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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조종사의 生과 死

  • 이정훈hoon@donga.com

항공기 조종사의 生과 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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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막현상이 생길 때 당황해서 기수를 크게 꺾으면, 시속 250㎞라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던 항공기는 활주로를 벗어나 잔디밭에 처박힐 수도 있다. 이때의 충격으로 항공기가 동강나면 휘발성이 강한 항공유가 새나온다. 이 항공유는 가벼운 정전기에도 점화되므로, 동강난 항공기는 화재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일기 속에서 온갖 위험을 제압해 가며 안전하게 항공기를 모는 것이 기장이다. 그래서 ‘캡틴’인 것이다.

지난 10월22일 대한항공의 캡틴·코파일럿(co-pilot·부기장)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우리도 노동자다” “비행수당 인상! 비행시간 축소!”를 외치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조종사의 파업은 선진국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도 그러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에 앞서 지난 5월31일, 대한항공의 기장·부기장들은 노동부로부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설립 신고필증을 받아내 합법적으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를 출범시켰다. 이때만 해도 “과연 조종사들이 파업을 하겠느냐”는 분석이 많았는데, 예상을 깨고 전면 파업을 성사시켰다.

파업 직후 언론에서는 쟁점 사항인 기장들의 연봉에 관한 보도가 쏟아졌다. 기장들의 연봉은 기본급과 비행수당·상여금 3대 요소로 구성된다. 기본급은 월급쟁이들처럼 호봉과 직급 상승에 따라 올라가는 것이고, 상여금은 이 기본급에 따라 결정된다. 쟁점이 된 비행수당은 조종사들의 비행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비행시간이 많으면 기본급보다도 많은 비행수당을 타고, 적으면 그 반대가 된다.

조종사노조의 파업은 생각지 않은 사태를 몰고 왔다. 한국인 승객들은 연발착만 해도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단체 행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외국 공항에서도 집단 행동을 불사하는 이들이니, 한국어가 통하는 한국 공항에서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사태를 좌시할 리가 없다. 신혼부부가 많이 찾는 한국 제일의 관광지 제주도는, 항공편과 배편을 제외하면 육지로 나올 방법이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파업을 하지 않았지만, 대한항공이 더 많은 편수를 취항시키고 있다. 이러한 대한항공이 파업에 들어갔으니 제주공항이 승객들의 항의로 발칵 뒤집힐 수밖에. 분노한 승객들은 대한항공 영업직 직원들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댔다. 파업 이틀째 노사 합의로 비행이 재개되자 이번에는 기내로 소동이 확대됐다. ‘성난’ 승객들이 객실 여승무원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거친 말을 내뱉은 것이다. 그러나 영업직 직원이나 객실 여승무원은 파업과 전혀 무관하다.



이렇게 되자 대한항공 사(使)측과, 영업직원과 객실 여승무원을 노조원으로 한 일반 노조, 그리고 새로 출범한 조종사노조가 모두 곤란해졌다. 때문에 사(使)측을 대표해 심이택 사장이 제주공항에 내려가 직원들을 위로하고, 박대수 대한항공 노조위원장(40)도 제주공항을 찾아 멱살 잡힌 노조원을 위문하고, 이성재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51)도 제주공항을 찾아가 사과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비행시간 규정은 지켜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내국인 조종사가 부족해, 전체 기장의 20∼30%를 외국인 기장으로 메우고 있다. 대한항공의 조종사노조는 파업에 들어가며 “한국인 조종사들이 외국인 기장에 비해 비행수당은 적고 비행시간은 많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이러한 혹사로 인해 항공기의 안전 운항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우리 조종사들의 비행시간이 논쟁거리가 됐다.

비행에 관한 ‘세계법’은 미국의 연방항공국(FAA)이 만들고 있다. 미 연방항공국이 만든 연방항공규정(FAR)에는 ‘조종사들은 연간 1000시간 이상 비행할 수 없다, 2인 1조로 비행하는 조종사들은 연속하는 30일 동안 100시간 이상 비행할 수 없다, 3∼4인으로 비행하는 조종사들은 연속하는 30일 동안 120시간 이상 비행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법을 어떻게 만드는가는 각 나라가 결정할 일이다. 연간 비행시간을 2000시간 이내로 하든 800시간 이내로 규정하든, 그것은 그 나라의 주권(입법) 사항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명 국가는 미국 연방항공국이 만든 룰을 차용한다. 한국도 미 연방항공규정을 차용해 ‘조종사들은 연간 1000시간, 연속하는 30일 동안 100시간 이상 비행할 수 없다. 3∼4명이 함께 비행할 때도 연속하는 30일 동안 120시간 비행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내용을 운항 규정으로 정해놓고 있다.

앞에서도 잠깐 설명했지만 민항기 조종실에는 반드시 기장-부기장으로 된 두 명의 조종사가 탑승한다. 미국과 한국은 비행시간이 8시간 이내인 노선에는 각 1명씩인 기장과 부기장이 탑승해 이륙에서부터 착륙까지 책임지도록 한다. 그러나 8시간 이상 12시간 이하의 노선에는 기장-항로기장-부기장으로 구성된 3명의 조종사가, 12시간 이상인 노선에는 기장 2명-부기장 2명으로 구성된 4명의 조종사가 탑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8시간 이상 12시간 이내 노선에서는 3명의 조종사가 번갈아 가며 조종하는데 이륙과 착륙 등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기장과 항로기장(항로기장은 명칭만 기장이지 실제로는 부기장이다)이 조종석에 앉아 조종을 한다. 이때 부기장은 기자가 앉았던 항법사 자리에 앉는다. 그러다 위험이 적은 항로비행에 들어가면 기장은 조종실 안에 있는 ‘벙커’(두 사람이 누워 쉴 수 있는 공간)에 들어가 휴식을 취한다. 이때 부기장석에 앉아 있던 항로기장이 기장석으로 옮겨 항로비행을 책임지고, 항법사 자리에 있던 부기장이 부기장석에 앉아 항로기장을 보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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