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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나라당 김덕룡 의원

“이회창 대세론에 적신호 켜졌다”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이회창 대세론에 적신호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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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두 가지 표현을 썼다. 하나는 ‘남이 다 파먹고 난 김칫독’이고 다른 하나는 ‘적군’이다. 둘 다 부정적인 색채가 짙다. 하지만 이것만 갖고 민주당에 대한 김의원의 의중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지난해 11월 군산대 강연에서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사심을 버리고 과감하게 정치개혁을 추진한다면 지역감정 해소를 바라는 야당 내 개혁세력도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의원께서 제안한 정·부통령제 개헌론은 정치권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개헌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내년 대통령선거 전에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국가의 틀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이 잘못됐다면 당연히 고쳐야죠. 나는 지금부터 여야가 개헌 논의를 시작해서 금년 말까지 끝내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여야간에도 이 문제를 논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야를 초월해 개헌을 논의하는 기구를 만들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개헌캠페인 같은 것이 되겠죠.”



―한나라당 지도부는 김의원이 제안한 정·부통령제 개헌론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정계개편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마치 개헌반대가 당론처럼 돼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16대 총선 이전에 개헌문제를 이슈로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다고 해서 전략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던 겁니다. 나는 요즘 이회창 총재가 개헌이 가져올 파장을 두려워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까지 듭니다. 하지만 개헌문제는 단순히 대선가도에 유리하냐 불리하냐 하는 차원에서 논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의원이 줄기차게 개헌론을 주장하는 근거에는 한나라당 내의 역학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 상태에서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후보로 나설 것이 거의 확실하기에 김의원으로서는 정치지형을 바꾸기 위한 도전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한나라당 내에서 러닝메이트가 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통령제를 들고 나왔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껏 나는 개인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정치활동의 방향을 잡은 적이 없습니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어느 것이 옳으냐를 판단해서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내가 개헌론을 주장하는 것과, 대선에서 후보가 되겠다는 전략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아마 개헌이 된 이후의 내 행보를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개헌 이후의 행보라는 건 어떤 것입니까.

“국민을 하나로 묶고 정치의 잘못된 점을 개혁하는 겁니다. 나는 이것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또 평가받고 싶습니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직분입니다. 잘못된 정치, 지역주의 정치, 대권만 놓고 싸우는 정치,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소신을 억압하는 정치를 개혁하고자 합니다.”

―‘개헌이 되면 정·부통령 후보로 나가지 않는다’ 이렇게 해석해도 됩니까.

“지금은 내가 나간다 안 나간다를 이야기할 시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회창 대세론에 회의적

이회창 총재와 김덕룡 의원은 지금까지 3차례 경선에서 맞붙었다. 3번 모두 이회창 총재의 승리로 끝났다. 김의원의 순위와 지지율이 한단계씩 상승하긴 했지만, 내용으로 보면 김의원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 결과는 대선을 1년 9개월 앞둔 당내 분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이총재가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드물지만, 김의원에 대해서는 출마 여부조차 불투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거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시간이 가면서 대세론보다는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어요. 한나라당은 대통령 후보를 정한 일이 없는데도 이회창 총재는 지금 자기가 대통령 후보인 양 행동하고 있어요. 지하철 유세를 하고 양로원을 가고…. 반면 여당 사람들은 특별히 언론을 타는 것도 아닌데 이총재와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 ‘과연 이총재가 될 수 있겠느냐’고 회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마음 놓고 정권을 맡겨도 되겠구나’ 하는 신뢰를 주어야만 이총재에게도 도움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것은 팽개치고 개인 인기나 유지하겠다는 것은 방향을 잘못 잡은 거죠.”

―만일 이대로 가서 이총재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다고 했을 때 본선 경쟁력을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지금 ‘이회창 대세론’에 적신호가 들어왔다고 봅니다. 한나라당은 당 중심의 활동, 정책활동, 당운영을 차별화해서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대선 승리가 어렵습니다. 지역주의에 집착해서 영남 정서와 반(反)DJ정서에 안주해서는 이길 수가 없어요. 온건한 진보세력 뿐만 아니라 개혁세력도 끌어들이고 20~30대 젊은 세대들을 포용하고…, 이런 쪽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자꾸 한쪽으로 치우쳐버리니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겁니다.”

―‘이회창 대세론’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렇다면 김의원께서는 다른 대안이라도 생각하고 계신지요.

“조만간 당내 중진의원, 개혁적인 소장파 의원, 한나라당의 장래를 걱정하는 분들과 만나 그 문제를 깊이있게 논의할 생각입니다. 지금 한나라당에는 이총재의 행보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과 함께 대책을 세워야겠죠. 필요하다면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연대해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김의원은 이회창 총재를 오래 전부터 비판해왔다. 이총재가 3김(金)과 다를 바 없을 만큼 독선적으로 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두 사람은 정치 현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때가 많다. 이총재가 국회를 거부하고 장외투쟁을 선언하면, 김의원은 등원론을 제기했다. 또 지난해 11월엔 이총재가 전격적으로 정기국회 등원을 결정하자 김의원은 “의원총회를 거치지 않고 총재 개인이 등원을 결정한 것은 한나라당이 1인지배 정당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까닭에 이총재 진영에서는 김의원을 가리켜 ‘당의 단합을 해치는 분열주의자’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한나라당의 당 운영에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총재단 회의가 아무런 결정권도 갖지 못한 채 보고만 받고 있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민주정당이라면 당연히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결정해야죠. 어느 날 갑자기 규탄대회를 열고,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의원들의 소신을 억압하고…. 이총재는 말로만 3김청산 한다면서 실제로는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요. 성만 이씨지, 또 하나의 3김씨에 불과해요. 이래서는 안됩니다. 독선적으로 당을 운영해서는 절대로 정권을 잡을 수 없습니다. 지금 김대중 정권은 민심을 저버리고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일을 무수히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 중심으로 반DJ 세력을 결집해야 됩니다. 그런데 거꾸로 이총재가 포위되고 있어요. ‘반창(反昌)연대’는 이총재 스스로 자초한 거나 다름없어요.”

―이총재를 만나서 ‘이렇게 바꾸십시오’ 하고 건의하신 적은 있습니까?

“나도 많은 얘기를 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어요. 무슨 이야기를 하면 받아들여야 될 거 아닙니까? 그저 내 입만 아프고 듣는 것 하나 없이 끝나버리더라구요. 이총재도 뭐가 문제인지는 다 알 것이고, 이제 결단만 남았다고 봅니다.”

―김의원께서는 지난해 11월28일 전북대 경영대학원 초청 특강에서 “당의 회계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사기업도 투명한 경영을 하겠다는 판인데 정당의 자금 사용이 불투명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우리 당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받은 정치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살피는 내부감사가 없습니다. 자체 감사도 없이 총재가 자기 책임하에 마음대로 쓰고 있어요. 당원들은 당비를 내고 의원들도 세비에서 매달 얼마씩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쓰이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건 민주적인 정당이 아닙니다. 우리 당 뿐만 아니라 여당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97년 7월이었다. 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 의원보좌관세미나에서 김의원은 ‘세대교체론’를 제기했다. 그는 “구시대 정치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40~50대 정치가 요구된다. 또 정치개혁은 ‘젊은 정치’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나이 56세. 4년이 지난 지금 그는 60대로 접어들었다. 자신이 4년 전에 내세웠던 논리대로 한다면 ‘세대교체’의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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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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