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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이민열풍, 왜 캐나다인가

캐나다 드림 꿈꾸는 ‘30·40대 고학력 중산층’

  • 박은경 < 자유기고가 >

캐나다 드림 꿈꾸는 ‘30·40대 고학력 중산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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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받을 충격이 걱정돼 아직까지 이민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는 김씨. 아이들이 다 자란 10년 후쯤 김씨 부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이다.

한편, 이민 설명회에서 만난 은행원 서모씨(남·40)는 “제2의 경제위기다, 구조조정이다 해서 분위기가 뒤숭숭하지 않으냐. 불합리한 사회구조와 갈수록 사생결단을 부추기는 직장문화에 이제 신물이 난다. 하루빨리 떠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사교육비가 부담스러운 눈치다. 1999년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의 연간 사교육비가 6조 7700억원에 이른다. 더구나 갈수록 심화되는 교실붕괴 현상, 혹시 내 아이가 학교에서 ‘왕따’당하지는 않을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어린이 교통사고와 화재참사는 언제 내 아이를 희생자로 만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부모 마음을 잠시도 편할 날이 없게 만든다.

‘한국이 싫다’며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의 불만은 이민과 관련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표출된다. 자신을 40대 초반에 직장경력 14년차의 부장이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둘이다. 피아노 영어 태권도 등 적지 않은 학원비가 지출되고 있는데, 앞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외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은 뻔한 일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비능률 부조리 불합리 등을 감안할 때 아이들에게 더 나은 조건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나라에서 살게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이 싫다”



자신을 37세의 ‘가장’이라고 밝힌 남성은 “이렇게 기회와 자유를 박탈당하고 세금을 강탈당하는 조국이 싫어 떠나고자 한다”는 비장한 심경을 밝혔다. 또 다른 주부는 “이 땅에 태어나서 잘못한 것도 없고, 의무와 책임을 다했는데도 이 땅의 주인이 아닌 것 같은 심정으로 캐나다 이민을 준비중”이라고 허탈감을 토로했다.

40대 초반의 한 남성은 “캐나다 이민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직장에서 느끼는 한계 때문이다. 남들처럼 든든한 (연)줄도 없고, 믿을 거라고는 실력밖에 없어 오로지 전문지식으로 버텨왔는데 이젠 체력도 달리고 컴퓨터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기술혁신이 되어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새 삶을 찾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사회 일각에서는 최근의 이민 열풍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령·학벌·노동능력 등이 고려되지 않은 채 가족연고초청이 많았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이 땅의 경제를 이끌어나가야 할 중추세력인 30~40대의 능력 있는 전문직 남성이 이민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가 만든 ‘형태별 해외이주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제결혼을 제외한 이민형태가 연고(가족 또는 친지)초청에서 취업이민으로 점차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6년 40%를 기록한 연고초청은 이후 꾸준히 증가해 98년 48%에 육박했으나, 이듬해인 99년에는 26.4%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대신 취업이주는 98년 27.2%에서 99년 41.6%로 대폭 증가했다.

98년 15.6%를 차지했던 사업이주는 99년 20.4%로 증가했으나, 지난해 다시 15.7%로 감소했다. 지난해 연고초청은 21.9%로 더욱 감소한 반면, 취업이주는 54.7%로 99년에 이어 또다시 급증해 최근 30~40대 고학력 전문직 남성의 취업이민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취업이민(캐나다의 경우 독립 또는 기술이민)의 증가율은 최근의 캐나다 이민 증가율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미국 취업이민의 문이 좁아지자 이들 중 많은 수가 캐나다를 선택하고 있는 것.

외교통상부 재외국민이주과 방민수 사무관은 “미국에 가려고 이민수속을 밟던 사람들이 도중에 문제가 생기면 캐나다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미국은 이민수속 기간이 캐나다에 비해 길고, 쿼터 문제 등으로 까다롭기 때문에 캐나다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260여 가구의 캐나다 이민을 주선한 이민수속 대행업체의 한 직원은 “독립(취업)이민과 순수투자이민 비율이 70 대 30 정도로 독립이민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한다. 신세계이주공사 박필서 사장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취업이민을 위해 이 나라를 떠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 사장은 “취업이민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는 그 동안 축적한 재산이 많지 않아 투자이민이 어려운 고학력 샐러리맨들이, 취업이 가능하고 살기 좋은 나라를 찾아 떠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왜 캐나다인가. ‘이민=미국’이라는 등식을 깨고 캐나다가 가장 선호하는 이민국으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우선 캐나다의 자연환경과 사회 환경을 들 수 있다. 캐나다는 전체 국토면적이 한반도의 45배에 달하는 반면, 인구는 남한의 절반인 3000여 만 명에 불과한데다 자연경관이 좋고 공기가 깨끗하다.

뿐만 아니라 ‘인종의 모자이크 지역’이라 불릴 만큼 주류인 영국계와 프랑스계 캐나다인 외에 독일과 이탈리아, 중국계 등이 섞여 살기 때문에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와 달리 인종차별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여러 인종과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곳이 바로 캐나다다.

한편, 주한캐나다교육원에 따르면 90년 이후 매년 170여 개국을 대상으로 생활환경을 비교하는 UN연차보고서에서 캐나다가 92, 94, 95, 96년 네 차례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1위에 뽑혔다고 한다. 이어 스위스조사연구기관(The Cor- porate Resources Group)이 정치·사회적 환경, 문화·건강·교육시설, 여가생활과 주택·자연환경 등 42개 조건을 비교·평가한 조사에서 캐나다 도시 중 4개가 세계 12위권 내에 올랐다.

이외에 대학을 제외한 초·중·고 교육시스템이 미국보다 낫고, 무엇보다 전세계에서 사회보장제도가 가장 잘 돼 있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점이 캐나다의 매력이다.

다양한 이민지원 프로그램

박필서 사장은 “캐나다는 만 18세 미만까지 의무교육이어서 국립학교의 경우 교육비가 전액 무료다. 뿐만 아니라 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자녀 양육비를 월 16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영주권만 받으면 고등학교까지 전혀 돈 안들이고 교육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하기 때문에 영어 교육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런 조건 때문에 캐나다로 아이를 유학 보내려던 부모가 이민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이외에 캐나다 정부는 이민자를 위해 무상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여러 가지 지원프로그램을 시행중이다. 6~12개월간 무료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며, 월 10만 원 정도만 지불하면 3개월 과정의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재교육기관도 매우 다양하다. 이민자를 위한 여러 가지 혜택 외에 캐나다 이민법이 미국과 비교해 훨씬 덜 까다로운 점도 캐나다 이민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우선 미국은 취업이민에 여러 단계의 순위를 정해놓고, 전체 취업이민자 수를 쿼터제로 묶어 놓았다. 예를 들면 전체 취업이민자 몇 명, 그중 1순위는 몇 명 하는 식으로 이민자 수를 할당하는데 순위가 낮을수록 할당률이 줄어들기 때문에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취업이민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캐나다는 학력·경력·직업·나이 등 기본자격 요건을 정해놓고 이를 점수로 환산해 일정 점수가 넘으면 누구나 이민이 가능하다. 따라서 캐나다는 미국에 비해 취업이민이 훨씬 쉽고, 인터뷰 면제율도 60~90%에 달할 만큼 이민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한편, 과거에는 가족연고초청을 통해 미국으로 이민 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연고초청에 걸리는 기간이 무려 7~12년이나 된다. 이 역시 쿼터제에 걸려 이민 대기자가 밀려 있다. 이런 사정도 최근 사람들이 캐나다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투자이민(사업 또는 기업이민) 역시 미국의 경우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엄두를 내기 어렵다. 미국에 투자이민을 가려면 6억 원 이상을 사업에 투자해야 하지만, 캐나다는 3억~4억 원 되는 자산증명서만 있으면 실제 사업에 얼마를 투자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적게는 6억 원 이상, 많게는 12억 원 이상을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미국에 비해 투자이민에 드는 비용이 훨씬 적은 셈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투자이민자에게 2년 만기 한시적 조건으로 영주권을 발급한 뒤, 2년 후 사업 전반에 대한 심사와 이민법 이행여부 심사를 거쳐 ‘조건해지’를 시켜준다. 최악의 경우 영주권 조건해지가 안되면 추방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 미국에 비해 적은 돈으로 마음놓고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이 캐나다인 셈이다.

이주공사업계에 따르면 “호주나 뉴질랜드 이민이 주춤한 이유는 가서 살기는 좋지만 시장이 좁기 때문에 사업을 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취업 역시 자리가 많지 않다. 반면 미국은 시장성이 네 나라 중 가장 좋지만 투자이민의 비용부담이 커 꺼리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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