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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 영화사회학

한국인과 서양인의 시간여행

‘열한시’

  • 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한국인과 서양인의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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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공상과학영화에서 기술공포증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오작동 컴퓨터나 기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로 인해 핵전쟁이 터지고 로봇과 인간이 대결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영화들 중에는 ‘터미네이터’가 대표적인데, ‘터미네이터’는 미래의 슈퍼컴퓨터가 살인기계에 대항하는 인류의 지도자 존 코너를 죽이기 위해 타임머신을 통해 현재로 살인기계를 보낸다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이 이야기는 타임머신을 파괴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살인기계를 막으려는 인간의 노력을 주로 다루며 시간여행이나 타임머신 자체가 문제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기술을 바로잡으면 해결된다는 시각을 담았다.

억압적 자본, 불확실한 미래

이런 점에서 ‘열한시’는 타임머신을 다룬 서양 영화들과 다르다. 서양 영화들은 ‘타임머신’을 개발하려는 동기나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타임머신’‘백 투 더 퓨처’‘타임 캅’ 같은 영화를 보면, 그저 과거 혹은 미래 사회에 대한 궁금증이나 시간여행의 가능 여부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에서 타임머신을 개발한다. 그 결과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곤 한다. 이에 비해 ‘열한시’는 타임머신 개발에 대해 초국적 자본의 수익 증대라는 매우 현실적인 이유를 제시한다.

‘열한시’는 이렇게 자본의 이윤 추구와 과학 탐구를 연결하면서 자본주의와 과학만능주의를 함께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은 타임머신이 재앙을 초래하는 장면에서 극대화한다. ‘열한시’의 이러한 성향은 할리우드의 공간여행 공상과학영화들과 비견될 수 있다. 공간여행 공상과학영화들은 다른 공간을 식민지화하려는 제국주의적 동기를 담고 있는데, ‘열한시’는 타임머신을 통해 다른 시간을 식민지화하려는 제국주의적 동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짙은 향수

‘열한시’에서 결국 실험은 실패하고 연구소의 다수 인물은 죽는다. 유지완과 영은만이 성공적으로 탈출한다. 이들은 미래에서 가져온 폐쇄회로 화면 녹화영상을 보면서 자기들에게 닥칠 불행한 일을 알게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노력 역시 동영상에 기록된 과거일 뿐이다. 그들의 행위들은 그들이 피하고자 한 행위가 나올 수밖에 없도록 예정대로 흘러간다.

‘열한시’는 정우석, 유지완, 영은이 학생이던 시절에 서로 알게 된 사연을 에필로그로 보여준다. 과거의 그들은 순수하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시간여행의 방향을 미래로 선회했음에도 이 영화엔 과거를 더 아름답게 그리는 예전 한국 시간여행 영화의 관습이 남아 있는 셈이다.

한국인과 서양인의 시간여행
노광우

1969년 서울 출생

미국 서던일리노이대 박사(영화학)

고려대 정보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 ‘Dark side of mod-ernization’ 외


한국의 시간여행 영화들은 미래 사회가 좀 더 편리하긴 하겠지만 유토피아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인간관계는 과거보다 훨씬 덜 순수해질 것이라고 우울하게 전망한다. 과거에 대한 짙은 향수(鄕愁). 서양인의 시간여행에는 없고 한국인의 시간여행에만 있는 특성이다.

신동아 201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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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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