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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취재|西사할린 석유개발 전모

20년 동안 쓸 수 있는 油田 터진다

  • 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j@donga.com

20년 동안 쓸 수 있는 油田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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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Miller & Lents’사는 2000년 7월부터 12월까지 서사할린에서 탄성파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홈스크 광구는 원유 추정 매장량이 75억배럴, 채유 가능한 양은 24억 4600만 배럴로 나왔다. 홈스크 광구 아래에 자리잡은 파이오니어 광구는전체 면적의 7분의 1만 탐사했는데 추정매장량이 34억 배럴, 채유 가능량이 10억 6800만 배럴로 나왔다.
지난 2월16일 서울 르네상스 호텔. 한국 에너지 개발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한·러 합작 유전 개발 협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측 기업인 (주)대현자원개발과 러시아측 파트너인 (주)코스트로마네프테가스사 및 (주)홈스크테프테가스사는 ‘사할린 석유 및 가스개발 프로젝트’에 관한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이 날 한국측에서는 (주)대현의 왕기주 사장을 비롯, 에너지 전문가·석유공사·산업자원부 관계자들이, 러시아측에서는 홈스크시 돌기허 시장과 (주)코스트로마네프테가스사 및 (주)홈스크테프테가스사의 미하일비치 사장 등이 참석했다.

현재 한·러 양측이 합작으로 개발하려는 유전은 서사할린 지역의 홈스크 광구와 파이오니어광구이다(지도 참조). 홈스크 광구는 면적이 605km2로 싱가포르만한 크기다. 이 곳의 말킨스카야 지구에 현재 높이 51m의 시추탑을 설치하고 시추를 진행하고 있다. 홈스크 광구 바로 아래에 있는 파이오니어 광구는 면적이 640km2 정도 된다.

이 두 광구 지역은 사할린의 주도(州都)인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서북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홈스크시 주변에 있다. 사할린 가스 유전 지대는 사할린과 대륙 사이의 타타르 해협에 붙어있는 곳으로 1만3600km2 면적에 50억∼55억t의 가스,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의 총매장량과 맞먹는 양이다.

이 곳은 유전을 개발하기에는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갖고 있다. 홈스크 지역은 사회간접자본이 잘 갖추어진 곳이다. 도로, 철도, 저장 창고, 전력선 등이 구비되어 있고, 1만2000t의 원유 저장 시설도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사할린 최대의 부동항인 홈스크시(인구 51,200명)로부터 14km 떨어진 거리에 있다. 그래서 파이프라인을 20km 정도만 건설하면 부동항인 홈스크항까지 천연가스와 원유를 실어나를 수 있다.



최고의 입지조건

한국까지의 이동 거리도 짧다. 홈스크항에서 일본 하코다테까지는 600km, 부산항까지는 1900km, 상하이까지는 2700km, 타이페이까지는 3400km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원유 소비량의 75.7%를 중동에서 가져오는 한국으로서는 엄청난 물류비 절감이 예상된다.

현재 러시아 쪽이 한국의 개발 참여를 요청하고 있는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가스전에 견주더라도 2분의 1 미만의 거리다.

홈스크에는 일본이 건설한 옛 군용비행장(활주거리 1200m)까지 있다. 러시아는 얼마 전까지 이 비행장을 군용 관제기지로 이용했다. 아울러 사할린에는 다른 유전 지역과 달리 오일 비즈니스에 얽힌 조직적인 범죄가 전혀 없다.

이곳에는 30만 정도의 사할린 교포들이 살고 있다. 대부분 일제 때 징용으로 끌려간 사람들의 후예다. 이들을 우선 고용하여 생계를 지원하고 사할린 지역 중 일부를 한국촌으로 만들 수도 있다. 또 장차 이 지역을 면세 지역으로 지정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할린 주정부는 한국이 투자를 하면 여러가지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지역에 대한 지질학적 조사는 이미 1981년과 1999년 9∼10월 두차례 실시되었다. 그 중 1999년 조사는 홈스크 지역의 채굴권을 가진 코스트로마네프테가스사의 용역을 받아 보스톡게올로기아사가 조사했다. 그 결과 가스, 석유의 시추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천연가스도 기대

1961∼1972년 사이에도 여러 차례 시추가 있었다. 1968년 시추 때는 지하 480m 지점에서 천연가스층이 발견됐다. 러시아 연방 천연자원부 산하 전 러시아 지질석유연구소는 종합 조사 결과 이 지역에 대략 3억4000만~3억5000만t의 화석연료가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했다(99.6.29). 러시아 연방경제부 광물자원과 측지경제국의 전문가 평가에 따르면 3억6000만t에서 3억9000만t이 매장되어 있는데, 그 중 천연가스가 2800억∼3050억m3, 원유가 8000만∼8500만t이 묻혀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러시아 자체 측정 결과이고,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미국 원유 컨설팅 회사의 분석도 있다. 이 유전을 개발 중인 러시아의 (주)코스트로마네프테가스사는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해 6월, 미국 휴스턴의 세계적인 원유·가스 전문 컨설팅사인 ‘Miller&Lents’에 평가를 의뢰했다. ‘Miller&Lents’사는 2000년 7월부터 12월까지 탄성파 조사(인위적으로 지진을 일으켜 나타난 자료를 토대로 지하자원을 조사하는 방법)를 실시했다. 그 결과 홈스크 광구는 원유만 따져 추정 매장량이 75억 배럴, 채유 가능한 양은 24억4600만 배럴로 나왔다. 홈스크 광구 아래 자리잡은 파이오니어 광구는 전체 광구의 7분의 1만 탐사했는데 추정매장량이 34억 배럴, 채유 가능량이 10억6800만 배럴로 나왔다.

한국의 한해 원유도입량은 7억∼8억 배럴 정도다. 1배럴 당 원유가격을 24달러 정도로 계산한다면 한 해에 원유를 수입하는 데 쓰는 돈만 180억∼200억 달러다. 홈스크 지역의 가채(可採) 매장량은 미국의 ‘Miller&Lents’사 분석을 따를 경우 두 곳을 합쳐 35억 배럴 정도다. 한국의 한해 원유 소비량의 10∼15% 정도를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양이다.

서사할린 유전에서는 원유 뿐 아니라 천연가스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10일 이한동 총리는 미하일 카시야노프 러시아 총리와 가진 한·러 총리회담에서 이르쿠츠크와 사할린 가스전 개발 사업을 협의하고 한·러 에너지협력협정을 체결했다. 현재 국내의 주된 가스 도입선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오만, 카타르 등 중동국이다. 러시아로부터 들어오는 양은 거의 없다.

국내의 한해 가스(LNG) 도입량은 1400만∼1500만t으로 금액상 약 5조 원에 이른다. 정부가 가스 도입선을 러시아로 확대하려는 것은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원을 찾기 위해서다.

한·러간에 지금까지 논의된 가스·원유 개발 사업은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 북사할린 유전 개발이다. 2001년 2월27일 한·러 정상회담 결과 발표된 한·러 공동성명의 일부다.

양측은 ‘대한민국 정부와 러시아 연방 정부간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에 관한 협정’이 성공적으로 이행되어 오고 있음을 환영하였다. 양측은 이르쿠츠크(코비크타)에서의 가스전 개발에 있어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 한편, 양국간 광물자원 교역 및 사할린과 여타 러시아 지역에서의 석유와 가스 개발 사업에 한국측이 참여하는 문제와 같은 상호 관심사에 대해 계속 협의하기로 합의하였다.

현재 극동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과 관련해서 거론되고 있는 곳은 ▲이르쿠츠크 가스전 ▲북사할린 유전 ▲서사할린 유전 등 세 곳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측이 한국에 투자를 권고해온 지역은 이르쿠츠크 가스전과 북사할린 유전이었다. 그러나 에너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두 곳은 사업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먼저 이르쿠츠크 가스전의 경우 거론된지 7∼8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곳은 한국까지 4200km가 넘는 송유 가스관을 설치해야 한다. 따라서 초기에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며, 지금 당장 사업을 시작한다 해도 최소한 8년 뒤에야 결과를 볼 수 있다.

북사할린의 경우는 해저 유전이고, 바다가 얼기 때문에 1년 중 6개월만 작업이 가능하다. 또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이 거의 없고, 남사할린의 부동항 코사코브항까지 가스와 원유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 750km를 설치해야 한다. 물론 러시아는 한국측이 이 두 곳을 개발해 주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사할린의 경우도 러시아측이 희망하는 곳은 북사할린 유전이다.

한국이 참여하는 서사할린 유전은 북사할린 유전보다는 입지 조건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리하다. 지상 유전이고 부동항 근처에 있기 때문에 별도로 수백km에 이르는 송유관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현재 서사할린 프로젝트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투자자를 유치하는 문제다. 엄청난 개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Miller & Lents’사의 최종 평가서에 따르면 원유만 따져서 매출 가능총액이 미화 773억 달러, 매출 순익이 145억 달러나 되지만, 향후 20년간 45억∼5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러시아쪽 개발회사가 한국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이유도 이처럼 막대한 비용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일본같은 선진국의 석유 메이저에게 돌아갈 수도 있었다. 한국에 이 프로젝트가 올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교포 발레리 최씨(50·한국명 최경덕)의 노력 때문이다. 최씨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된 부친 최해진씨(경남 울산 출신, 67년 작고)와 모친 김구열 여사(84)의 7남매중 네째로 사할린에서는 드물게 블라디보스톡에서 대학을 나온 인텔리다.

그는 주(州)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90년대 소련연방이 해체되면서 실직했다. 그 뒤 건축·수산업에 종사하다 현재는 사할린에서 가장 큰 수산공장인 ‘센츄리’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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