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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들의 놀이터’ 갤러리 산책

디방

평화로운 휴식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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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방 전시실 벽면을 채우고 있는 주라영 작가의 ‘Beyond Here & Now’

김효정 ‘디방’ 큐레이터는 이 공간을 ‘아트 라운지’라고 소개했다. 미술뿐 아니라 음악·영화·공연까지, 모든 종류의 ‘아트’를 위한 자리라는 뜻이다. ‘문지방’의 옛말에서 따온 ‘디방’이라는 이름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서로 다른 공간의 교차점이자 통로인 문지방처럼 다양한 세대와 장르, 매체의 예술이 오가는 장이 되겠다는 것.

서울 종로구 평창동 ‘디방’에 들어서면 이 말의 의미가 몸으로 느껴진다. 경계가 없는 듯 자유롭고, 편안해서다.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중앙 전시실에서는 신발을 벗고 털썩 주저앉아도 문제 되지 않을 것 같다. 통창 밖으로 내다뵈는 정돈된 뜰과 그림 같은 나무 풍경이 공간에 평화로움을 더한다.

이곳은 원래 박용선 전 웅진코웨이 사장이 살던 집. 그는 2010년 은퇴하면서 자택을 비영리 문화공간으로 내놓았다. 홍익대 재학 시절, 미대 졸업생과 화가들이 대관료가 없어 전시회를 열지 못하는 걸 본 게 계기가 됐다. 언젠가 젊은 예술가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겠노라 마음먹었던 기증자의 뜻에 따라, ‘디방’에서는 신진 작가 전시회가 주로 열린다. 1년에 3번은 자체 공모를 통해 선정한 작가의 작품을 건다. 이때는 대관료를 받지 않을뿐 아니라 제작비와 운송료까지 지원한다. 해외나 지방 중소도시에서 공부하고 작품 활동을 해온, 그래서 좀처럼 전시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젊은 작가들이 공모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알리곤 한다. 12월23일까지 진행되는 ‘창조적 충동’ 전의 작가도 20~40대 젊은 화가 6명이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과거 거실로 쓰였을 공간의 벽면을 가득 채운 주라영 작가의 작품 ‘Beyond Here · Now’가 먼저 눈길을 끈다. 비상하는 새무리처럼 보이는 검정 프린트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람의 모습을 드러낸다. 새처럼 두 팔을 벌린 채 어딘가로 달려가는 인간 군상이다. 각각의 인간 모양은 철 소재로 제작돼 작은 못으로 벽에 걸려 있다. 김효정 큐레이터는 “비슷한 모습으로 무리지어 달리는 인간 군상은 자아를 잃고 획일화되어가는 현대인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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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평창동의 2층 주택을 개조해 만든 아트라운지 ‘디방’ 내부. 거실 창 너머로 잘 가꾼 정원이 내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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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방’ 지하 전시실은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펼쳐지는 별도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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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희 작가의 ‘두루마리 휴지 위에 타이프치기’. 나무 책상에 놓인 두루마리 휴지 위에 타이프 라이터로 프랑스어 성경을 치는 진행형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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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다 남은 실과 망쳐버린 손뜨개 등을 연결해 만든 이남희 작가의 U.F.O (UnFinished Ob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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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양쪽으로는 방을 개조해 만든 4개의 전시공간이 배치돼 있다. 방문을 떼어내고 벽을 새하얗게 칠했지만 곳곳에서 여전히 ‘집’ 분위기가 풍긴다. 애초 방이었던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리돼 각각의 전시실에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전시를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된다. 주인이 정성 들여 가꾼 집에 쌓이게 마련인 아늑함과 따스함도 인상적이다. 나무계단으로 연결된 지하에는 작은 전시실이 하나 더 있다. 그 옆은 차고를 개조해 만든 공연장이다. 이곳에서 종종 재즈 연주나 작가와의 대화 같은 다른 종류의 ‘아트’가 펼쳐진다.

‘디방’을 품고 있는 평창동은 북한산과 북악산에 둘러싸인 고급 주택 단지다. 공기 맑고 조용한 산기슭에 아름다운 ‘저택’이 모여 있고, 디방도 그중 하나다. 전용 진입로와 잘 가꾼 정원을 갖춘, 개성 넘치는 건축 양식의 집들을 둘러보는 것도 디방 나들이의 또 다른 재미일 듯하다.

●위치 서울 종로구 평창동 435

●운영시간 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문의 02-379-3085~6

신동아 2012년 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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