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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대 출신 주성하 기자의 북한 잠망경 ⑤

“우리가 슬픈 노래 부르면 그는 눈물을 흘렸다”

[단독 인터뷰] ‘김정일의 여인’이 밝힌 김정일 사생활

  • 주성하│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우리가 슬픈 노래 부르면 그는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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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자 중에서 자신을 ‘김정일 기쁨조’ 출신이라고 밝히는 여성들이 간혹 있다. 국내외 언론 인터뷰 기사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실체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김일성대 출신으로 북한 전문기자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가 ‘실체’를 직접 확인한 여성을 최근 인터뷰했다. 이 여성에 따르면 북한에는 ‘기쁨조’라는 말 자체가 아예 없다고 한다.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그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편집자>
“우리가 슬픈 노래 부르면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에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얽힌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꽤 오래전이었다. 김정일의 기쁨조 일원이었다고 주장한 여성은 이전에도 여럿 있었고 새로 들어오는 탈북자 중에서도 자기가 기쁨조였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는 것은 팩트의 차이다. 아무리 책에서 본 내용을 짜깁기하고 없는 사실을 꾸며대더라도, 자신이 모르거나 경험하지 못했다면 그런 말은 조금만 들어봐도 어설프다.

또 하나. 특히 이러한 주장에는 단 한 곳도 손댄 흔적이 없는 자연적인 미모와 날씬한 몸매, 매력과 같은 결정적인 ‘증거’가 따라야 한다.

그녀가 그렇다. 그녀는 현대의학의 혜택과는 연관이 없는 미인이다. 북한에서 중앙당 소속 사진사가 찍어주었다는 10대 시절 사진 속의 그녀는 더욱 아름다웠다.

그녀는 그동안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가 김정일의 와병설이 터진 올 초부터 심경에 변화가 일어난 듯했다. 이 글은 그녀와의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정리한 내용이다. 김정일의 사생활은 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이지만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 지금까지 김정일과 관련됐었다는 사실을 저에게 숨기지 않으면서도 기사화는 굳이 피했던 이유가 있나요?

“우선 기쁨조였다며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 싫었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마치 김정일의 성노리개였던 것처럼 바라볼까봐 두려웠죠. 저는 잠자리를 같이하지는 않았거든요. 그게 싫어 남한에 입국해 조사받을 때 김정일과 있었던 이야기는 입 밖에 내지도 않았어요. 사실 북한에는 기쁨조니, 만족조니 하는 말조차 없어요. 여기서 다 지어서 붙인 것이지요. 그리고 김정일 옆에 더 있기 어려운 일이 제게 일어났을 때, 그가 저는 특별히 살려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했어요. 원래 저같이 그의 옆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들은 사람은 살아서 그곳을 벗어나기 힘들거든요. 어쩌면 김정일이 저에게 자비를 베풀었고, 저는 그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고 볼 수도 있죠. 예전에 어떻게 하다보니 해외 언론에 한번 나간 적이 있어요. 그 나라 말을 모르다보니 그곳 언론에 어떻게 소개됐는지 알 리 없었죠. 훗날 한번은 사실을 왜곡한 기사가 나가 항의했더니 “그럼 소송 거세요. 여긴 외국이라 이기려면 아마 수십 년이 걸릴 걸요” 하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더군요. 그런 체험을 통해 언론 기피증도 생겨난 것 같아요.”

▼ 그렇다면 지금은 언론에 나가도 되는가요.

“늘 기사를 쓰고 싶어했잖아요? 제가 결국 항복한 거죠.(웃음) 대신 너무 캐묻진 마세요. 사실 이것이 국가를 위해 중요한 정보도 아니고, 그냥 사람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데 불과하잖아요. 제가 입을 열 필요도 없어요. 어차피 지금도 시시콜콜 다 이야기하고 싶진 않네요. 그냥 김정일이 병에 걸려 수척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을 보니 인생무상이란 말이 떠오르더군요. 어차피 그가 죽은 뒤에 다 공개될 일인데 지금 말하면 어떻고, 말하지 않으면 어떻고, 아무튼 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 말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도…. 그리고 이제는 시간도 많이 흘러갔어요. 제가 김정일 옆을 떠난 지 벌써 12년이 지났어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5과’에 뽑히다

▼ 김정일 위원장 옆에는 어떻게 가게 됐나요.

“저는 5과에 뽑혔습니다. 5과 선발은 중앙당에서 전국 학교를 돌면서 예쁜 여자들을 뽑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지방, 평양, 중앙당을 거치면서 1,2,3차까지 시험을 보죠. 얼굴과 성격, 심성, 목소리, 키, 처녀성 검사 등 온갖 깐깐한 검토를 거쳐 최종 10명 정도 선발됐습니다. 키는 158~165㎝ 사이에서 뽑습니다.”

▼ 5과 선발 중앙당 시험을 통과한 이후 어떻게 됐습니까. 거기서부턴 아직 알려진 사실이 없거든요.

“최종 합격까지 선발 과정이 1년 넘게 진행됩니다. 최종 시험이 끝난 뒤 집에 내려가 있게 하는데 나흘 뒤인가 중앙당에서 차가 왔습니다. 남이 볼까봐 밤에 옵니다. 그리고 부모에게 딸을 조국을 위해 큰일을 하게끔 훌륭하게 키워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이 적힌 감사패를 줍니다. 특기할 점은 돈도 주는데, 당시 노동자 월급과 비교해보면 거액이었어요.”

▼ 그러고는 어디로 데려가던가요.

“비밀 학교로 데려가 교육을 시킵니다. 하지만 학교에 가기 전에 충성서약식을 합니다.

서약식 과정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길이 70㎝, 너비 50㎝ 정도 되는 대형 책을 하나 내놓더군요. 표지는 검붉은색이고, 가장자리에 금테를 둘렀어요. 겉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5과’라는 글씨 옆에 무슨 숫자가 있는데 아마 우리 기 번호인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의 명부가 있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 것은 모르겠고, 제게 할당된 것은 세 장 정도 됩니다. 첫 장에는 가족사항, 학교평점, 성적 등 인적사항이 적혀 있고, 셋째 장에는 3차 시험까지의 평가와 신체검사 결과가 있는 것 같았어요. 둘째 장에는 사진 5장이 붙어있어요. 정면, 옆모습 등 다양한 각도의 사진이 위에 붙어있고, 전신사진은 첫째 사진 아래에 붙어있어요. 사진이 붙어있는 모양은 ㄱ자를 돌려놓은 것과 같은 구도죠. 그리고 사진을 붙이고 남은 공간에 불러주는 대로 글을 쓰라고 하더군요. 충성 맹세였어요. 글을 예쁘게 잘 쓰라고 자꾸 강조하던 것이 생각나요. 아마 김정일에게 올라가는 책이었을 거예요. 다 쓴 뒤 그 아래에 혈서를 쓰게 해요.”

발탁 앞서 혈서 썼다

▼ 혈서까지 쓰게 한단 말인가요?

“예, 처음에는 혈서를 써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먼저 이렇게 물어요. ‘가장 소중한 손가락은 어느 것인가요. 만일 손가락 하나만 남긴다면 어느 손가락을 남기고 싶습니까.’ 저는 고심하다가 검지를 골랐어요. 그랬더니 한 뼘 정도 길이의 외제 칼을 소독 솜으로 쓱쓱 문지르고 주는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혈서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어요. 하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칼로 긋긴 했는데 피가 적게 나는 거예요. 다시 하라고 해서 이를 악물고 다시 그었죠. 그 손가락으로 제가 충성맹세를 쓴 아래쪽에 그 간부가 불러주는 대로 ‘충성으로 복무함’이라는 일곱 글자를 썼죠. 그 다음 간부가 무슨 도장을 꽝 찍었어요.”

▼ 비밀 학교라면 눈을 싸매고 들어가는 그런 곳을 연상시키는데요.

“눈은 안 싸매요. 혈서 쓰고 벤츠를 타고 가는데, 운전기사가 앞에 있고, 뒷좌석엔 저와 안내인이 함께 탔어요.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엔 레이스가 달린 커튼이 있어요. 그리고 옆에도 다 커튼이 쳐 있고요. 그러니 밖을 내다볼 수도 없거니와 운전기사도 저의 얼굴은 볼 수 없는 구조예요. 물론 커튼은 닫았다 폈다는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승인 없이 그렇게 할 수는 없잖아요. 이후에도 제가 타고 다닌 벤츠에는 거의 다 커튼이 쳐 있었어요. 물론 커튼 색깔이랑 두께는 차마다 달라요. 외국 정상이 북한을 방문하면 타는 리무진도 탄 적이 있어요. 학교는 평양 교외에 있어요.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밖에서는 볼 수 없는 곳입니다. 거기에 층고가 높은 3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었어요. 지하로도 3개 층이 있습니다. 건물 모양은 만경대학생소년궁전처럼 둥근 반달 모양입니다. 그 가운데 김정일 동상이 있고 동상의 대리석 받침판에 학교 이름이 적혀 있죠. 김정일 동상은 살면서 거기서 첨 봤어요. 건물 길이는 100m가 넘어요. 아마 중앙당 5과 건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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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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