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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캡슐에 넣으면 신약? 국민 건강 위험하다!”

천연물신약 백지화 투쟁 안재규 대한한의사 비대위원장

  • 최영철│ftdog@donga.com

“한약, 캡슐에 넣으면 신약? 국민 건강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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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제공인 허가기준 안 지킨 국내용 신약
  • ● “한약 처방, 한방재료 현대화한 신판 한약제제일 뿐”
  • ● 독성검사·일부 임상시험 면제, 외국선 식품으로 팔려
  • ● 식약청, 잇따른 신약 허가기준 변경의 속내는?
  • ● “체질 무시하고 양의사 처방하면 치명적일 수도”
  • ● 정부 모르쇠 일관, 제약사 “우린 할 것 다 했다”
“한약, 캡슐에 넣으면 신약? 국민 건강 위험하다!”
한의사들이 천연물신약 문제로 들끓고 있다. 2008년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 의해 허가된 천연물신약 6종이 한방 처방을 그대로 베끼고 기존 한약을 단순 추출해 만든 것임에도 양방 의사만이 처방할 수 있게 한 전문의약품으로 지정하고 보험급여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의사들은 “천연물신약은 한약을 가루 형태로 만든 후 캡슐에 담아 영어이름을 붙인 한약제제일 뿐”이라며 “한약에 대해 문외한인 양방 의사가 환자의 체질을 무시하고 처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부작용은 국민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한의사들은 천연물신약 허가 백지화를 주장하며 자신들이 벌이는 싸움이 ‘밥그릇’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한다. 현재 천연물신약으로 처방되는 6종의 전문의약품 모두 풍습냉열(風濕冷熱)이라는 한방적 환자 체질론에 따라 적절히 처방하지 않을 때엔 치명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한의사들의 우려다.

일선 한의사들은 대한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천연물신약에 대해 정책의 원천적 백지화가 아닌 한의사의 처방권을 요구하고 나서자 지난 9월 2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김정곤 대한한의사협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한의사들이 바라는 건 천연물신약에 대한 처방권이 아니라 천연물신약 정책의 원천무효화였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천연물신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한한의사 비상대책위원회(한의사 비대위)가 출범했다.

천연물신약? 신판 한약제제!

“한약, 캡슐에 넣으면 신약? 국민 건강 위험하다!”

10월 24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천연물신약 정책 규탄 집회.

비대위가 개최한 천연물신약 백지화 집회에는 평일인데도 연일 수천 명의 한의사가 참여하고 있다. 10월 18일 충북 청원군 오송읍 식약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1500명이, 10월 24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집회에는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5500여 명, 11월 15일 부산에서 열린 집회에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5000여 명이 모였다. 한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은 총 2만 명, 이 중 한의사 협회 소속 한의사가 1만6000여 명인 점을 고려하면 천연물신약 정책에 대한 한의사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천연물신약은 도대체 무엇이고 한의사들이 제기하는 천연물신약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어떤 것일까. 11월 7일 서울 강서구 한의사협회 내에 마련된 한의사 비대위를 찾아 안재규 비대위원장(61)을 만났다. 안 위원장은 한의사협회 부회장을 거쳐 2002년 한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한 인물로 현재 한의사협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와병 중임에도 비대위를 이끌게 된 이유에 대해 “후배들에게 부끄럽고 천연물신약으로 인해 우리 한의학이 죽어가는 현실, 이로 인해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 한의사 비대위가 최근에 구성된 이유는 뭔가요.

“지난해 9월 자생한방병원의 처방인 청파전을 그대로 캡슐에 담은 신바로캡슐이 나오기 전까지는 천연물신약의 실체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게 나오고서야 우리가 식약청에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거지요. 창피하지만 천연물신약이 진짜 신약이 아니라 가짜 한약이라는 걸 그 때 알았습니다. 가짜 한약이 양약으로 탈바꿈한 걸 지난해 천연물신약의 허가가 난 후에야 비로소 깨달은 거지요. 그런데 한의사협회가 천연물신약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니까 한의사 회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겁니다. 천연물신약 문제에 한의계가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거죠.”

▼ 천연물신약과 일반 신약은 어떻게 다릅니까.

“신약은 화학적 성분에서 추출한 약과 천연 성분에서 추출한 약으로 나뉩니다. 국제적인 의미의 천연물신약은 쉽게 말해 버드나무에서 단일 성분을 추출해 만든 아스피린을 떠올리면 되죠. 주목(朱木)에서 추출한 탁솔과 같은 항암제도 그렇고요. 천연물에서 기존에 없던 특정 성분을 추출해서 만든 약으로, 그 자체로 화학식 구조가 딱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국내 천연물신약은 한약 그 자체나 한방 처방대로 한약을 섞어서 그냥 엑스(진액)를 뽑아낸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면 돌아가신 배원식 한의사의 처방인 활맥모과주를 그대로 알약으로 만든 게 레일라정이고 자생한방병원의 처방인 청파전을 그대로 만든 게 신바로캡슐이죠.”

▼ 그럼 기존 한약제제나 생약제제와는 또 어떻게 다릅니까.

“사실 한방 처방이나 기존에 썼던 한약을 그대로 쓰거나 한두 약재를 가감해서 추출하는 건 원래 한약제제의 개념이거든요. 한약제제라는 게 탕약 형태였던 한약을 현대화해서 사람들이 먹기 좋게 만든 것이니까요. 현재 한의원에서 환자들에게 주는 가루한약이 바로 그겁니다. 소청룡탕이나 삼소음 같은 가루로 된 감기약이 그거죠.

생약제제는 좀 애매한데요. 한약재를 이용해서 만들기는 하는데 서양 의학적 원리로 만든 약을 말합니다. 약국에서 파는 광동탕이나 쌍화탕 같은 것이죠. 지금 한국에선 천연물신약, 한약제제, 생약제제의 개념이 전부 뒤섞인 이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가 그걸 바로잡자는 겁니다. 국제공인 규격에 맞게 말입니다. 이런 논리로 보면 천연물신약은 한의사가 처방하는 한약제제가 되어야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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