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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⑤

제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상대에게 베풀지 말라 그리하면 원망이 없을지니

  • 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제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상대에게 베풀지 말라 그리하면 원망이 없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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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자의 제자 중에는 대재벌로 성장한 자공이란 자가 있었다. 공자는 이재에 밝은 장사꾼으로서의 자질을 인정하면서도, 제자가 자칫 말의 신뢰를 잃지 않을까 염려하였다. 경영의 여러 요소 중 공자가 으뜸으로 꼽은 것은 단연 신뢰다. 이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수천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이 경영의 ‘진리’에 대해 탐구해본다.
전하기로 공자는 72명의 제자를 두었다고 하였는데(‘맹자’), 그 제자들의 출신과 꿈도 숫자만큼 다양하였다. 가난뱅이로 살다 결국 영양실조로 요절한 수제자 안연이 있는가 하면, ‘조직폭력배’ 출신의 자로가 있었고, 부잣집 도련님인 공서화나 귀족 자제인 남궁괄도 있었다.

공자학교는 스승의 말씀을 받아 적기에 급급한 초등학교가 아니라, 자기 삶의 길을 확정한 성인들이 모인 ‘대학’이었다. 그러므로 공자학교에서 제자들은 다양한 꿈을 꾸었고, 훗날 철학자(안연), 외교관(공서화), 재정 담당관(염유), 국방 책임자(자로) 등으로 입신해나갔다.

그 가운데 자공(子貢·BC 521~450)이라는 제자는 오늘날 우리 눈길을 끌 만한 인물이다. 널리 알려진 사마천의 ‘사기열전’ 속에 ‘화식열전’ 편이 있다. 화식(貨殖)이란 무역·생산·금융을 아우르는 말이니, 화식열전은 춘추전국시대 큰 부자들에 대한 기록인 셈이다. 그런데 자공이 여기에 등재돼 있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대재벌로 성장한 사람이 있었다니 조금은 의외로 여겨질지 모르겠다. 자공과 관련된 부분을 인용한다.

자공은 공자에게서 배움을 얻고 난 다음 위나라에서 벼슬을 살았다. 그 후 조(曹)와 노(魯)나라 사이에서 재물을 크게 모았다. 칠십 제자들 가운데 자공이 가장 부유하였다. 원헌(原憲)이 쌀겨와 지게미를 싫어하지 않고 달동네에 숨어 살았다면 자공은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매어 달고, 돈을 싸들고서 제후들을 방문하였으니 이르는 나라마다 뜰로 내려와서 그와 대등한 예를 차리지 않는 군주가 없었다. (‘사기’, 화식열전)

‘대재벌’ 된 공자의 제자

이번 참에는 화식열전에 실린 ‘대상인 자공’의 삶과 생각을 소재 삼아 공자의 경영철학을 살펴보기로 하자.

자공의 성은 단목(端木)이요 어릴 적 이름은 사(賜)다. 어른이 되면서 얻는 이름인 자(字)가 ‘자공’이다. 공자보다 31세 연하의 제자로서 위(衛)나라 출신이다. 상인으로서 그의 이력은 고향 땅 위나라의 환경과 관련지어볼 때 좀 더 선명해진다. ‘위’는 본래 은나라의 중심지였던 곳으로 지금의 허난성 북부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이곳은 고대로부터 생산이 발달했으며 상품경제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은나라(따로 상(商)나라라고도 한다)가 멸망하고 주나라가 선 이후, 유민이 된 위나라 사람들은 주로 물건을 사고팔며 연명했다. 여기서부터 ‘상나라 후예=장사꾼’이라는 등식이 생겨났으며 상인(商人), 상업(商業)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러고 보면 상인으로서 뛰어난 수완을 보인 자공이 위나라 사람인 것은 결코 우연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가노 나오사다, ‘돌아가자, 돌아가자’ 참고)

자공의 고향 위나라는 조선시대 개성 땅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 사람들이 조선이 개국한 뒤에 상업에 종사하여 개성상인이라는 별칭을 얻었듯이, 주나라가 건설된 후 은나라 후예인 위나라 출신들도 상인으로 유명했다. 상인· 상업이라는 말이 위나라의 선조인 상나라(곧 은나라)에서 비롯되었을 정도니 그 지역사람들의 상재를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법가사상의 원조로 인식되는 춘추시대의 상앙(商)이라는 인물 역시 자공과 동향 출신인 것으로 볼 때, 위나라는 상업과 유통에 필요한 계약과 거래의 법률과 규칙이 체질화된 곳으로 여겨진다. 이런 분위기에서 성장한 자공이었기에 상인으로서의 면모를 풍겼던 것이리라. 그러고 보면 ‘논어’에서도 자공은 장사꾼의 체취를 가득 품고 있다. 그 가운데 한 예를 들어보자.

자공 : 여기 아름다운 옥구슬이 있습니다. 궤짝에 넣어 숨겨두어야 할까요? 아니면 좋은 값을 구해서 팔아야 할까요?

공자 : 팔아야지, 팔아야 하고말고! 다만 나는 제값을 쳐줄 장사꾼을 기다리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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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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