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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적 리더십이 새 희망 만든다

  • 이각범 <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교수 >

변혁적 리더십이 새 희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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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리더십의 두번째 요소는 갈등조정 능력이다.

새로운 변화는 새로운 갈등을 동반한다. 변혁의 시대에 많은 새로운 갈등의 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갈등의 복합화 현상때문이다. 기왕에 있던 갈등이 새로운 갈등으로 단순 대체된다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묵은 갈등은 묵은 갈등대로 있고 이에 새로운 갈등이 가세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리더는 이러한 갈등을 현명하게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사회의 갈등양상이 합리적으로 정리되기 전에 산업사회의 갈등현상을 맞이했고, 산업사회의 갈등이 구조화되고 제도화되기 전에 새로운 지식정보사회로 가는 엄청난 충격을 감당하게 되었다. 그 한 예가 우리나라의 선거문화다. 선진적 민주정치의 핵심인 선거는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나라에서도 하자가 없다. 그러나 실제의 선거판은 당의 이념과 정책에 의하여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지연, 학연 등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대기업 노동조합에서도, 대학에서도, 또 웬만한 사회단체에서도 비슷한 경향은 수없이 나타난다. 산업사회의 한복판에서 전통사회의 갈등변수가 작용하는 것이다.

이제 지식정보사회로 가는 길에도 같은 현상은 되풀이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구조조정이라는 힘든 대가를 지불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산업사회의 각 계층과 집단들이 이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식정보화시대의 갈등에 산업시대의 갈등이 덧붙여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또 한 가지가 더 붙었다. 최근의 ‘이용호 게이트’가 대변하는 것처럼 전근대적 요인이 가세한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 갈등의 표출과정에서 이 사회의 지도자들은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가. 그가 보여주어야 하는 덕목은 과연 무엇인가.



우선 그는 공평무사(公平無私)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전근대적 인연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몸으로는 그러할 수 없으나 적어도 마음으로는 그러해야 한다. 누구나 실질적으로 한 지역의 출신이고, 특정지역의 특정학교를 졸업할 수밖에 없지만 의식 속에서 이를 가능한 한 잊어버리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지역안배’라는 말부터가 이미 지역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개인적인 인연을 가볍게 생각하고 공공(公共)에 기여함을 무겁게 생각한다면 전근대적 갈등변수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할 여지는 없어진다.

공평무사한 리더십이 필요

역사적으로도 탕평책을 써서 인재를 두루 기용하려 했던 임금으로 영정조(英正祖)를 들 수 있다. 정조의 뚜렷한 개혁정책은 그의 열린 인사정책으로 인하여 가능했다. 정약용 등 실학파 선비들의 폭넓은 기용으로 유교 테두리 안에서나마 새로운 문물의 도입과 국가혁신을 위하여 노력했다. 연고에 대한 집착이 적을수록 국가나 기업경영의 식견은 더욱 잘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공정성에 대한 바람 또한 선진국 국민에 미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12년 전에 한국과 미국의 기업문화 비교연구를 한 적이 있다. 두 나라의 기업들을 돌며 가장 바람직한 경영자상(像)에 관한 설문을 돌렸다. 응답에서 두 나라의 기업체 종사자들은 전혀 다른 성향을 보였다. 한국의 기업에서는 근로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해주는 경영인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대답의 빈도가 가장 높았다.

미국에서는 공정한 경영자를 가장 훌륭한 경영자라고 했다. 합리적 기준에 의하여 공정하게 평가하고, 개인적 친소관계에 좌우되지 않는 경영자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경영자는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해주므로 마음놓고 일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차이는 합리성이 정착된 미국과 개인적 정(情)을 중시하는 한국의 사회적 풍토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해 세계 일각에서는 아시아적 가치의 실패라는 지적을 했다. 특히 아시아의 연고주의로 인해 시장기제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이 유난한 비난을 받았다.

한국사회도 그후 변화를 위한 엄청난 몸부림을 했다. 개혁의 큰 방향은 세계적 문맥에 의하여 이미 정해져 있었다. 연고주의와 정경유착을 극복하고, 좀더 합리적이고 투명한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되며, 시장의 논리에 입각한 구조조정 또한 단기간에 해치울 수 있다. 변화의 과정에서 주변화되는 집단이 이러한 추세에 저항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므로 구조조정과 더불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또한 정부의 당연한 임무였다.

이 모든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민주적 리더십의 의무다. 변화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는 가장 상식적인 일은 합리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올바른 방향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문제를 공정하게 처리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리더십을 일컬어 공평무사한 리더십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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