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2001년 3월12일
- 곳:신동아 회의실
- 참석자 김주언(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최영(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허행량(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사회:조성식 기자
- 정리:황일도 기자
사회:오마이뉴스가 짧은 시간에 성공한 이유를 짚어보는 것으로 토론을 시작하죠. 최근 언론개혁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는 상황에, 기존 언론으로부터 이탈해 있거나 실망을 느끼던 젊은층이 오마이뉴스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최영:지난 1년간 오마이뉴스를 포함한 온라인 뉴스의 전반적인 의의를 들면 우선 기존 뉴스 유통구조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이죠. 수직적, 독점적이던 기존 커뮤니케이션 채널 대신에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시스템이 등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구분이 없어지면서 채널도 다양해지고, 그러다 보니 비록 내용은 정제되지 않았을지라도 다양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기회를 열어주게 된 거죠. 결국 ‘시민저널리즘의 확대’를 통해 ‘시민사회 모델’에 좀더 근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을 가장 큰 의미로 들 수 있겠습니다.
김주언:인터넷은 단순히 다양한 매체 가운데 하나라는 정의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봅니다. 예를 들자면, 최근 전세계 진보진영의 주요 이슈가 된 시애틀 집회 같은 반세계화 운동이 모두 인터넷을 통해 엮어졌다는 점이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기존 매체와 비교할 수는 없어도 온라인매체가 나름의 엄청난 확산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국한해서 생각해 볼까요. 엘리트 교육을 받은 기자들이 아니라 ‘뉴스 게릴라’라고 표현되는 보통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가감없이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이 아무래도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이라고 할 것 같군요. 오마이뉴스의 뉴스 게릴라만 8000여 명이라더군요.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점까지 기사로 기고합니다. 한마디로 기존 뉴스 스타일을 바꿔놓은 거죠. 리드가 있고 본문이 있는 그런 기사만 기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언론개혁에 대한 열망
또 한 가지 오마이뉴스의 큰 특징은 편집자의 의도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는 것입니다. 컴퓨터에는 지면 제한이 없으니까요. 결국 제도 언론에서는 자본 혹은 권력에 민감한 문제들이 편집과정에 삭제될 수 있는 데 반해, 오마이뉴스는 소외계층의 문제 등을 끄집어내서 확산시킨 것이 일반인들의 호응을 얻게 된 한 이유라고 봅니다.
허행량:두 분이 잘 말씀해주셨으니 저는 간단히 말씀드리지요. 우선 오마이뉴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기존 매체가 제 구실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가령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의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관련 발언’의 경우 신문들은 사전에 알고 있으면서도 자제를 했고, 독자들은 궁금해 했다는 거죠. 기존 신문이 다루지 못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함으로써 오마이뉴스라는 브랜드가 각인된 것 같습니다.
김주언:매향리 사건 집중보도도 마찬가지지요. 그 사건을 통해 미국 문제를 다시 다루는 것은 보수적인 기존 언론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더 나아가서는 언론개혁에 대한 독자의 열망도 오마이뉴스가 호응을 얻는 한 축이 되었다고 봅니다. 기존 언론이 누려오던 특혜나 잘못된 보도, 편향된 시각을 일깨워주는 기능을 통해 성역 없는 매체, 언론개혁의 수단이 될 만한 매체가 됐다고 봐야겠죠. 앞으로 이 부분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허행량:오마이뉴스에 제보를 많이 한 집단 중 하나가 기자들이라는 사실도 빠뜨릴 수 없죠. 기자들이 불만이 많거든요. 자기 매체에서 쓸 수 없고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부조리를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또 오마이뉴스 쪽에서도 언론계 선후배들에게 자주 연락을 취하지요. 아마도 가장 큰 취재원이 언론계일 겁니다.
최영:덧붙여서 말씀드리면 기존 언론이 못하는 것을 할 뿐 아니라 앞으로 언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회가 시장, 정부의 두 집단에 이끌려왔죠. 신문, TV에 나오는 건 항상 기업가들과 정치인들뿐이었고요. 성숙한 시민사회를 위해서는 시민의 얘기도 나와야 한다는 원칙이 오마이뉴스에서 구현된 부분이 있거든요.
젊은 독자들에게 소프트한 뉴스, 어렵지 않은 주제가 주효했다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거기에 진보성과 다양성이 겹치면서 관심을 끌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기존 저널리즘의 시각에서는 수준이 조금 낮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건 중심으로 접근한 것이 어쨌거나 초기 시장진입에 열쇠가 되었다고 봅니다.
김주언:좀 다른 얘기를 해 볼까요? 오마이뉴스에서 다루는 주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NGO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마이뉴스만 봐서는 우리 사회 전반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경제 정책이나 정치 문제에 대해서도 일반인의 시각을 가지고 비판할 건 비판해야 되는데, 이 부분이 매우 미흡한 것이 사실이죠. 특히 경제 분야의 경우 거의 기사가 없어요. 그렇다면 오마이뉴스는 결국 ‘보충적 매체’ 수준에 머문다는 한계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기사제목이나 내용이 매우 자극적이라는 부분도 지적해야겠군요. 지나가는 말로 입에 담는 욕설 비슷한 말을 제목으로 다는 경우도 있고요. 나아가 자기 눈으로 보고 쓴 것이 아니라 전해 들은 내용을 기사로 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386의원들의 술판’ 기사 같은 경우도 나중에 상당히 문제가 됐잖습니까. 시민기자들이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편향된 시각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언론매체로서 꼭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허행량:매체는 두 가지를 먹고 삽니다. 그 첫째가 공기(公器)로서의 신뢰성, 즉 ‘저 사람이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다’라는 믿음이지요. 오마이뉴스가 상당히 성공한 건 사실이지만 실제로 온라인에서 독자나 네티즌들이 이용하는 신문은 역시 주요 일간지 사이트거든요. 아마도 독자들이 오마이뉴스 기사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또 하나, 요즘 독자들은 정보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언론을 통해 얻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는 ‘누가 어쨌다더라’는 정보 제공에 그치고 있습니다.
최영:오마이뉴스를 포함한 인터넷신문들이 신뢰성까지 확보해야 하느냐, 과연 그것까지 요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학계에서도 고민중입니다만, 예를 들어 미국 ‘드러지 리포트’의 운영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거든요. ‘우리의 경쟁력은 속보성이다, 속보성 하나로 우리 매체의 몫을 다 하는 거다’라는 거죠. 제 생각에도 인터넷신문에 신뢰성까지 요구하는 건 좀 무리라고 봅니다. 오프라인의 신뢰성 있는 신문들과 온라인상의 속보성 기사들이 적절히 조화되면 그 가운데서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거죠.
물론 이 많은 뉴스를 취합해서 필요한 부분만 정리해주는 중간 브로커들, 인포미디어리(info-mediary)도 등장하게 될 겁니다. 비유를 하나 들어볼까요. 예전에 우리는 전자상거래 얘기를 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면 소비자가 알아서 구매한다’는 모델을 그렸었죠. 그런데 실제로 소비자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거든요. 지식도, 시간도 없고요. 그래서 전자상거래를 매개하는 사이트들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뉴스를 소비하는 행위도 같은 방향으로 갈 거라고 봅니다. 또 다른 형태의 중재자들이 생기는 거죠. 이렇게 되면 결국 온라인을 통해 나오는 뉴스들이 다시 한 번 정제될 수 있겠죠.
속보성이 갖는 매력
김주언:예를 들어 최근 오마이뉴스의 삼성 주주총회 보도를 보면 1신, 2신, 3신 하며 현장에서 계속 중계를 했거든요.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자기가 느낀 건 뭔지 등이 바로 보도되고 어떤 경우에는 동영상도 활용합니다. 그런 의미의 속보성은 일반 네티즌들이나 뉴스 소비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매력이 되지요.
단 확인되지 않은 뉴스나 다른 매체에 보도되지 않은 기사를 내보낼 때는 속보성보다는 신뢰성에 강조점을 두어야겠지요. 주변 취재로 많이 보충해서 말입니다. 오마이뉴스에도 ‘생나무 기사’라는 게 있어요. 확인되지 않은 뉴스는 따로 모아놨다가 나중에 편집자가 별도로 편집해서 내보내거든요. 담당기자가 못 하면 적어도 편집책임자 수준에서는 확인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터넷 상거래에서도 한 상품에 대한 쇼핑몰별 가격을 비교하는 검증이 있지 않습니까. 최 교수님이 말씀한 대로 인터넷 뉴스의 영역에서도 사이트별 장단점을 중간자의 눈으로 분석해주는 사이트가 생겨난다면 신뢰성 문제도 일정부분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허행량:보통 경제학자들은 인터넷신문이라 하지 않고 콘텐츠 프로바이더라는 말을 씁니다. 신문이라는 말에는 공신력 내지 신뢰도에 대한 이미지가 들어 있기 때문이죠. CNN은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바로 보여주겠다고 하지만, BBC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간에 1시간 이내에 해설보도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각자 자신의 강점이 있는 거죠.
제가 알기로는 기존 신문에서도 e-포터 같은 제도를 통해 현장중계를 시도하려 했는데 뜻대로 안 됐다고 하더군요. 내부적으로 자기 신문의 신뢰도, 브랜드 이미지를 해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거죠.
김주언:오마이뉴스도 정부기관 등의 출입처에 상주해 브리핑을 받고 취재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경제 분야의 경우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출입처에서 나오는 뉴스를 얻을 필요가 있다는 거죠. 단적으로 IT산업과 관련된 공신력 있는 취재는 정통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최영:동아일보와 동아닷컴 기자들 사이에도 출입증 문제로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출입처 자료를 받아 쓰는 기존 방식을 온라인 미디어가 답습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결국 뉴스 소스가 겹치면 내용이 차별화될 수 없거든요. 물론 출입처 정보를 얻으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법원부터 경찰서까지 모두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부분은 오프라인 쪽에 맡겨두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김주언:오마이뉴스의 경우 공식적인 뉴스 소스를 얻을 수 없으니까 주로 연합뉴스에 의존하더군요. 연합뉴스와 전재계약을 맺지 않았으니 도용문제가 제기됩니다만, 어쨌든 기자실에 합류하지 않아도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있습니다. 연합뉴스를 참고해 그걸 토대로 오마이뉴스에 맞게 가공할 수도 있고요.
최영:쉽게 말해 다양한 안테나를 열어두고 주요 이슈에 대해 제도권 언론이 놓친 허점들을 찾아내는 거죠. 정책에 대한 지방주민의 반응 같은 형태로 말입니다.
김주언:그렇게 되면 속보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또 다른 문제가 되겠지요.
허행량:너무 욕심을 내면 안 됩니다. 그러면 자기 포지션이 흔들립니다. 출입처를 갖고 있는 오프라인 신문사들과 경쟁한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죠.
김주언:모든 부처에 다 출입할 수는 없겠죠.
최영:중요한 건 일단 자신의 독자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오마이뉴스의 주 독자층인 20∼30대는 출입처에서 나오는 딱딱한 뉴스를 보도하면 떨어져 나간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안 좋죠, 초점이 흐려지니까.
김주언:신뢰성 문제가 있긴 하지만 기존 매체가 보도하지 않은 상황을 보도함으로써 얻는 효과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언론 종사자들의 잘못을 보도한 부분이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문화방송 수습기자의 경찰서 난동, 광주지역 모 PD의 비위사실 같은 것은 다른 매체에서 전혀 다루지 않았거든요. 그랬기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조심해야겠다는 자성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허행량:기자들만은 아니죠. 공인들 모두가 마찬가지라고 봐야겠죠.
김주언:그렇죠. 아까 얘기한 이정빈 장관 문제 같은 걸 보면 조심할 수 밖에 없죠. 인터넷에 한번 걸리면….
허행량:‘인터넷에 걸리면’이라기보다, 저는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하면 큰일나겠다, 그렇게 받아들였어요. 사실 인터넷매체는 중개수단일 뿐이죠. 장관이 기자실에서 얘기하는 것과 사석에서 얘기하는 게 같을 수는 없는데, 이제 어느 곳에나 기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겨난 거죠.
이정빈 장관 술자리 발언 보도
사회:이정빈 장관 얘기를 좀더 할까요. 오마이뉴스 기사는 사실 장관이 일간지 기자들과 사석에서 술 마시면서 한 이야기였죠. 기존 언론에서는 관행상 이걸 사적 영역이라고 보고 보도를 안 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에서 실었어요. 언론이 과연 어느 선까지 보도해야 하는가, 하는 논란거리를 제공한 것 같아요. 세 분은 그 보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최영:뉴스 환경 자체가 오프라인과 다르죠. 엠바고나 오프 더 레코드 같은 관행은 오프라인 체제에서 생겨난 기준이라는 겁니다. 예컨대 역피라미드 글쓰기 방식도 제한된 지면이라는 한계 때문에 생겨난 기준이죠. 그런 오프라인의 습관이나 기준들이 그대로 온라인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죠.
김주언: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문제가 되는 건 술자리에서 그런 말을 한 이장관의 진심입니다. 미국 국무장관 올브라이트와 포옹을 하니까 어떻더라, 심야토론회에 나가 졸음을 깨려고 어떻게 했다, 이런 건 기자들에게 한 사적인 농담이었거든요. 그렇듯 은밀한 영역에서 한 이야기들을 보도해서 한 개인을 궁지에 몰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것 같아요.
허행량: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입기자들과 이정빈 장관 사이에는 이미 신뢰관계가 구축돼 있었던 거죠. 물론 공인으로서 그분이 품위없는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걸 문자화했을 때의 파장은 엄청나거든요. 아마도 해당 출입기자들은 미국측에 잘못 전달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안 썼을 수도 있죠. 이런 선례가 기자와 장관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만들 수도 있고요.
김주언:미대사관 공보관실에 있는 분과 그 문제에 대해 얘기했는데요, 그분이 오마이뉴스를 보고 그걸 번역해서 보고했다는 얘기를 해요. 그런데 미국인들은 그냥 피식 웃어버리더라는 거죠. 이게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 외교적인 사안도 아니고 가십도 못 되는 수준이다, 그렇게 넘어가더란 말이죠. 물론 오마이뉴스를 읽은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느냐는 건 다른 이야기지만요.
최영:뉴스 밸류 자체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다릅니다. 결국 기사 자체는 언론 자유에 맡기고, 소비자들이 그중에서 취할 것만 취하고 거부할 건 버리면 될 것 같아요.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인터넷 매체들이 기존 신문이 갖고 있는 사회공동의 여론형성 기능을 맡을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이른바 어젠더 세팅(agenda setting)의 문제죠. 아침에 출근해서 동료들과 나눌 얘깃거리를 만들어 주는 거죠.
그런데 온라인매체는 철저히 하이퍼링크로 연결이 되고 내용이 방대하다 보니 계속 왔다갔다 하거든요. 백이면 백명이 각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물론 긍정적으로 보면 마니아 양성이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뒤집어 얘기하면 사회공통의 이슈를 생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김주언:인터넷에서는 특정 이해집단의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할 수 있습니다. 의약분업의 경우에도 의사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한 게시판에 집중적으로 올린다든지 하는 문제가 있지 않았습니까. 쌍방향 매체의 장점이, 거꾸로 특정 집단에 의해 자신의 의견을 다수의 것으로 포장하는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듭니다.
최영:인터넷신문 내에서의 상호작용을 실증적으로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첫째로 지적됐고 또 이루어진다 해도 긍정적인 내용으로 진행되지는 않더라는 겁니다. 흔히들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사실 공론장의 부정적인 전개방향에 대한 논의도 있거든요. 실제로 인터넷신문을 보면 상호작용이 담론으로 숙성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 강변하는 쓰레기 주장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호작용성에 바탕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참여민주주의를 위한 대안이라고 얘기하지만, 아직은 가능성이 극히 미약한 수준입니다.
허행량:작년의 낙천낙선운동을 보고 많은 학자들이 ‘인터넷이 선거를 바꾼 첫 사건’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건 이벤트가 좋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의 파워가 컸다기보다는 낙천운동 자체가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여론동원이 가능했다는 거죠. 어젠더가 좋아야 확산이 되는 거지, 인터넷이 독자적으로 어젠더 세팅을 하는 건 아니라는 의견도 가능하거든요.
김주언:인터넷이 과연 어젠더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군요. 저는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인터넷신문이 기사를 내보내 많은 사람들의 찬성을 얻으면 그것도 사회적인 어젠더가 된 걸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최영:실제로 ‘워싱턴포스트’ 같은 신문에서는 일단 뉴스가치를 검증하기 위해 온라인에 띄워놓기도 하죠. 네티즌들의 반응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거죠.
김주언: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는 층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오마이뉴스를 즐겨 접속하는 층도 20∼30대에 국한돼 있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이 그것을 통해 소통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죠. 그런데도 여론이 형성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든요. 현재는 오마이뉴스만이 종합 뉴스이고 대부분의 온라인매체는 경제나 금융정보에 치중돼 있는데요. 저는 오마이뉴스에 대항할 수 있는 종합 매체가 하나쯤 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양측의 여론 형성기능이 상호작용하지 않겠나 기대하는거죠.
문제는 수익성 창출
최영:결국 문제는 비즈니스네요. 수익성이 없으면 뛰어들지 않는 게 인터넷 사업의 속성이니까요.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다양한 대안언론이 나타나 여론형성도 하고 서로 견제도 하면서 오프라인 뉴스에 대항할 수 있으면 좋으리라고 생각하는데, 실질적으로는 비즈니스가 안 되니까 접근하지 못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최영:인터넷 뉴스 업체도 결국 하나의 인터넷 비즈니스 업체입니다. 인터넷 비즈니스 업체들이 겪는 문제가 온라인신문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거고요. 일반적으로 한 인터넷 비즈니스가 시장에 진입해서 어느 정도 성장한 다음에는 대부분의 업체가 망하고 몇 개만 살아남잖아요. 초기에는 기발한 아이디어, 특화된 독자층을 상대로 나름대로 시장을 점유하지만 그 후에는 상당한 경영전략이 필요하게 돼요. 매출이 늘어나고 회원이 증가하면 그걸 관리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죠. 이 단계에서 실패하면 인터넷신문이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죠.
김주언:오마이뉴스에서도 오마이플라자라는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해 해외동포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모양입니다.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 말로는 오프라인과의 결합도 생각하고 있더군요. 딴지일보도 온라인에 올렸던 기사를 모아 책을 냈잖습니까.
허행량:또 한 가지 문제는 오마이뉴스에서 다루는 내용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돈 주고 사볼 만한 정보라기보다는 그냥 잠깐 재미삼아 이야기할 것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 대안매체들의 딜레마라고 판단됩니다.
최영:수직적인 포털이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겠네요. 이른바 보털, 버티컬 포털이라는 거죠. 가장 잘 아는 분야에 대해 총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만약 ‘나는 자동차를 하겠다’라면 A/S에서부터 중고 매매, 문답 등등 그와 관련된 종합 포털이 되는 식으로요. 뉴스업체도 그 기사를 통해 어떤 식으로 가치를 재생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할 겁니다. 뉴스의 가치를 평가한다든가, 뉴스컨설팅을 해준다든가 하는 특화된 활로를 찾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죠.
김주언: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콘텐츠를 유료화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유료화하면 다 떠나갈 테니까요. 한국사회에서는 특히 더 그렇죠. 신문사나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도 유료화된 게 하나도 없잖아요.
최영:사용자들에게도 문제는 있어요. 정보는 당연히 공짜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신문이나 TV를 통해 값싸게 얻는 정보들도 사실은 광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겁니다. 생각이 바뀌어야 해요. 정말 필요한 정보에 대해서는 돈을 내는 분위기로 말입니다. 결국 이런 주변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살아남는 업체들만 계속 유지될 것 같습니다.
김주언:조금 얘기가 나왔습니다만,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없으면 결국 이로 인해 인터넷 미디어의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사실 지금 오마이뉴스가 취하고 있는 방식도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비록 기사는 실명이지만 그 뒤에 붙는 독자 의견은 대부분 익명으로 이뤄지지 않습니까.
최영:아까 말씀드렸던 공론장의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실명화입니다. 익명이 용인될 경우 담론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경향이 분명히 있거든요. 또 그 토론의 주체가 누구냐, 토론에 사회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기도 하지요. 기자나 편집장이 직접 나와서 게시판을 운영하거나 질의를 주고받으면 상황은 달라진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오마이뉴스도 고쳐나갈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허행량:이정빈 장관 사건 이후 정부 일각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확인 안된 보도에 대해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규제하고 싶기는 한데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이냐, 마땅한 방법론이 없는 겁니다. 명예훼손이라는 건 개인의 문제거든요.
김주언: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이들 매체가 가지고 있는 개방성을 사장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거든요.
최영:예전에 딴지일보가 그 문제를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정치인을 합성사진으로 패러디하곤 했는데, 의외로 정치권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거든요. 이런 식의 패러디는 사회적으로 허용해줘야겠죠.
최영:그렇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의 유포는 또 다른 차원 아닙니까?
김주언:그래서 인터넷 같은 매체도 언론중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재는 방송이나 정기간행물의 경우에만 중재 대상이죠. 그러나 뉴스 매체를 표방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언론중재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보도가 된 뒤에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내용 수정이나 반론 게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거죠.
최영:저는 그 의견에는 반대입니다. 인터넷방송 음란물에 관한 논의와도 같은 맥락일 텐데요. 인터넷방송이나 뉴스를 기존 신문, 방송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면 안 된다는 겁니다. 만약 온라인매체를 제도권에 포함시킨다면 명예훼손이나 음란물은 일단 치료할 수 있겠지만, 득보다는 실이 더 많지 않을까 합니다. 그로 인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검열 가능성 같은 여러 가지 단점이 부각되지 않을까요.
김주언: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할 경우 사이트 운영자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문제도 있습니다. 편집자는 그 글을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이와 관련된 판례가 한국에는 아직 없죠. 미국에서는 운영자가 편집하지 않은 게시판 내용에 대해서는 운영자에게 책임이 없다는 판례가 나와 있습니다.
최영:책임이 미미하다고 봐야죠. 온라인매체가 그 콘텐츠에 대해서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쉽게 ‘이거다’라고 정답을 내리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기존 언론 형태도 변화할 것
허행량:그럴까요? 가령 제가 ‘뉴욕타임스’에 ‘누구는 도둑놈이다’라고 광고를 냈다고 칩시다. 그 경우 그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뉴욕타임스’의 수준이나 명성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는 그 광고를 건드리지도 않았지만 소비자들은 ‘뉴욕타임스’를 신뢰하기 때문에 그 광고를 믿기가 쉽죠. 마찬가지로 모든 온라인매체를 같은 기준으로 놓고 봐서는 안 됩니다. 인터넷신문이라고 이름 붙여 수많은 사람을 비방했어도, 한 명도 안 봤다면 의미가 없는 겁니다. 쉽게 인터넷매체라고 했지만 매체별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윤전기로 찍어내는 오프라인 신문처럼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는 게 아닐까요.
김주언:오마이뉴스의 경우 분명 매체라는 성격이 강한 것 아닙니까.
허행량:그렇죠.
최영:인터넷 ‘신문’이라고 부르면 은연중에 기존 신문의 틀에 적용하고 싶어집니다. 인터넷 방송만 해도 미국에서는 웹캐스팅이라고 하거든요. 방송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거고요. 그런데 인터넷 ‘방송’이라는 말을 쓰면 ‘방송이니까 당연히 규제해야지’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분명히 다르죠, 방송과 웹캐스팅은. 방송에 제한을 두는 건 전파가 제한된 공공 재화이기 때문입니다. 웹캐스팅은 그렇지 않거든요. 인터넷 ‘신문’, 인터넷 ‘방송’이라는 어휘 때문에 기존 매체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력히 각인되는 겁니다. 의식적으로라도 이런 이미지와 기존의 방법론을 잘라내는 연구, 새로운 영역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허행량:인터넷신문을 번역하면 인터넷 뉴스페이퍼죠. 그렇다고 이게 뉴스페이퍼는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신문이라고 하는 틀을 갖고 인터넷신문에 접근하기 때문에 혼동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최영:한발 더 나아가서, 신문사의 인터넷 사이트가 오프라인 신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까 예를 든 것처럼 기사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일단 온라인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단 말이죠. 그러면서 그 기사가 확대되거나 축소되어 오프라인 신문에 실리게 됩니다. 또 오프라인에서 먼저 나간 기사가 온라인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어떠한 형태로 변화되어 오프라인에 재등장하는가 하는 부분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기사 선택에서부터 주제 선정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호작용을 할 것 같아요. 단순한 상호작용을 넘어서서 신문과 방송이 혼합하는 매체 융합이라는 혼돈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앞으로는 모든 종류의 매체가 극심한 부침을 맞게 되겠죠. 살아남고 변화하고 죽어나가기도 하고, 또 틈새를 찾아 메우기도 하면서 자리매김하는 거죠. 향후 5년, 10년의 언론계 지형은 그런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사회:인터넷언론이 향후 우리 사회에서 차지할 위상은 어떠한 것일까요. 좌담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한 말씀씩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주언:전망과 관련해서는 인터넷 때문에 20∼30대의 TV 시청률이 다소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해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시작될 위성방송이 인터넷매체들과 연결될 가능성도 있고요.
최영:그걸 적소이론이라고 하던가요. 소비자들이 매체를 소비할 시간은 일정한데 매체는 점점 많아집니다. 그렇다면 기존 신문이나 방송이 인터넷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많이 제시됐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선 반대 의견도 나옵니다. 산업화시대에는 평균 이용시간이 8시간이었는데 정보화시대를 맞아 더 늘어난다는 학설도 있거든요. 기존 매체들과 인터넷이 어떻게 경쟁 관계를 형성하는지 아직 정답은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만.
김주언:인터넷매체들이 광고시장을 어느 정도 점유하는가도 관건이 되겠죠?
최영:지금은 거의 잡지 수준까지 왔습니다. 속도의 문제지, 결국은 잠식할 수밖에 없어요. 주목할 점은 기존 신문·방송이 옛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 테고 인터넷도 그 안에 융합이 되겠죠. 굳이 인터넷이다, TV다 구분할 필요없이 자연스럽게 정보의 채널로 역할을 맡게 될 거고요.
광고시장 점유할 것
허행량:지금도 신문사와 잡지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신문과 주간지, 월간지, 닷컴이 함께 있지 않습니까. 광고를 수주하는 채널이 다양한 겁니다. 따라서 매체끼리 경쟁한다고 볼 게 아니라 강력한 콘텐츠 제공자가 채널을 초월해 광고를 끌어들인다고 봐야 합니다.
최영:중요한 것은 매체 통합이 한 나라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금 국내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신문의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신문의 1등은 나라 안에서의 1등일 수밖에 없지요. 개방이 되면 상황은 달라질 겁니다. 기존 매체 종사자들이 긴장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하네요.
사회:수고 많으셨습니다. 진지한 토론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