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명사의 요리솜씨

‘그때 그 시절’ 추억 한 움큼

김명곤 국립극장장의 콩나물밥

  •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그때 그 시절’ 추억 한 움큼

1/2
  • 반찬이 따로 필요 없다. 구수한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린 양념간장 한 종지면 충분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갓 지은 콩나물밥을 간장에 비벼 먹으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시원한 김장김치 한 포기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콩나물밥은 예부터 서민들에겐 별미 중의 별미였다.
‘그때 그 시절’ 추억 한 움큼
국립극장이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된 후 첫 책무를 맡은 김명곤(50) 국립극장장.

그에겐 콩나물밥에 얽힌 서글픈 추억이 있다. 그의 나이 여섯 살 무렵 어느 여름날의 일이다. 1950년대 후반 김극장장의 집안은 무척 가난했다. 한때는 시내 중심가 번듯한 집에서 살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가세가 기울기 시작해 변두리 ‘셋방살이’로 쫓겨난 신세였다.

식구도 많았다. 위로 누나 셋에 아래로 남동생과 여동생이 한 명씩이다. 김극장장은 2남4녀 중 넷째다. 가난한데 식구까지 많으니 ‘끼니 때우기’가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때는 ‘보릿고개’가 있었다. 여름철 보릿고개를 넘기고 갓 수확한 보리는 주식이나 다름없었다.

한 여름날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여린 김극장장의 코끝을 자극했다. 냄새를 따라 가보니 주인집에서 나는 냄새였다. 하얀 쌀에 콩나물을 둔 콩나물밥이 눈에 들어왔다. 소년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온 신경이 그 콩나물밥으로 쏠렸다. 입속에 침이 돌았다. 주인 아주머니가 오라며 손짓하자 비로소 멍하니 서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 손짓에 못이긴 척 가려던 찰나, 누군가 뒤에서 붙잡았다. 누나였다. “넌 자존심도 없냐”고 꾸짖으며 그를 끌고 갔다.

김극장장은 아직도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벌써 40여 년이 흘렀건만 지금도 눈에 선하다. 뜨거운 콩나물밥은 여름에 잘 먹지 않는 음식이다. 하지만 김극장장은 한여름에도 가끔 콩나물밥을 해 먹는다. 어린 시절의 서글픈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때 그 시절’ 추억 한 움큼

김명곤 극장장 가족의 콩나물밥 만찬. 부인 정성옥씨와 아들 종민(초6). 딸 아리 (중3).

콩나물밥.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콩나물을 두고 밥을 지으면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맛내기도 쉽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얼핏 쉽고 간단해 보이는 데 사실은 어려운 일이 의외로 많다. 못하면 욕먹고 잘해도 그만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만드는 방법을 나열한다면 이렇다. 먼저 콩나물을 다듬는다. 긴 것은 절반 정도로 자른다. 콩나물과 함께 쇠고기나 버섯 등을 넣는 경우도 있다. 쇠고기를 넣을 경우 적당히 썰어 잘 다진다. 4인분 기준으로 콩나물은 400g, 쇠고기는 150g 정도가 적당하다.

솥은 아무거나 상관없지만 그래도 돌솥이 권할 만하다. 잘 다진 쇠고기를 솥바닥에 골고루 편 다음 콩나물을 소복하게 얹는다. 그 위로 쌀을 얹으면 된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게 바로 물이다. 콩나물에서 나올 물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밥물보다 약간 적게 붓는데 정량화하기는 어렵다. 손대중 눈대중으로 가늠할 수밖에 없다. 밥을 지을 때도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중간에 솥뚜껑을 열면 안 된다’는 것. 만일 열게 된다면 콩나물의 비릿한 냄새가 밥에 배 먹기가 쉽지 않다. ‘솥뚜껑 운전’ 경력이 짧은 이들이 흔히 범하는 ‘중대한’ 실수다. 밥이 다되면 중불로 4~5분 뜸을 들인다.

콩나물밥이 ‘만두 피’라면 양념간장은 만두의 ‘속’에 해당한다. 양념간장에 들어가는 것은 파와 마늘, 깨소금, 고춧가루, 참기름 등 5가지다. 파는 잘게 썰고 마늘은 잘 다진다. 순서에 상관없이 간장에 넣어 잘 저으면 양념간장 완성. 준비가 끝나면 콩나물과 쇠고기, 밥을 잘 섞어 그릇에 담은 다음 양념간장에 비벼 먹으면 된다. 여기에 미역국이나 시원한 조개탕을 곁들이면 좋다.

김극장장 가족은 단출하다. 부인 정선옥씨(40)와 딸 아리, 아들 종민이 있다. 네 식구는 주말 점심이나 저녁 가끔 콩나물밥을 별미로 즐긴다.
1/2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목록 닫기

‘그때 그 시절’ 추억 한 움큼

댓글 창 닫기

2018/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