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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총재 김명윤이사장도 당했다”

희대의 사기사건 방정환재단 스캔들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권노갑총재 김명윤이사장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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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선생.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어린이 날’을 제창한 어린이 운동의 선각자. 저승의 소파선생이 요즘 피곤하다. 그를 기린다며 설립된 한국방정환재단을 둘러싸고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수억원의 기부금이 들어오는가 하면, 또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있다. 재단 창립자를 자처하는 인물이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유족들은 당장 재단을 해체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처투성이 방정환재단의 내막을 들여다보았다.
3월9일 저녁, 서울 종로경찰서 수사계 조사실 한편 구석. 40대 초반에 정장차림인 한 사나이가 조사형사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그 옆에는 함께 근무하다 최근 이 남자에 의해 해직된 여직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담당형사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이종찬(李宗燦). 올해 41세로 지난해 한국방정환재단 창립과정에 결정적 구실을 했고 지난해에는 재단 이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선생은 어린이운동을 일으킨 선각자. 방정환재단은 방정환 선생의 뜻을 기려 애국·애족 사상과, 어린이·청소년사랑의 실천정신을 추모·선양·계승할 목적으로 99년 문을 열었다.

그런 단체의 창립에 기여한 인물이 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앉아 있는 광경부터가 어딘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기자임을 확인한 이씨는 “할 말이 무척 많다. 기회가 되면 모두 얘기하겠다. 못할 이유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장은 경찰 조사 때문에 길게 얘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현대판 ‘가짜 이강석 사건’



이씨는 2000년 12월7일 ‘세계어린이운동 발상지 기념탑’건립 사업 명목으로 삼성생명에서 받은 2억원과 마사회에서 받은 2000만원, 도합 2억2000만원의 사업비 가운데 1억여원을 허위 지출 등의 방식으로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이씨는 지난해 8월 ‘소파 방정환문집(전2권)’ 5400질을 전국 초등학교에 무상기증하는 사업을 위해 한화그룹이 문예진흥원을 거쳐 지원한 3억원의 사업비 가운데 1억5000만원 가량도 횡령, 착복 및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사실을 적시해 이씨를 경찰에 고소한 방정환재단의 이억순 상임부총재와 황인환 사무총장 등에게 소 취하를 목적으로 친인척과 측근들을 시켜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어린이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은 재단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 힘든 혐의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 사건이 눈길을 끄는 것은 방정환재단과 관련해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이다. 정계, 재계, 학계, 연예계, 체육계, 문화계 등 이름 석자만 대면 누구나 알 유명인들이 이 사건의 피해자로, 혹은 가해자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종찬씨는 이들 유명인들의 한가운데에 서서 이들의 명성을 활용해 마음껏 재단을 움직이고, 돈을 움직이며 비리 혐의가 있는 사건들을 저질러왔다. 한마디로 1960년, 전국의 관공서에 출몰해 당시 정계 실세였던 이기붕의 아들이라며 기관장들의 융숭한 대접을 받고 사라졌던 ‘가짜 이강석 사건’을 연상케하는 사건 얼개를 갖추고 있다.

그러면 도대체 방정환재단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현대판 ‘호가호위(狐假虎威) 사건’을 살피기에 앞서 사건의 온상인 방정환재단의 생성과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방정환재단의 ‘출생의 비밀’을 보노라면 이번 사건의 성격이 한눈에 드러난다.

사건은 소파선생이 생전에 만든 어린이운동 단체인 색동회에 이종찬씨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색동회는 1923년 일본유학중이던 소파선생이 어린이 잡지 ‘어린이’를 창간하면서 본격적으로 어린이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마해송 정인섭 최진순 이헌구 윤석중 이헌구 최영주 등 소파와 뜻을 같이하던 초기 어린이운동가들이 이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색동회는 본격적인 어린이운동을 일으키는 전초기지 노릇을 한 곳으로 지금도 아동문학가 및 어린이운동가들을 중심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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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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