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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商道’의 작가 최인호 당대 유명작가들을 평하다

  • 황호택 < 동아일보 논설위원 > hthwang@donga.com

‘商道’의 작가 최인호 당대 유명작가들을 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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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년대 생각하면 김지하에게 미안함 느껴, 이문열은 문학적 영향력으로 오류 범해, 황석영, 타고난 작가지만 필요 이상 존경받는 건 문제”
작가 최인호씨의 소설 ‘상도(商道)’가 지금 추세대로라면 7월경에는 판매 300만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5권짜리 소설이니 권당 60만부가 팔려 나가는 셈이다. 작년 10월부터는 MBC TV에서 드라마로 방영돼 sbs의 ‘여인천하’와 팽팽하게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드라마 시청자들이 책을 사보면서 ‘상도’의 판매에 가속도가 붙어 하루 1만권 가량이 팔린다고 한다. 이문열의 ‘삼국지’가 1000만부 가량 팔렸지만 평역(評譯) 소설이고 순수한 창작소설로는 상도가 새로운 기록을 수립중이다. 책이 3000부만 팔리면 수지타산을 맞춘다는 출판 풍토에서 ‘상도’는 초대형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다.

1963년 고등학교 2학년 때에 단편소설 ‘벽구멍으로’로 데뷔한 최씨는 1973년 ‘별들의 고향’으로 26세에 일약 유명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시장의 반응만을 놓고 보면 최씨의 작품활동은 다소 부진한 편이었으니 ‘상도’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느낌이다.

조선시대는 여러 분야에서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했다. 최고 지도자로는 세종대왕이 있고, 군인은 이순신이 있다. 학자로는 이율곡과 이퇴계를 꼽을 수 있고 과학자로는 장영실이 있다. 예술에서도 뛰어난 장인이 많았다. 그림은 정선과 김홍도였고 문인으로는 정철이라는 가사문학의 거봉이 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비즈니스맨을 꼽으라면 선뜻 머리에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조선시대가 상인을 사농공상 계급구조의 맨 밑바닥에 두고 장사를 천시하던 사회였던 탓일 게다. 최씨는 오래된 문헌들을 뒤져 임상옥이라는 조선시대 최고의 비즈니스맨을 발굴했다. 그는 ‘상도’를 통해 감히 경제의 신철학을 제시했다고 말한다.



두 차례의 공백기


밀리언셀러 대박을 터뜨린 여백출판사에서 최씨를 만났다. 1970년대 통기타와 청바지로 상징되던 청년문화의 대변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최씨는 대학생 때 결혼해 딸을 일찍 가졌고 그 딸이 시집가 아들을 낳아 얼마전 외할아버지가 되었다.

“7년 동안 매일같이 청계산에 가거든요. 오늘 아침에도 갔다왔어요. 정해진 시간은 없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원고 쓸 일이 없어 아침 7시 반에 산에 가 1시간 반 산행을 했습니다. ‘신동아’ 인터뷰를 생각하면서 산을 걸었어요. 내가 1974년 ‘신동아’ 손세일 기자(전 국회의원)와 인터뷰를 했어요. 그때 29세 밖에 안된 청년을 ‘신동아’가 주요 인물로 다루었으니 개인적으로 아주 큰 영광이었죠. 오늘 28년 만에 다시 ‘신동아’와 인터뷰하는 것이지요. 인터뷰어는 달라졌지만….”

인기작가는 ‘신동아’ 인터뷰어가 바뀌는 것을 지켜보면서 정년이 없는 창작활동을 할 수 있으니 부러운 직업이다.

―데뷔해 반짝하다가 시드는 작가도 많지 않습니까. 부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시기가 있었다면 언제이며 무슨 일을 하고 지냈습니까.

“나로서는 작업을 계속해왔죠. 다만 큰 파도가 있고 작은 파도가 있듯이 아무래도 이번에 ‘상도’가 큰 파도처럼 느껴집니다. 1983년에 ‘길 없는 길’은 100만부 가량 팔렸습니다. 오늘 아침 산에서 쭉 생각했는데 슬럼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두 번 정도 분기점은 있었어요.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됐을 때 유신 독재체제에서 청춘을 보낸 사람으로서 가치관의 혼란이 왔어요. 미국으로 떠났죠. 글 쓰는 것에 회의가 생기고 내가 하는 일이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80년초 미국에서 6개월 동안 처음으로 낭인생활을 했죠. 돌아와서 ‘깊고 푸른 밤’을 썼습니다.

두번째 분기점은 1987년 가톨릭에 귀의했던 시기로 2∼3년 공백기가 있었죠. 철저하게 공백이었지요. 문을 걸어 잠그고 거의 사람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한달에 몇천매씩 쓰던 작가가 소설을 하나도 안 쓰고 ‘샘터’ 연재로 달랑 ‘가족’ 원고만 썼죠. 그때가 저로서는 내적 변혁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계속 달렸습니다. 마라톤처럼 스피드를 내 빠르게 뛸 때도 있었고 천천히 뛸 때도 있었지요. 아마 그 두 번이 저한테는 작가로서 터닝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어요.”

―출세작 ‘별들의 고향’이 100만부 넘게 팔렸다지요.

“당시는 100만부가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못됐습니다. 그때까지의 출판기록을 깨뜨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부수가 나갔지만…. 정확히 헤아려 본 적은 없어요.”

―지금까지 소설책을 모두 몇 권이나 펴냈습니까. 그중 어느 게 가장 애착이 가는지요.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몇 권인지 몰라요. 어림 잡아 100권이 넘을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제가 책을 많이 낸 사람 중 하나로 꼽히지요. 나는 피임을 안해 수태하는 대로 애를 낳아 그렇습니다. ‘별들의 고향’이 출세작이니까 애착이 가고 ‘길 없는 길’도 아끼는 작품입니다. ‘상도’도 그렇습니다. 작가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작품을 늘 꿈꾸지요. 저는 과거완료형이 아니고 현재진행형입니다. 사실 작품이 나온 뒤에는 읽어보지도 않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앞으로 태어날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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