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대 대통령선거를 1년 9개월 남짓 남겨놓은 시점에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도 조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각종 매체는 후보별 지지도와 가상대결을 줄지어 보도하고, 여야의 유력한 후보들은 그 결과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여론조사를 실시한 전문기관에서는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현 시점의 데이터는 ‘민심을 파악하는 참고자료’나 ‘흥미용 인기투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대선까지는 판세를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무수히 나올 터이기 때문에 현재의 지지도가 본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김지연 차장(34)은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7년째 사회조사 분야에서 일해왔다. 그는 대통령선거 1회, 국회의원선거 2회, 지방자치선거 2회를 포함, 10여차례 선거 여론조사에 참여했다.
미디어리서치는 1월31일부터 2월1일까지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의 개인별 지지도와 가상대결을 조사했으며, 최근엔 민주당 대의원들의 후보별 지지성향을 조사했다. 이 결과는 ‘시사저널’에 보도됐다.
김차장은 우선 현시점에 여론조사를 근거로 판세를 읽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언론사들이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가상 맞대결을 붙이고 있지만, 판짜기가 되지 않은 상태의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97년 대선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어요. 이회창 후보가 선거 초반 김대중 후보에 2배 이상 앞섰지만, 병역문제가 터지면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막판에 다시 치고 올라갔던 겁니다. 변수가 생길 때마다 완전히 판세가 바뀌었던 셈이죠.”
김차장은 복잡한 정국 상황으로 볼 때 현재의 지지도가 끝까지 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여당이든 야당이든 ‘제3의 후보’가 나올 경우 후보별 지지도는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굳이 현 상황에서 대중적 지지도를 말한다면, 이회창, 이인제, 노무현의 순이다”라고 말했다.
김차장에 따르면 당초 ‘시사저널’ 조사는 후보별 ‘탄성계수’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탄성계수란 후보의 잠재력을 뜻한다. 1차 질문에서 답하지 않은 사람에게 2차, 3차 질문을 통해 답변을 끌어내고, 그 결과를 분석해 후보의 잠재가능성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조사 결과 후보별 탄성계수는 노무현 장관, 이인제 최고위원, 이회창 총재 순으로 나타났지만, 유의미한 통계수치는 아니었다고 한다. 김차장은 현 시점의 가상대결 지지도는 기본적으로 정당요인이 강하게 개입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말까지 가상대결을 붙여보면, 민주당에서 이인제 최고위원 정도만 이회창 총재에게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노무현 장관도 접전을 벌이고, 고건 서울시장, 김중권 대표도 상당히 따라붙었어요. 이것은 ‘이회창 대세론’에 위기의식을 느낀 민주당 지지표가 결집하고 있다는 증거죠.”
하지만 김차장은 “현 시점에서 가상대결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후보자의 이미지 관리자료나 민심 파악 척도는 될 수 있어도 1년 9개월 뒤의 판세를 예측하는 데는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의 여야 상황으로 볼 때 내년 대통령선거도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대접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투표율은 변수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 가지 눈여겨볼 대목이 연령별 지지성향이다. 20∼30대가 민주당 후보를 선호하는 반면, 50대 이상은 한나라당 지지가 뚜렷하다. 이것을 두고 이총재 진영에서는 ‘연령이 높을수록 투표율도 올라가기 때문에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김차장은 그러한 주장에 반대한다.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자치선거에서는 투표율이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하지만 대통령선거의 투표율은 기본적으로 70%가 넘기 때문에 투표율이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해요. 그래서 젊은층의 기권을 필요 이상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겁니다. 수차례 조사를 해보면 ‘기권’은 무응답자 중에서 많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김차장은 내년 대선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결정할 첫째 요인으로 ‘지역’을 꼽았다. 정치권에서 주요변수로 예상하고 있는 투표 직전의 경제상황과 관련, 그는 “경제가 나빠지면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경제가 좋다고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이 1차적으로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겠지만, 박빙의 승부로 가면 최후의 변수는 다른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지역감정이 기승을 부릴 경우 TK와 충청권이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대의원들은 누구를 대통령후보로 선출할 것인가? 김차장은 민주당 대의원들이 현시점에 이인제 최고위원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현상을 ‘정권재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랫동안 이인제 최고위원만이 이회창 총재와 접전을 벌여왔다. 그래서 호남에서도 이최고위원이 고건 시장이나 한화갑 최고위원보다 앞서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후보에게 대중적 지지가 몰린다면, 대의원들의 표는 순식간에 그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태에서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 각각 필승할 수 있는 구도는 어떤 형태일까. 김차장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상수로 놓고 민주당 후보를 대입하며 설명했다.
“지금 대선을 치른다고 가정하고 민주당 후보가 이인제나 노무현이라면 박빙이고, 고건이나 김중권이라면 이회창 총재가 유리합니다. 고시장이나 김대표의 경우 대의원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뜨고 있지만, 국민들의 인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는 역시 야권 분열을 통한 3자구도로 보인다. 김차장은 “민주당의 필승전략은 어쩔 수 없이 영남권 분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박근혜 부총재의 파괴력이 가장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남후보, 효과는 의문
현재 민주당 내에서 ‘영남후보’로 검토되고 있는 사람은 김중권 대표, 노무현 장관, 무소속 정몽준 의원 등이다. 이 가운데 영남권을 가장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후보는 누구일까? 김차장은 “세 사람의 텃밭만 놓고 보면 정몽준(울산), 김중권(TK), 노무현(PK) 순이지만, 영남권 전체 득표에서는 김중권, 노무현, 정몽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남후보가 나온다고 해서 영남지역의 반DJ 정서를 누그러뜨리기는 힘들 겁니다. 이회창 총재의 영남권 지지기반도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영남후보는 DJ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희석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며, 대선이 접전으로 치러질 경우 이것은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반이회창 연대’에 대해 영남인들은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김차장의 견해다. 그는 “현재 지역별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뿐이다. 호남은 민주당 후보가 누구든 압도적인 우세를 보일 것이다. YS나 JP의 영향력은 접전으로 갈 경우 주요 변수가 될 것이며, 5·6공 세력은 TK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차장은 “현 상황에 지역별로 유권자들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요인은 DJ에 대한 정서”라고 말했다. 과거처럼 뚜렷한 지역 맹주가 없기 때문에 ‘DJ 대 반DJ’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차장은 “현재는 친DJ보다 반DJ가 조금 많다고 본다. 하지만 이회창 총재는 이것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정·부통령제가 도입되면 누구에게 유리할까. 김차장은 민주당이라고 단언한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와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후보가 없는 반면, 민주당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3김 영향력 무시할 수 없다” >
TN소프레스는 마케팅분야 여론조사에 강점이 있는 회사다. 사회분야 여론조사를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된다.
김덕영 사장(44)은 리서치 앤 리서치에서 사회분야 여론조사를 하다가 TN소프레스로 옮겨왔다.
TN소프레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선거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올해 들어서는 미래 예측을 위해 정기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영남후보론’ 효과있다
TN소프레스 여론조사의 특징은 자유응답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 따라서 지지하는 후보를 자유롭게 답하도록 하는데 최근까지도 무응답층이 60%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언론에 공개되는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이인제 후보 등이 각각 4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짜내기식 결론일 뿐, 대다수 국민은 아직까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게 김덕영 사장의 설명이다.
대선 후보구도와 관련, 최근 정가의 최대 관심사인 영남후보론에 대한 민심동향, 특히 영남후보론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는 민주당 김중권 대표의 지지율 변화에 대해 물어보았다.
김 사장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김대표에게 긍정적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후보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전인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회창 김중권 양자 대결시 40%대 25%로 김대표가 열세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조사를 보면 김대표가 약진해 30%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남후보론’에 대한 긍정적 여론도 특히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회창 총재와의 양자 대결만으로 비교해보면 이인제 최고위원과 노무현 장관은 대등한 대결을 벌이는 반면 김대표는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김사장은 “이총재와 여당후보간 양자 대결 결과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특이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이회창 대 이인제, 이회창 대 노무현, 이회창 대 김중권 등 각각의 대결에서 민주당 지지자들도 후보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민주당 후보가 바뀔 때 지지를 철회하는 유권자들이, 이회창 지지쪽으로 옮겨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차라리 유동층이 될지언정 지지정당을 바꾸지는 않더라는 얘기다.
“이총재는 확실한 고정지지표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대선을 치를 경우 이총재가 유리하다는 것도 이런 확고한 지지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상대후보 지지표를 끌어오지 못하는 현실은 이총재가 풀어야 할 숙제라 할 수 있겠죠.”이총재의 지지율 변화와 관련, 김사장은 “이총재의 지지율이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도와 연동하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김대통령의 지지도는 임기 초반에 비해 바닥을 헤매는 추세인데, 김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 이총재의 지지율도 함께 낮아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사장은 이번 대선의 최대변수로 ‘경제문제’를 꼽았다.
지역주의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겠지만 여야의 후보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잠재적 변수일 뿐이라는 얘기다.
남북문제 변수 안돼
경제상황이 계속 나쁘면 여당 후보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김영삼 정권의 경제실패에 대한 부담을 이회창 후보가 고스란히 떠안은 것과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김사장은 남북문제는 그다지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총선 직전 남북정상회담 카드가 공개됐습니다.
당시에 많은 여론조사 기관이 여권의 호재로 판단했습니다.
출구조사 결과도 민주당이 10석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남북문제가 선거에 영향을 주기는 했으나 여당에 오히려 악재가 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사장은 “남북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변수에 의해 그 영향력이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4·13총선 전까지만 해도 국민들은 남북관계 변화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었지만 다가올 대선에서 남북문제는 ‘덤덤한’ 이슈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각각의 ‘필승 구도’는 무엇일까. 김사장은 “현재의 지지율 상태라면 야당으로서는 1대1 구도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3자 구도 이상으로 후보가 분열될 경우에는 여당에 유리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영남인물 중심의 제3신당과 후보가 출현할 경우 여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3김 영향력 여전하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반창연대’니, ‘DJP+YS’니 하는 세력재편 논쟁이 한창이다.
3김의 영향력, 특히 출신 지역에서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김사장은 “다음 선거에서도 3김의 영향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영남유권자들의 41%가 ‘YS가 영남지역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호남유권자들의 69%도 DJ의 호남지역 영향력을 인정했습니다.
충청유권자의 44%도 JP가 충청도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TN소프레스 조사 결과 영호남, 충청이 아닌 기타지역 유권자의 63%가 ‘3김씨가 출신지역 선거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답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 지금 선거하면 이회창 우세 >
윤지환 부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8년째 사회조사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담당한 선거관련 조사로는 97년 대통령선거, 96년·2000년 총선, 95년·98년 지방자치선거 등이 있다.
현대리서치의 차기 대선관련 조사는 2000년 10월과 2001년 2월 ‘경향신문’에 실렸다. 첫 번째 조사에서는 여야의 정당별 후보 지지도와 여야를 망라한 지지도를 조사한 반면, 두 번째 조사에서는 여권의 후보별 지지도와 여야 후보의 가상 맞대결을 실시했다. 윤부장은 “현 시점에서 정당을 초월한 후보별 지지도는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야권은 이회창 총재로 표가 몰리는 반면, 여권은 많을 경우 10명까지 분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부장이 말하는 대선전 초반 판세는 이회창 총재의 근소한 우세. 이총재가 오차 범위 내에서 이인제 최고위원을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장관의 경우 타 조사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현대리서치 데이터의 특징이다.
고건 시장과 김중권 대표를 이회창 총재와 맞붙였을 경우 희비가 엇갈린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2월 가상대결 조사에서 고시장은 33.6%를 얻어 이총재(39.9%)를 바짝 따라붙었다. 이것은 노무현 장관(32.5%)보다도 높은 수치다. 반면 김중권 대표는 22%에 그쳐 이총재의 46.8%에 크게 뒤졌다.
이에 관해 윤부장은 고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고시장은 98년 자자체 선거 때도 놀라운 지지율을 보였다. 당시 현대리서치 자체조사에서 고시장을 대입하니까 판세가 6 대 3으로 나왔다. 그때는 단순히 관심이 가서 넣어본 구도였는데, 예상외로 강세를 보였다.”
반면 김중권 대표의 대중성에 대해 윤부장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기관의 조사에서 김대표가 높게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국민들은 아직까지 김중권씨가 민주당 대표인지도 잘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 상태에서 분명한 것은 이총재가 강하다는 사실입니다. 지지층이 고르게 분포돼 있고 민주당의 누구와 맞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어요. 하지만 어떤 전문가도 ‘결과는 진짜 모르겠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죠.”
윤부장은 “현재의 후보별 지지도가 본선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여당의 전당대회 표심이나 후보의 합종연횡에는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즉 대중적 인기를 가진 후보와 당내 입지를 갖춘 후보가 연대하는데 여론조사가 유용한 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대리서치 조사로 보면 여당에서는 이인제 최고위원, 야당에서는 이회창 후보의 전력이 가장 강하다. 윤부장은 그 이유를 정당요인과 개인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았다.
“이총재는 권력투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입니다. 잠재후보군을 모두 날리고 야권의 ‘단일’후보로 서 있어요. 그러니까 여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이총재에게 몰릴 수밖에 없는 거죠. 반면 이인제 최고위원은 야권에서 가장 유명한 후보입니다. 그는 한차례 대통령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어요. 현 상황에 여야 대표선수에게 표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죠.”
이인제에 대한 ‘부채의식‘
윤부장은 이인제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요인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DJ 지지세력은 이인제 최고위원에게 일종의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97년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의 선전으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다는 정서라고 할까? 결국 호남지역에서 이인제 최고위원에 대한 지지가 높은 이유도 97년 대선에서부터 시작된 복잡한 정치구도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여론조사가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 시점은 언제일까. 윤부장은 내년 상반기라고 전망했다. 그때쯤이면 여야의 후보군이 정리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미국처럼 게임으로 볼 수 있는 선거를 치러보지 못했다. 당선이 유력하더라도 변수 하나에 판세가 뒤집힌다. 97년 대선의 병역문제가 그런 경우다. 하지만 내년 선거에서는 그 정도의 결정적 변수가 나오기 힘들 것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은 나름대로 검증을 받았고 자료도 공개된 인물들이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변수를 윤부장은 ‘지역’이라고 단정했다. 한국의 선거는 기본적으로 정당선거이고, 현재의 정당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음은 윤부장의 몇 가지 가상 변수에 관한 예측이다.
“지역은 수십년간 한국 선거의 결정적 변수였습니다. 만일 지역감정이 기승을 부린다면 한나라당이 다소 유리하겠죠. 유권자 수에서 영남이 호남보다 400만 명이나 많거든요. 남북관계가 냉각된다면 여당에 마이너스가 될 겁니다. 하지만 호전되더라도 여당이 큰 득을 보지는 못할 거예요. 또한 경제문제는 여당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봅니다. DJ에게 등을 돌린 40대를 추스르지 못하면 여당은 고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에게 영향을 끼칠 요인에 대해 윤부장은 ‘오너들의 이해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김심, 당선가능성, 오너들의 향배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윤부장은 후보별 지지도 분포를 설명하며, “만일 지금 선거를 치른다면 이회창 총재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부장이 분석한 후보별 지지세력 성향이다.
“이회창 총재는 야당 대표로서 가질 수 있는 표를 다 갖고 있습니다. DJ정권에 등을 돌린 40대,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어요. 젊은층에서 약세를 보이지만,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큰 변수가 아닙니다. 박근혜 부총재의 경우 여성, TK, 장년층에서 인기가 있지만 정치적 의미는 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경우는? 윤부장은 “이인제 최고위원도 여권 후보가 가질 수 있는 표를 다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최고위원은 호남, 충청, 농림어업, 학생층에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세대교체론이 나름대로 어필하고 있다는 의미죠. 이최고위원과 노무현 장관의 지지가 겹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이최고위원이 우위를 보이고 있어요. 이최고위원이 정력적이고 섹스 어필한 이미지로 인물지지도를 높이고 있는 반면, 노장관은 40∼50대에서 리더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텃밭’인 PK에서도 고전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고건 시장은 잘 가꾸어진 이미지로 오피니언 리더층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김중권 대표는 영남에서 ‘DJ고정표’인 10% 수준을 맴도는 상황입니다.”
3자 구도의 이해득실
윤부장은 내년 대선이 양자구도로 갈 경우 한나라당이, 제3의 영남후보가 등장할 경우 민주당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인제 최고위원의 경우 표가 나올 만큼 나왔다”고 말한다. 따라서 3자구도가 돼도 이회창 총재를 압도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현 상태에서 이총재의 지지층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영남후보론’과 관련, 윤부장은 “김중권 대표나 노무현 장관이 나설 경우 고향에서 홀대받지 않을 만큼의 표는 나오겠지만, 400만표의 차이를 극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영남 민심은 민주당 후보로 경상도 출신이 나와도 한나라당을 택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TK는 오랫동안 정권을 향유했던 지역입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그들은 상당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어요. 여기에 지역감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윤부장은 민주당 후보의 호남표 결집도 97년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호남 사람들이 DJ에게 몰표를 던진 것은 단순한 지역감정을 넘어 DJ가 갖고 있는 리더십과 카리스마에 대한 지지 그리고 인간적 연민이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DJ보다 정치역량이 떨어지는 후보가 나설 경우 지지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렇게 볼 때 윤부장의 주장은 “내년 대선에서 표의 결집력은 호남보다 영남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결론으로 요약된다.
윤부장은 “YS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YS를 지지하는 계층은 여론조사에 잘 잡히지 않는다”며 “YS가 지지하는 후보는 플러스 알파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JP도 충청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고, 전두환 전대통령도 TK지역에서는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1 대 1 돼도 이인제 유리하다 >
노규형 사장(48)은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정치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사장은 1989년 (주)리서치 앤 리서치를 설립한 뒤 지금까지 대통령선거 2회, 국회의원선거 3회, 지방자치선거 3회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리서치 앤 리서치는 2001년 2월20일 김대중 대통령 취임 3주년 여론조사를 했다. 이 결과는 ‘동아일보’에 보도된 바 있다. 리서치 앤 리서치는 또한 3월6일 자체조사를 실시했다.
노사장은 “현 시점에 하는 여론조사는 예언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거에 대한 응답자의 관여도가 낮은 데다가 아직까지 정치지형도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 결과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거라는 예상이다.
노사장은 97년 대통령선거 당시의 자료를 통해 현재 여론조사의 변화가능성을 제기했다. 리서치 앤 리서치는 96년 8월, 그러니까 15대 대통령선거를 1년 4개월 앞두고 신한국당 ‘9룡’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했다. 당시 선두는 박찬종 후보(28.5%)였으며 이회창(24.7%), 이홍구(19.5%), 이인제(3.7%)의 순이었다. 결국 1년 4개월 뒤 살아남아서 본선에 참가한 사람은 2위와 4위였던 셈이다.
“당시 민주당 후보로 김대중 총재를 놓고 가상대결을 벌이면 신한국당이 절대 우세했습니다. 박찬종(48.1%) 대 김대중(22.4), 이한동(26%) 대 김대중(25.1%)으로 나왔어요. 그때보다 5개월이나 더 남아있는 지금의 지지율은 ‘재미’ 이상의 의미는 없는 셈이죠. 한 가지 주목할 점은 25%에 달하는 김대중 후보의 고정표였어요. 지금은 이회창 총재가 그와 비슷한 수준의 고정표를 갖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죠.”
리서치 앤 리서치의 분석 결과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되든 23%의 응답자는 변함없이 이회창 총재를 지지했다. 이것이 바로 이총재의 고정표일 것이다. 반면 후보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19.2%였다. 분석 결과 이인제 최고위원의 고정표는 이보다 조금 높은 23% 수준이라고 한다. 즉 이인제 최고위원의 지지율에는 민주당 고정표와 인물지지도가 더해져 있다는 얘기다.
노사장은 “현 상태에서 이인제 최고위원이 민주당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고정표를 확보하고 있지만, 그것도 큰 의미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97년의 경우 박찬종 후보의 지지율이 한때 48%까지 나왔지만, 당내 공천을 받지 못해 본선에 나서지도 못했다”며, “이인제 최고위원도 공천을 따내지 못한다면, 상당수 지지자들이 그를 떠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서치 앤 리서치 조사 결과에서 또 한가지 특징은 ‘민주당에서 누가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무응답이 무려 57.8%에 달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없다’고 말한 5.5%까지 합하면 무려 63.3%가 견해를 밝히지 않은 셈이다. 이것은 현재 복잡한 구도를 그리고 있는 민주당 대선후보군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여권 후보의 분열은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87년과 92년엔 여권이 하나로 뭉친 반면 야권이 분열됐기 때문에 노태우 후보와 김영삼 후보가 당선됐고, 97년엔 여권이 쪼개졌기 때문에 김대중 후보가 이긴 거죠.”
흩어지면 죽는다
노사장은 차기 대선에서 ‘제3후보’의 등장도 중요한 변수라고 본다. 그는 “한국의 선거는 기본적으로 여야가 두 개의 축을 형성하고, 그 사이에서 제3의 후보가 틈새를 벌려주는 구실을 한다. 87년 이후 치러진 세 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 1 대1 맞대결은 한번도 없었다. 내년에도 국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2명의 후보가 대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3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노사장은 “현재의 후보별 지지도는 ‘검증되지 않은’ 데이터일 뿐이며, 국민적 검증을 거칠 경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95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찬종 후보가 ‘유신찬양’ 시비에 휘말려 추락한 것과, 97년 대선에서 이회창 총재가 아들의 병역문제 때문에 급전직하한 점을 강조했다.
“무소속이나 정치 신인은 검증 과정에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97년 대선의 경우 조순, 이회창, 이인제씨가 그런 경우죠. 내년 대선의 경우 이미 한 차례 검증을 거친 이회창 총재와 이인제 최고위원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사장도 내년 대선에서 최대의 변수는 ‘지역’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거 전에 ‘어떤 사람을 찍을 거냐’고 물으면 인물과 정책을 강조하지만 투표는 정당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와 남북관계는 어떨까. 노사장의 분석을 들어보자.
“서양에서는 ‘misery index’라는 게 있어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서 10%가 넘으면 여당이 패한다는 이론이죠. 우리도 경제가 안정을 되찾는다면, 여당에 유리하다고 봐요. 97년 대선에서도 경제 위기가 야당에 플러스 알파로 작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남북문제의 경우 과거에는 긴장이 조성되면 보수세력이 결집했는데, 이번엔 큰 영향이 없을 겁니다.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돼도 국민들에게는 경제만큼 절실하게 어필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표심을 움직일 요인에 대해 노사장은 “과거의 예로 볼 때 김심과 민심 그리고 당심이 반드시 일치할 것 같지는 않다. 계파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대의원들의 선택기준에 대해서는 “정권교체가 지상목표이기 때문에 당선가능성이 가장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후보별 지지기반과 관련, 리서치 앤 리서치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데이터가 있다. 바로 박근혜 부총재에 대한 영남권의 정서다.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누가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9.3%가 박근혜 부총재를 꼽았다(이회창 총재 62.2%). 반면 ‘박근혜 부총재가 어떤 형태로든 다음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출마하길 원한다’는 응답이 33.8%에 달했다. 즉 박부총재의 출마는 원하면서, 한나라당의 후보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답변자가 의외로 많은 셈이다.
이에 대해 노사장은 “33.8% 속에는 다양한 세력이 혼재한다. 우선 영남의 민주당 고정표가 박부총재의 출마를 원하고 있다. 또한 정치권에 비판적인 세력, 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 이회창 총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출마해야 한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여야의 필승구도에 대해 노사장은 “분열을 피하는 쪽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만일 민주당 후보군이 분열된다면 이회창 총재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것. 반면 노사장은 “여권이 단일 후보를 내세운다면 정권재창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회창 총재와 이인제 최고위원이 1 대 1 대결을 벌인다면, ‘제3후보’가 없어도 민주당이 우세할 것이다. 그런 구도라면 캐스팅보트를 쥔 충청권이 이최고위원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노무현의 잠재력
현재의 후보별 지지도에는 정당지지도 외에 인지도와 호감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렇다면 인지도와 호감도가 비슷해지는 시점에는 또 다른 후보가 폭발력을 갖고 따라붙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관련 노사장은 노무현 장관의 최근 행보에 주목했다.
“노장관은 언론을 통해 자극적인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요. 그것이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였다고 봅니다. 그게 지지도의 소폭 상승으로 연결된 거죠. 하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아직도 노장관을 모르는 국민이 많아요. 이인제 최고위원은 대통령선거를 막판까지 치른 반면, 노장관은 그런 경험이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텃밭’을 흔들 수 있는 ‘영남후보’는 누구일까. 노사장은 “여론조사 결과로는 김중권 대표보다 노무현 장관이 더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상수로 놓고 맞대결을 벌인 결과 노장관이 PK(노무현 24.7%, 김중권 12.5%)와 TK(노무현 19.1%, 김중권 9.1%)에서 모두 우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장관은 PK지역에서 이인제 최고위원(26.6%)보다 낮았다.
YS의 영향력에 대해 노사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서치 앤 리서치 자체조사 결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 발언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PK 21.8%, TK 15.3%로 나타났다. 이것은 이인제 최고위원이나 노무현 장관에 대한 가상대결 지지율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해 노사장은 “2000년 총선 당시 민국당의 참패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길리서치는 98년 7월 이후 거의 매달 정치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보고서로 발간하고 있다.
한길리서치는 지난해 8월부터 매달 여야 각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도 변화와 여야 후보간 1대1 대결시 지지율 추이를 조사해왔다. 그 결과 정치 사안에 따른 개인의 지지율 변화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었다.
한길리처치의 데이터에 나타난 대선판세는 어떨까? 홍형식 소장(41)은 “한마디로 50대 50이다”고 말했다.
“여야간 팽팽한 대결구도는 선거 직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판을 깰 만한 변수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홍소장은 이런 팽팽한 대결양상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 맞선 여권 후보로 이인제 최고위원을 상정했을 때 추측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최고위원이 현재로선 여권의 가장 경쟁력있는 후보이고 다른 후보가 나섰을 경우 팽팽한 맞대결 구도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당장 대선이 실시된다면 어느 후보가 승리할 것인가에 대해 홍소장은 “이회창 총재가 이긴다”고 잘라 말했다.
“여야 후보간 1대1 대결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해보면 이인제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조사를 담당한 직원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이회창 총재가 이길 것 같다’고 답해요. 이총재 지지자들은 망설임 없이 지지의사를 밝히는 반면 이인제 최고위원지지자들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이총재 지지자들의 로열티가 이최고위원에 비해 높다는 거죠.”
홍소장은 내년 대선의 최대 변수는 지역주의라고 주장했다. 영남지역 표심을 공략하려는 여권의 노력, 즉 ‘영남후보론’과 같은 선거전술과 관계없이 영남지역의 표가 분열될 조짐은 현재로서는 그다지 없어 보인다는 게 홍소장의 생각이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영남후보론은 충청과 호남의 결속을 전제로 한 전술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충청의 민심입니다. 여러 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 가운데 충청민심을 붙들 수 있는 인물은 이인제 최고위원밖에 없습니다. 만약 김중권 대표나 노무현 장관 등을 내세울 경우 영남에서 일부 득표를 할지 몰라도 충청표를 묶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삼남지방의 민심은 이미 굳어졌다고 해도 될 겁니다.”
여론조사의 묘미는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 한길리서치의 조사 결과 두드러진 후보들의 장단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영남과 40~50대 이상에서 강하다. 전통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텃밭이었던 서울에서 이총재가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 이채로운데, 홍소장은 “민주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이 최근 DJP공조와 보안법 등 개혁입법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여권의 보수화에 반발,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 것이 주된 이유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충청과 호남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호남에서는 민주당의 다른 후보들보다 10%이상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개혁성향의 유권자들과 소외계층에서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고, 수도권에서는 경기·인천에서 강세다. 노무현 장관은 호남과 PK(부산·경남) 일부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과 경인 지역에서 골고루 지지를 얻고 있고, 이인제 최고위원과 지지연령층이 겹쳐지지만 특히 20대의 지지율이 높은 편이다.
한길리서치 조사 결과 최근에 민주당에서 약진한 후보가 고건 서울시장이다. 고시장은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하고 있고 민주당 다른 후보와 달리 중도보수층에서도 호감을 얻고 있는 점이 특징. 그러나 고시장이 호남출신(전북 군산)임을 아는 유권자가 적다는 점, 따라서 지역대결구도로 선거전이 벌어지면 급속히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는 약점도 갖고 있다.
고건시장의 약진
김중권 대표나 이한동 국무총리는 현재까지의 조사로는 뚜렷한 지지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홍소장은 “김대표는 대표로 기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총리는 DJP공조가 강화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길리서치는 유권자들이 후보 개인의 약점을 어떻게 보고있느냐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여러 차례의 조사 결과 국민들은 이회창 총재의 약점은 ‘친근감이 부족하고 포용력이 약하다’는 점과 ‘3김정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두 가지로 모아지고 있다고 한다.
반면 유권자들은 이인제 최고위원을 노무현 장관이나 김근태 최고위원과 달리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소장은 “아직 이최고위원은 3김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은 채 모두와 잘 지내려고 애쓰는데, 선거정국이 본격화될수록 이최고위원 지지자들로부터 3김과의 관계를 분명히 정리하라는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가장 궁금해할 질문은 뭐니뭐니해도 어떤 후보 대결시 필승할 것인가이다. 이에 대한 홍소장의 답은 간단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3남지방, 특히 충청권의 몰표를 받는 대결구도라면 승리를 점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꾸준히 밑바닥 여론을 다져가는 ‘다크호스’가 있다면 누구일까? 홍소장은 “최근 들어 수그러들었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가 얼마 전까지 ‘다크호스’라 할 만한 저력을 보이며 지지율 급상승 추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박부총재의 지지율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때는 지난해 12월에서 올 1월 사이. 홍소장은 “박부총재의 지지율이 올라갈 무렵에는 경제상황도 좋지 않았고 여권의 실책도 잇따랐다”며 “DJ를 떠난 지지가 이총재가 아닌 박부총재에게로 옮겨간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다크호스로 부상
대선가도에 흥미를 더해줄 예고편으로 홍소장은 내년에 있을 서울시장 선거를 꼽았다. 현재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는 홍사덕 의원(24.9%)이 2위 그룹인 김덕룡 의원(17.2%)과 최병렬 의원(15.2%)을 몇 발짝 앞서 나간 상태. 이에 맞설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는 누가 될 것인가도 향후 대선정국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홍소장은 “만약 홍사덕 의원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면 여권에서도 웬만한 후보로는 승부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경우 여권은 현재 대권경쟁에 나선 인물 가운데 상위랭커를 서울 시장후보로 돌릴 수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 민주당내 대권후보 경쟁은 새로운 양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신동아’는 한국 갤럽,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에도 취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한국 갤럽은 “지난해 12월 말 조사만 갖고 답변하기 힘들다”고 밝혔으며, 코리아리서치와 한국리서치는 “최근 대선관련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