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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반토막 불구 700명 채용 대통령 칭찬 들은 KAI

방위산업도 ‘소득주도성장’인가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주가 반토막 불구 700명 채용 대통령 칭찬 들은 KAI

  • ● 최대주주 수출입은행 BIS비율도 ‘흔들’
    ● ‘낙하산’ 사장의 묻지마 채용?
    ● “워라밸 확대·국가적 과제 동참”
[뉴시스]

[뉴시스]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큼 악재(惡材)가 이어졌다. 한국형전투기를 만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얘기다. 시쳇말로 ‘주인 없는 회사’인 터라 정부가 사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다 보니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능력에서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잇따라 문제가 노출됐다.

특히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을 두고 우려가 잇따라 제기된다. KFX사업은 18조 원을 투입해 쌍발 전투기 120대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해 형상 최적화, 첨단센서, 무장통합 기술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KAI의 항전 시스템 및 비행제어 개발 능력에도 부정적 견해가 나온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차세대 전투기를 공동으로 개발하는데 인도네시아가 발을 빼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KFX·IFX 공동개발 사업에 20% 지분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개발비를 미납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공동개발사업에서 철수하는 것까지 검토하면서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재협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FX는 KAI의 주력 사업이면서 “그것에 올인하는 상황”(KAI 관계자)이다. “인도네시아가 철수하면 KAI가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는 지적에 KAI 관계자는 “지금 그런 상황”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망하기를 기다리면서 방관하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신동아’ 2018년 12월호 ‘전력증강사업 좌초·실패·부실…KAI는 망하는 길로’제하 기사 참조)


“각종 비리·경쟁력 약화로 곪아”

KAI는 사운(社運)을 걸고 뛰어든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APT) 교체 사업 수주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T-50의 개량 모델 T-50A를 공급하려고 했는데 보잉·사브 컨소시엄에 밀려 탈락했다. 비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하성용 전 사장이 재임할 때 “수주에 실패하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했을 만큼 APT 수주는 KAI에 절실했다.



KAI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을 통합해 출범했다. “정부 의존적 경영이 이어지며 각종 비리와 경쟁력 약화로 곪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수요처가 민수(民需)보다는 정부인 경우가 많으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2017년 10월 취임한 김조원 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으로도 일했다. APT 수주 실패가 CEO의 경영 능력 탓이라고만은 할 수 없으나 “감사원 출신 낙하산 사장이 전투기에 대해 뭘 알겠느냐”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KAI 최대주주는 주식 26.4%를 보유한 수출입은행이다. KAI 탓에 수출입은행 BIS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에 따른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도 흔들린다. 81개 출자 회사 중 KAI 1곳만 중점관리 적용 대상으로 다뤄왔을 만큼 수출입은행에도 KAI는 부담이다.

2016년 6월 수출입은행 BIS비율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지원 등으로 인해 국내 은행 최하위 수준인 10% 아래로 떨어졌다(국제결제은행은 BIS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려야 했기에 산업은행으로부터 KAI 주식을 현물출자 받았다. 산업은행이 흑기사 노릇을 한 것이다. 이로써 KAI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에서 수출입은행으로 바뀌었다. KAI 지분 26.41%를 산업은행으로부터 넘겨받아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전체 직원 15% 규모 신규 채용

주가 반토막 불구 700명 채용 대통령 칭찬 들은 KAI
산업은행이 KAI 주식을 넘길 때 주가는 6만4000~6만6000원이었으나 2018년 12월 11일 종가는 3만1200원이다. 1조7000억 원에 달하던 수출입은행 보유 KAI 주식 가치가 8000억 원 수준으로 ‘반토막’난 것이다. KAI 주가가 회복되지 않거나 하락하면 수출입은행의 자본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는 상황이다.

10월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출입은행 국정감사 때도 “KAI의 경우 출자 후 2년 넘게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지 않아 부실을 수수방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APT 수주 실패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할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수주·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경영진 전문성 확보, 차세대 무인기, 정찰 위성 등 신사업 투자 확대를 내용으로 한 경영혁신안 이행을 철저히 점검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은성수 행장 답변 가운데 ‘경영진 전문성 확보’와 관련해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 김조원 사장이다.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NL(민족해방) 운동권 출신인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강릉선 고속철도(KTX) 탈선 사고의 책임을 지고 12월 11일 사퇴하면서 ‘공기업 낙하산’도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방위산업 관계자 A씨는 “민간기업 같으면 APT 수주 같은 큰 딜에서 실패했을 경우 경영진을 물갈이했을 것”이라면서 “민간기업이지만 공기업 성격을 지닌 KAI의 경우 이사 후보의 자격 요건을 까다롭게 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기설이 나올 만큼 사정이 녹록지 않은데도 KAI는 2018년 700명을 신규 채용했다. 2018년 2월 내놓은 “올해 700명 이상을 새로 뽑는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KAI 직원(4100여 명)의 15%에 달하는 규모다. KFX 개발 본격화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확대가 명목이다.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겠다”

2017년 7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국방 과학기술 대제전’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부스에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모형이 전시돼 있다. [뉴시스]

2017년 7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국방 과학기술 대제전’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부스에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모형이 전시돼 있다. [뉴시스]

김조원 사장은 700명 채용 계획을 내놓으면서 “대형 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개발 및 생산을 중심으로 인력 수요가 생겼다. 국가적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채용 인원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인천공항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KAI는 700명 채용으로 화답했다. 김조원 사장은 채용 계획 발표 이후 문 대통령에게 “잘했다”는 칭찬도 들었다. 문 대통령과 김 사장은 2005년 청와대에서 민정수석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직속 상하 관계였다.

방위산업 관계자 B씨는 다음과 같이 꼬집는다.

“KAI가 APT 사업 수주를 확신한 상황에서 인력 충원 계획을 세웠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계획이 나올 수 없다. 수주에 실패했으면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인력을 충원할 때가 아니라 구조조정할 때다.

방위산업도 ‘소득주도성장’인가. KAI가 정부 영향력하에 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 수출입은행이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함께 일한 김조원 사장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겠는가. KAI가 정립(正立)하려면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하거나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해결해주겠지’하는 생각이 이어지니 이 지경이 된 것이다.”

노동경제학 권위자 남성일 서강대 교수가 ‘신동아’ 인터뷰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면 ‘양질의 경제’ 만들어지나”라면서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년에 직원 2~3명씩 뽑아야 하는 A기관이 대통령 지시로 10명을 뽑았다고 치자. 그럼 이 사람들이 진급할 때는 보틀넥(인사 적체 병목현상)이 걸린다. 그런데 다음 정부 들어서 공공기관 효율화를 강조하면 A기관은 몇 년간 채용을 안 한다. 생각해보라. 군대에서 말년 병장만 우글우글하고 일병, 상병은 없고 이등병만 들어온다면 군대가 잘 돌아가겠나. 단순히 사람 숫자 문제가 아니다. 직무 배치, 숙련도 등 모든 인사·노무에 비상등이 켜지고, 공공부문 시스템이 엉망이 된다. 문재인 정부가 향후 50년간 대한민국을 책임질 건가. 다음 정부는 세금 문제 때문에라도 당연히 공공기관 효율화에 나설 거다. ‘잘못된 역사’는 또 반복될 거다.”(2017년 7월호 참조)


“이명박·박근혜 때도 뽑으라고 해”

KAI 관계자는 “뽑으라고 했다고 뽑은 게 아니라 필요해서 뽑은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력 충원은 APT 수주와 연결된 게 아닌 데다 사업이 없는데 미리 뽑은 것도 아니다. 필요한 인력을 선발한 것이다. KFX, LAH(소형무장헬기)·LCH(소형민수헬기) 등 진행하는 사업이 많다. 확정된 사업 일정을 맞추려면 인력이 필요해 채용했을 뿐 정부가 사람을 뽑으라고 해 채용한 게 아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도 사람을 뽑으라고 한 건 똑같다.”

역대 정부는 하나같이 KAI의 정부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대한한공이 KAI 인수를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산업은행은 지분 매각 의사를 주요 주주와 합의했으나 싱가포르에 T50을 수출하는 것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매각 절차를 중지했다가 2010년 7월 재개해 2012년 7월 31일 매각 공고를 냈다.

2012년 12월 17일 입찰에서 현대중공업만 입찰서를 냈으며 경쟁자이던 대한항공은 “적정 가격보다 비싸다”면서 불참했다. 국유재산 매각에는 2개사 이상이 참여해 유효경쟁을 해야 한다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KIA 지분 매각은 유찰로 막을 내렸다. 연합뉴스는 당시 ‘KAI 인수 결국 차기 정부로 넘어가’라는 제목을 뽑았다.

박근혜 정부 때 산업은행은 금융위원회 권고에 따라 2018년 3월까지 KAI를 포함한 비금융자회사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나선 상황에서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자 산업은행으로부터 KAI 주식을 넘겨받는 대주주 변경이 이뤄지면서 KAI 지분 매각이 변수를 맞았으며 탄핵으로 인한 권력 공백기를 거친 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선거 TV토론에서 KAI 지분 매각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KAI 지분 매각이 재추진될 가능성은 낮다. KAI를 현재와 같은 형태로 정부 영향력 아래에 두면 ‘잘못된 역사’가 앞으로도 반복될지 모른다.




신동아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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