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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JP의 보수신당 띄우기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YS·JP의 보수신당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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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두 김씨 사이에 연대 움직임이 구체화된 시점과 관련,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사실상 DJP공조가 깨진 직후, 즉 9월3일 직후 당내 여기저기서 YS와의 적극적 연대를 모색하자는 내용의 보고서가 김종필 총재에게 올라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래로부터의 요구도 있었지만 JP 자신도 오래 전부터 숙고했던 듯, 신속하게 당의 방침이 YS와의 연대로 정해졌다”고 말했다. 일단 방향이 정해지자 청구동(JP의 자택이 있는 곳)의 ‘밀사’가 상도동을 찾았다. 앞서의 K씨는 이 무렵 JP의 명을 받고 상도동을 찾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두 김씨가 처음 만나는 날을 9월12일로 정했다. 12일 만남은 그 전날 발생한 미국테러사건으로 9월24일로 연기됐지만 첫 만남의 약속을 잡는 과정에서 두 김씨는 이미 정국인식에서 상당부분 의견의 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것이 9월24일 두 사람의 첫만남 때 JP가 YS에게 “한번 읽어보시라”고 건네줬다는 노란봉투 속의 문건이다. ‘노란봉투’에 대해서는 지금도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정치인들 사이의 중요한 만남이 있을 때면 노란색 서류봉투가 곧잘 등장하는데, 특히 3김씨가 이 서류봉투를 애용한 당사자들이라는 사실이다. 1992년 민자당 대권주자를 꿈꾸던 YS가 노태우 대통령을 찾아가 담판을 지으며 내놓았다는 노란색 서류봉투가 그 대표적 사례. 뒤에 밝혀지지만 그 서류봉투에는 안기부의 YS 사찰기록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YS가 대통령이 된 뒤인 1997년 1월21일, 청와대에서는 김영삼 대통령 초청으로 여야영수회담이 열렸다. 참석자는 김영삼 대통령 외에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김종필 자민련 총재, 그리고 이홍구(李洪九) 신한국당 대표 등 4명이었다.



1996년 연말 신한국당이 여당 단독으로 노동관계법 및 안기부법을 처리하면서 극심한 여야 대치정국이 전개됐는데, 이날의 영수회담은 여야간 대치정국을 마무리짓기 위한 이벤트였다.

그런데 이날 청와대를 방문한 김대중, 김종필 두 총재의 손에는 약속이나 한 듯 노란 봉투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이 봉투 속에는 야당의 두 김씨가 YS에게 건의하는 정치적 요구가 담겨 있었다. 이날의 영수회담은 서먹서먹한 가운데 막을 내렸는데 DJ는 비교적 YS와 대화를 나눴지만 JP는 YS와의 악연 탓에 아무 말 없이 대화를 듣기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회동을 마치고 YS에게 각자의 노란봉투를 건네주고 청와대를 나왔다.

내각제 개헌이 목표

아무튼 정치적 비중이 높은 만남이 있을 때면 노란봉투는 그 회동의 긴박감을 높여주는 ‘소품’으로 종종 등장하곤 했다. 9월24일 등장한 노란봉투에 대해서도 정가에서는 “봉투에 담긴 문건 내용보다는 노란봉투가 오감으로써 두 사람의 만남에 정치적 긴박감을 더하려는 일종의 ‘시각효과’일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 정말 노란봉투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던 것일까. JP의 측근인사인 변웅전(邊雄田) 총재비서실장은 “그 봉투 안에는 정치관련 얘기보다는 남북관계 등에 대한 내용이 더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정치문건설’을 부인했다. 또 다른 자민련 관계자는 “당내 공식 비공식 조직에서 올라간 정국전망에 관한 문건들과 JP 나름의 해석이 담긴 문건이 합쳐져 노란 봉투에 봉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치문건이기는 하지만 한두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류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가 소식통은 “노란 봉투에는 이제는 ‘부도수표’가 되고 만 DJ와 JP 사이에 오간 각종 합의서 등도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런 문건을 통해 JP가 DJ를 떠나 새로운 정치 파트너로 YS를 택한 이유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려 했던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노란봉투의 내용물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JP가 진단하는 정국전망과, 두 사람이 힘을 모아 궁극적으로는 내각제개헌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실려 있으리라는 것이 상당수 정가 소식통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YS의 손으로 넘어간 노란봉투의 내용물을 열람한 사람도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통 YS는 혼자 서재에 있는 시간에 중요한 문건을 열람한다고 한다. 제아무리 가까운 비서라도 YS의 서재에는 함부로 드나들 수 없다. 필요한 지시사항이 있으면 YS가 해당 비서를 개별적으로 호출해 지시하기 때문에 비서들 사이에서도 다른 비서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기 어렵다고 한다.

이렇게 몸에 밴 보안의식을 고려한다면 JP가 전달한 문건도 철저한 보안 속에 YS 혼자서만 열람했을 가능성이 높다. 상도동 대변인인 박종웅 의원도 YS가 말해주는 내용에 한해 알고 있을 뿐, 문건의 전모를 보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게 상도동 주변의 대체적 의견이다.

아무튼 9월24일 노란봉투가 전달된 뒤 10월7일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는 점은 사실상 YS가 JP가 전달한 메시지를 받아들였다는 신호라는 게 두 진영 관계자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그러면 두 사람의 연대, 나아가 신당창당은 과연 어디까지 현실화될까. 그렇다면 한국 정치권에 던져질 파장은 어느 정도일까.

YS, JP에게 줄 선물 마땅찮아

앞서의 K씨를 비롯한 원로그룹 인사들은 두 사람의 연대가 앞으로 한국의 정치지형을 바꾸는데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관측은 특히 JP 측근과 자민련 내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두 분의 연대는 JP와 자민련뿐 아니라 YS에게도 좋은 일”이라며 “반드시 연대는 성사될 것이고 정치권의 큰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YS는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일정한 추종세력을 확보한 정치세력의 지도자이며 이념적으로도 김종필 총재와 잘 맞아 두 사람의 연대는 급속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정치권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JP가 왜 YS를 파트너로 택했는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전·노 두 전직대통령들은 정치자금과 5·18 사법처리과정에서 사실상 정치적 생명력을 상실한 분들입니다. 그러나 김영삼 전대통령은 다릅니다. YS는 퇴임 후에도 뭔가 하려고 꾸준히 움직이는 분입니다. JP와 손잡고 가기에 적합한 전직대통령이란 말입니다.”

이 관계자는 또 “연대의 효과를 극대화할 JP 나름의 구상이 갖춰졌으며 지방선거 때면 폭발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변웅전 총재비서실장도 “정치권에 큰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며 “JP·YS연대는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YS 측근 가운데서는 ‘상도동 대변인’인 박종웅 의원이 두 김씨의 연대를 의미있게 해석하는 인물이다. 지난 10일 YS는 전날 자민련 전당대회에서 명예총재였던 JP가 총재직에 복귀한 것에 대해 박의원을 통해 “잘된 일이며 앞으로도 잘될 것”이라는 논평을 언론에 전하게 했다.

이어 박의원은 ‘YS·JP 신당설’과 관련 자신의 견해를 전달했는데 “두 분이 의견 합치를 본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정치는 살아 있는 생명 같은 것이므로 힘을 합치기로 했다면 신당이든 교섭단체든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두 사람의 연대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JP의 충청권에 YS의 정치적 연고지인 부산·경남, 여기에 한때 자민련의 제2 연고지였던 대구·경북지역의 세력이 가세할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결합을 따뜻한 시각으로 보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쪽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상도동 주변 인사들 가운데서도 “저렇게 두 사람이 오락가락 만나다가 말 것”이라는 비관론이 흘러나오고, 아예 두 사람의 연대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대통령 퇴임후 한때 YS의 비서로 일했던 한 인사는 “JP의 연대제의를 100% 선의로 해석하더라도 이쪽(상도동)에서 줄 선물이 없다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JP가 YS에게 요구하는 것은 YS 한사람의 합류가 아니라 정치세력으로 YS가 신당창당에 힘을 모아달라는 것일 겝니다. 자민련 처지에서 현실적으로 절박한 점은 민주당에서 도로 빼간 의원 4명과 이한동 총리의 공백, 즉 5명의 현역의원입니다. 자민련이 다시 교섭단체가 되는 것은 그 자체로 JP에게 잊지 못할 선물이 될텐데 YS에게는 그걸 만들어줄 힘이 없습니다. 보십시오. 한나라당에서 YS의 지시로 당을 옮겨 자민련으로 갈 의원이 누가 있습니까. 박종웅 의원 한 사람 뿐입니다. 민주계 의원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회창 총재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간 사람들도 있고, 중부권 의원의 경우 자민련으로 옮기는 것은 당사자들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정치적 모험인 것입니다.”

이 인사는 “결국 두 김씨가 이런 저런 모색을 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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