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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의 국제정치학

우파 핵심 아베, 장기 집권 노려 ‘국제 왕따’ 감수

  •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정치학 khyang@mail.skhu.ac.kr

일본군 위안부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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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월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미국 하원에 제출되면서 이 문제가 국제적인 쟁점으로 떠올랐다.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는아베 일본 총리의 발언은 이를 ‘뜨거운 감자’로 만들었다. 미국과 호주, 싱가포르를 비롯한 각국의 정치인과 매스컴이 위안부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 우호적이던 미국이 이례적으로 일본 비난에 나선 이유, 역사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아베 정권의 본질은?
일본군 위안부의 국제정치학

미국 고문서국이 1998년 비밀 해제한 1944년 보고서는 일본군 위안부가 ‘창녀’로 징발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보였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명시한 미국 세계사 교과서(아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민간단체 운동 수준에서 벗어나 세계 각국 정부와 유력 정치인들이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공식견해를 표명해 일본 정부를 곤란하게 하고 있다. 다급해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방문을 앞두고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뜻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을 정도다.

이전에 아베 총리는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막을 속셈으로 위안부 강제동원의 증거가 없다고 발언했다. 우파 정치인들로 구성된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이하 ‘의원모임’) 회원 40여 명은 강제연행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의 수정을 요구했다. 문부성 차관을 지낸 시모무라 하쿠분 관방 부장관도 개인적으로 고노 담화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소 다로 외상은 결의안이 일본 정부의 견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근거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앞으로 일본 정부가 채택 거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의 주요 언론인 ‘뉴욕타임스’ ‘뉴스위크’ ‘타임’등은 일본 정계의 움직임과 아베 총리의 발언을 냉담한 어조로 소개하면서 하나같이 비판했다.

美 “아베, 민주국가 지도자의 수치”

이들은 사설과 기고문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은 점차 개선돼가는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냉각시킬 것이며, 갈등을 해소하는 데 비싼 외교 비용을 치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3월24일 “아베 총리의 위안부 발언이 과거의 자세에서 후퇴하고 있으며, 이는 주요 민주국가 지도자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하원 결의안 제출과 언론의 비판에 자극받은 미 국무부는 일본 정부에 솔직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라고 촉구하면서 이전의 방관적인 자세에서 선회했다. 미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 소재를 물은 것은 처음이었다. 일본을 방문 중이던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은 위안부 문제를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으며, 토머스 시퍼 주일 미국대사도 일본군이 강제 동원한 위안부가 존재했고 이들이 성매매를 강요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3월19일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치가들의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매케이 캐나다 외교장관도 아소 외상과 6자회담에 관한 전화 통화 중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견해를 물었다. 필리핀과 호주에서도 현직 각료가 아베 총리의 발언을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는 3월8일 공식 발표문을 통해 위안부 강제연행은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심각한 범죄로, 일본 정부가 용기를 발휘해 역사와 미래에 책임을 지고 이 문제를 적절하고 올바르게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역사인식에 대해 국제사회가 일본 비판에 나서서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 내에서도 비난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아사히신문’ 사설은 아베 총리의 발언이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고 있다고 힐난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도 일본 외교의 고립을 자초했다며 철회를 주장했다.

강제동원의 진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1절 담화문에서 역사 문제를 외교적인 범위 내에서 원론적인 수준만 거론했는데 이는 아베 정권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노력이었다. 그러나 아베의 왜곡 발언에 청와대는 적지 않게 실망했으며, 한국 내 대일(對日) 불신의 적신호가 되살아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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