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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탐구|권력중심 장악한 民正계 생명력

“우리는 단 하루도 정권 놓친 적 없다”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우리는 단 하루도 정권 놓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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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계바늘을 82년 3월18일 오후로 되돌려 보자. 민정당 총재인 전두환(全斗煥) 대통령이 삼엄한 경비 속에 가락동 민정당 중앙정치연수원에 모습을 나타냈다. 전대통령은 재임중 유난히 당 중앙정치연수원을 자주 찾은 인물이다. 거의 매달 한 번 꼴로 연수원에 나타나 연수생들에게 강연을 했다. 때로는 예고도 없이 찾아와 관계자들을 혼비백산하게 했다.

아무튼 82년 3월18일 전 전대통령의 중앙정치연수원 강의에는 그의 국회관(國會觀), 국회의원관(國會議員觀), 그리고 정당을 보는 관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국회의원직을 생활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은 구시대의 썩어빠진 생각입니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되려면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모든 국민들의 여론과 어려움과 발전시켜야 할 사항을 파악해 당을 통해 정부에 반영시키고, 또 정부의 사정 탓에 이룩될 수 없을 때는 선거구민에게 이해를 시키고 해서 의원들은 정부와 국민들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3권 분립의 한 축이자 개개인이 입법기구이기도 한 국회의원을 단순히 정부와 국민 사이의 전서구(傳書鳩)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전전대통령의 정치인 관이다. 전전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정부정책의 홍보요원 내지는 설득요원 수준으로 끌어내리려 한 데는 과거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이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런 궤변에도 불구하고 민정당은 당원 상대 교육을 꾸준히 한 정당이었다. 한 인사는 “전두환 대통령의 통치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당원교육에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원교육에는 아낌없는 투자가 이뤄졌었다”고 회고했다.

서울 가락동의 민정당 중앙정치연수원에는 늘 민정당원들로 북적거렸고, 5박6일씩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되는 군사훈련 같은 연수를 민정당원들은 입에 단내를 풍기며 따라 했다. 새벽구보로 하루를 시작하고 낮에는 외부강사와 핵심당직자들이 강사로 나선 민정당 창당이념과 정책현안에 대한 강연을 들어야 했다. 밤이면 분임 토의가 기다리고 있었다.



중앙정치연수원 교육 뿐 아니라 83년부터 5공정권 내내 거행된 덕유산 평생동지수련대회에도 지역구 핵심당원들이 대거 동원됐다. 민정계의 한 인사는 “이렇게 당에서 실시한 각종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한 연인원이 100만 명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권위주의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런 식의 대규모 집체교육을 한 정당은 그 전에도 없었고 그 후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날 중앙정치무대 뿐 아니라 특히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서 활약하는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민정당 연수를 거쳐간 것만 보더라도 민정당의 당원교육은 우리 정치사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만 300여명 배출

지방자치단체에서 활약중인 민정계 인사들은 제외하더라도 현재까지 역대 정당 가운데 민정당만큼 많은 수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도 드물다. 민정당적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들과 민정당 출신으로 3당 합당후 민자당, 신한국당, 그리고 현재의 정당구도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을 합하면 대략 300여 명에 달한다는 것.

통상 정치권에서 민정계라 하면 전두환 전대통령 재임시절인 11대·12대 총선, 노태우 전대통령 재임시절인 13대 총선에서 민정당 공천을 받아 정계에 입문한 정치인들을 가리킨다. 현재 11∼13대 때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현재까지도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의원은 모두 23명이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이 17명이고 나머지는 민주당에 3명, 자민련에 2명, 그리고 민국당에 1명이 포진해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나라당에는 강재섭 김기배 김영구 김일윤 김태호 서정화 신경식 유흥수 이상득 이상희 전용원 정창화 최병렬 하순봉 현경대 의원 등이 아직도 민정계의 맥을 잇고 있다. 민주당에는 강현욱 김명섭 최명헌 의원 등이 민정계 이력으로 정치활동을 하고 있고, 자민련에는 김종호 이한동 의원 등이 민정계 출신 현역의원들이다. 민국당의 한승수 의원도 13대에 국회의원을 지낸 민정당 출신이다.

현역의원은 아니지만 정치적 비중을 따져볼 때 현역의원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정치인들까지 포함할 경우 민정계 정치인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김중권 민주당대표와 고건 서울시장, 박태준 전국무총리, 이종찬 전국정원장 등 여권의 쟁쟁한 실력자들도 그 정치적 뿌리는 민정계에 닿아 있다.

범위를 좀더 넓혀 5,6공 시절 행정부 장·차관 이상 관료를 지내며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과 정치적 인연을 공유한 인물들 가운데 현역 국회의원을 살펴보기로 하자.

한나라당의 경우 김용갑 박명환 이상배 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김의원은 5공시절 총무처장관을 지냈고, 박명환 의원은 민정당 당료 생활을, 이상배 의원은 내무부차관과 환경청장을 지냈다.

이밖에 민주당의 권정달 자유총연맹 총재, 자민련의 최재욱 총리비서실장 등도 비록 현역의원은 아니지만 5, 6공을 거치면서 정치에 입문한 민정계 정치인들로 여권에서 만만치 않은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에서 민정계의 영향력은 산술적인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정치권에서 활약하고 있는 민정계 인사들의 역할은 함량 면에서 웬만한 정치세력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여권을 보면, 한마디로 민정계가 여당의 당권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

지난해 12월19일 민주당 대표에 취임한 김중권 대표가 그 표본적 인물. 민정당 의원시절 김대표의 최종 직위는 사무차장이었다. 이수담 전의원은 “그때부터 김대표의 조직장악 능력은 대단했다. 그런 김대표가 민주당 대표를 맡는다고 했을 때 당시 김중권 차장 밑에서 당직생활을 했던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두 달 내에 김대표가 민주당을 장악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고 말했다. 민정계 당료들의 장담처럼 김대표는 민주당 입성 수개월만에 당의 구심으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또 민주당 정장선(鄭長善) 의원은 84년 민정당 사무직요원 공채 6기 시험에 합격해 당료생활을 시작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정의원은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일찌감치 경기도의회에 나서 정치적 입지를 넓혀나갔고 민정당 사무처 요원 출신으로는 드물게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영광을 누렸다.

자민련은 총재 및 총재대행이 모두 민정계다. 총재이면서 국무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한동 총리는 11대에 정계에 입문해 민정당에서만 원내총무,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을 두루 거친 인물. 김종호 총재대행은 11대에 정계에 입문해 5공정권에서 내무부 장관을 지내며 기반을 닦아왔다.

최근 민주·자민련 공조에 또 다른 세력으로 합세하기로 한 민국당 김윤환 대표도 빼놓을 수 없는 민정계 출신 인사. 만약 3당 공조가 현실화된다면 여권 3당 대표가 모두 민정계가 되는 ‘기현상’도 벌어질 전망이다.

민정계라는 계보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5, 6공 시절 관료 인맥 가운데서도 현정권에서 한몫 하는 인물이 적지 않다. 진념 경제부총리는 88년에 해운항만청장을 시작으로 관계의 요직을 두루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민주당 전국구 의원인 최명헌 의원도 88년 2월 노동부 장관을 지낸 6공 관료 출신. 서정욱 과학기술부 장관은 6공 중반 과학기술처 차관을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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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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