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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경쟁력의 문화산업 현장 탐방|④영국의 영어산업

말도 팔고 책도 팔고 문화도 판다

연간 매출 1조 7000억원

  • 이나리 byeme@donga.com

말도 팔고 책도 팔고 문화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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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해 유학생 수 60여만 명.
  • 대영제국은 사라졌지만, 영어 산업의 ‘해’는 아직 지지 않았다. 경제적 이득을 넘어 영어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영국 정부의 치열한 노력. 그 현장을 찾았다.
젊은이들로 북적대는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한 카페. 맥주, 샌드위치, 프랜치 프라이와 에스프레소를 나누며 담소를 즐긴다. 귀에 톡톡 와 박히는 영국식 영어 특유의 선명한 발음. 영어 공부를 어느 정도 한 사람이라면 금방 느낄 수 있는 미국식 영어와의 차이점이다.

이처럼 단어마다 점 찍듯 힘을 실어주는 말 품새는 한국 사람의 귀에 확실히 생소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미국식 영어를 배워 온 까닭이다. 그뿐인가. ‘영어’ 하면 당연히 미국을 떠올리고, 어학 연수도 제대로 하려면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네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영어의 ‘종주국’은 엄연히 영국이다. 영어 사용국 대부분이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거나,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나라들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인도, 싱가포르, 남아공화국 등. 영연방의 이름으로 묶여 있는 국가만 해도 54개국에 이른다. 그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영국식 영어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불렸던 대영제국의 영광을 사라졌지만 그때 뿌려놓은 언어의 씨앗은 이렇듯 만개해 또 하나의 ‘권력’이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은 이를 바탕으로, 세계를 대상으로 한 영어산업 육성에 남다른 열성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매해 60여만 명의 연수생과 유학생들이 영국을 찾아 10억 파운드(약 1조7000억 원)라는 거액을 뿌리고 간다. 영국 관광 총수입의 4%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물론 이 숫자 안에는 순수 영어연수생 외에 석·박사 학위나 기타 전문 교육을 받으러 온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도 이들을 모두 ‘영어 산업 소비자’의 범주에 넣는 건, 영국이 영어 사용국이자 영어문화권의 핵심 국가임을 고려해 유학지를 선택했을 것이라 짐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이 외국인 영어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 것은 단지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영어가 명실상부 ‘세계공용어’로 발돋움하고 있는 지금, 영어문화권 중심국으로서 위상과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영국 정부의 진정한 목표이자 과제인 것이다.



“영국은 유럽 문화의 전진기지”

영국은 미국, 호주 등 여타 영어연수 대상국과는 달리 정부 차원에서 영어 산업 전반을 관리·감독한다. 그 실무를 담당하는 곳이 브리티시 카운슬(The British Council), 즉 영국문화원이다.

브리티시 카운슬의 주 업무는 영국과 세계 각국 간의 문화 교류다. 런던, 맨체스터 두 곳에 본부가 있으며 세계 243개 도시에 지부를 두고 있다. 각 지부의 주요 업무는 영국 관련 각종 자료 제공, 교육 과정 운영, 문화·예술 행사 개최 및 교류 추진 등이다. 그 핵심에 영어 교육이 있다.

10월답지 않게 몹시 추운 가을날, 케임브리지 지부 사무실에서 브리티시 카운슬의 인증 담당 매니저 체리 고프 씨를 만났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브리티시 카운슬은 정부 보조금과 유럽공동체(EU) 기금, 그리고 각 지부가 운영하는 영어 클라스 수익금으로 운영된다. 이처럼 영어 교육은 브리티시 카운슬의 직접적인 재정 기반이기도 하다.



세 가지 단점, 음식·날씨·물가

영국 영어 산업과 관련해 브리티시 카운슬이 맡은 가장 중요한 업무는 ‘인증(accreditation)’이다. 고프 씨가 담당하는 것이 바로 그 일. 맨체스터 본부 조사원 48명을 지휘, 380개 기(旣)인증 영어 교육기관에 대해 3년에 한 번씩 불시 감사를 단행한다.

그렇다면 그 대상이 되는 교육 기관들은 어떤 곳일까.

브리티시 카운슬이 인증하는 영어 교육기관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대학교, 대학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곳들이다. 이들을 아우르는 조직이 바셀트(BASELT, British Association of State English Language Teaching)다. 또 한 부류는 사립 학원들. 이 역시 아렐스(ARELS, Ass-ociation of Recognised English Lan- guage Services)라는 별도의 조직으로 묶여 있다.

브리티시 카운슬은 외무성, 교육부, 바셀트 및 아렐스 본부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교육기관 중 일정 수준의 요건을 갖춘 곳에 인증서를 발급해 준다. 물론 철저하게 실사하며 기준도 꽤 까다로운 편이다. 따라서 영국에 어학 연수나 유학을 갈 양이면 브리티시 카운슬이 인증한 영어 교육 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프 씨도 그 점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어학 연수생 중 45%만이 브리티시 카운슬 인증 제도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습니다. 영국에는 바셀트나 아렐스에 가입하지 못한 영어 교육 시설도 상당히 많아요. 그런 곳을 선택했다간 자칫 후회스러운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인증 제도를 처음 시작한 곳은 아렐스. 이것이 좋은 효과를 거두면서 범위가 확산됐다. 코프 씨는 “인증을 주도하는 것은 정부라기보다 각 교육기관들이다. 스스로 비용을 내고 심사 기준을 만들며 제도를 이끌어가고 있다.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단 인증을 받으면 그에 걸맞은 공신력을 얻는데다, 자기 발전을 위한 자극도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브리티시 카운슬의 심사 기준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재무·행정 등 기본 운영에 문제는 없는가, 둘째, 건물은 양호하며 안전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가, 셋째, 교육 관련 기자재나 시설이 충분한가, 넷째, 교사의 자질에는 문제가 없는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건 교육의 질. 모든 교사는 영어 교육 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교사 자격증은 세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영어 교육 관련 학사학위다. 다음이 1년 과정의 영어 교사 자격 과정을 마쳤다는 수료증, 마지막이 2년 이상 영어 교육에 종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면허증(diploma)이다. 교육기관의 홍보 내용과 실제 사이에 차이가 없는지도 조사한다. 학생 숙박시설에 대한 항목도 있어 기숙사는 물론 홈 스테이, 식당 메뉴도 검사 대상이다.

연수생 대상 설문조사도 자주 실시한다. 일종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다.

“브리티시 카운슬이 인증한 교육기관에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 긍정적인 대답이 다수를 차지합니다. 교사 수준이나 시설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영국을 거점으로 유럽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는 점을 큰 매력으로 느끼는 듯해요. 치안도 좋은 편이고요.”

실제로 영국 영어 연수가 주는 최대의 ‘혜택’은 영국을 통해 유서 깊은 유럽 문화와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유럽까지 뻗어 있는 철도를 타고 유럽 각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정부나 각 교육기관에서도 연수생들의 여행을 적극 장려한다. 팀을 짜주거나 교통편 마련, 신용카드 사용 편의를 봐주기도 한다.

모여드는 학생들의 국적도 호주나 미국에 비해 훨씬 다양하다. 영국은 세계 54개 영연방 국가의 ‘대모’와 같은 나라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심지어 피지 같은 남태평양 지역 소국에서도 해마다 수많은 학생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프랑스, 이탈리아, 동유럽과 북유럽, 중국, 러시아 학생들도 많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국 친구들과의 폭넓은 교류는 영국 영어 연수가 주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최근에는 영국의 안정된 치안에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런던에서 만난 영어연수생 박미정(20)씨는 “다른 나라보다 안전하지 않으냐는 부모의 권유에 따라 영국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불만이 하나도 없을 수 있을까. “물론, 있습니다. 음식이 맛없다는 거요. 사실 이 부분은 영국 사람들도 대개 동의할 걸요.” 고프 씨는 이렇게 말하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 하나 영국 정부가 ‘어쩔 수 없는’ 핸디캡은 바로 날씨다. 햇빛 보기가 쉽지 않은, 비 많고 안개 많은 해양성 기후. 그러나 간혹 볕이 날 때면 세상이 온통 환해 보일 만큼 잘 정돈된 나라이기도 하다. 런던,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맨체스터 등 영어 연수생이 많이 찾는 도시들은 더욱 그러하다. 정말 감탄을 자아내는 곳은 교외의 목축지대. 푸른 초원에 점점이 하얀 양떼가 노니는 모습은 확실히 ‘그림’이다.

오히려 현지에서 만난 유학생이나 연수생들은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을 많이 했다. 한 끼 간단히 때우기 위해 먹는 샌드위치 가격이 보통 4~5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6800~8500원에 이른다. 장급 여관 수준의 숙박비가 하룻밤에 65파운드(약 11만원). 방학 동안 실시되는 4주 과정 어학연수의 경우 주당 수업료는 125~200파운드(약 21만~32만 원) 수준이다. 확실히 호주, 뉴질랜드 등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국가임에는 틀림없다.

영국에서 영어 연수를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습득해야 할까. 한국 사람이라면 먼저 광화문에 있는 영국문화원부터 찾을 일이다. 영국 정부나 브리티시 카운슬에서 발행하는 각종 영어 연수 정보지를 접할 수 있다. 브리티시 카운슬이 인증한 모든 교육기관의 위치, 수강료, 개설 과정, 시설 등이 빠짐없이 수록돼 있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 브리티시 카운슬 홈페이지(www.britishco uncil.org)나 각 인증 교육기관의 정보를 담고 있는 ‘www.EnglishinBritain.co.uk’ 페이지를 참고한다. 바셀트(www.baselt. org.uk)나 아렐스(www.arels.org.uk) 홈페이지를 살펴보는 것도 유용하다. 좀더 편리한 수속을 원한다면 바셀트 또는 아렐스와 에이전시 계약을 맺고 있는 사설유학원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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