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의 서두로 교수법 강연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간다. 새 시대 교수법은 크게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중 첫째는 효과적으로 강의하는 ‘기술’을 다룬다. 이 내용은 반드시 교수들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교수법은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대인관계 기술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고, 이런 기법은 요즘 같은 정보화시대에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매주 보내는 무료 전자주간지 ‘새 시대 교수법’은 초·중·고 교사, 목사, 학원 강사, 회사원들도 구독하고 있다.
비디오 촬영을 통해서 자신의 강의 기법을 개선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연구 중심 대학 중에 최고라고 하는 하버드 대학에서도 매해 200명 이상의 교수가 자발적으로 강의기술 향상을 위해 비디오 촬영을 하고 자문을 받는다. 놀라운 일이다. 이런 예는 연구 실적을 높이려면 강의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통념을 무참하게 깨버린다. 한국 대학도 ‘연구 아니면 강의’라는 상호배타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야만 강의와 연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뛰어난 강의 기술이 있으면 강의 준비에 적은 시간을 들이고도 더 큰 효과를 보게 되니 연구에 들일 시간이 더 많아진다. 강의기술을 터득하기 위해서 오늘 몇 시간을 투자한다면 두고두고 몇 백, 몇 천 시간으로 되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30분짜리 강의를 준비해서 한 시간으로 늘려서 강의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겪어본 이는 다 안다. 이런 정신적 고통을 은퇴할 때까지 느낄 것인가?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교직의 장기전략에는 교수법 기술 향상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유능한 교육자의 특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학생에 대한 배려, 강의 준비와 열의, 명확하게 설명하는 능력, 흥미유발, 전문지식, 토론을 장려하는 것 등이다. 명강의는 강의 시간을 몽땅 선생님의 목소리로 메우지 않는다. 학생의 목소리가 많이 들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내가 즐겨 쓰는 말이 있다.
“선생님이 질문하고 스스로 답하는 강의는 최하급 강의. 선생님이 질문하고 학생이 답하면 조금 발전한 강의. 학생이 한 질문에 선생님이 답하면 바람직한 강의. 최상급 강의는 학생이 한 질문에 다른 학생이 답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학생 중심 교육의 기본이다. 학생의 참여도를 높여서 학생이 자신의 교육을 스스로 책임지도록 이끄는 것이다. 학생 중심 교육이란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아니다. 학생이 자신의 교육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이것이 평생교육의 기본이다.
새 시대 교수법 강연 끝에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다.
“명강사는 타고나는 것 아닙니까?”
다시 말해서 강의 실력은 선천적인 능력이니까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말은 종종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라면 불필요하게 노력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는 엉뚱한 결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는 자기방어 논리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식이 숨어 있다. 유능한 교수는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으며, 이런 식의 자기합리화는 성립되지 않는다.
또 자주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미국 교수들은 한 학기에 한두 과목만 가르치지만 기본적으로 서너 과목을 가르치는 우리 한국 대학의 현실에서 본다면 강의 준비를 잘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런 질문은 주로 미국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교수에게서 나온다. 그렇다. 한국 유학생은 미국의 수많은 대학 중에서도 교수가 한 학기에 한 과목만 가르치는 대학에서 주로 공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학은 미국에서도 200개 안팎이며, 3800개가 넘는 미국의 대학 중 톱 5%에 속하는 대학이다. 미국에서도 교수가 한 학기에 네 과목 이상 가르치는 4년제 대학이 40%가 넘는다. 이렇게 보면 미국 대학의 실정이 한국에 상당히 왜곡되어 알려져 있는 셈이다.
그뿐 아니다. 교수들의 시간 활용도를 조사한 연구를 보면, 미국에서는 연구 중심 대학의 교수들마저 연구보다 오히려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미국의 연구 중심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평균적으로 연구에 32%, 교육(강의)에 40%를 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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