞에 서고 있다. 김정일식 ‘소극적 커뮤니케이션’에서 벗어나 ‘적극적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등장은 생방송이라는 파격적인 방식을 택했고, 현지지도에서 그가 보여주는 행보 역시 거침이 없다. 이것은 북한의 변화이기도 하다.

북한은 왜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노출하는가? 이를 북한의 진정한 변화의 증거로 볼 수 있을까? 이 글은 김정은 사진이 김정일 시대의 것과 어떻게 다른지, 왜 변화가 일어 났는지, 그리고 사진이 북한의 변화를 어떤 측면에서 반영하고 있는지를 알아볼 것이다.

김정은 사진의 ‘3S 코드’

김정일 시대와 확연히 차이 나는 점은 ‘속도(Speed)’다. 김정은 사진은 아주 빠른 속도로 배포되고 있다. 김정은이 북한 사회에 등장한 지 열흘 정도 지난 후인 201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65주년 열병식은 CNN 등 세계 방송사들이 공식 초청된 가운데 생중계되었다. 또한 2011년 12월 김정일 영결식에서 김정은은 직접 장례차량을 붙잡고 평양 시내를 걸었고, 이 모습도 국내외로 생중계되었다. 조선중앙TV는 또 올해 김 위원장 생일(2월 16일)에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진행된 약식 열병식과 3월 25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정일 사망 100일 중앙추모대회 등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김정은의 현지지도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하루나 이틀 만에 편집되어 방송된다. 짧게는 보름, 길면 6개월 후에 기록 영화 형식으로 방송되던 김정일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김정은의 행보가 곧바로 북한 사람들과 세계에 전해진다는 점에서 빨라진 속도는 예전과는 다른 특징이다.

둘째, 웃음(Smile)이다. 김정일 사망 후 북한 신문과 방송에서는 죽음을 애도하며 통곡하는 인민들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이때 김정은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간혹 눈물을 닦는 모습이 비치기도 했지만 대체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영결식 당일 김정은은 슬퍼하기보다는 단호한 표정을 보여주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부터다. 영결식이 끝난 직후부터 북한은 김정은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대부분 자신감이 넘치고 환한 모습이다. 심지어는 놀이기구를 타며 웃는 김정은의 모습도 보인다. 이때는 김정일 사망 후 49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우리 정서상 상주(喪主)인 아들이 웃음을 보인다는 것은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먹고살기 빠듯한 북한이 엄청난 돈이 드는 폭죽 행사를 연이어 열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폭죽 행사 비용이 수백억~19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셋째, 위성통신(Satellite)이다. 김정은의 이미지는 인공위성을 통해 곧바로 세계로 전송되고 있다. 이미 김정은은 두 차례의 생중계 방송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국 AP통신은 올해 1월 16일 서방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북한 평양에 종합지국을 개설했다. AP 평양지국은 북한 출신 박원일, 김광현 2명의 기자가 상주하며 각각 기사와 사진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AP통신은 지난 2006년 5월부터 동영상 콘텐츠를 전문으로 송출하는 계열사인 APTN 상설지국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북한이 생산해 공급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송출하던 기존 AP 상설지국은 이제는 기사와 사진, 영상을 모두 송출하는 종합지국으로 확대되었다.

김정은 김정일 사진 다른 이유

또 노동신문은 2011년 2월 17일부터 PDF 서비스를 하고 있다. PDF 서비스란 신문 지면을 디지털 파일 형태로 온라인상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중국 항공편을 통해 배달된 노동신문을 발행 1주일 후에야 볼 수 있었다. 북한에서 아침에 발행되는 노동신문을 서울에서도 아침에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북한과 김정은의 이미지는 이제 국내용이 아니라 글로벌화를 겨냥하고 있다.

김정은 사진의 기본 코드를 속도, 웃음, 위성통신(Speed, Smile, Satellite)로 나눠 살펴보았다. 그럼 이제는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가 궁금해진다.

그것은 전략적 필요성 때문이다. 북한에서 사진과 매스미디어는 정치적 상황에 대응하는 특징이 있다. 정치가 매스미디어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2008년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이라는 정치적 위기상황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하고 현지지도를 다시 시작한 김정일의 사진이 노동신문을 도배하다시피 채웠다. 6~10면에 불과한 신문에 한꺼번에 40장이 넘는 사진이 게재되면서 신문 지면은 마치 김정일과 김정은 가족 앨범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다른 뉴스를 제외하고 ‘1호 사진’만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김정일의 건재와 사회주의의 완성 과정을 강변했다. 그리고 김정일 사진 중간에 김정은 사진을 끼워 넣음으로써 단계적으로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권력이양을 정당화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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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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