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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변호사의 알아두면 돈이 되는 법률지식 16

법에 대한 몇 가지 오해

법에 대한 몇 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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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군사정권 시절 정부를 비판하던 인물이 ‘국가원수 모독죄’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여전히 대통령은 ‘모독해서는 안 될 신성’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언론 자유가 넓게 보장되는 선진국과 아직도 언론 통제가 심한 중동국가. 이 중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곳이 어느 쪽인지 자명하지 않은가?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산 김지름씨는 옷이 사진과 크게 다른 것에 실망하고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쇼핑몰 측에서 거절하자 김씨는 여러 포털사이트에 해당 인터넷 쇼핑몰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올렸고, 이로 인해 쇼핑몰 매상이 크게 줄었다. 김씨는 쇼핑몰의 영업을 방해한 것일까?

법 상담을 하다보면, ‘일반인은 업무방해 범위를 상당히 넓게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위력을 사용해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해야 한다.

허위사실유포는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과거나 현재의 사실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파하는 행위를 뜻한다. 10여 년 전 모 우유회사가 “다른 우유회사 제품은 고름우유”라는 광고를 냈다. 그때 그 우유회사 대표는 허위사실유포로 인한 업무방해죄로 기소됐다.

‘위계’는, 상대방의 착오나 부지(不知)를 악용해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학력을 허위 기재한 이력서를 제출해 취업했거나, 시험에 대리응시했거나, 학원이 학교 시험문제를 유출했을 때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처벌받는다.



‘위력’은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만한 유·무형의 힘을 말한다. 고함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거나, 여러 사람이 농성을 하며 영업을 방해한 경우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있다. 상가관리사무소가 입주상가의 전기나 수도를 끊은 행위도 마찬가지다.

사실에 부합한 글 업무방해죄 안 돼

법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업무방해로 처벌하려면 영업이나 업무가 방해를 받았다는 결과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수단으로 허위사실유포, 위계, 위력 중 하나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은 경우는 업무에 방해가 됐다고 하더라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

업무방해죄의 보호를 받는 ‘업무’가 꼭 합법적일 필요는 없다. 무허가 포장마차 영업이라도 영업을 방해했다면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성매매, 도박 등 업무가 불법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오히려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기 때문에 업무방해죄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 위 사례의 김씨가 인터넷에 게재한 글이 사실에 부합한다면 그 글로 인해 쇼핑몰에 손실이 발생했더라도 업무방해죄가 될 수는 없다.

#최울컥씨는 친구 박뺀질씨의 뻔뻔한 행동에 열 받아, 박씨의 멱살을 한 번 잡았다. 최씨는 멱살을 잡는 순간 자신이 폭력 전과 3범이라는 것을 상기했다. 결국 최씨는 분을 억누르고 잡은 멱살을 놔줬다. 최씨는 “나도 내 행동을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됐다”며 뿌듯해했지만 며칠 후 경찰서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폭행죄로 고소장이 접수됐으니 출두하라는 것.

멱살만 잡아도 폭행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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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누구를 때리는 것을 폭행이라고 생각한다. 폭행의 사전적 의미가 ‘난폭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의 세계에서 폭행은 ‘타인 신체에 대해 물리력을 가하는 행위’로 해석한다. 사람에게 물리력, 즉 일정한 힘을 가했다면 때리지 않았더라도 얼마든지 폭행죄가 될 수 있다는 것. 만약 사람의 발 앞에 화분을 던졌거나, 심한 폭언을 계속했거나, 얼굴에 침을 뱉는 등 사람을 직접 때리지 않았더라도 폭행에 해당한다.

앞의 사례에서도 최씨가 박씨의 멱살을 잡았다 바로 놓았지만, 멱살을 잡은 행위만으로도 형법상 폭행에 해당한다. 폭행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처벌하지 않는 범죄(반의사불벌죄)다. 최씨는 폭력 전과 하나 늘리지 않으려면 박씨에게 사과하고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사정하는 수밖에 없다.

신동아 201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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