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인가.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만으로는 추론하기가 막막하다. 벌써 몇 달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노무현(盧武鉉) 해양수산부 장관의 추격세도 만만치 않고 김중권(金重權) 민주당 대표의 급부상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따라서 노장관이나 김대표도 여권후보로 지명만 된다면 현재의 이인제 최고위원이 보여주는 정도의 지지율까지는 단숨에 만회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누가 얼마만큼의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이래저래 대선을 앞두고 여권후보끼리의 예선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야당후보의 분열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당내 예선에선 누가 유리할까.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와 함께 전국의 민주당 대의원 7180명 중 1016명을 대상으로 3월6∼8일에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자. “만약 내일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27.2%가 이인제 최고위원을 꼽았다. 김중권 대표는 17.9%로 2위, 한화갑 최고위원이 13.4%로 3위. 이어 고건 서울시장이 8.1%, 김근태 최고위원이 5.4%, 노무현 장관이 5.0%, 정동영 최고위원과 무소속의 정몽준의원이 각각 2.8%의 지지율을 얻었다.
작년 11월에 실시된 동일한 조사(민주당 대의원 1006명)에서는 이인제 최고위원이 21.8%로 1위였고, 2위는 한화갑 최고위원(10.5%), 그 다음은 고건 시장(8.7%), 정몽준 의원(6.6%), 김중권 대표(6.5%), 노무현 장관(4.2%)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김중권 대표는 무려 12.4%나 지지율이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김대표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게 만드는 중요한 조사결과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어느 누구도 과반수에 근접하는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어, 합종연횡에 따른 지각변동도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리한 사람은 누구인가. 현 시점에서 이를 판단하기엔 예측불가능한 변수가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본 글에서는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여론조사 데이터를 중심으로 10가지 관전포인트만을 조목조목 짚어보도록 하겠다. 이 10가지 포인트를 종합해 보면 각 후보 지지율의 허와 실, 그리고 각 후보진영이 유념해야 할 포인트가 개괄적으로나마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는 오픈소사이어티에서 3월12∼13일 이틀간 전국의 유권자 8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 3.32%이다.
▶관전포인트 1
김중권 대표도 중요변수로 부각
세 가지 가상대결 구도를 가정해 여권 예상후보 중 누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지를 조사했다(그림1 참조).
“다음 대통령 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이회창씨, 민주당 후보로 이인제씨가 출마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는가”(시나리오1)라는 질문에는 이회창 27.2%, 이인제 27.4%, 모르겠다 45.4%로 조사되었다. 시나리오2에서는 이회창 35.8%, 김중권 17.5%, 모르겠다 46.7%였고, 시나리오3에서는 이회창 33.6%, 노무현 29.0%, 모르겠다 37.4%로 나타났다. 시나리오1과 3의 경우 오차범위를 감안한다면, 여야 후보의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이회창에 대한 이인제·노무현의 경쟁력이 엇비슷하다고 분석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할 듯하다.
반면 김중권의 지지율은 이인제나 노무현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분명 그렇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이인제나 노무현 중 어느 한쪽을 결정하는 것일까. 일단 답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김중권이 여타 두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뒤지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김대표가 이최고위원과 노장관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 정치인임은 다른 형태의 질문에서도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여권 정치인 중 야당후보와 상대할 때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경향신문 2월 조사)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인제(27.3%), 노무현(12.1%), 고건(10.8%), 정몽준(6.0%), 김종필(4.1%), 정동영(4.0%), 이한동(3.6%), 한화갑(3.1%), 김중권(2.7%), 김근태(1.4%) 순으로 김대표는 두드러지는 측면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경쟁력에 있어 이최고위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평가를 받은 노장관이 막상 이회창씨와 맞대결에서는 막상막하의 지지율을 보인다는 점이다.
게다가 경쟁력이 형편없다고 판정된 김대표조차 이총재 지지율의 절반까지는 따라 붙는다. 따라서 김대표가 대중정치인으로 부각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그에 대한 지지도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그가 상대적으로 ‘낯선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 근거로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정당지지자별 후보지지율에서 찾아볼 수 있다(그림2 참조). 이인제의 경우 시나리오1에서 민주당 지지자의 54.8%, 자민련 지지자의 47.5%가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이때 민주당 지지자의 33.8%, 자민련 지지자의 27.6%가 ‘모르겠다’고 답했다. 시나리오3 에서 노무현의 경우 민주당 지지자의 55.1%, 자민련 지지자의 26.6%가 노후보를 지지했으며, ‘모르겠다’는 각각 29.7%, 27.8%였다. 이 수치는 이·노씨 모두 민주당과 자민련 지지자들로부터 상당한 지지 의사를 이미 확보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김중권의 경우 민주당 지지자의 40.3%, 자민련 지지자의 16.2%만이 지지의사를 밝혀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대신 민주당 지지자의 41.5%, 자민련 지지자의 46.7%가 ‘모르겠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는 김대표가 실제로 여권후보가 됐을 때 차지할 수 있는 기본 지지율을 아직까지 긁어 모으지 못했을 뿐이라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그간의 우리나라 선거결과가 상당한 정파성을 띠고 있었음을 감안할 때, 만약 김중권이 여당후보가 된다면 현재 부동층에 있는 민주당과 자민련 지지자 상당수가 결국 그를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렇듯 김대표는 친여권 유권자들에게도 아직 ‘낯선 인물’이다.
지역별 지지도에서 둘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인제와 노무현은 호남 유권자의 55.3%, 47.8%가 지지하고 있지만 김대표는 이보다 적은 34.2%의 지지를 받았다(그림3 참조). 그러나 본대결에서 이회창 후보와 맞붙었을 때 호남 유권자표가 어디로 갈 것인가. 대다수가 김중권후보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충청권 유권자들은? 차기 대선에서도 DJP 공조가 유지된다면 그중 상당수는 결국 김대표를 지지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셋째 근거는 이회창을 상대하는 후보가 바뀔 때마다 여권 지지자들이 보여준 태도 변화를 분석해보면 나타난다(그림4 참조). 여당후보가 이인제일 경우 김중권 지지자의 65.7%, 노무현씨 지지자의 57.8%가 이인제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이 비율은 노무현이 여당후보가 됐을 경우도 비슷하다(이인제 지지자의 61.3%, 김중권 지지자의 65.0%).
그러나 김중권이 여당후보가 됐을 경우는 이인제 지지자의 42.1%만이 김중권을 선택했으며 39.4%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노무현 지지자들도 39.7%만이 김중권을 지지하겠다고 했고, 43.7%는 ‘모르겠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여당후보 지지자들이 이회창과 김중권의 맞대결이 성사될 때는 김대표를 선택할 확률이 더 높다고 본다. 후보가 바뀌었다고 해서 여당후보 지지자가 야당후보 지지자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 수치는, 김중권씨가 여당후보로 최선의 카드는 아닐지라도, 무조건 버리는 카드로만 보기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는 세 후보 중 누가 여당후보로 더 경쟁력이 있는가에 대한 자료라기보다는 어느 후보가 여당지지자들에게 더 친숙한가를 보여주는 척도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분석은 비단 김중권 대표 뿐만 아니라 고건, 정몽준, 김근태씨 등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이회창 총재의 지지율이 일정선에서 고착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누구든 여당후보로 나서기만 하면 접전이 가능한 기본 지지율은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상당한 사전작업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관전포인트 2
당선가능성에서 가장 유리한 주자는
당선가능성도 세 가지 시나리오로 질문했다.(그림 5 참조)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씨와 이인제씨가 출마한다면 00님의 지지와는 상관없이 어느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보는가”(당선가능성 시나리오1)에 대해 이회창 45.6%, 이인제 15.5%, 모르겠다 38.9%였다. 이회창과 김중권을 대결시켰을 때는(당선가능성 시나리오2) 이회창 52.3%, 김중권 10.6%, 모르겠다 37.1% 였다. 노무현과의 경우(당선가능성 시나리오3)에는 이회창 52.0%, 노무현 14.1%, 모르겠다 33.9%였다.
세 시나리오에서 모두 이회창의 당선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여당후보의 당선가능성은 10%대였다. 이 수치를 ‘이회창 대세론’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유권자의 사표방지 심리를 감안할 때 최소한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의 응집력을 높이는 데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지지해 정권을 바꿔보자는 견제심리가 충분히 발동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후보 지지자들의 경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통한 정권재창출에 대한 확신이 상대적으로 매우 약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회창 총재 쪽에서는 ‘대세론’을 계속 밀고 나가 당선에 대한 확신을 유포하는 것이 득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간의 선거조사 경험에 따르면 당선가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후보가 실전에서 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당의 東進, 성과를 거둘 것인가
현재로서는 차기 대선에서도 영호남 대결구도가 그대로 온존할 전망이다. 이때 영남과 호남의 유권자 비율은 전 유권자의 28.0% 대 11.6%이다(2000년 1월31일, 16대총선 유권자수 기준). 따라서 서울과 중부권이 여야 후보에게 비슷한 비율로 반분된다면 영남에서 지지받는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회창후보가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여권에서 잊을 만하면 ‘영남후보론’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이다.
흥미로운 것은 여권 예상후보들 중 경북출신인 김중권의 영남권 지지율이 가장 낮다는 점이다(대구·경북 3.6%, 부산·경남 8.6%). 구태여 따지자면 이인제(대구·경북 5.9%, 부산·경남 15.2%)보다는 노무현의 영남권 지지율(대구·경북 6.5%, 부산·경남 23.9%)이 다소 앞선다는 정도다.
정리하면 이인제나 노무현의 현 지지율로 보건대 이들 두 정치인은 지난 대선 때 김대중 후보가 영남권에서 받았던 정도의 표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영호남 대결구도가 첨예해질 될 때 가장 타격을 받을 후보는 정작 경북 출신인 김중권씨일 것으로 예견된다. 한마디로 그는 자신이 여당 대표로 변신하기까지의 과정을 영남 유권자들에게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여야 후보간 지역대결 구도가 뚜렷해질수록 충청권을 차지하는 인물이 여권후보들 중 가장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영호남의 유권자 불균형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충청이기 때문다. 충청도는 유권자의 10.0%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부권의 충청출신 유권자까지 합치면 15%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충청권에서의 후보지지율은 어떠한가. 이회창 대 이인제일 경우는 18.5% 대 31.6%로, 충청지역 연고를 주장하는 양 이(李) 가운데 이인제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이회창 대 김중권일 때는 36.7% 대 18.5%로, 김대표가 충청권을 탈환하기는 상당히 버거워 보인다. 이회창 대 노무현의 경우는 32.2% 대 29.0%로 오차범위내의 대결이다. 영호남이 어차피 지역바람에 의해 판가름난다고 가정하고 만약 충청권까지 이에 가세한다면 여권 후보 중에선 이인제가 가장 유리할 것이다. 성공만 한다면 지난 대선 때의 DJP공조와 비슷한 결과를 보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양 李간의 대결은 수십만 표로 승부가 갈리는 아슬아슬한 구도가 될 것이다. 단 충청권의 바람이 이인제씨에게 순풍으로 작용할지, 역풍으로 작용할지는 ‘JP 변수’의 움직임을 지켜볼 일이다.
▶관전포인트 4
수도권 누가 장악할 것인가
유권자 45.9%를 차지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우위인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패배는 이인제 변수가 작용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도권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밀린 탓도 있었다.
세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수도권에서의 후보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우선 이회창 대 이인제는 서울에서 25.5% 대 28.7%, 인천·경기에서는 27.7% 대 30.7%로 오차범위 내의 팽팽한 각축을 벌인다. 이회창 대 김중권 구도에서는 서울 33.6% 대 21.0%, 인천·경기 37.3% 대 19.4%로 김중권이 상당히 밀리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회창 대 노무현의 대결에서는 서울 31.3% 대 34.8%, 인천·경기 34.9% 대 28.5%로 엇비슷한 판세다.
결국 수도권에서는 이인제나 노무현이 싸울 경우 접전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현 시점에는 형편없는 수도권 지지율을 보이는 김중권이지만, 여당 후보로 확정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김대표를 선택할 확률은 이회창과 접전이 가능한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판단된다. 정당지지율의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서울에서 28.7% 대 31.6%, 인천·경기에서는 27.7% 대 28.9%로 팽팽하기 때문이다. 결국 후보간 수도권 지지율의 균형이 깨져 한쪽으로 몰리기 시작하는 시점에 대세가 결정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수도권의 승자가 누구인지는 선거기간 내내 점검해야 할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관전포인트 5
20·30대와 40·50대 이상
20·30대와 40·50대 유권자 비율은 약 6대 4쯤 되지만 대선의 경우 실제 투표율을 감안하면 약 5대 5정도로 비슷한 규모가 된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30대에서는 여당후보가, 40·50대 이상에서는 야당후보가 앞서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회창과 이인제의 구도에서 20대는 22.4% 대 33.6%, 30대는 21.9% 대 27.8%로 이인제가 앞서고, 40대에서는 35.7% 대 21.4%, 50대 이상에서는 31.1% 대 25.3%로 이회창이 앞선다.
이 추세는 이회창과 노무현의 대결구도에서도 마찬가지다. 20대는 32.9% 대 31.6%, 30대는 30.6% 대 37.1%로 노무현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40대는 38.2% 대 27.1%, 50대 이상에서는 33.8% 대 19.9%로 이회창이 유리해진다. 현재까지는 20·30대 유권자와 40·50대 이상 유권자들의 양분된 선택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인제 후보나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40대에서도 이회창씨와 엇비슷해지거나, 반대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30대 이하 연령층에서도 여당후보와 견줄 만해지면 유권자의 연령대별 세력의 균형은 일거에 무너지게 된다.
이 시점을 눈여겨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포인트이고, 각 후보진영은 이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 김중권의 경우엔 전 연령층의 지지율이 이회창에게 밀리고 있으나, 20대 연령층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이회창 대 김중권의 경우 36.8% 대 21.2%). 30대에선 33.4% 대 17.1%, 40대에선 41.2% 대 13.9%, 50대 이상층에선 33.3% 대 17.1%로 김대표의 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결국 김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젊은 층의 여권성향을 충분히 살려내는 것이고, 그 성공여부가 승패를 가를 것이다.
이회창 총재 지지율의 허와 실
이회창 총재의 지지율은 야권후보 중 부동의 1위이고 여당의 어느 후보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으나, 뚜렷한 한계점도 동시에 갖고 있다. “이회창 총재가 야당후보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불과 17.7%만이 ‘잘하고 있는 편’이라고 답한 것이 바로 한계점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이 취임 초와 비교해 상당히 떨어졌는데도,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평가에서 29.0%가 ‘잘하고 있는 편’이라고 답하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회창 총재의 딜레마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야당 총재직 수행에 대한 평가가 여당이 악재를 양산하는 시점에도 10%대를 맴돈다는 사실이 이총재측을 안타깝게 하는 것이다. 이총재의 정치적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영남권에서도 역할 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대구·경북 22.4%, 부산·경남 24.1%로 저조하다. 결국 지금의 경쟁력은 ‘대안부재 상황’에서 나왔을 뿐이라는 게 이총재의 아픈 부분이다.
게다가 역할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28.9%)보다도 10% 포인트 가량 낮다. 실제로 한나라당 지지자 중 38.2%만이 이총재가 ‘야당 총재 노릇을 잘한다’고 했을 정도로 인색하다. 이러한 허점이 여러 여권후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요소이자 동시에 한나라당에 대한 확고한 장악력도 어렵게 하는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관전포인트 7
이인제 최고위원 지지율의 허와 실
이인제 후보가 현 여권후보들 중 가장 견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게다가 대의원 여론조사에서도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단점은 영남권의 비토 세력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충청권에서 확실한 지지기반을 갖추지 못할 경우, 수도권에서 우위라는 사실에 기대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는 힘든 구도다. 충청권에서의 호의적인 여론을 더욱 유리하게 고취하는 전략만이 이인제의 살 길이다.
또 다른 난관은 유권자들이 보는 그의 당선가능성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이회창과 이인제가 맞붙었을 때 45.6% 대 15.5%로 나왔을 정도로, 이인제의 당선가능성은 미덥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회창 지지자들의 77.5%가 이회창의 당선을 확신하는 반면, 이인제 지지자들은 절반도 못되는 42.5%만이 이인제의 당선 가능성을 믿고 있을 뿐이고 나머지 25.7%는 이회창씨가 당선될 것을 예견했으며, 31.8%는 ‘모르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확신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관전포인트 8
노무현 장관 지지율의 허와 실
노무현의 큰 자산은 잇단 돌출발언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노장관은 서울(이회창 25,4%, 노무현 40.1%)에서 인기가 높다. 여야 예상후보를 통틀어 가장 높다. 또한 부산·경남권에서도 여권후보들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다(이회창 53.0%, 노무현 22.1%). 유권자들의 연령대별 지지도 분석을 보자.
이인제의 경우 투표율이 가장 낮은 20대(이회창 22.4%, 이인제 33.6%)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더 높은 반면, 노무현은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30대(이회창 30.6%, 노무현 36.7%)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 무시못할 강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장점이 무색하게 노장관 역시 낮은 당선가능성이라는 덫에 발목이 잡혀있으며, 취약한 당내기반 또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관전포인트 9
김중권 대표 지지율의 허와 실
여당후보로서 김중권 대표가 갖는 경쟁력은 이인제나 노무현과 견주면 상당히 떨어진다. 그러나 그의 지지율이 대표로 취임한 지난해 12월21일을 전후로 상당히 달라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12월21일전까지만 해도 김중권은 각종 대권 대결구도 여론조사에 명함도 내밀 수 없었다. 또한 대표로 임명된 직후, 여권 고위층에서 실시한 영남출신 정치인 지지율 조사에도(영남지역 유권자 500명 대상) 결과는 김대표에게 매우 실망스러웠다. 응답자의 12.8%가 노무현 장관을 1위로 지목했고, 정몽준 의원(11.0%), 박근혜 의원(9.0%), 강삼재 의원, 김혁규 경남도지사 등이 거론된 뒤에야 겨우 3.6%를 얻어 6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들어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아직 이총재의 대항마로는 역부족이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능성 있는 예비주자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불과 2∼3개월 만에 이총재의 절반까지는 따라잡게 되었다. 여당 대표라는 프리미엄을 최대한 구가하고 있는 셈이다.
▶관전포인트 10
부동층의 최종선택
현재 대권구도와 관련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가량이 무응답이다. 흥미롭게도 이들 무응답층은 서울과 인천, 경기, 강원 등 지역감정이 비교적 엷은 지역에 몰려있다. 따라서 이들의 향방을 무시한 채 대권구도를 관전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결국 이들은 선거전이 본격화되는 내년 중순 이후에나 지지후보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조직력과 자금력을 포함한 선거전과 TV토론, 주요 이슈 등에 영향을 받게 된다. 선거에서 ‘이미 잘 만들어진 후보’와 ‘잘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후보’ 중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예단하기 어렵다. 후보의 이미지는 선거기간에 얼마든지 새로 만들어지고, 또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앞서 집중 거론된 네 후보 모두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회창의 경우 영남권에 확실한 지지기반과 중·장년층의 높은 선호도가 큰 강점이다.
그러나 야당 총재로서 지지세력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역기반과 보수층에만 기댄다는 것은 그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요소다. 만약 2002년 벽두부터 시작될 여론조사에서 예비 여당 후보들과 비교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할 경우, 정계 개편이나 당내 독점적 지위권 상실 등 안팎의 악재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인제 후보는 현재까지 거론되는 여권후보들 중 가장 지지율이 단단하고, 대의원들에게도 일정한 기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영남권에 확실한 비토세력이 있는 그로서는 충청권에 구애해 성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차기 대선까지 JP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노무현씨는 자발적 지지자들의 지지율이 높다는 점이, 김중권씨는 현재의 지지율에 채울 만한 여백이 남아 있고 앞으로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차기대권과 관련해 당장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여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회창 총재나 이인제 최고위원의 지지율도 알고 보면 개인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라기보다는 각 정당 대표주자에 대한 고정표적 성격이 강하다. 남은 1년 10개월 여 동안 너무도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만약 여권이나 야권이 분열한다면, 그래서 선거가 삼파전, 사파전 혹는 그 이상으로 전개될 경우 지금까지의 판세분석은 무의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