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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號 70돌 | 김호기 교수가 만난 우리 시대 지식인

“불평, 불만 많아서 우리 사회 발전한다”

정신과 의사 이나미

  •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불평, 불만 많아서 우리 사회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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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는 없다

김호기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나미 자녀에게 온 정성을 쏟는데 요새 자녀는 이에 보답하려는 마음이 없죠. 우리 사회는 행복한 부부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에요. 남편이고 아내고 무지하게 바쁘다 40대가 되면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가 찾아와요. 또 40대의 장벽 중 하나는 우리 사회가 너무 젊음 지향적인 사회라는 점이에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안티에이징을 종교처럼 생각해요. 젊어 보인다고 하면 칭찬이고,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하면 욕이 되는 사회죠. 나이 듦에 대한 저항과 불안이 있습니다.

김호기 그러다 아무런 준비 없이 50대에 들어서는 것 같아요.

이나미 50대의 경우에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퇴직 후 어떻게 살 것인지가 큰 고민이죠. 오십이 되면 계속 벌 수 없다, 아이들에게 투자한 것은 회수할 수 없다, 그런 걸 알게 되잖아요. 나머지 40~50년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불안이 크죠. 새로 뭔가를 하기엔 사회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 같아요.



김호기 그래서 50대에 20대 못지않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것 같습니다. 매 시기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여성에게 어떤 메시지를 안겨줄 수 있을까요.

이나미 저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봐요. 많은 사람이 은수저 물고 나오면 탄탄대로를 걸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상담하면서 느끼는 것은 누구나 나름대로의 갈등과 좌절과 분노가 있다는 점이에요. 신데렐라처럼 좋은 남편과 결혼하면 잘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해요. 오랫동안 부부생활을 잘하는 사람에게 비결을 물으면 끊임없이 노력하고 애쓰고 양보하고 타협했다고 해요.

성공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성공을 지향해서 성공한 사람을 못 봤어요. 유명해지겠다, 돈을 많이 벌겠다가 목적이 되면 그다음에 각론이 없어져요. 오히려 내가 하는 일을 충실히 꾸준하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도 있고 성취할 수도 있어요. 나의 내적인 만족감이나 보람이 중요하다고 하면 돈과 명예가 있든 없든 행복한 삶이거든요. 남에게 보여주는 삶이 아니라 나를 만족시키는 그런 행복한 삶을 살면 좋겠어요.

김호기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고 정신을 치료하는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사회가 돼야 한다고 봅니까. 과도한 공동체주의도 문제지만 과도한 개인주의도 문제라는 선생님의 주장을 무척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이나미 과거의 혈연, 지연, 학연과 같은 공동체는 깨져간다고 봐요. 지금 젊은 세대의 경우 동창회나 향우회가 예전 같지 않거든요.

환갑 때 피아노 콘서트 꿈

김호기 나이 든 세대는 학연, 회사 등 네트워크를 여전히 중시하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은 가족끼리 캠핑을 가는 등 생활문화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이나미 혈연, 지연, 학연에 기반을 둔 커뮤니티가 아니라 시민사회라는 나눔과 배려의 커뮤니티가 더욱 활성화하면 좋겠어요. 지구촌 전체가 하나의 시민사회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그런 움직임이 있고요. 과거에는 사회적 기업이나 나눔에 대한 관심이 없다가 최근에 많아진 것 같거든요. 우리나라가 그동안 주로 성장, 발전, 물질적 향유에 집중했다면 앞으로의 코드는 나눔, 배려, 사랑과 같은 것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호기 문제는 현실입니다. 한국 사회의 정신건강을 말할 때 OECD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나미 다른 나라와 비교해 두드러진 특징은 노인 자살률이 높다는 점이에요. 노인들이 우울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가 있어요. 또 자식한테 폐 끼치기 싫어서, 자식에게 버림을 받아서 스스로 안락사를 택하게 돼요. 빈곤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지 못하는 노인이 많아요. 이런 현상을 저는 과도기라고 보는데, 지금 70~80대 노인은 노후를 준비하지 않은 세대예요. 40~50대는 자신의 노후생활에 대한 의식이 있어요. 앞으로는 과거처럼 노년의 자살률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봐요.

김호기 저는 50대 중반인데, 저희 세대도 노후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나미 공동체가 살아 있다면 노인, 병자, 장애인이 내몰리지 않는 사회가 되잖아요. 지금 그런 조짐이 있는데,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경우가 많아요. 과거에 노인이 많아서 젊은이들이 부담스러울 거라고 했는데, 실제로 젊은이들은 노인을 부양하지 않아요. 통계적으로 봐도 노인을 돌보는 돌보미 대부분이 60대예요. 노인이 많아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걸 재앙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50대가 노인이 됐을 때의 생산성은 지금의 80~90대와는 다를 거예요.

김호기 준비하는 책으로 어떤 게 있습니까.

이나미 신화를 다룬 책이 올겨울에 나올 거예요. 죽음에 대한 책도 내려 해요. 이제는 죽음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준비해야 할 것 같고, 사회적으로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영원히 살 수는 없는 거죠.

김호기 열심히 살아왔는데, 버킷 리스트는 무엇인지요.

이나미 피아노가 그중 하나예요. 지난해 다시 시작했는데 환갑에 콘서트를 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악기를 두 개 더했는데, 플루트와 아코디언이에요. 그것도 더 열심히 해서 시니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고 싶어요. 제가 그동안 살면서 제대로 쉬고 놀아본 적이 없는데, 여유 있게 한번 쉬고 노는, 그런 게 또 하나의 꿈이에요.

신동아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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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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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 불만 많아서 우리 사회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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