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웃고 잘 웃겨야 성공하는 시대다. 탁월한 유머감각은 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집단과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니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유머감각부터 길러라. 남을 못 웃기면 당신은 울게 된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재미있는 농담을 잘 구사하면 서먹서먹한 느낌이 금방 사라져 친해지기 쉽고, 상대방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게 마련이다. 유머감각이 있는 이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주목하게 만들고, 부지불식간에 모임의 분위기를 주도해 무리의 리더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연애할 때, 혹은 부부지간에도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이며, 인간관계를 수월하게 만들어나간다.
웃음은 경영효율과 직결
여자들은 낯선 남자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을 더 웃긴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어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여성은 유머감각이 있는 남성에게 본능적으로 끌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남자와 맺어지면 사회생활뿐 아니라 가정생활도 원만하게 유지해 자손을 통해 여성 자신의 유전자가 계속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잘 살려면 유머감각을 키워라’는 조언이 그냥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TV를 보면 개그맨, 혹은 개그맨 저리 가라고 할 만큼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말솜씨를 지닌 가수며 탤런트들이 각광받는 게 요즘 추세다. 웃음을 유발하는 코믹광고가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관객의 폭소와 미소를 자아내는 영화가 대중의 호응을 얻어낸다.
사상 최대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관객들은 감독이 도처에 깔아놓은 유머에 아낌없이 웃음을 던진다. 지뢰를 밟은 이병헌이 “가란다고 정말 가냐… 살려주세요”라고 애절하게 매달릴 때, 도색잡지를 본 송강호가 “역시 미제라니까” 하며 감탄하거나 이병헌에게 “그림자 넘어왔어, 조심하라우”라고 겁줄 때가 그런 예다. 이 영화가 이런 유머감각 없이 그저 분단이 남북의 젊은이들에게 드리운 비극을 시종일관 진지하게만 그려냈다면 그만한 감동을 자아낼 수도, 입소문을 이어가며 그 숱한 인파를 끌어들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
비즈니스에서도 유머감각은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직장인들은, 능력이 있지만 엄격하게 굴지 않고 우스갯소리도 잘 하는 상사나 동료를 선호한다고 한다. 유머는 조직생활을 순조롭게 풀어가게 하는 윤활유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긴장감이 가득한 비즈니스 협상테이블에서 툭 던지는 재치있는 말 한마디가 분위기를 이완시키는 것은 물론,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 마침내 협상이 성사되도록 하는 천군만마 같은 원군 노릇을 하기도 한다. 99년 2월10일자 ‘동아일보’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IBM은 매년 뉴욕 허드슨 강변의 펠러세이드에서 중역회의를 열 때마다 존 모리얼이라는 유머 컨설턴트를 기조연설자로 초청한다. 모리얼은 중역들을 웃기는 것은 물론, 웃음이 부하직원과의 의사소통에 경이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도 가르친다….’
IBM 외에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도 경영효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거금을 들여가며 웃음 전문가를 초빙한다. 유머를 통해 조직에 웃음과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효과적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에 웃음이 퍼지면 근로자들이 건강해져서 의료보험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고, 소속감과 연대의식이 강해져 고급 인력을 경쟁회사에 빼앗길 위험도 줄어든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 1월 말 LG경제연구원은 회사가 불황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는 IQ(지능지수)가 높은 직원보다는 EQ(감성지수)가 높은 직원이 힘을 발휘한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종업원들이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업무에 의욕을 잃는 경우가 많으므로 똑똑한 직원보다는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감성까지 잘 다스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줄 아는 직원이 회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이직률도 낮다”는 게 핵심적인 주장. 세계의 일류 기업들이 유머감각이 풍부하고 잘 웃는 사원을 선호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유머로 스캔들 극복한 클린턴
임상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을 잘 통제하고 자존심이 강하다고 한다. 완벽주의자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자신에게 의존하며 스트레스를 이겨내지만, 어려움이 거듭 쌓이면 무너지기 쉬운 반면 유머감각이 풍부한 낙천주의자는 주위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며 도움을 이끌어내고 어려운 업무도 잘 버텨낸다는 것.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신감이 있으면 부드럽고 너그러워지는데 유머는 이런 자신감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현대의학은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과, 웃음이 인간의 신체기능 향상과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큰 효과가 있음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밝혀왔다. 치열한 경쟁과 각박한 세태에 지친 현대인의 스트레스에는 유머가 천적(天敵)이다. 유머를 즐기는 사람은 아무리 심한 스트레스가 거듭돼도 그것을 쌓아두지 않고 웃음으로 배설하는 자정능력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뿐 아니라 주위에도 웃음을 퍼뜨려 조직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고 스트레스를 차단한다.
요즘처럼 불경기가 닥치고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자연히 웃음을 잃어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웃을 일을 만들고 사물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체로 일이란 비관적으로 생각할수록 잘 풀리지 않는다. 재치있는 말 한마디에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기운도 솟는 느낌이다. 힘들어도 스스로 웃고 남을 웃기는 여유가 난관을 뚫고 나가게 하는 힘이 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해 6·15 남북정상회담 때 발군의 유머감각을 발휘해 국내외 언론에 화제가 됐다. 그로 인해 회담장과 만찬장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것은 물론이고, 서방세계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개방적이고 온건한 쪽으로 개선하는 데도 성공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유머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난해 초 MBC TV의 ‘21세기 위원회’가 마련한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그맨 심현섭이 자신의 성대모사로 인기를 얻고 있는 데 대해 “나한테 로열티 한 번 내지 않고 과일상자 하나 안 보내더라”고 조크를 던지는가 하면, “사형선고를 받았던 80년에 아내가 ‘김대중을 살려달라’고 기도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 뜻에 따르겠다’고 기도하는 것을 보고 가장 섭섭했다”고 토로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중 화이트워터 스캔들과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등으로 끊임없이 언론의 공격에 시달려야 했지만, 퇴임을 몇 개월 앞두고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마련한 연례 만찬에서 “(재임) 8년 동안 여러분에게 족히 20년 분량의 기사거리를 제공했다”고 눙치는가 하면, 자신이 직접 출연해 임기 말년의 백악관 생활을 코믹하게 연출한 비디오를 선보여 기자들로부터 웃음과 함께 후한 점수를 이끌어냈다. 클린턴의 탁월한 유머감각은 임기 중에 계속된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그로 하여금 위기를 극복하게 하고 인기를 유지하게 한 요인이었다.
수차례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출마한 바 있는 보브 돌 전 상원의원은 98년 ‘위대한 정치 재담(Great Political Wit)’이라는 책을 펴내며 리더십과 유머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 바 있다. 워싱턴 정가의 잘 알려진 유머들을 모은 이 책에서 돌 전의원은 “20세기의 가장 성공적인 대통령이었던 루스벨트와 레이건이 남다른 유머감각을 지녔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초에도 ‘위대한 대통령의 재담(Great Presidential Wit)’이라는 책을 펴내 사생활까지 샅샅이 노출되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는 무엇보다 유머감각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뛰어난 유머감각을 지닌 대통령이 직무수행에도 탁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타임’지 편집주간을 지낸 하드리 도노번은 “유머감각은 지도자의 필수조건”이라고 말했고, 세계적인 기업 카운슬러인 데브라 밴턴은 최고경영자들의 성공비결을 분석한 ‘최고경영자처럼 생각하는 법(How to think like a CEO)’이란 책에서 ‘유머감각이 있다’는 것과 ‘이야기를 재미있게 한다’는 것을 CEO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꼽았다. 여성으로 CNN부사장 자리에 오른 게일 에반스도 자신의 저서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에서 제시한 ‘성공의 14가지 법칙’에 ‘유머감각을 길러라’는 항목을 집어넣었다.
웃음은 호감과 협력을 암시한다. 따라서 타인의 웃음을 쉽게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매사에 협력과 지지를 쉽게 얻어낸다. 유머는 곧 설득력인 것이다. 뛰어난 정치인들의 유머감각이 일류인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딱히 대통령이나 대기업의 CEO가 아니더라도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들,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헤쳐나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유머감각을 키우는 것을 성공의 필수요건으로 삼아야 한다.
‘성공하는 리더를 위한 유머기법 7가지’ ‘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 등의 책을 저술한 유머강사 김진배씨(HDC유머개발교육원 원장)는 “유머와 리더십은 근본이 같다”고 강조한다. “유머와 리더십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키워지는 것이며, 테크닉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인드가 문제라는 점도 비슷하다. 유머리스트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하고 여유있는 마음, 아량과 포용력, 세상만사에 대한 관심, 그리고 열정인데, 이것은 리더십에도 필수적인 덕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타계한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는 평소 “나는 아주 성실한 정치인과 유머리스트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99년 방한해 고려대에서 강연할 때도 강연이 끝난 뒤 “오늘 강연에서 유머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럴 기회를 달라”고 요청, 10여 분간 시간을 따로 내 청중을 웃기기도 했다. 스스로 유머리스트라고 자부하는 것은 물론, 그에 걸맞게 갈고 닦은 유머실력을 대중 앞에 드러내는 적극성을 보인 것이다.
흔히 언론이나 주변에서 재치있는 인사들을 소개할 때 ‘타고난 유머감각의 소유자’ 운운하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된다. 물론 상대적으로 남보다 유머감각이 뛰어나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똑같은 내용을 이야기해도 그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면 더 실감나고 더 우습고 더 기억에 남는다. 그런가 하면 일껏 뭔가 남을 웃겨보려고 하다가 오히려 분위기만 썰렁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스스로 초라하다는 느낌까지 갖는다.
그러나 유머감각이 선천적인 재능이라고 단정짓고 단념할 이유는 없다. 전문가들은 유머감각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얼마든지 기를 수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독서는 유머의 원천
세계 각국의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자신이 써온 코미디 작품 등을 모아 ‘유머사전’을 펴낸 바 있는 코미디작가 최성호씨는 “재담을 곁들이는 재주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틈틈이 책과 자료를 통해 유머 소재를 찾고 메모해두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사람들은 특히 웃는 것에 인색한 편인데, 유머를 한번 듣고 흘려버리는 하찮은 것으로 여길 게 아니라 인생을 즐기는 태도로 바라본다면 유머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그렇다면 유머감각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마음가짐부터 달라져야 할 것이다. 김진배씨는 ▲따뜻한 마음을 가질 것 ▲여유있는 마음을 가질 것 ▲상대의 유머를 받아들일 것 ▲세상만사에 관심을 가질 것 ▲유머에 열정을 품을 것 등을 주문한다.
진정한 유머는 남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사람들에 대해 애정과 존중심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외모나 신체적 결점, 동료의 실수를 비꼬는 우스개는 별로 좋은 유머가 아니다. 설혹 그런 것을 소재로 삼는다 하더라도 무시나 조소(嘲笑)를 담아서는 안 된다.
아무리 순발력과 말재간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마음이 급하고 감정이 격해지면 절대로 유머다운 유머가 나오지 않는다. 매사에 느긋하고 여유있는 심경을 유지해야 좋은 유머를 구사할 수 있다. 분노에 제압당하지 않고 유머러스한 답변으로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킨 사례는 허다하다.
일본의 외무장관을 지낸 이누가이는 한쪽 눈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느날 국회에서 국제정세를 설명하는 그에게 한 야당의원이 “당신은 한쪽 눈밖에 없는데 복잡한 국제정세를 잘도 보시는군요”라고 빈정거렸다. 이런 노골적인 인신공격에 대해 이누가이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의원께서는 ‘일목요연(一目瞭然)하다’는 말도 못 들어보셨습니까?”
우스갯소리를 잘 하는 사람을 실없는 이로 치부한다면, 아무리 재미있는 얘기를 들어도 무표정하거나 조소를 날린다면 유머감각이 길러질 리 만무하다. 유머감각을 갖추려면 남을 웃기기 이전에 우선 남의 유머를 듣고 즐겁게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재미가 있건 없건 말이다. 상대의 유머를 받아들이는 것은 예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남을 잘 웃기기 위해선 자신부터 잘 웃는 사람이 돼야 한다.
관심분야가 다양하고 지식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훌륭한 유머를 구사할 수 있다. 정신과의사 양창순씨는 “대화에 꼭 필요한 유머감각은 자신감과 지식에서 나온다. 유창하고 능숙한 말솜씨, 풍부한 어휘력 등을 길러주는 독서는 유머의 원천이다”고 강조한다.
시류에 따라 웃음 소재가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만 껴안고 있다면 남의 유머를 알아들을 수도, 자신의 유머를 창조할 수도 없다. 전공서적 외에 소설이나 인문교양서도 짬을 내 읽고, 잡지 한두 종을 구독하며, 신문과 뉴스를 꼼꼼히 챙겨본다면 충분한 상식과 지식을 갖출 수 있다. 아울러 짧은 칼럼기사 같은 글은 말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압축해 구성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유머감각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유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애쓰는 사람만이 유머감각을 갖출 수 있다. ‘재미있는 얘기로군, 기억해둬야지’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 사람들이 웃을까’ ‘이 내용은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하는 식으로 평소 유머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실천하는 태도를 몸에 배게 만들어야 한다. 하루종일 일은 제쳐두고 유머만 찾아 헤매라는 얘기가 아니다. 화장실에서 신문을 볼 때, 점심 먹을 때, 출퇴근길에 잠깐씩 생각에 빠져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김진배씨는 유머감각을 기를 수 있는 6가지 습관을 강조한다. ▲생각하는 방식을 바꿀 것 ▲항상 메모하고 연구할 것 ▲연상하는 습관을 가질 것 ▲비교와 비유에 익숙해질 것 ▲꾸준히 실험하고 평가할 것 ▲예의와 자연스러움을 몸에 익힐 것 등이 그것이다.
MBC TV의 ‘전파견문록’이란 프로그램에서는 7∼8세 가량의 어린이에게 단어를 보여준 뒤 그 단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해서 패널들이 단어를 알아맞히는 코너가 있다. 그런데 어린이들의 발상이 너무나 자유롭고 엉뚱해 방청객과 패널이 폭소를 터뜨린다. 예를 들어 한 어린이는 “공부를 안 하면 이게 싫어요”라고 설명했는데, 어른들은 맨 먼저 ‘시험’을 떠올렸다. 하지만 어린이는 ‘내일’을 두고 한 말이었다. 아직 습관적인 사고에 물들지 않은 천진난만한 표현이다.
이렇듯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것은 전혀 새로운 발상을 가능케 한다. 세상을 조금 비틀어 본달까, 혹은 좀더 폭넓은 시야를 갖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유머의 폭도 그만큼 넓어진다.
일상에서 만나는 웃음의 소재는 참으로 다양하지만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스운 이야기를 듣거나 소재를 접하면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그리고는 그것을 응용하고 변형시켜 새롭게 창조해본다. 낱말의 순서나 발음 바꾸기, 한자어 뜻 변형하기 같은 것은 쉽게 도전해볼 만한 유머다.
사물이나 상황으로부터 떠오르는 이미지를 활용하는 연상습관도 도움이 된다. 언어연상, 동음이의어, 형태연상, 이미지 연상 등의 방법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비교와 비유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기본적인 유머는 구사할 수 있다. 이것은 대상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해야 가능하다. 하루에 한 가지씩 머리 속에 사물을 떠올려 그 특징을 최대한 많이 나열해보고, 그 다음엔 하나라도 같은 특징을 지닌 사물, 하나라도 반대되는 특징을 가진 다른 사물을 떠올려보는 식으로 훈련한다.
유머를 잘 전달하려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서론과 설명이 너무 길면 안 된다. 결론을 듣기도 전에 듣는 이가 질려버리기 때문이다. 분명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방이 못 알아들어 중간에 말을 끊고 되묻는다면 김이 새기 마련이다.
또한 자신이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얘기하다 말고 중간에서 내용이 가물가물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웃음을 참는 인내력도 필요하다. 유머를 들려주면서 얘기하는 사람이 먼저 웃느라 정신을 못 차리면 듣는 이는 아직 내용도 모른 채 어안이 벙벙해진다.
Time·Place·Occasion
제스처와 표정, 목소리의 톤, 사투리 등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런 ‘보조수단’을 통해 유머의 내용을 실감나게 전달할수록 효과가 클 것은 불문가지다. 장단과 완급을 조절하는 테크닉도 필요하다. 유머는 너무 길면 지루하다. 결정적인 말을 들려주기 직전에 잠시 뜸을 들인다든가, 필요한 대목에 강조점을 둬 부각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머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려면 상황과 듣는 이의 수준에 맞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어라’는 속담이 있다. 아주 재미있는 얘기라도 해서 될 자리가 있고 안 될 자리가 있으며, 아무리 고급 유머라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에겐 무용지물이다. 남을 억지로 웃기려는 것도 금기사항. 유머랍시고 했는데도 사람들이 웃지 않으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짝 넘어가는 것도 요령이다. 다만 나중에 실패원인을 분석해본다.
유머를 구사할 때도 예의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남을 불쾌하게 하거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유머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웃긴다고 다 유머가 아니다. ‘예의’를 갖춰야 제대로 된 유머이며, 예의는 단순한 말재간과 유머를 구분짓는 중요한 기준이다.
매너 있는 유머를 위해서는 시간·장소·상황(TPO, Time·Place·Occasion)을 충분하게 고려해야 한다. 가령 아침에는 사람들이 막 일과를 시작한 때이므로 한두 마디의 간단한 농담을, 점심때는 비교적 긴 유머도 가능하며, 저녁에는 재미있고 엉뚱하며 야한 유머까지 동원하는 등 시간대에 따라 유머의 종류와 길이도 달라져야 한다. 다음은 ‘성공하는 리더를 위한 유머기법 7가지’의 골자.
기업을 비롯한 모든 조직활동에서 프리젠테이션은 가장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조직 내부의 발표나 보고, 고객을 상대로 한 설명, 낯선 청중 앞에서의 강연 등이 모두 프리젠테이션에 해당한다.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을 위해서는 논리적인 설명, 효과적인 비유, 전달과정의 짜임새 있는 구성, 시청각 요소를 활용한 입체적 자료 등이 구비돼야 한다. 여기에 유머가 보태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물론 유머를 곁들이지 않고도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람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진지한 프리젠테이션이라 해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주의가 산만해지기 마련이다. ‘초7, 중10, 성15’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강의를 들을 때 최대한 오래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연령대별로 나타낸 숫자인데, 초등학생은 7분, 중학생은 10분, 성인은 15분이 지나면 잡념이 생긴다는 얘기다.
이럴 때마다 적절한 유머를 사용하면 청중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과 보고로만 일관하는 딱딱하고 지루한 프리젠테이션보다는, 가끔씩 ‘유머’라는 양념이 첨가된 프리젠테이션이 설득과 호소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프리젠테이션에서 유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본격적인 프리젠테이션에 앞서 처음부터 적절한 유머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야 청중이 한바탕 웃으며 긴장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듣기에 몰입할 수 있다. 유머의 소재는 가능하면 발표할 내용과 연관된 것이 좋다. 유머가 자연스레 ‘본론’으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웃음의 영향력을 프리젠테이션 효과를 높이는 데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듣는 사람들의 직업, 성별, 나이, 교육수준 등 대상에 맞는 유머를 구사해야 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될 대목이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스티븐 실비거는 “유머를 사용하기 전에 미리 자신이 농담을 던질 만한 능력이 있는지 스스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프리젠테이션에서 재미있는 유머를 활용하는 목적은 이야기를 정확히 이해하게 만들고 기억에 오래 남게 하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장광설이나 부적절한 비유, 경박하거나 타이밍이 맞지 않은 엉뚱한 유머, 정리되지 않고 핵심도 불분명한 얘기를 웃긴답시고 늘어놓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에서는 프리젠테이션에서 유머를 활용할 때 지켜야 할 10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18세기 영국에서는 누군가를 ‘유머리스트’라고 칭하는 것이 일종의 아첨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만큼 기지 넘치는 유머감각의 소유자를 높이 평가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인은 유머에 그리 익숙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우리 사회에는 ‘남을 잘 웃기는 사람은 싱거운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고,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유난히 웃음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내리기 일쑤였다. 체면과 위엄을 중시해온 유교문화 탓일까. 오랫동안 사회를 짓눌러온 권위주의 체제의 부산물일까.
그러나 분위기는 분명히 바뀌고 있고, 바뀌어야 한다. 명색 국제화 시대에 유머 한마디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면 여유있고 재치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유머는 건강도 유지해준다. 캐나다 워털루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은 면역 글로불린 수치도 높다고 한다.
또한 신세대들에게 유머는 이제 ‘일상’이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세대차 나는 썰렁한 구닥다리’로 왕따당하는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이젠 자신의 ‘유머감각’을 한번쯤 점검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