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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본소득 전도사’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4차산업혁명 시대 복지제도는 기본소득제로”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기본소득 전도사’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 ●“기본소득은 사회적 가치 실현의 마중물”
    ●사회적 안전망 대안의 하나로 KDI 연구용역 중
    ●‘중도우파’ 핀란드 정부에서 실험 중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2년 전 스위스에서 열린 국민투표 소식은 전 세계의 화제였다. 투표에 부친 사안은 기본소득제 도입 여부였다. 기본소득제는 재산이나 소득, 고용 여부, 노동 의지 등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같은 금액의 현금을 월급처럼 지급하는 정책이다. 성인 1인당 매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 원)을 지급하자는 내용의 스위스 국민투표는 부결됐지만 이후 이에 대한 논의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됐다.

이 사안은 이미 우리 안에도 들어와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이미 청년수당을 도입해 기본소득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국회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성북구갑, 3선)이 주도해서 끊임없이 논의의 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 의원은 12월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도 기본소득 도입 여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홍 부총리는 “기본소득을 정식으로 채택한 나라는 아직 없다”면서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결과를 보고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정부에서 의지를 갖고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거꾸로 가는 소득공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 기본소득위원회를 만들어 그 방안을 모색했다. 당시 위원장이 유승희 의원이다. 유 의원은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고루 갈 수 있는 대안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며 기본소득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상위 10%가 전체 근로소득의 32%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50%는 18%만 가져간다. 정부도 소득세 최고세율을 42%로 상향 조정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소득분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근로소득 외에도 금융소득 분배 불평등, 주택 및 토지 등 부동산 보유의 양극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의 소득 및 자산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고 포용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기본수당 같은 형태로 기본소득제가 자리 잡으면 중장기적으로 굉장히 효과를 볼 것이다. 포용성장의 마중물, 희망의 사다리, 종잣돈이 될 것이다.”

유 의원은 또 소득공제의 역진성, 행정 비효율 등을 들어 복잡해진 사회보장제도를 기본소득제로 단순화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누진세를 통해 능력에 따른 공평과세를 강화하는데도, 왜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을까. 그것은 각종 소득 관련 공제가 역진적이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전체 근로소득자가 1인당 140만 원의 세금감면 혜택을 받았는데, 상위 1%는 평균 1400만 원 이상의 혜택을 받았다.

또 복지제도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행정 낭비도 심하다. 정부가 만 5세 이하 아이를 키우는 가정 중 소득 상위 10%를 빼고 90%에게 매달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했다. 2019년부터는 100% 아동수당이 지급되지만, 그동안 상위 10%를 걸러내는 데 필요한 행정비용으로 2018년에만 1626억 원이 들었다. 이런 정도의 비용이라면 차라리 수당으로 지급해서 혜택을 늘리는 게 나은 상황이었다. 선별적 복지제도가 보편적 복지제도보다 비효율적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삶의 여유 유지하는 장치’

- 기본소득제에 대해 사회주의에서 나온 것 아닌가 주장하는 이도 있는데.

“기본소득은 이데올로기적인 개념이 아니다. 이것을 국가 차원에서 실험하는 곳이 핀란드인데, 중도우파 정권에서 실행하고 있다. 기본소득제도를 국민투표에 부친 스위스가 사회주의 국가인가. 기본소득제는 국민에게 최소한의 자유로운 삶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기초 제도라고 볼 수 있다. 복지전문가 중에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복지가 있는데, 굳이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너무 다양해서 복잡한 복지제도보다 효율적인 기본소득제로 국민이 삶의 여가를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

- 기본소득은 미래지향적인 복지정책인가.


“4차 산업혁명에 맞는 복지정책이 바로 기본소득제도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분야가 발달하면서 노동시장이 변화하고 있으며,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체하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점점 줄고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4차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복지정책은 기본소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는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사람들은 더 복잡한 일, 더 재미있는 일을 하게 될 것이며 더 많은 여가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나라에서 돈을 주는 기본소득제도는 재정 부담과 세금 폭탄 우려가 있다.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소득세와 관련된 각종 공제를 폐지할 수 있는데 그것이 약 80조 원으로 추정된다. 또 100조 원 정도 되는 복지예산의 상당 부분을 기본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어 실제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증세는 아니어도, 상대적으로 혜택을 더 많이 받던 고소득층의 세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 기본소득제도가 일하는 사람들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1970년대 캐나다에서 시행된 현금 지급 프로젝트 민컴(Mincome) 사례를 보면 근로 의욕 저하는 우려에 불과했다. 해당 실험지역에서 범죄율이 42%나 줄었으며, 주민들 건강 상태도 매우 좋아졌고, 실험에 참가한 주민들은 더욱 열심히 일했으며, 빈곤에서 벗어나 삶의 질이 향상되기 시작했다.”


‘포용성장과 기본소득’

- 기획재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본소득 관련 연구과제의 구체 내용은 무엇인가.

“기본소득을 포함해 포용성장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의 여러 대안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KDI, 조세재정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이 함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계획상으로는 12월 중순 초고 형태의 연구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조금 지연되고 있다고 들었다.”

유승희 의원은 12월 18일 기재부 연구용역에 참가한 기관, 학자 등을 초청해 ‘포용성장과 기본소득’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한다.

“기본소득은 포용적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실현의 마중물이고, 희망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양극화 구조를 깨뜨리려면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가 동시에 커져야 한다.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민주화와가 같이 이뤄져야 하는 것처럼.”

해외에서는 핀란드가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보장제를 실시하고 있다. 비록 2년 한시적이긴 하지만 2017년 1월부터 복지수당을 받는 생산가능인구 중 2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월 560유로(약 74만 원)를 지급하고 있다.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기본소득제는 공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처럼 현실에서 다양하게 실험되고 있다.




신동아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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