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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일본 혐한(嫌韓) 광풍의 속살

“한국은 反日 망상 빠져 날조로 자아 유지”

日 출판계 장악한 ‘혐한’ 마케팅

  • 김경주 │일본 도카이대 국제학과 교수

“한국은 反日 망상 빠져 날조로 자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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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日 아마존’ 사회·정치 분야 1위 ‘바보 같은 한국’
  • ● “혐한은 ‘오타쿠적 흥행’이 아니라 대중적 현상”
  • ● ‘진보’ 브레이크 없는 ‘수정주의 사학’전력 질주
“한국은 反日 망상 빠져 날조로 자아 유지”

2013년 9월 일본에서 열린 혐한 시위.

최근 한국에서는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가 인기라고 한다. 1994년은 한일관계에서도 추억을 되새겨볼 만한 해다. 다만 한국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서로 공유할 만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라, 양국 간 역사인식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씨앗이 본격적으로 싹트던 시절이라는 것이 다르다. 더구나 그 씨앗은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더욱 굵고 질긴 넝쿨로 자라나 양국관계의 팔다리를 옭아매고 있다.

현재 일본 출판계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혐한류(嫌韓流) 현상’은 한일 역사인식 갈등이라는 넝쿨의 줄기가 얼마나 단단하게 자라고 있는지 보여준다. 일본 사회에서 혐한류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행이 돌고 돌아 다시 시대의 평가를 받는 날이 오듯, 오늘날 일본 출판계의 혐한류는 의젓한 공적 언설로서 일반 대중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오타쿠적 흥행’과는 구분된다.

출판, 방송 등 대중매체의 상품성은 수용자로서 대중의 취향과 욕구를 얼마나 충족하는지에 달렸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관련 서적이 일본 출판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일본 대중이 그만큼 한국에 대해 알고자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욕구’가 우려되는 이유는, 그 충족의 양상이 한국에 대해 지나치게 편파적인 정보만을 매개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충분한 근거와 논리를 결여했고, 특정 사례가 과잉 일반화했으며, 한국에 대한 멸시와 적개심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정보는 비판이 아닌 비난이며, 그 장르 역시 반한(反韓)이 아니라 혐한이다.

상위 20권 중 4권이 ‘혐한’

“한국은 反日 망상 빠져 날조로 자아 유지”

2005년 발매된 만화 ‘혐한류’는 1년 만에 67만 부가 팔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일본 최대의 인터넷 서점 사이트 아마존(Amazon.co.jp)을 살펴보면, 2013년 12월 8일 사회·정치 분야 베스트셀러 1위는 ‘보한론’이라는 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보한’이란 ‘바보 같은 한국’이란 뜻이다. 실제로 목차에는 ‘창피한 줄 모르는 국제적 비상식 국가’ ‘세계가 경멸하는 불쌍한 나라’ ‘매춘 수출대국의 철면피’ 등 매우 공격적이며 선정적인 문구가 나열돼 있다. 저자인 무로타니 가쓰미는 지지통신사의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서울특파원을 지낸 경력이 있으며, 2013년 4월에는 ‘악한론(惡韓論)’을 출간해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오른 유명인사다. 이 책은 현재 아마존의 전체 서적판매 순위에서도 7위에 올라 있다.

또한 사회·정치 분야 4위에 오른 책 ‘거짓말투성이의 일한 근현대사’는 “한국은 반일(反日)이란 망상과 집착에 사로잡혀 날조로 자아를 유지하는 나라로, 한국의 역사인식은 모두가 환상에 불과하다”는 저자의 주장을 담고 있다. 이 밖에도 16위에 ‘왜 반일 한국에 미래는 없는가’, 20위에는 ‘일본이 싸워줘서 감사합니다’ 등이 올라 있다. 일본 사회·정치 분야 베스트셀러 20위 중 4권이 혐한류 서적이다.

2008년을 정점으로 사양길을 걷고 있는 일본 출판업계에서, 혐한류 서적은 꾸준한 고객층을 확보하는 몇 안 되는 효자상품이다. 문제는 최근 2~3년 동안 혐한류 서적이 큰 인기를 끌면서 보도매체의 역할을 해야 할 일부 신문, 잡지 등 언론매체로까지 혐한류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대표적 우파 언론사인 후지산케이 그룹이 발행하는 잡지나 신문은 원래가 그렇다손치더라도, 보수 월간지로서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문예춘추’는 2013년 10월호에 ‘일중한 100년 전쟁에 대비하라’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고, ‘News Week 일본판’은 최근 연이어 ‘반일 한국의 망상’(2013년 10월 1일 발간), ‘미국도 곤혹스러운 한국의 세계관’(2013년 12월 3일 발간) 등을 커버스토리로 실었다.

‘도쿄신문’은 2013년 10월 5일자 기사에서 혐한 보도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상업성을 추구하는 일본 대중매체와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일본 사회의 우경화 분위기가 맞물린 결과”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하지만 혐한류가 그토록 한시적이고 국한된 현상일까. 만화 ‘혐한류’가 경이적인 판매부수를 올린 2005년만 하더라도 혐한류는 일본 극우세력의 과격한 이데올로기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제는 더 많은 일본 대중이 혐한류에 몰입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94년,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볼 필요가 있다. 한일 간의 역사인식을 둘러싼 갈등의 공론화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대중화·이론화하는 혐한류

1994년 전후,‘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경기침체의 조짐이 보이면서 자민당 중심의 정치구도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어서 역사인식의 진보성을 표방한 좌파정당이 새로운 연립정권에 참여하게 되면서 침략전쟁과 식민 지배를 사과하는 일련의 ‘과거사 반성 발언’이 일본 정치 수반의 입을 통해 대외적으로 표명됐다. 1993년 발표된 고노 담화에서부터 호소카와 발언, 무라야마 담화 등이 그것이다.

정치 수반들의 진보적이고도 획기적인 역사인식 표명은 보수우익들의 강한 반발을 샀고 일본 국민의 역사인식을 둘러싼 정치, 사회적 갈등을 표면화했다. 진보적 역사인식에 대한 반동으로 정치계와 학계, 언론계를 포함한 보수우익 세력은 결집했고 소위 ‘올바른 역사인식’을 세우기 위한 범사회적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보수적 역사인식이 ‘자유주의사관’ 혹은 ‘수정주의사관’ 등으로 이론화했고, 이것이 언론 매체를 통해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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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일본 도카이대 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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