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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Asia - 신동아 특약

재스민 혁명, 어디까지 번지나

강대국 이해 얽힌 중앙아시아가 차단벽 될 것

  • 글·게오르기 볼로신| 센트럴아시아코카서스애널리스트 카자흐스탄 주재기자 번역·강찬구| 동아시아재단 간사

재스민 혁명, 어디까지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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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불과도 같은 혁명의 기세는 과연 유라시아 대륙으로 번지게 될까. 중동 독재정권들의 연속적인 붕괴를 목도한 국제 사회는 불안과 기대가 엇갈리는 시선으로 향후 상황을 가늠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넘어 중국과 북한도 영향을 받게 되리라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중앙아시아가 방어벽 노릇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소련 붕괴로 독립한 이래 권위주의 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정치적 상황이 다음 단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 카자흐스탄에서 장기간 체류해온 전문 언론인이 이들 국가의 독재정권 실태와 혁명 가능성을 타진한 글을 영문계간지 ‘글로벌 아시아’ 2011년 봄호에 기고했다. 전문을 번역, 게재한다. <편집자>
지난 1월 튀니지 시위대가 23년 동안 이 나라를 지배해왔던 진 엘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을 한 달간의 시위 끝에 권좌에서 끌어내렸을 때만 해도, 사태가 중동 전체를 뒤덮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서방세계를 통틀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이들의 예상을 빗나갔다. 중동 전역에 걸쳐 민중봉기가 확산되면서 예멘, 요르단, 바레인, 알제리, 모로코에 영향을 끼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향후 닥쳐올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제 이러한 현상은 다른 국가의 비(非)민주 정권에도 심각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리비아의 유혈사태는 그들의 미래가 얼마나 불확실한지를, 가장 압제적인 정권도 하루아침에 심각한 위기에 내몰릴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 와중에 서방세계는 이렇다 할 개입에 나서지도 못했고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정확히 예측하지도 못했다.

지도를 펼쳐놓고 살펴보면 혁명의 불길이 번져나갈 다음 후보지는 분명 중앙아시아다. 유라시아 대륙 심장부에 위치해 육지로 둘러싸인 이 지역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다섯 개 나라로 구성돼 있다. 일단의 독재자들이 자리 잡은 이들 국가의 야당 세력 사이에서 평화적 혁명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이들은 반독재의 물결이 이제 곧 국경을 넘어 들어와 정권을 몰아낼 것이라고 주장하겠지만, 그러나 중앙아시아가 중동과 흡사한 혁명 열기를 맞게 될 거라고 단언하기에는 너무 많은 차이점이 있다.

군사적 요충, 에너지 공급처

혁명이나 쿠데타가 일어나면 그 파장이 이웃국가로 금세 퍼지는 중동과 달리 중앙아시아 지역은 세계 정치무대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그렇듯 고립된 위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에 이들 지역이 지닌 의미는 심대하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으로 대표되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국가들에도 안보상 중요성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선 미국에 중앙아시아는 자신들의 정치적·군사적 계획을 실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은 물론 남쪽의 페르시아만까지 통하는 지리적 연결로이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에 있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긴요한 에너지 공급처다. 특히 최근 수년간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에너지를 정치적 협상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러시아와 중국에 중앙아시아는 이슬람 이데올로기와 마약 밀매가 전파될 우려가 있는 통로이자 에너지 안보와 핵 확산 방지에 필수적인 지역이다. 이란, 터키, 인도 등도 이 지역과 관련해 별도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정권 교체나 부패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자주 불거진 것에 반해, 그동안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내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움직임을 끈질기게 차단해왔다. 2005년 무려 2000명의 사망자를 내며 강제 진압된 우즈베키스탄 안디잔의 민중봉기가 대표적이다. 미국과 EU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과도한 진압을 강력히 비판했지만,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은 카르시-카나바드의 미 공군기지를 폐쇄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의 대미(對美) 협력을 대폭 축소하는 조치로 응수했다. 이후 우즈베키스탄과의 협력관계를 복원하길 원한 미국은 비판적인 어조를 상당부분 누그러뜨려야 했다.

당시 EU가 취했던 경제제재 역시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2009년 10월 해제됐고, 2011년 1월 카리모프 대통령의 벨기에 브뤼셀 방문 당시에는 유럽위원회 위원장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직접 환대에 나서야 했다. 이러한 호의적인 태도에 카리모프 대통령은 안디잔 사태 이후 폐쇄됐던 EU 대표부를 수도 타슈켄트에 설치하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두 나라가 전통적으로 지역 내 국가에 대한 지원을 통해 현상 유지 정책을 선호해왔음을 감안하면, 이들이 중앙아시아 동맹국의 현재 집권세력과 민주주의를 외치는 새로운 세력 가운데 후자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렇듯 중앙아시아의 민주화 요구는 두 개의 장애물에 가로막혀 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해당 국가 내부의 권력엘리트들이 첫 번째고, 자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를 방조하는 주변 강대국들의 행동방식이 두 번째다. 이 이중의 보호막이 지역 내 독재정권들의 장수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중동 국가들이 내부 세력 갈등과 외부세력 개입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인해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려온 것과는 사뭇 상황이 다르다.

복잡한 관계망이 독재 보호

얽히고설킨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중앙아시아와 주변국들 사이에는 두 개의 주요 지역안보기구가 구성돼 있고, 경제통합보다는 군사 분야의 협력이 훨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의미 있는 사실상 유일한 협력조직은 2010년 6월 시행된 러시아 주도의 관세 연합이지만 그마저 중앙아시아에서는 카자흐스탄만이 가입해 있다. 군사협력의 경우 전통적으로 중립노선을 취해온 투르크메니스탄을 제외하고는 모든 중앙아시아 국가가 어떤 형태로든 지역기구에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끄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역외 국가의 군사공격뿐 아니라 테러리즘, 극단주의, 분리주의 등 모든 잠재적 위협요소를 방어하는 체제로 그 기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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