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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사업, 환경친화적으로 추진할 秘策있다

무소신 환경부, 외곬수 농림부, 이상주의에 빠진 시민단체를 향한 한 과학자의 냉철한 호소

  • 홍욱희 < 세민환경연구소 소장·환경학박사 >

새만금 사업, 환경친화적으로 추진할 秘策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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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큰 문제는 새만금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투자해야 할 사업비가 지금까지 쓴 돈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새만금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완성시기가 2012년경으로 잡혀 있는데, 그때까지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공사비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이렇듯 사업이 절반 가량 추진된 대단위 토목사업에서 총공사비 규모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새만금사업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총공사비를 추정하기 곤란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방조제를 둘러치는 외곽 공사비는 쉽게 산정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내부 간척지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는 데 있다. 그러니 공사비 자체를 추정할 수 없는 것이다.

농림수산부가 새만금사업을 처음 구상할 때 내부 개발비로 책정한 비용은 당시 불변가격으로 4800억 원이었다. 그런데 최근 전라북도의 의뢰로 한 연구기관에서 내놓은 새만금 내부 종합개발비는 무려 13조5000억 원에 이른다. 물론 이는 새만금 간척지를 순수한 농경지가 아닌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했을 때의 추정비용이지만, 이렇듯 내부 개발비 추정규모가 천양지차여서 향후 새만금사업에 투자해야 할 총공사비에 대해서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총공사비를 추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또다른 요인은 그 동안 이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원래 계획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가랑비에 옷 젖듯 찔끔찔끔 이뤄졌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방조제 공사는 1991년부터 98년까지 7000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완료됐어야 했다. 하지만 전술한 대로 완공예정 시기를 3년 남짓 넘긴 지금까지 공정은 60%에 머물고 있으며 그 동안 방조제 총공사비 규모는 1조3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제껏 방조제 공사에 6000억 원 정도가 투자됐으니 앞으로 훨씬 더 많은 공사비를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다.



보상비도 계획 입안 당시에는 12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사업이 마냥 지연되면서 현재 44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새만금사업은 그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사업이 지연될수록 공사비가 점점 더 불어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 이 사업이 계속 미뤄진다면 공사비가 눈덩이처럼 커져서 설령 완공된다 해도 전혀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적자사업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

새만금사업을 계속할 것이냐, 중지할 것이냐 하는 결정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정을 미루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도 공사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 못내린 민관조사단

새만금사업에 요구되는 공사비 규모가 아무리 커진다고 해도 그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의 규모를 감안하면 이 사업은 충분히 경제성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된다. 광활한 간척지가 조성되는데다 이곳에서 연간 2000억 원이 넘는 쌀이 생산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만금사업은 1995년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이즈음부터 몇몇 환경전문가들은 이 사업으로 인한 환경파괴·훼손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96년에는 시화호 사태가 불거지면서 시민·환경단체들이 발벗고 나서 새만금사업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새만금사업 반대운동은 동강댐 건설 반대운동과 함께 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래 한층 조직적으로 추진됐다.

이들의 줄기찬 요구를 반영해 99년 5월, 환경적인 측면에서 새만금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기 위한 새만금사업 환경평가 민관(民官)합동조사단이 출범했다. 이 조사단은 그 후 16개월 동안 활동하면서 사업의 경제성과 환경보전성, 그리고 새만금호 수질보전 가능성 등 세 가지 측면을 분과위원회별로 심도있게 검토해 지난해 8월 최종보고서를 작성하고 해체했다.

정부와 국민은, 사업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주장과 사업중단을 요구하는 시민·환경단체들의 주장을 조사단이 착실하게 점검해서 사업중지를 포함해 향후 어떻게 가닥을 잡는 것이 국가의 100년지대계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지 결정해줄 것을 기대했다. 따라서 민관조사단이 최종보고서에서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다면 새만금사업에 대한 논란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민관조사단 조사위원 20명은 ‘사업지속’과 ‘사업중단’으로 의견이 갈려 아무런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지금 시점에서 이미 지난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터이니 민관조사단의 활동 내용에 대해서는 상세히 논의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렇지만 우리 역사상 최초로 이런 성격의 민관조사단이 결성될 수 있었다는 것은 이제 국민의 동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책사업을 추진하지는 못한다는 전례를 확실하게 남겼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작지 않다.

1995년 이후 현재까지 줄기차게 지속되는 시민·환경단체들의 새만금사업 중지 요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장을 근거로 한다.

첫째는 갯벌의 가치가 농경지의 가치보다 월등하다는, 또는 그에 버금간다는 것이다. 둘째는 새만금사업으로 조성되는 새만금호의 수질오염이 심각해서 제2의 시화호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점이며, 셋째는 이 사업으로 인해 인근의 해양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관조사단이 이런 주장을 심도있게 검토한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조사단의 활동으로 이런 주장의 타당성을 밝히는 데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가 추천했던 10명의 조사위원은 10명의 정부측 조사위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고, 또한 정부측 조사위원들도 시민단체 추천 조사위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사업의 지속과 중지 어느 쪽으로도 의견을 정하지 못한 채 해체하고 만 것이다.

필자도 당시 민관조사단의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시민단체가 필자를 추천한 데 대해 지금도 자부심을 느낀다. 필자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하는 데 찬성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활동기간 내내 한편으로는 시민단체 주장의 당위성을 인정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다고 해서 과연 그들의 주장이 이미 절반 가까이 진행된 사업을 중지할 정도로 절실한 타당성을 갖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새만금사업을 바라보는 두 가지 대립적인 관점의 핵심은 바로 갯벌과 논 중에 어느 것의 가치가 더 높은가 하는 것이다. 만약 둘 가운데 어느 한쪽의 가치가 다른 쪽보다 월등하다면 두말할 필요없이 사업을 중지하거나 아니면 지속하겠다는 결정을 명쾌하게 내릴 수 있으리라.

갯벌이냐, 논이냐

시민·환경단체들은 새만금사업으로 사라지는 갯벌이 각종 생물이 풍부한 자연생태계로, 그리고 조개류와 갑각류 등 갯벌에서 잡아들이는 수산자원의 생산지로 더없이 귀중하므로 방조제가 아직 완성되지 못한 지금 공사를 중지해서 갯벌을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시민단체들의 추천을 받은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위원들은 줄곧 이런 주장을 바꾸지 않았는데, 이들은 그 증거로 갯벌의 탁월한 오염물질 정화능력까지 감안하면 갯벌의 가치가 농경지보다 몇 배 내지 몇십 배 더 중요하다는 외국 학자의 논문이나 유수 학술잡지에 게재된 보고서를 제시하곤 했다.

이에 대해 농림부나 농업 관련 학계에서는 “논도 경제적인 부를 창출하는 면에서나 홍수방지 등의 환경보전 측면에서 갯벌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맞섰다.

갯벌이 중요한가 또는 논이 더 중요한가 하는 논쟁에 대해 필자가 여기에서 어느 한쪽의 주장에 동조한다면 이 글은 새만금사업 논쟁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소모적인 논쟁 대신 이 쟁점에 관해 필자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을 내려보기로 한다.

먼저, 갯벌의 가치와 논의 가치 중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그 어느 쪽도 실제로는 상대방의 주장에 정면대응을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갯벌의 가치를 더 높게 여기는 일부 환경학자와 시민단체들이 들고 나오는 증거자료들은 고작해야 외국의 학술잡지에 실린 것이 전부이며, 우리나라에서 얻어진 실증적인 자료는 아직 없다.

그런가 하면 논의 가치에 더 비중을 두는 농림부나 농업 관련 전문학자들의 주장도 공허하기는 마찬가지인데,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그토록 많은 간척사업을 추진하고서도 이들은 논의 생산성이 갯벌에 비해 더 높음을 증빙하는 구체적인 증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양쪽 진영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국민은 과연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갯벌의 가치와 논의 가치에 대해 양 진영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장 주된 이유는 일반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양쪽의 주장이 모두 정당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양쪽의 주장은 피차 절반의 타당성을 가질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양자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야 갯벌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터인데 그 대답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어떤 지역의 갯벌은 생태계 보호와 수산자원의 보전 면에서 논의 가치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귀중한 반면, 또 어떤 지역의 갯벌은 설령 환경보호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일반적인 논의 가치보다 훨씬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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