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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락욕·탐욕을 간질여 죄악을 파는 시뮬라크르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 송홍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

향락욕·탐욕을 간질여 죄악을 파는 시뮬라크르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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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살을 드러낸 미녀가 전단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안드레아는 125달러, 자넷은 99달러. 원하는 것은 뭐든지, 꿈꾸는 것은 뭐든지 갖다놓은 죄악의 도시(sin city)가 돈 버는 방식.
“이미지는 실재의 반영이다. 이미지는 실재를 감추고 변질시킨다. 이미지는 그것이 무엇이든 어떠한 실재와도 무관하다. 우리는 가상실재, 즉 시뮬라크르의 미혹(迷惑) 속에서 산다.”

-장 보드리야르

향락욕·탐욕을 간질여 죄악을 파는 시뮬라크르의 도시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1929~2007)는 이미지가 실재를 지배하면서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극실재를 구현해낸다고 사유(思惟)했다. 보드리야르를 원용하면 우리는 ‘가방’이라는 실재가 아닌 ‘루이비통’이라는 기호를 소비한다. 기호는 실재가 아닌 이미지, 즉 시뮬라크르다.

라스베이거스는 시뮬라크르의 도시다. 복제가 실재를 전복한다. 낮에는 천장 가득 밤하늘을 수놓고, 밤에는 낮하늘을 모사해 비를 뿌린다. 극실재의 베네치아는 이탈리아가 아닌 라스베이거스에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뉴욕, 파리는 지금, 여기에 있다. 모하비 사막에 우뚝 선 에펠탑은 파리의 진품보다 극실재하다. 이곳이 뉴욕인가, 사막인가. 자유의 여신상이 신기루처럼 사람을 미혹시킨다.

중세 유럽의 성, 이집트 피라미드가 극실재로 존재한다. 원탁의 기사가 엑스 칼리버를 휘두르고, 카리브의 해적이 우리를 노려본다. 대영제국 군함이 해적선과 맞붙는다. 그뿐인가. 구겐하임미술관 브로드웨이 할리우드가 바로, 이곳에서 우리를 유혹한다.

호텔 문을 여는 순간 우리는 로마 황제가 된다. 꿈속에서라도 카이사르가 돼보고 싶은가. 시저스팰리스 호텔로 가라! 영어 철자도 Caesar′s palace(카이사르의 궁전)가 아닌 Caesars palace(카이사르들의 궁전).

베네치안호텔의 운하에선 베네치아처럼 곤돌라가 주유한다. 강둑엔 프라다 페라가모 구찌가 서 있다. 패리스(paris) 호텔의 개선문을 지나면서 우리는 나폴레옹이 된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후예들은 이곳에서 루이비통, 샤넬을 쇼핑한다.

미라지 호텔의 열대(熱帶)는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1908~2009)가 ‘슬픈 열대’에서 묘사한 열대보다 극사실하다. 우리가 상상하는 폴리네시아는 적도가 아닌 라스베이거스에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멈추지 않는 파티다. 이 미친 땅에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스티브 윈

향락욕·탐욕을 간질여 죄악을 파는 시뮬라크르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야경

라스베이거스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카지노 재벌인 스티브 윈(68)은 열대를 콘셉트로 한 미라지(mirage·신기루)호텔을 1989년 개관했다. 그는 왜 호텔 이름을 신기루라고 지었을까?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창 밖 풍경은 황무지의 연속. 잡초가 데굴거리고, 모래바람이 인다. 어린아이 키만큼 자란 다 큰 나무가 안쓰럽다. 등산가가 레드록캐니언의 지각단층을 자일과 로프를 이용해 오른다. 시뻘건 돌산이 을씨년스럽다.

해가 진다. 모하비 사막의 밤은 먹물처럼 까맣다. 도시가 신기루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네온 조명으로 치장한 호텔과 입간판이 칠흑(漆黑) 같은 밤에 수를 놓는다. 엘도라도(El Dorado)라는 낱말이 뇌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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