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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0주년 기념 金大中 대통령 특별인터뷰

“당적 이탈·거국 내각 생각해본 적 없다”

  • 대담·김종심 < 동아일보 출판국장 > jonsim43@donga.com / 정리·김기영 < 기자 > hades@donga.com

“당적 이탈·거국 내각 생각해본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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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서는 여러 후보들이 경쟁하는 양상입니다. 차기 지도자감으로 어떤 유형의 인물을 염두에 두고 계신지요.

“지금 여권 내에는 여러 훌륭한 후보들이 많이 있습니다. 모두 충분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차기 지도자의 덕목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우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21세기 세계 일류국가의 건설을 위해서는 지식기반경제와 남북화해협력에 대한 비전과 소신도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선거는 이겨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당선 가능성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 모든 것을 당원들이 참작하게 될 것입니다. 누가 가장 애당적인지, 누가 가장 우리 당의 비전을 잘 성취해나갈 수 있는 인물인지 매일매일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의 총재로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최대한 공정하게 차기 후보 선출을 관리해나갈 것입니다.”

―향후의 권력구조에 대해서 대통령 4년중임제 혹은 내각제 개헌의 필요성을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생각해본 바가 없습니다. 지금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 온 국민의 뜻과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불필요한 논란으로 내부의 힘을 낭비해서는 안됩니다. 저 또한 총력을 다해서 경제를 살리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 문제는 제가 개입할 성질이 아닙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1년 남짓이면 물러날 사람입니다.”



―야당에서 ‘6·25전쟁은 성공하지 못한 통일 시도’라는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를 문제삼아 대통령 자진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현정권을 ‘친북세력’이라고 문제삼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부의 개혁정책을 사회주의적인 정책이라고 규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평가를 들으면 섭섭하십니까?

“섭섭하다기보다도 어이가 없지요. 그렇게 말한 분들은 (국군의 날) 연설문 안 읽어본 사람입니다. 우리 경제가 사회주의냐 아니냐 하는 논란도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IMF나 IBRD, OECD 등이 모두 우리나라를 신흥국가 중에서 모범적인 시장경제를 하는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세계언론도 그렇구요. 중동의 산유국가들도 한국을 경제발전과 산업화의 모델로 삼고 있다는 얘기가 방송에 나온 것을 봤습니다.”

무엇보다 평화가 중요하다

―‘시장경제를 한다면서 정부개입이 심하다. 그러니까 국가계획에 의한 사회주의 경제다’. 야당측 주장은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반면에 노동자 계층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개입이 약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등 정부가 협공을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정부가 시장개입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현정부가 들어서서 모든 규제가 반 이상 철폐 또는 완화되지 않았습니까? 과거 정권들은 은행 주식을 한 주도 안 갖고 있으면서 은행 간부를 실질적으로 임명하고 거액의 대출을 권력이 좌우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공적자금을 투자하다 보니까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은행도 있습니다만 은행장 선출은 인사위원회가 하지 정부는 개입 안하지 않습니까? 정부는 은행대출에도 개입 안합니다. 그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한보나 기아사건 같은 일이 없지 않습니까?

노동자 계층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이 정부는 합법적이고 정당하고 평화적인 노동조합의 권익 주장은 용납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운영에 관여하는 것은 노조의 임무가 아닙니다. 그러면 기업이 되지를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통합하려고 할 때 국민은행 노조원 1만명이 일산에 캠프를 차려놓고 반대할 때도 그것을 용납하지 않은 것은 (노조가) 경영에 간섭했기 때문입니다. 노조에 대해서는 정치참여도 인정해 주었습니다. 다만 노조의 본분과 관계없는 경영에 개입하는 일은 시장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용납 안하는 것입니다.”

―햇볕정책을 두고 야당을 비롯한 일부 보수층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 지원이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햇볕정책 추진과정에서 야당 설득 등 국민적 합의과정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그런 지적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는 바와 같이, 햇볕정책의 기본취지와 방향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고 있습니다. 식량의 지원도 다수 국민이 지지하고 있어요. 야당 역시 기본적으로 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고 있고, 이회창 총재도 최근 국회 연설에서 이를 확인했습니다. 얼마전에는 야당에서 먼저 대북 쌀 지원을 거론한 바도 있지 않습니까? 햇볕정책은 남북이 평화공존하고 평화교류하면서 우선 안심하고 살고, 서로 이해와 협력을 넓히자는 것입니다.

또 우리뿐 아니라 미·일·중·러 등 우리의 주변 4대국을 포함한 전세계가 햇볕정책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고, 북한에 대해 인도적인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북한을 일방적으로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평화에 도움이 되고 우리는 물론 주변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은 특히 우리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가집니다. 당장에 이번 미국의 테러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아무 동요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도 햇볕정책의 성과아니겠어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은 어떻게 됩니까. 그리고 답방이 성사됐을 경우 남북관계에 어떤 전기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시는지요.

“아시는 대로, 북한은 과거는 물론 최근 5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도 6·15 공동선언의 이행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그것은 김위원장 답방에 대한 약속 이행의지에 변화가 없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유감입니다.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적절한 시기가 되면 남북간 협의를 거쳐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일류상품’으로 세계와 경쟁을

―그러나 최근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했습니다. 북측에 따질 것은 따지는 등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습니까?

“정부로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입니다. 상봉 연기 직후 열린 통일외교안보분야 장관회의에서‘북측에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고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관련 부서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누차 강조해온 바와 같이, 이산가족 문제는 그 어떤 남북간의 현안보다도 중요하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애타게 상봉을 기다렸던 이산가족들의 실망이 얼마나 클지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앞으로도 정부는 이산가족 교류의 제도화를 통해 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과 만남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9월 미증유의 테러사건이 초강대국 미국의 심장부에서 일어나 미국은 현재 테러리스트 근절을 위한 ‘작전’중에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나름의 지원을 하고 있는데, 미국이 전투부대 파병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습니까?

“미국 테러사태를 처음 접하고 참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우리 국민, 아니 전세계인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테러는 어떤 명분,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인류 공동의 적(敵)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번 행동은 정당한 조치이고, 저와 우리 국민은 미국의 행동을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테러는 미국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어디서든 언제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일로 생각하고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한미상호방위조약 정신에 따라 필요한 모든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9월24일, 의료지원단과 연락장교단의 파견, 수송자산 제공, 반테러 국제연대 참여 등 대미 지원조치도 이미 발표했습니다. 이 지원조치도 아직까지 미국으로부터의 구체적인 요청이 없는 상태입니다.

우리 한반도는 전세계에서 안보적으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런 우리가 그 동안 남북화해협력의 길을 일관되게 걸어오지 않았다면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이때에 얼마나 큰 불안감에 휩싸였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평화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철통같은 안보태세와 한미동맹관계를 바탕으로 남북화해협력을 추진해 나감으로써 국민과 함께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장차의 평화통일을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일본도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경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만….

“그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저도 듣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테러를 근절하기 위한 이번 전쟁은 전세계가 모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일본도 그런 맥락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이해합니다. 이러한 적극적 움직임이 과거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우려를 주고 있는 것이겠지요. 따라서 일본은 자국의 방위력과 자위대 역할 증대에 대해 주변국의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감안해서 자위대 역할 증대에 관한 조치를 현행의 평화헌법 테두리 내에서 투명하게 취해나가줄 것을 기대합니다.”

―중국의 대약진, 세계적인 반도체산업의 장기불황 등 대내외적인 경제무역환경이 격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우리나라 경제의 활로와 산업발전의 방향에 대해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십니까?

“중국의 대약진을 말씀했지만, 정말이지 중국은 지금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올 들어 세계 경기침체 속에 대외여건이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우리의 3대 수출시장인 미국·일본·유럽이 함께 어려움을 겪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테러사태까지 일어났지요.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선 크나큰 시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회피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세계 일류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우리 경제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가장 값싸게 만드는 길밖에 없어요. 우리에게 가장 알맞은 분야를 선택해서 여기에 모든 역량과 노력을 집중해나가야 합니다. R&D투자 증대와 인력양성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그러한 가운데 수출과 내수 진작을 위한 노력을 병행해나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 어려운 고비를 지혜롭게 넘기면서, 상황이 호전됐을 때 도약할 수 있는 준비도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국내경제를 돌아보면 큰 기대를 모았던 IT산업이나 벤처산업에 거품이 빠지면서 증시가 침체하는 등 그 후유증이 적지 않은 실정입니다. 벤처나 IT산업이 침체에 빠진 원인과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난해 이후 시작된 국내외 주식시장의 장기 침체와 미국 테러사건의 영향으로 우리 벤처산업이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어요. 물론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매우 어려운 상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친 금리인하와 경기활성화대책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기업의 경영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기는 벤처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건실한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는 기회가 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장기화될 경우 기술력 있고 건전한 벤처기업마저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게 되는 등 벤처산업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어요. 따라서 정부는 벤처기업이 침체를 조속히 극복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조원의 벤처투자재원을 조성하고,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침체된 투자 분위기를 진작시키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벤처기업이 자금난을 겪지 않도록 돕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의 해외진출과 지방의 벤처인프라 구축도 중점 지원하고 있고요.

이밖에도 벤처산업이 자생력을 가지고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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