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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상위 10% 기득권층 자인해야”<전 민노총 사무부총장>

운동권 출신의 민노총 ‘고용 사다리 걷어차기’ 비판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민주노총, 상위 10% 기득권층 자인해야”<전 민노총 사무부총장>

  • ● 여당 관계자 “민노총, 여당 지지층 아냐”
    ● “노조가 양보 안 해 경제 고꾸라지게 생겨”
    ● “성안의 정규직만 챙기는 민주노총”
    ● “지대형 임금구조 바꿔야 고용 창출”
    ● “민주노총 조합원 70%, 굉장한 고연봉 받는 계층”
2018년 12월 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광주지역본부 노조원들이 5일 10시쯤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형일자리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있다. [뉴스1]

2018년 12월 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광주지역본부 노조원들이 5일 10시쯤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형일자리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있다. [뉴스1]

경제의 역주행이 멈출 줄 모른다. 한국형 성장신화의 주역인 제조업은 뿌리부터 흔들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1월 기준 제조업 부문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만1000명 줄었다. 이 와중에 돌파구로 주목받은 게 ‘광주형 일자리’다. 초임 연봉을 3500만 원(주44시간 근로 기준)으로 낮추는 조건으로 연산 10만 대 규모 현대차 완성차 공장을 짓는 사업이다. 대신 정부와 광주시가 주거·복지·보육시설 등을 지원해 낮은 임금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2018년 12월 6일 협약을 맺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협약 체결이 유보됐다. 지역 노동계가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35만 대 생산까지 임단협 유예’가 논란의 단초가 됐다. 노동계는 이 조항의 삭제를 요구했다. 현대차는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응수했다.

같은 날 현대·기아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부분파업을 강행했다. 현대차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일부 수정안 의결을 현대차 사측이 거부했지만, 정부와 광주시가 압박하면 언제든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며 “파업 강행으로 광주형 일자리 완전 폐기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정부에 맞서 사측에 힘을 실어준 꼴이다.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002년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를 썼다. 그는 선진국들이 후진국의 성장을 막기 위해 자신들이 올라탄 사다리를 걷어찬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위선과 교활함을 꼬집은 이 저서는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 분석 틀을 빌리자면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청년들의 고용 사다리를 걷어찼다. 광주지역산업진흥협의회가 “민주노총도 청년과 노동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광주형 일자리에 적극 동참해 기성세대로서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달라”고 성명을 냈을 정도다.

운동권 출신 인사들도 민노총의 행태에 답답함을 토로한다. 86 학생운동권 출신인 여당의 한 기획통은 “정부·여당이 민주노총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까지 있던데 완전히 틀린 말이다. 한국노총은 조직적으로 여당과 결합돼 있다. 반면 민주노총은 여당과 조직적 관계가 없다”면서 민노총과 선을 그었다. 그에게 물었다.



- 이석행 전 민노총 위원장이 2012년 조합원 1000명과 함께 민주통합당에 입당하지 않았습니까? 이 위원장은 지금 폴리텍대학 이사장 자리까지 꿰찼는데요.

“이 위원장이 당시 대선 앞두고 결합했지만, 사실 개별 입당이었죠. 민주노총이 우리의 지지층인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지지층 아니에요. 과거엔 민주노동당과 결합했고 지난 대선 때도 우릴 지지한 건 아니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민주노총을 따끔히 지적해주세요.”

학생운동권 1세대이자 노동운동, 빈민운동, 민주화운동에 평생을 투신해온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민노총의 각성을 촉구했다.

“광주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지역에 비해 개인당 지역 총생산이 3분의 1이 적습니다.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들의 순유출이 많아요. 임금을 적게 받는 대신 주택·복지 등을 정부에서 지원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민주노총이 거기에 대해서는 찬성해야 한다고 봐요. 민주노총이 대기업 노조 위주로 조직이 꾸려져 있잖습니까. ‘지금 내가 직장 갖고 있으니 이 봉급 받아야겠다’ 이런 건데, 우리나라 경제가 고꾸라지게 생겼어요. 자동차 산업이 마이너스 성장하고 있습니다. 노조가 양보할 때가 됐어요. 그러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가 죽습니다.”

민노총은 출발부터 대기업, 공기업 중심 노동조합 연대체로 출발했다. 대기업, 공기업 노조는 강력한 교섭력을 갖고 있다. 자연스레 이들의 임금은 계속 올랐다. 문제는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 기업은 비용 통제를 위해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생성된 것이다. 그러니 노조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노동시장 양극화가 확대되는 역설이 발생했다.


“‘밥그릇 지키기’ 노동운동”

이러다 보니 직무급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직무급제는 업무 난이도와 성격, 요구되는 기술, 지식·경험 등에 따라 임금을 차등화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연공급 임금체계(호봉제)의 대안으로 주목받아왔다. 호봉제 중심 임금체계는 기업의 비용부담을 키워 비정규직, 하도급 양산을 자극한다는 단점이 있다. 민노총이 늘 강조하는 ‘좋은 일자리’가 생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취업준비생, 그러니까 청년들의 몫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연공서열식 임금이 직무급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민노총 출신인 이수봉 인천경제연구소장은 “직무급제 도입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타개할 고리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연봉제 중심이니 임금 자체가 지대추구적인 성격이 강하다. 지대라는 게 자기 생산성과 상관없는 것이다. 노동시장이 이중화돼 기업은 정규직을 채용하는 게 큰 부담이 됐다”고 꼬집었다.

1984년부터 인천 지역을 기반으로 노동운동을 해온 이 소장은 민노총에서 사무부총장, 고용안정센터소장, 정책연구원장, 대변인, 홍보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 외에도 병원노련과 현대그룹노조총연합, 금속연맹 등 다양한 조직 경험이 있다. 이 소장이 이끌었던 당시의 민노총 사무부총장실은 기획실과 총무실을 관할하면서 사무총국 전반을 살피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었다.

이 소장은 2012년 안철수 대선 예비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민노총을 떠나 정계에 입문했다. 국회 보좌관으로도 일했다. 지금은 민노총 바깥에서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해 고민하며 비교적 객관적 시각에서 친정을 바라본다. 그와의 문답이다.

- 지금 민노총의 행태는 청년들이 올라가려는 고용 사다리를 걷어차는 꼴로 보입니다.

“1987년에는 노동운동이 개혁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죠. 1997년 지나면서부터 점점 임금 극대화 전략에 치중하며 ‘밥그릇 지키기 운동’으로 역할이 갇혀버린 측면이 있습니다. 내부에서 이 문제를 잘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예요.”

- 제조업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데 민노총이 정규직 확대 전략만 고수하고 있으니 더 타협의 여지가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정규직 과보호가 문제라는 시각도 있고요.


“현대차 조합을 예로 들면, 한 라인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굉장히 크잖아요. 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된 겁니다. 그러니까 자기 식구들만 챙기는 경향, 즉 성안에 들어와 있는 노동자들은 보호하는데 성 바깥에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굉장히 냉정해지는 거죠.

정규직 과보호라는 것도 그래요. 전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나 임금수준을 생각하며 추구해야 하는데, 개별 기업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일노동·동일임금, 산별노조, 정부의 산업정책이 다 맞물려야 합니다. 하지만 각자 이해관계만 추구하다 보니 정규직의 일부만 보호되고 나머지는 다 내팽개쳐지는 그런 상황이 초래된 겁니다. 노동운동만의 책임이 아니라, 노사정이 문제를 함께 조장해온 거죠.”

- 함께 조장했다?

“산별노조 만들 때 제일 크게 반대한 주체가 정부와 재계였거든요. 산별노조를 하게 되면 정규직 노동자들도 임금을 깎아야 합니다. 산별임금이 정해지니까요.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기업별 이기주의에 갇혀 있는 노동운동을 하게 될 수밖에요. 노사정이 직무급제·산별노조로 함께 끌고 가야 해요.”

2018년 11월 2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첫 회의가 열렸다. 민노총은 불참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자기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 분담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것은 시대적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이 소장과의 문답이다.


“자신이 수혜 계층임을 인정 안 해”

- 경사노위 위원장이 민노총 출신임에도 민노총은 불참을 택했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10년 이상 민주노총 내부에서 개혁의 기회를 놓쳐왔어요.”

- 개혁이라면?

“1995년 민주노총이 출범했을 때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기치로 표방했습니다. 이게 3년쯤 이어지다가 다시 직장 이기주의로 되돌아가버렸어요. 말로는 노동 전체 이익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보이는 행동은 다른 겁니다. 내부 개혁을 위한 노력은 좌초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은 생기고. 노사정이 공익적 가치를 중심으로 흉금을 터놓고 합의하는 과정으로 가야 하는데, 항상 하나의 목표를 정해놓고 (민주노총을) 설득하려 하거나 양보시키려고 하다 보니까 정리가 안 되는 거죠.”

- 지금 여론상 민노총이 고립된 느낌이 없지 않은데요. 민노총 입장에서도 전략전술상 별로 좋지 않은 것 아닙니까?

“당연하죠. 민주노총도 거시경제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어떤 내부 혁신을 할지 분명히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직무급 전환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거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리가 누린 지대형 임금구조를 바꾸겠다는 등 과감한 개혁노선을 표방해야 하는데, (내부에서) 그런 전략에 대한 논의가 잘 안 되고 있는 걸로 보여요. 그러니 고립되고 있는데, 이 국면을 극복하려면 어느 정도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 자기희생에 나서면 경제의 한 주체로서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까?

“그렇죠. 지금 국민들은 민주노총이 굉장히 기득권화한 집단이라고 보고 있잖습니까. 그건 또 사실입니다. 물론 아직 많은 사람이 권익을 못 누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지만, 민주노총 조합원의 70% 이상은 굉장한 고연봉을 받고 있는 계층이거든요. 문제는 스스로가 그런 일정한 사회적 기득권층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인정 안 하는 거죠.”

- 민노총은 계속 아웃사이더라고 자처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웃사이더가 아니죠. 우리 사회 계급 구조에서 기득권층이에요. 가령 언론노조가 민주노총에 속해 있잖아요.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우리나라 상위 10%에 속할 겁니다. 상위 10%인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우리 사회의 수혜 계층이라고 생각을 못 한다고요. 여전히 핍박받는 노동자, 약자라는 포지션을 자처하는 겁니다. 국민들은 그런 민주노총의 인식에 대해 이해를 못 하는 거예요. 아주 객관적으로 본인들이 기득권의 조건에 있음을 인정해야 해요.”

- 스스로 약자라고 포지셔닝하니 개혁의 방법론도 왜곡된다?

“물론 민주노총 지도부에는 기득권층이라기보다는 사회개혁가로서의 면모를 보인 분이 많이 있어요. 그렇지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다 집에서 잘살고, 명품 한두 개씩 갖고 있고. 어쨌든 상위 10%니까. 객관적으로 그렇다는 거예요. 나머지 하위 계층이 처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자기들이 약자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고민을 안 하는 겁니다.”


“시각에 현실을 맞춰”

2018년 12월 5일. 하부영 현대차노조 지부장은 “자동차 시장이 포화 상태로 공장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고용위기를 느끼는 현대차 조합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즉 현대차노조는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자는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이유로 ‘취업자 고용 위기’를 꺼내든 셈이다. 

학생 때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다가 지금은 야당에서 일하는 한 국회 보좌진의 말이다. 

“민주노총이나 과거 민노당이나 세계관의 중심이 계급투쟁이잖습니까. 청년은 거기에(계급구조) 들어맞지 않잖아요. 그러니 뒤로 밀리죠. 청년층은 기껏해야 ‘노-학(노동자-학생)연대’라는 말에서 보듯 연대해야 할 하나의 대상으로 보는 게 최대치입니다. 힘든 현실에 맞춰 청년을 보는 시각을 교정해야 하는데, 시각에 현실을 맞추는 거죠.”




신동아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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