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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찰, 미군 피의자에게 질문도 못했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

  • 황일도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hamora@donga.com

한국 경찰, 미군 피의자에게 질문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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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네 살 어린 나이의 두 소녀가 좁은 시골길을 달리던 미군의 궤도차량에 깔려 숨졌다. 사고 직후 국방부는 “한미합동조사단이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6일 후 조사결과를 들은 유족과 사회단체들은 ‘한미합동조사단’의 역할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과연 한국과 미국은 이 사건을 ‘합동’으로 조사했을까. 고개를 가로젓는 관할 경찰서와 인터뷰를 거부하는 군. 진실은 무엇인가.
사건이 발생한 것은 6월13일 경기도 양주군 56번 지방도. 피해자는 같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중학교 1학년생 신효순(14)양과 심미선(14)양이다. 두 사람은 같은 마을에 사는 친구의 생일파티에 가기 위해 왕복 2차선 도로의 갓길을 걸어가다 변을 당했다.

사고차량은 훈련을 마치고 귀대하던 미2사단 공병대대 44공병대 소속 부교운반용 궤도차량(AVLM). 탑승자는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과 선임탑승자 페르난도 니노 병장. 54t 무게의 궤도차량이 피해자들을 완전히 깔고 지나가면서 시신이 훼손돼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고현장은 미군에 의해 수습됐고 운전병과 선임탑승병은 기지로 호송됐다. 한국 경찰은 사고현장 부근에 있던 미선양 이모부 내외의 신고를 받고 뒤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6월19일 한미합동조사단은 “악의나 의도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건 직후 주한미군 관련 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미군 장갑차 고 신효순, 심미선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결성되어 항의시위를 벌여나갔지만, 마침 월드컵 기간이어서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6월29일 미2사단 공보실장이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조사 결과 사건당시 안전수칙은 제대로 이행됐으며 누구도 힐난받을 사람은 없다”고 밝히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사건이 일어난 6월13일, 보고를 받은 국방부는 사망자가 둘 다 여중생이라는 점,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반미감정이 높아진 점 등을 고려해 신속히 한미합동조사 방침을 밝혔다. 황의돈 국방부 대변인은 발표를 통해 “사고발생 즉시 한국 경찰과 주한미군 헌병대가 조사를 진행중이지만, 더욱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를 위해 주한미군 헌병대와 한국 육군헌병이 합동으로 조사반을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믿고 장례 치른 가족들

죽은 신양의 아버지 신현수씨는 “아이가 죽은 것을 알고는 놀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어찌 됐건 정부에서 잘 처리해줄 것이라 믿었다”고 말한다. 한국 경찰과 국군이 합동조사단에 참여하는 만큼 사고 경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는 것.

사건 초기부터 가족들과 접촉해온 대책위 김종일 공동집행위원장은 “당초에는 유가족들이 사회단체의 개입을 썩 환영하는 것 같지 않았다”고 말한다. 비록 미군 관련 사건이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을 믿고 있더라는 것. 사건 발생 후 이틀 만에 장례식을 치르며 시신을 화장한 것도 그 때문이다. 대책위에서는 “차후라도 의혹이 생길 수 있으니 시신을 화장하지 말자”고 했지만 유족들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었다.

정부를 철썩같이 믿고 있던 유가족들은 6월19일 저녁 미2사단 영내에서 진행된 한미합동조사단 명의의 사건조사결과 브리핑에 참석하고 난 후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날 미군측은 ‘의도적인 사건이 아니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AVLM 차량의 특성상 운전자의 우측 시야가 가릴 수밖에 없고, 운전병과 선임탑승자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생긴 비극적 사고”라는 주장이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 사용된 합동조사단의 정식명칭은 ‘한미군경합동조사단’. 보고서는 “대한민국 경찰, 대한민국 헌병대 및 미 육군 안전부서와 더불어 우리는 본 사고의 철저한 조사를 실시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브리핑 말미에서 미2사단측은 “한국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해 수사를 종료했고, 우리도 이번 브리핑을 통해서 사건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군측 발표는 유가족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브리핑이 대부분 미2사단 작전보좌관과 헌병참모 등 미군에 의해 진행됐을 뿐 한국 경찰이나 군인들의 역할은 미미했던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운전병의 신문과정에 한국 경찰이나 군인들이 참여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

가장 큰 의문은 피해자들을 먼저 발견한 선임탑승병이 왜 운전병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못했는가에 대한 부분. 합동조사결과 발표 당시 미군측은 “당시 훈련으로 인해 무선교신이 많았기 때문에 운전병이 선임탑승자의 무전지시를 듣지 못했을 뿐이며, 통신장비에 고장이나 이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수장비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주파수가 다르고 선임탑승병과 운전병 간의 교신은 필수이기 때문에, 외부교신이나 주위 소음으로 인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족과 대책위는 이날 이후 “한미합동조사는 명목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과연 사건 조사를 담당했던 합동조사단은 어떻게 구성됐을까. 한국측 참여인원은 누구이며 어떤 역할을 담당했을까. 이들은 과연 ‘합동조사단’이란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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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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