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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리더십 ⑦

허울뿐인 공약 대신 국정철학 말하라

  •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명지전문대 총장 kwkim0117@mjc.ac.kr

허울뿐인 공약 대신 국정철학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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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예산 조달 방안, 이행 기간 없는 선심성 정책의 실체
  • ● 증세 없는 복지 확대 약속의 함정
  • ●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 어울려야 하는 이유
  • ● ‘다 해주겠다’ 대신 ‘함께 해나가자’고 말하는 지도자
허울뿐인 공약 대신 국정철학 말하라

10월 13일 과학기술나눔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안철수·문재인·박근혜 대선 후보.(왼쪽부터)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무당파가 아니라면 투표장에 가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사람 중에는 보수주의자도 있고 진보주의자도 있다. 이념 성향은 그러한데 정책 보고 또는 인물 보고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아니면 ‘누가 싫긴 하지만 앞으로 5년간 한국이 처한 국내외 정세가 이러하니, 이를 헤치고 나갈 인물은 이 사람’이라고 판단해 표를 던질 수도 있다. 무당파 중에 이런 유권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아니면 ‘집권을 오래하는 것이 보기 싫으니 무조건 정권 재창출은 안 된다’고 단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집권당이 후보를 내긴 했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후보가 반드시 집권당 후보라고 볼 수 없는 면이 있다. 사정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누굴 뽑을지 정하려면 천생 인물과 정책부터 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각 후보가 열심히 정책공약을 발표한다. “내가 당선돼 대통령이 되면 무엇 무엇을 고칠 수 있다”고 호언한다. 그래야 표가 오겠지만 유권자는 걱정이 태산 같다. 정말 경제민주화가 되고 재벌구조가 파괴되는 것인지 잘 믿기지 않는다.

경제에 관해서만 말하면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후보의 공통점은 경제민주화다. 특히 골목상권 보호와 재벌총수의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에 대해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출자총액제한제, 지주회사 등 재벌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차이가 크다. 박근혜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견제를 우선으로 생각하지만, 문재인과 안철수는 좀 더 근본적인 입장이다.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려 든다. 문재인과 안철수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문재인은 ‘3년 내 순환출자 금지’를 통해 즉각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하고, 안철수는 재벌개혁위원회라는 완충장치를 통한 단계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한다.

매니페스토 실종

안철수의 제안은 한마디로 아이디어와 자원의 융합이라는 ‘혁신경제’다. 그는 또 경제민주화의 7대 영역으로 ‘재벌개혁 7대 과제’를 제시한다. 편법 상속·증여 방지, 총수 등 특수관계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제재,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규제 강화,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통제 강화, 일반집중 폐해 시정 및 시스템 리스크 관리 등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남·삼성·서울대 등 지배계급을 바꾸겠다고 했던 것을 상기시킨다. 요란스러웠지만 성사되지는 않아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같았다. 구조는 초기 패턴(initial pattern)이 유지되고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t)이 강해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허울뿐인 공약 대신 국정철학 말하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9월 5일 열린 ‘100% 국민행복 실천본부’의 총선 공약 법안실천 국민보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우여 대표, 박 후보, 이한구 원내대표.

박근혜는 ‘창조경제’를 내세운다.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이와 관련된 정책이 ‘스마트 뉴딜’이다. 스마트 뉴딜은 IT나 과학기술을 교육·관광·유통·의료 등 서비스업에 접목해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유연한 고용·근무 형태가 가능한 ‘스마트워크’를 추진하고, 학력 차별이 없는 ‘스펙초월 채용시스템’을 구축하며, 청년층의 해외 일자리를 창출하는 ‘K-무브(Move)’ 운동을 내세운다. 박근혜의 창조경제론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로 이어진다. 박근혜는 과학기술 정책 마련에 힘쓰고, 교육에서도 꿈과 끼를 강조한다. 또 주택 관련 정책에도 관심을 둬,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 급등하는 전셋값 때문에 고통 받는 렌트 푸어, 20~40대 무주택자 등을 위한 ‘집 걱정 없는 세상’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을 제시한다.

문재인의 ‘공정경제’는 안철수에 비해 분배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채무자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안심·공정·회복 금융’을 가계부채 해결의 세 가지 원칙으로 제시한다. 이를 위해 이자제한법·공정대출법·공정채권추심법 등을 제·개정하는 ‘피에타 3법’을 주장한다. 또 ‘새로운 정치’의 목표가 일자리 혁명이라면서 “성장과 복지, 경제민주화는 모두 일자리에서 시작되고 일자리로 귀결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제시한 정책이 ‘만·나·바’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나누고, 나쁜 일자리는 바꾼다는 뜻이다. 더불어 포용·창조·생태·협력 등 4대 성장전략도 제시한다.

문제는 대선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 내용을 보면 이행 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고 재원 조달 계획도 ‘추후 발표하겠다’ 정도로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매니페스토(manifesto·대국민정책계약)가 실종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박근혜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복지 공약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안은 없고 재원 조달도 추후에 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철수는 ‘국민이 신뢰하는 든든한 복지체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노인 빈곤율 제로, 보육의 공공성 강화, 의료 민영화 반대’ 등을 제시한다. 그러나 재원 대책에 관해서는 역시 ‘정부 예산의 자연스러운 증가분을 우선 사용한다’고 할 뿐, 복지에 필요한 예산을 얼마로 잡고 있는지조차 밝히지 않는다. 어떤 불요불급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문재인 후보의 계획은 그래도 비교적 구체적이다. 0~5세 무상 보육과 전 계층 무상 의료, 기초노령연금 100% 인상, 반값 등록금 실시 등이 그것이다. 재원은 재정구조 개혁, 복지 전달체계 개선, 그리고 조세 개혁으로 마련한 연평균 가용 재산 35조 원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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