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호

친북정권이냐 반북정권이냐

전국 12개 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 32인이 진단한 ‘DJ색깔론’

  • 신동아 특별취재반

    입력2005-02-21 14: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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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국군의 날 행사에서 ‘6·25전쟁은 실패한 통일 시도’라고 발언하자 일부 야당의원들은 국회에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고 ‘친북좌파정권’이란 표현을 사용해 정치권의 색깔론 시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신동아는 전국 12개 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들을 상대로 이번 논쟁에 대해 긴급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최근 김대중정권의 이념적 성격에 대한 논란으로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 내용중 ‘6·25전쟁은 실패한 통일 시도’라고 한 일부 표현이 화근이 된 것이다. 김대통령의 기념사 내용중 관련 부분은 다음과 같다.

    ‘통일 시도’발언을 둘러싼 논란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세 번의 통일 시도가 있었습니다. 신라의 통일과 고려의 통일, 이 두 번은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세번째인 6·25 사변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세 번 모두가 무력에 의한 통일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네번째의 통일 시도는 결코 무력으로 해서는 안됩니다.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야 합니다. 지금은 남북이 엄청난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민족의 안전을 위해서나 장래의 번영을 위해서나 반드시 평화통일에의 길을 가야 할 것입니다.”

    문맥상으로 보면 ‘평화통일’을 강조하기 위해 신라의 통일과 고려의 통일, 6·25전쟁을 무력통일 시도의 예로 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론과 보수적인 단체에서는 ‘통일 시도’라는 표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대구 북구을)은 국회에서 이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발끈한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 참석을 거부했고 안의원의 ‘문제 발언’을 속기록에서 삭제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후에야 국회 본회의가 다시 시작됐다.



    그러나 10월17일 대정부 질문에서 발표할 예정이던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경남 밀양 창녕)의 사전원고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이 문제는 다시 불거졌다. 김의원의 원고 내용중 김대중 정권의 이념적 성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김대중정권 출범의 의미는 단순한 체제내의 정권교체가 아니라, 반북세력에서 친북세력으로 넘어간 것이었습니다. 김정일 독재집단을 찬양하는 일부 세력들이 우리 사회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고 건국이래 유례없는 대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정권은 친북좌파적 시각에 따라 김정일 수령체제의 강화를 앞장서 돕고 있습니다.

    -친북적 사고로 북한 김정일정권을 찬양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들, 더 나아가 북한의 김정일정권 자체가 이 정권에게는 누구보다 가까운 동지가 되어 있습니다. 이 정권의 지원아래, 친북좌파 세력들의 활동이 위험수위 이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이 연합해서 보수세력의 씨를 말리기 위해 보수언론 말살에 나서고 있습니다.

    -6·25를 통일 시도라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하게 북한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이며, 6·25를 민족해방전쟁이라고 주장하는 친북좌파 세력의 논리와도 완전히 일치하는 것입니다.”

    “적절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다수

    국민의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과 정권에 대해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이념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대중정권은 과연 친북좌파정권인가. 아니면 전형적인 색깔론 시비로 정치 공세를 가하는 것일까.

    신동아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충남대 강원대 등 전국 12개 대학의 정치외교학과 교수들에게 전화로 의견을 물어보았다. 질문 사항은 다음과 같다.

    1)김대중 대통령이 6·25전쟁을 ‘통일 시도’라고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6·25전쟁의 성격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십니까.

    3)김용갑 의원의 ‘친북좌파정권’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김대중정권이 들어선 뒤 ‘색깔론 시비’ 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위 질문에 대한 교수들의 답변 내용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1)대통령의 통일 시도 발언에 대해서는 평화통일을 강조한 것이라고 이해하더라도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발언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2)6·25전쟁의 성격에 대해서는 이념전쟁, 국제적 대리전, 통일 시도 등 다양하게 규정했지만 답변한 사람 모두가 불법남침이며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따라서 이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응답은 제외했다.

    3)김용갑의원의 ‘친북좌파정권’ 발언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너무 지나친 발언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정치인으로서 대북정책을 비판적으로 지적할 수 있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4)색깔론 시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색깔론 시비 자체가 전근대적인 것이므로 지양돼야 한다는 입장과 이념적 논쟁이라는 측면에서 색깔론 시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며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제기될 수 있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 김세균(서울대 정치학과)

    1)대통령 발언에 대해 이념 시비를 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 대통령의 ‘통일 시도’ 발언은 무력통일을 반대하고 평화통일을 강조했다고 봐야 한다.

    3)김용갑의원의 발언은 한마디로 쓸데없는 말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김대중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그런 식으로 비판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4)김대중정권의 성격에 대해 신자유주의라는 비판도 많은데 사회주의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따라서 색깔론 시비는 맞지 않다.

    ◎ 박찬욱(서울대 정치학과)

    1)뭐라고 말하기 곤란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통일 시도’라고 발언한 것은 잘못했다고 본다. 평화통일을 강조했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은 적절하지 않았다. 북한이 무력을 사용해 남침한 것은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갔어야 한다.

    3)김용갑 의원의 ‘친북좌파정권’ 발언은 너무 심한 것 같다. 김대중정권의 대북정책은 화해와 협력을 강조했고 유화적인 측면이 있는데 ‘친북, 친김정일’이라고 한 것은 지나친 표현 같다. 적과도 협상과 대화는 하게 마련인데 대화하고 협상했다고 해서 적의 정통성을 인정한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 아닐까. 국제적 상황이나 민족의 요구로 대화와 협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의원의 표현은 너무 극단적이지만 의원 입장에서 대북정책의 문제점은 얼마든지 지적할 수 있다고 본다.

    4)그동안은 대북정책 자체를 가지고 논의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냉전체제 해체 이후에는 좀더 솔직하게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다. 지금 정권은 화해와 협력 지향적인데 보수주의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세력들간에 이 문제에 대해 논쟁할 수 있다고 본다. 논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서는 안된다. 최근 논쟁을 군사정권시대의 냄새가 나는 색깔론 시비로 볼 필요는 없고 대북정책 논의나 정치이념 논쟁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 이호재(고려대 정외과)

    1)1950년 당시 나라가 쪼개졌을 때, 이승만 대통령은 북진통일을 외쳤고, 북쪽은 남진통일을 외쳤다. 남북한의 두 지도자는 무력통일을 원하고 있었다. 북한은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는데, 결국은 남침해서 동족 상잔의 비극을 일으켰다. 그래서 6·25전쟁을 우리 민족의 숭고한 목적인 통일전쟁이라고 보면 오해를 사기 쉽다. 특히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조심스럽게 발언했어야 했다. 또 이를 신라와 고려의 통일에 비유하는 것은 무리다.

    대통령의 의도는 향후 통일은 절대적으로 평화통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평화공존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은 좀더 조심스러웠어야 했다.

    3)남북협상을 주장하는 것이 어떻게 친북이라고 볼 수 있는가. 남북협상을 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현 정권을 친북이라고 모는 것은 김구와 김규식의 남북협상론을 친북이라고 몰아붙인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주장은 냉전 논리로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따름이다. 상대를 계속해서 타도 대상이라고만 몰면 민족의 장래는 없다. 햇볕정책은 어쩔 수 없는 정책이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햇볕정책밖에는 펼 수 있는 정책이 없다.

    4)야당에도 극우세력이 있을 것이다. 남북한이 반세기 넘게 대치했는데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사람이 목소리를 내는 것을 크게 문제삼기 보다는 다양한 의견 표출로 받아들이면 된다. 또 지금도 안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최장집(고려대 정외과)

    1)최근 귀국했기 때문에 상황을 잘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은 서술적인 이야기라고 본다.

    3)현 정권을 친북좌파정권이라고 보는 것은 말도 안된다. 실제로 친북좌파정권이 아니지 않은가.

    “당리당략에 따른 색깔시비”

    ◎ 김호진(고려대 정외과)

    1)무력통일은 바람직하지 않고 평화통일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라고 본다.

    3)반북세력이나 친북세력이라는 표현은 이분법적 흑백논리다. 이렇게 단순화해서 표현하면 본질을 왜곡하기 쉽다. 흑백논리는 지양해야 한다. 김의원의 발언은 정치공세적 발언이다. 아무리 정치공세적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국가원수에 대해 친북 운운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4)색깔 시비라는 것은 색깔이 객관적인 현상으로 존재할 때 가능하다. 그런데 이번 논쟁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색깔을 두고 하는 시비가 아니라, 정략적으로 색깔을 규정하고 시비를 거는 것이다. 이런 마음의 색깔을 청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냉전시대를 극복하고 화해협력교류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국론 통합이 어려워진다. 지금은 국론을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인들은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역사에 대한 비전을 갖고, 역사의 발전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

    ◎ 임혁백(고려대 정외과)

    1)기본적으로 대통령의 뜻은 앞으로는 무력에 의한 통일은 용납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유일한 대안은 평화통일’이라는 취지의 연설문이 왜곡되어 전해진 것이다. 이것이 정략적인 색깔론으로 포장되고 본의가 잘못 전달된 것이다. 이 연설문 전체를 보면, 처음부터 철통같은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신라와 고려의 통일과 6·25를 병렬적으로 놓은 것은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다.

    3)친북이라는 것은 이데올로기적인 면을 떼면 북한과 화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친북좌파정권이라는 규정에는 색깔론 관점이 들어 있다. 이는 국민들에게 빨갱이정권이 아니냐는 뜻을 전달할 의도가 있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배제하면 북한과 친한 정권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이데올로기적인 관점에서 현 정부를 친북좌파 정권이라고 부르는 것은 현 정권을 공산정권 내지는 사회주의정권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듯이 현 정권은 오히려 신자유주의 정권이고 대외적으로는 친미정권이다.

    4)최근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은 색깔론 시비다. 이것은 냉전시대에나 있던 것이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논쟁을 계속해서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

    ◎ 김병곤(고려대 정외과)

    1)통일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학자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는 신중하지 못했다. 이는 긴 설명을 요구하는 사안인데 그렇게 발언하면 충분히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

    3)합리적인 발언이라고 보지 않는다. 김용갑의원의 발언은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4)색깔론은 해묵은 논쟁이다. 현대 시대에 중요하지 않다. 김용갑씨의 이런 발언은 전두환 시절에 나온 이야기와 비슷한 것이다.

    ◎ 이내영(고려대 정외과)

    1)대통령의 발언을 자세히 살펴보면 야권이 이를 곡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6·25는 북한에 의한 무력통일 시도였지만 국군의 날에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할 필요가 있었냐는 문제가 있다. 평화통일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북한에 의한 무력통일 시도였던 전쟁을 국군의 날에 이렇게 말하는 것은 문제다. 더구나 ‘북한에 의한’이란 구절을 빼고 그냥 통일 시도였다고 말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

    3)대통령의 이 발언을 가지고 현 정권을 친북좌파정권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지금은 탈냉전 상황에 비추어 북한을 관용하고 상생하는 체제로 나아가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들은 아직도 냉전적 이념에 사로잡혀 한국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보수파 의견도 허용되어야 하지만 이 문제로 정권의 정통성을 의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4)색깔론 시비야 어쨌든 국민이 뽑은 정권을 좌파정권이라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장동진(연세대 정외과)

    1)대통령은 리더이니 발언을 신중히 해야 한다. 남북 전체로 보더라도 (6·25를)통일전쟁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김대통령은 남북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그는 어쨌든 남한의 대표다. 그 발언은 무리수다

    3)김용갑의원의 발언이 나온 분위기를 알지 못하지만 국회의원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반대로 정부도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고. 국회의원은 발언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4)대북정책에 혼란이 있다. 북한과 우리는 한민족이지만 생활공동체가 다르고 남한 주민의 노력으로 북한에 주는 것이니 만큼 주고받는 것은 명확히 해야 한다. 포용정책은 필요하지만 주고받는 것을 명확히 하지 못하니 문제가 된 것이다.

    ◎ 함재봉(연세대 정외과)

    1)객관적인 표현으로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했어야 한다. 대통령은 진보 대 보수로 갈라서 있는 국내상황을 보고, 또 그 발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조심했어야 한다.

    3)김용갑의원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 김용갑의원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도 판 깨는 것은 곤란한다. 이제 ‘좌파’라는 단어를 마음대로 거론할 수 있는 세상은 되었으나, ‘친북’이란 용어를 쓰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4)김대중정권의 한계다. 그러나 이는 언젠가 우리가 한번은 겪을 일이다. 이 일을 겪음으로써 우리는 건전한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묻어두는 것보다는 (밖으로 꺼냄으로써) 사람들이 좀더 솔직해질 수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사람들은 그가 좌파인지 우파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을 것이다.

    ◎ 양승함(연세대 정외과)

    1)역사적으로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현 단계에서는 그렇게 말할 때가 아니다.

    3)김용갑의원은 자제해야 한다. 김대중 정권은 좌파정권이 아니라 진보적인 정권이다.

    4)색깔론은 옛날부터 있었다. 우리 사회는 북한을 재해석해야 할 때다. 냉전에서 남북협력으로 가야 할 때이니 한국전쟁이나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진전하는 상황이 벌어져, 예를 들어 독재자로 부르던 사람을 국방위원장으로 호칭하게 되니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다. 충분한 토의가 있어야 한다. 남북협력 시대에 맞는 대북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 강정인(서강대 정외과)

    1)대통령의 발언을 가지고 친북용공정권이라고 보는 것은 정략적 발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 자체는 문제가 있다. 지금 와서 보기에 신라와 고려의 통일은 누가 침략했냐 보다는 통일과정이었다고만 보고 있다. 6·25는 거시적인 역사안목으로 본다면 통일 시도였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누가 침략했냐가 매우 중요하다.

    3)친북좌파정권은 지나친 표현이다. 그러나 정쟁을 하다보면 필요 이상의 발언을 하게 된다. 6·25에 대한 해석은 시대에 따라 바뀐다. 김영삼 정부의 치적도 현재는 욕을 먹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과감한 민주개혁 부분은 평가받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에 대해 시대가 지나면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이 바로 한 예다. 스칼라피노교수는 전두환의 통치도 나중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잘못된 시비다. 김영삼 정부 때도 보수파들은 이런 문제를 계속 제기했다. 이인모씨 북송, 한완상 장관 시비, 쌀 북송 등에 대해서 항상 문제를 제기했다. 또 언론이 이런 문제를 너무 키우는 경향이 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이 있다면 중도를 수용하는 신문이 필요하다. 동아일보는 이런 중도를 수용했으면 한다.

    ◎ 이갑윤(서강대 정외과)

    1), 3) 대통령도 그렇고 야당도 그렇고 당파적인 입장에서 발언하는 것이다. 나같은 경우는 뚜렷한 의견이 없다. 대통령이 실수했는지 살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사태를 잘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6·25전쟁은 도덕적으로 부당한 전쟁이었다고 생각한다.

    4)색깔론 시비를 일으키는 것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국민이 생각할 때 지도자가 그런 색깔로 보이면 비판받아야 한다. 그런데 국민이 정권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친북좌파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 김성주(성균관대 정외과)

    1)’통일 시도’란 문구만 보면 오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전체적인 연설문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3)김용갑의원의 발언은 너무 지나치고 민감한 반응이다. 보수 기득권층이 많으니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 확대되는 것 같다.

    4)색깔론 시비는 우리 정치의 일부분이었다. 이것은 지역성과 더불어 없어졌으면 좋겠다. 지금은 많이 희석되었지만….

    ◎ 김일영(성균관대 정외과)

    1)학자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어도 대통령은 그렇게 말해서는 안된다.

    3)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북한에 우호적인 정권이지 좌파는 아니다.

    4)색깔시비는 적절치 않다. 김대중정권이 합의를 이끌며 대북 정책을 폈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 김비환(성균관대 정외과)

    1)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념적인 논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3)김대중 대통령은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하자고 한 것인데, 그것이 친북좌파라면 문제가 있다. 좌파는 사회주의로 본다는 것이니 냉전적인 사고다. 좌파는 진보적 입장일 뿐이지 이를 사회주의자로 못박는 것은 무리다

    4)바람직하지 않다. 개혁한다고 다 좌파로 모는 것은 극우적인 기득권 옹호와 관계가 있다. 이 문제는 지역과 얽혀 있고 정서적이다.

    ◎ 어수영(이화여대 정외과)

    1)‘통일 시도’란 표현이 잘못됐다. 북한에서 보면 6·25는 통일 시도겠지만 남한에서 보면 남침전쟁이다. 정치학자가 써 준 연설문을 대통령이 여과없이 그냥 읽은 느낌이 든다. 적절하지 않았다. 요즘 국정이 바빠서 대통령이 실수한 것 같다.

    3)친북좌파정권이라고 보지 않는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야당의 공격은 정치적인 투쟁방법이다. DJ도 야당 시절에 이렇게 튀는 방법을 많이 썼다. 이런 방법은 과거 한국 정치사에서 오랫동안 정치투쟁의 방법으로 쓰이던 것이다. 50년동안 이런 방법을 많이 보아왔다. 이슈가 터졌을 때는 이렇게 공격해야 신문에 나온다. 고추장에 익숙한 사람에게 고춧가루를 조금 뿌려서 통하겠는가. 이것은 전통적인 정치투쟁 방법이다.

    4)색깔론 시비라고 보지 않는다. 과거 DJ도 이런 방법을 썼고, YS도 그랬다.

    ◎ 구대열(이화여대 정외과)

    1)사실 내용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학자들은 객관적 입장에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의 대외정책은 철저히 주관적이라야 한다. 국가의 이익이 최고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쪽을 대표하는 주관적인 입장에 서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었다. 대통령이 너무 많이 알아서 그런 것 같다. 6·25전쟁을 학술적인 관점에서 몰가치적으로 발언하면 그럴 수도 있는데, 이는 국가지도자의 발언은 아니다.

    3)대한민국은 대통령중심제 국가다. 그래서 주어진 기간 동안 권한이 보장된다. 법적으로 임기 5년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김용갑의원의 발언은 지나친 것이다.

    4)야당은 얼마든지 이런 공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햇볕정책이 남북관계에서 유일한 대안이다. 동서독 관계를 보면 교훈을 삼을 것이 많다. 당시 동독은 65세가 넘은 노인들을 서독으로 넘길 때마다 북한처럼 돈을 요구했다. 그때마다 서독내에서 김용갑씨 같은 비판이 터져나왔다.

    햇볕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한 국민을 어떻게 설득하냐는 것이다. 북한을 화해 포용정책으로 대하는 것은 두번째 문제다. 남한 국민을 따르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하는 것이니 국민들은 따라오라는 방식은 뒤틀린 국정운영 방식이다.

    ◎ 홍용표(한양대 정외과)

    1)통일 시도라고 본다. 그러나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다면 조심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통일 시도 발언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여론이 나왔을 때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파정권은 아니고 북한과 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용갑의원처럼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좌파로 모는 것은 옳지 않다.

    4)정치 발전의 과정이다. 보수정권이 있다가 진보적 정권이 들어서니 혼란이 있는 것이다. 색깔론 논쟁은 공수가 바뀐데 대한 이데올로기적 혼란에서 나왔다.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다

    ◎ 김경민(한양대 정외과)

    1)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통일 시도였다고 말한 것은 이해가 안된다

    3)친북좌파정권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햇볕정책의 본질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대통령이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안다. 김대통령이 6·25를 통일 시도라고 하니 김용갑의원은 그렇게 발언하게 되는 것이다

    4)그럴 소지는 있으나 색깔론은 무리다. 야당이 이용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햇볕정책 이야기를 하면서 통일을 거론하니 나는 못마땅하다. 평화공존을 이야기해야지 통일을 이야기하니 북한은 긴장하고 두려워한다. 그러니 남북관계가 삐걱대는 것이다. 햇볕정책을 해서 테러를 당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지 말고 긴장을 완화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말해야 한다.

    “김대통령은 좌파들의 기준으로는 함량 미달”

    ◎ 김진영(부산대 정외과)

    1)한마디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통일시도였다는 대통령의 말이 객관적인 표현이라고 본다. 무력에 의한 북한의 통일 시도였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 아닌가. 북의 입장에서 보면 통일을 바라고 일으킨 전쟁이니 그것이 객관적인 표현이다. 통일을 위한 시도였다는 것 이외에 달리 표현할 말도 없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들이 많다. 이는 아직도 한반도에 남아 있는 냉전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그런 정도의 발언은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거니 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문제다.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을 트집잡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의 말은 객관적인 상황을 표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이 오히려 문제다.

    3)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시작될 때부터 그것을 마뜩찮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왜 그런 정책을 들고 나왔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김정일이 좋다거나 남한에 대해 각종 테러를 일으킨 북한의 위정자들을 돕기 위해서 혹은 그들의 행동이 옳다는 명분을 주기 위해서 햇볕정책을 추구하고 있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아주 현실적인 방법이고 실용적인 고려로 시작된 것이다. 북한은 폐쇄된 사회다. 그들에게는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방법 이외에는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다. 폐쇄된 체제의 빗장이 그나마 조금 열리고 있는 것은 햇볕정책 덕택이다.

    4)김대중 대통령은 좌파가 아니다. 좌파들의 기준으로 보면 함량 미달이다. IMF 이론을 그대로 따른 시장주의자를 두고 좌파라고 하는가. 서구 사민당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좌파가 아닌 사람을 좌파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수사일 뿐이다. 색깔론은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저급한 논쟁이다.

    ◎ 전홍찬(부산대 정외과)

    1)김대중 대통령의 본심은 알 수 없지만 6·25 전쟁이 북한의 통일 시도였다는 말은 국가지도자가 할 말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겪으며 죽고 다쳤다. 전쟁이 통일 시도였다는 말이 그런 전쟁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들리겠는가. 국가지도자로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본심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말로 표현되는 것은 더욱 신중해야 했다.

    3)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김용갑 의원의 말에 공감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우려를 하고 있다.

    4)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색깔론 문제가 나오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모르겠지만 정권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세력들, 현재 지도그룹을 구성하고 있는 세력들의 이념적 성향을 고려할 때 당연히 제기돼야 하는 것이 색깔론이다. 집권당의 지도그룹이라든가 정권의 뿌리가 이념적으로 그런 성향을 보이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국가를 지키려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제기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 윤용희(경북대 정외과)

    1)외형상으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발언이다. 비판적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 말이다.

    3)김용갑 의원의 발언은 잘못됐다. 시대상황이 많이 변한 것을 고려하지 않은 냉전적 주장이다. 그런 식의 발언을 할 수는 있지만 너무 나갔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좁은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심했다.

    4)색깔론은 본질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 색깔론 같은 이념논쟁은 세계적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색깔론을 제기해서 국민들의 호응을 받을 수도 없다. 물론 정부의 통일정책과 대북정책에 관심을 갖고 걱정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친북세력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번 정권은 국민들이 투표로 뽑은 정통성을 갖고 있는 정권이다. 국민은 정권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선거 때 정권교체를 시킬 것이고 그 반대라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김용갑 의원이 그런 발언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지만 그런 식의 방법으로 극단적인 용어를 써서는 국민들의 호응을 받을 수 없다.

    ◎ 허만호(경북대 정외과)

    1)김대중 대통령이 신라와 고려의 통일전쟁을 예로 든 뒤 6·25전쟁을 실패한 통일 시도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의 두 가지 사례를 볼 때 6·25도 통일 시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문장 그대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6·25전쟁을 통해 통일을 시도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그 전쟁이 옳지 않은 것이었고 그런 통일 시도는 잘못된 것이었다. 공산화 통일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절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전쟁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단순히 통일을 위한 시도였다고 한 것이지 그 안에 무슨 잠재적 의미가 있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한국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고려했더라면 조금 신중했어야 했다.

    3)이념의 스펙트럼을 정상적으로 갖고 있는 사회라면 이런 발언이 나올 수가 없다. 서구의 민주주의 선진국처럼 우리나라가 공산당, 사회당, 급진좌파도 수용할 수 있는 정상적인 사회나 국가라면 정치집단이 특정한 성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절대로 수용될 수 없다. 다원적인 사회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이념적 스펙트럼이 좁아 ‘빨갱이’라는 용어가 나오고 극단주의로 몰아치는 식의 발언이 나오는 것이다.

    4)남한은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북한은 적화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대외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은 탁자에 앉아서 하는 게 아니다. 흡수와 적화는 아니더라도 어느 한쪽의 영향력이 센 상태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흡수는 아니지만 한쪽 체제로 다른 쪽이 끌려들어가는 형태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인 형태다. 그런 형태의 통일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사회 통합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 후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제도권 내에서 여러 이념 성향이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그런 기반이 마련돼야만 통일이 가능할 것이며, 통일 후 사회 통합 또한 쉽게 이룰 수 있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사회통합의 원동력이 필요한 때에 과거 해방공간에서 선배들이 저지른 잘못을 그대로 반복해서는 안된다. 해방공간의 좌우갈등이 전쟁을 낳았다는 교훈을 상기해야 한다.

    ◎ 하세헌(경북대 정외과)

    1)대통령이 한 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싶지 않다. 언론과 야당에서 일정부분을 확대해석해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굳이 언급하면 6·25전쟁이 통일 시도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

    3)너무 심한 발언이다. 현 정권의 정책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북한을 감싸 안으려는 노력과 돕겠다는 노력,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노력에 대해 친북 운운하는 것은 큰 문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남북관계에 대해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4)최근 제기되는 색깔론은 국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대중대통령을 두고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토론이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일방적인 흑색선전 지역감정에 색깔론을 덧씌운 이런 논쟁은 대북정책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통일에도 이바지하지 못한다.

    ◎ 이명남(전남대 정외과)

    1)언론에 보도된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딱 잘라서 보면 오해할 소지가 있다. 전후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선정적으로 보도한 언론에도 문제가 있다. 대통령이 말하려고 했던 것과 최근의 논란은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3)김용갑 의원의 발언은 지나쳤다.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런 식의 발언은 옳지 않다.

    4)최근의 색깔론처럼 몰아치기 식은 옳지 않다. 이념에 대한 논쟁은 있을 수 있지만 논의의 광장에서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넓게 보아야지 이분법적 사고로 작은 차원에서 색깔론을 제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대중에겐 이분법적 용어가 통하기 때문에 김용갑 의원의 발언같은 정치적 수사가 끊이지 않고 나온다.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다차원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 최영관(전남대 정외과)

    1)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는 것은 대통령의 연설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나온 주장이 아닌 단순한 말꼬리 잡기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발언의 본질은 외면한 채 부분적인 요소를 갖고 문제를 제기하는 야당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을 상대로 한 대통령의 발언은 단어 하나, 문장 하나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금처럼 보혁 갈등이 있는 시기에 말꼬리를 잡힐 만한 표현을 했다는 것은 잘못이다.

    3)세계가 상호의존적 질서를 쌓으면서 다원주의적 가치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편 네편의 편가르기 식 극단적 표현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너는 친북이고 난 아니다’는 식의 구태의연한 트집잡기는 지양해야 한다. 김용갑 의원은 자중해야 했다. 현 정부가 남북문제에 관해 상당히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민과 보조를 못 맞추는 것이 문제다. 국민과 함께 가야 하는데 조금 앞서가는 측면이 있다.

    4)색깔논쟁은 반(反)시대적인 것이다. 인민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대결, 공산주의와 시장자본주의의 대결은 전세계적으로 극복됐다. 이런 상황에 색깔논쟁이 무슨 도움이 되는가. 편가르기는 분열을 일으킬 뿐이다.

    ◎ 이승원(충남대 정외과)

    1)크게 잘못된 발언이다. 우리 헌법의 기본 이념은 자유민주주의다. 국민 대다수는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다. 북한의 6·25 남침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피를 흘렸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켜낸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대통령은 자유민주의를 근간으로 한 우리 헌법 기본정신을 흔드는 발언을 한 것이다. ‘망언’ 수준의 원고를 대통령이 직접 작성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그런 망발을 한 것은 대단한 잘못이다. 원고를 작성한 사람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3)이데올로기를 진보와 보수, 좌익과 우익으로 나누는 데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굳이 분류하면 김용갑 의원의 발언이 타당하다. 통일 시도 전쟁론은 좌파들이 내세웠던 주장 아닌가.

    4)선진국들이 겪은 정치발전 모델을 우리 사회는 거치지 못했다. 한국 현실정치에도 다양한 이데올로기가 투영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의 색깔논쟁은 필요하다.

    다양한 이데올로기가 투표를 통해 국민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랑스는 열아홉 개의 이데올로기가 경쟁하고 있다. 색깔논쟁을 통해 면역성을 키울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동당 사회당이 등장했지 않은가. 개인의 양심에 따라 나는 공산당을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는 선진민주국가에 견주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후진적이다.

    ◎ 이계희(충남대 정외과)

    1)역사가 입장에서 보면 통일 시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정치적 의도를 갖고 그렇게 말한 것일 수도 있다.

    3)친북좌파정권은 기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념적 스펙트럼이 좁은 우리의 현실에서 그런 발언이 나올 수는 있다. 그 발언을 지지 혹은 반대하는 것은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4)색깔논쟁 자체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의 색깔논쟁은 진정한 색깔논쟁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념 갈등보다 지역 갈등이 더 날카롭다. 지역 갈등을 숨긴 채 이념이란 포장지를 씌워 공격하는 것이다. 이념갈등 속에 지역갈등이 들어 있는 것이다. 색깔론 자체가 가짜다.

    “색깔론 자체가 가짜다”

    ◎ 박재정(충남대 정외과)

    1)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다. 대통령이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고 정책방향을 이야기한 것이다. 다만 그런 연설이 국군의 날 행사에서 발표된 것은 다소 문제가 있었다.

    3)정치인으로서 입 달렸으면 그런 식의 말도 할 수는 있지 않겠나. 정치적인 수사다. 국민들이 판단해 수용할 수 있는 것이면 수용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이다.

    4)색깔론보다는 국익차원에서 논쟁을 진행해야 한다. 최근의 색깔 논쟁은 매카시즘을 떠올리는 가치 없는 소모적 논쟁일 뿐이다.

    ◎ 조명현(충남대 정외과)

    1)대통령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3)김의원의 발언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노태우정권 때 이미 7·7선언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 계선을 추구했는데, 그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이제 와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이 그런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

    4)색깔론이 거듭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정권이 교체됐지만 정치·사상적 질서는 구태의연한 행태 그대로다. 언론 또한 문제다.

    언론은 이념간의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외면하고 과거의 틀에 갇혀있는 모습이다. 독자로서도 일부 언론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

    ◎ 진장철(강원대 정외과)

    1)대통령의 그같은 주장은 국가의 정체성을 흔드는 것이다. 어느날 느닷없이 아무런 사회적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발언을 한 것은 국가의 지도자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민들이 그런 대통령의 주장을 수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친북 운운하는 주장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해야지 북한편이다, 아니다 하는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친북이란 표현은 남측의 이익을 배제한 채 북한의 이해를 추구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에 의한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이 선출한 집권세력을 친북 운운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좌파란 표현은 적절하지 못한 것이지만 좌익이란 단어를 사용한다면 보수계층의 인식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할 수는 있는 말이다.

    4)정치집단들의 색깔이 모두 분명하다면 색깔논쟁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색깔론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통일정책이 바람직한가를 두고 논쟁을 벌여야지 색깔론을 제기하며 편가르기를 해서는 안 된다.

    책임은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도 있다. 권력을 갖고 있는 집단은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모든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데 현재 집권세력은 그런 면에서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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