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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이민열풍, 왜 캐나다인가

영어에 울고 교육에 웃는 자영업자 코리언

현지르포·캐나다의 한국인·한국인 사회

  • 황용복 < 전 중앙일보 기자, 밴쿠버 거주 >

영어에 울고 교육에 웃는 자영업자 코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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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캐나다에 이민 와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미국 등 다른 이민지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캐나다의 한국교민들이 어떤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지에 관한 데이터는 교민의 거주지 분포 자료 이상으로 찾기 어렵다. 필자의 관찰과 교민사회 사정에 밝은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가장 보편적인 생업이 소형 자영업이다. 상시고용(풀타임) 근로자로 취업한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말과 문화가 다른 이민지에서 생업 선택의 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교민이 어떤 업종의 소형 자영업에 많이 종사하는지는 다음 몇 가지 자료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일보 캐나다지사가 발간한 온타리오 주 한인전화번호부(1997년판)의 업소·인명부 편에는 총 1361개 업소가 140개 업종으로 나뉘어 게재돼 있다. 이 자료에는 업소가 가장 많은 업종인 그로서리(식품잡화점)는 제외돼 있다. 업소 수 상위 15개 업종은 와 같다. 밴쿠버 한인회가 발간한 1997년판 한인록에는 총 1397개 업소가 101개 업종으로 나뉘어 수록돼 있다. 역시 상위 15개 업종은 와 같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한인협동조합실업인협회가 1998년 12월 집계한 회원업체들의 업종별 수는 과 같다.

세 가지 자료의 업종 분류 방식이 서로 다르고, 교민업소가 모두 수록돼 있지는 않지만 교민들이 보편적으로 차리는 업종(교회·한글학교 등은 제외)이 ▲그로서리 ▲식당·패스트푸드점 ▲세탁소·빨래방 ▲부동산중개 ▲개인교습소 ▲한국식품점 등임을 알 수 있다.

소형 자영업소들은 대개 부부가 중심이 돼 소수의 종업원을 고용해 운영된다. 자녀들이 일손을 돕는 경우도 흔하다. 이와 같은 가족형 자영점포를 북미에서는 ‘mom-and-pop store’라 부른다. ‘엄마·아빠 가게’라는 뜻이다.

토론토 소재 한인비즈니스자문그룹(KBAG)의 보고서에 따르면 1986년부터 1996년까지 온타리오 주에 정착한 한국인 사업이민자(entrepreneur, 한국 이민알선업계에서 통칭 ‘기업투자이민’)는 총 1053명(부양가족 제외)이었고, 1인당 평균 투자액은 9만5512달러였다(이 글에 나오는 화폐단위 ‘달러’는 모두 캐나다달러를 지칭한다. 2001년 2월 초 현재 1달러의 매매 중심 환율은 약 830원이다). ‘사업이민’이란 캐나다 이민법에 따른 경제이민의 한 유형이다. 이 유형의 이민자(가장)는 이민입국 후 2년 내에 사업을 시작, 가족 이외에 최소 1명의 상시종업원을 고용하는 조건(컨디션)으로 이민비자를 발급받는다.



교민 직업1위 식품잡화점

여기서 ‘투자’란 업체를 새로 차리거나, 기존 업체를 인수하거나, 기존업체에 동업으로 추가 출자하는 데 드는 비용을 말한다. 밴쿠버 일원의 한국교민 업체들의 매매가격도 온타리오와 비슷한 10만 달러 내외가 중심치인 것으로 보인다.

광역밴쿠버에서 이 정도의 돈으로 소형 비즈니스를 시작해 부부가 함께 뛰면 한 달 순이익 3000∼4000달러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액수는 부부의 인건비는 따로 없다고 본 것이다. 이 정도의 월수입이면 4인 가족이 넉넉하지는 않으나 그리 쪼들리지 않게 생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부가 함께 주 6일(월 25일)간 하루 10시간씩 영업하는 점포라고 가정하면 두 사람이 각각 한 달에 250시간씩 합계 500시간의 노동력을 제공한 셈이다. 그 결과로 얻는 월 3000∼4000달러는 시간당 6∼8달러에 해당한다. 밴쿠버가 소재한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8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교민들이 많이 종사하는 비즈니스는 그리 수익성 높은 장사가 아니다.

그러나 비록 하찮게 여겨지는 비즈니스라도 열심히 노력하는 교민들은 정착속도가 빠르고 그 자녀들의 가치관도 안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영어가 달리더라도 진취적 기상으로 이를 극복한다. 웃자고 다소 과장했겠지만 미국의 교민사회에는 다음과 같은 얘기도 떠돈다.

“뉴욕에서 청과물 가게를 차린 한국인 K씨는 영어를 못 했기 때문에 3년 동안 미화 100만 달러를 벌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영어는 ‘생큐’와 ‘아이 앰 소리’뿐이었다. 고객이 불평을 하거나 짜증을 내더라도 그는 연신 이 말만 계속했다. 그랬더니 찡그린 고객들의 얼굴이 펴졌고 차츰 단골이 늘었다.”

그가 만약 영어를 조금할 줄 알아 이치를 따지며 대들기 일쑤였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캐나다 사람들은 소형 비즈니스의 업주를 얕보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 실시되는 여러 형태의 직업별 존경도 조사를 보면 소기업 오너가 존경받는 위치에 있고 오히려 정치인·공무원·변호사·언론인 등이 그 반대인 것을 알 수 있다. 소형 점포에서 고객이 거만하게 굴어 업주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캐나다가 한국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보인다.

돈을 많이 갖고 이민 온 교민 중에는 놀고 지내는 사람도 있다. 이 나라에서 큰 비즈니스를 벌이려면 위험부담이 많고, 소형 자영업은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교민들은 골프나 교회 일 등에 매달리거나 한국에 자주 드나든다.

캐나다에서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한국에서 이자나 임대소득을 얻는 교민도 많다. 이 경우 역시 몸만 캐나다에 와 있을 뿐 정신적으로는 캐나다의 일원으로 통합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초기(1960∼1970년대)에 이민 온 교민 중 당대에 의사·교수·판사 등 엘리트적 지위를 확보했거나 소형 비즈니스를 넘어선 기업을 일군 사람도 상당수에 이르지만 이들은 30세 이전에 이민 또는 유학을 와서 이곳 대학이나 대학원에 다니며 주류사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도 젊은 나이에 캐나다로 이민 온 사람들 중에는 오자마자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에 매달리는 사람이 많다. 이들의 목표는 평생 대학에 남거나 아니면 학위를 받은 뒤 주류사회의 일원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미국에 비해 교육수준이 그리 뒤지지 않는데도 학비는 훨씬 싼 것이 캐나다의 매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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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복 < 전 중앙일보 기자, 밴쿠버 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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