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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눈으로 본 한중일 삼국사

  • 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koyou33@empas.com

이웃의 눈으로 본 한중일 삼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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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눈으로 본 한중일 삼국사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 1,2
유용태 박진우 박태균 지음, 창비, 414쪽(1권) 412쪽(2권), 각권 1만8000원

네덜란드의 소도시 마스트리히트. 인구 15만명의 이 도시는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3개국의 국경지역에 있다. 시민들은 맥주를 마시러 독일로 건너가기를 즐기며 저녁식사를 하러 벨기에 식당으로 가기도 한다.

1991년 12월9~10일 이틀 일정으로 유럽공동체(EC) 정상회담이 열렸다. 당시 파리특파원으로 활동하던 필자는 이 회담을 취재하러 갔다. 유럽연합(EU)의 탄생을 매듭짓는 중요한 회의였다. 치열한 논의가 이어져 10일 자정이 되어서야 회담이 끝났다.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은 11일 오전 1시10분에야 시작됐다. 유럽을 통합한다는 내용을 담은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그렇게 태어났다. 조약을 살펴보니 황당무계했다. 회원국들이 앞으로 단일통화를 사용한단다. 가능할까? 당시에 필자뿐 아니라 다른 언론인들도 미심쩍은 눈길로 봤다.

세월이 흘러 유로화(貨)가 통용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프랑(프랑스), 마르크(독일) 등은 사라졌다.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제1차, 2차 세계대전에서 혈전을 벌인 프랑스와 독일은 수백 년 구원(舊怨)을 풀고 유럽통합의 쌍두마차를 끌었다. 양국 전문가들은 중·고교에서 쓰는 유럽역사 교과서도 함께 만들었다. 오랫동안 적대국이었던 이들이 공통 역사서를 만들다니 대단한 성과 아닌가. EU 회원국들은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에 따라 대학생들을 활발하게 교류하게 하는 등 교감의 폭을 넓히고 있다.

눈을 동아시아 쪽으로 돌려보자. 한·중·일 3국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할까. 흔히 ‘유교문화권’이니 ‘한자문화권’이니 하며 공감대가 넓은 것으로 묘사한다. 서양인 시각에는 그렇게 비칠지 모르지만 동양 3국 국민은 외모만으로도 서로의 국적을 분간할 만큼 이질적 요소를 금세 감지한다.

사관(史觀)도 크게 차이 나리라. 한국은 중국에 대해 오랫동안 조공을 바쳤지만 1990년대 중국의 개방 초기 때는 낙후된 중국을 보고 우월감을 가졌다. 한국은 35년간 일본 식민통치를 받았으나 고대, 중세까지만 해도 일본에 선진문물을 전수했다는 자부심을 지녔다. 중국은 오래된 역사, 세계 최대 인구, 높은 경제성장률 등을 바탕으로 세계 패권을 노리며 한국, 일본을 ‘작은 나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한때 미국과 더불어 세계 2강 경제국이었다는 자긍심으로 여전히 중국, 한국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

3국 사이에 영토 다툼이 일어날 소지도 크다. 한일 간에는 독도, 한중 간에는 백두산, 중일 간에는 센카쿠열도(중국 이름으로는 댜오위다오 열도)가 분쟁 예상 지역이다.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한반도 역사를 왜곡했다. 일본은‘임나일본부설’을 내세워 일본이 오래전에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해괴한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요즘 중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역사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청(淸)나라의 역사를 복원하는 사업에 학자 1500명을 동원했다고 한다. 예산은 12억위안. 청 왕조 붕괴 100주년이 되는 2012년에 새로 쓴 ‘청사(淸史)’를 완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프로젝트의 정식 명칭은 ‘국가청사찬수공정(國家淸史纂修工程, 약칭 청사공정)’이다. 공정의 목적은 서양세력에 의해 몰락한 청 왕조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청이 이룬 사상 최대의 영토, 다민족 국가 건설 등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국가 통합문제를 해결할 교과서로 활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6년 각고 끝에 낸 역사서

통합유럽과 달리 한·중·일 3국에서는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은 편이다. 3국이 공동 역사 교과서를 마련할 가능성은? 요원하다 하겠다. 그렇더라도 그런 노력을 포기하면 안 된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덩치가 큰 중국과 일본이 정면대결로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면 한국이 중재자로 나서도 좋을 듯하다.

역사학자 3인이 공동 집필한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는 매우 의미 있는 역저(力著)다. 중국사 전공자인 유용태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 일본사 전문가인 박진우 숙명여대 일본학과 교수, 한국 근현대사 분야의 권위자인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이 6년여 각고 끝에 펴낸 책이다. 이들은 매월 한 차례 집필회의를 열어 의견을 조율했다. 가장 유의한 점은 하나하나의 사건이 국가 간에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상호작용했는지를 살피는 것이었다. 한국사, 중국사, 일본사를 각각 병렬적으로 길게 설명한다 해서 해결되지 않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집필 취지를 서문의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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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koyou3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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